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658
제658화. 인형의 인형
“우, 우욱.”
루스웨나 병사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살면서 처음으로 맡는 악취다. 시체 썩은 내도 이 정도는 아닌데.
병사들은 소매로 코를 가리며 계속해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상황을 모르고 있던 자들이 그만 좀 밀라며 다그쳤지만, 다르시 부인을 보고서는 뒤따라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나, 왜, 왜 이러지?”
“다르시 부인?”
“아아악! 나 왜 이러냐고오!”
“부인! 송구하오나,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쳐 죽일! 너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
다르시 부인은 한 움큼 빠진 제 머리칼을 손에 쥐고서 눈을 부라렸다. 온몸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몰골이다. 두피는 흐물흐물했고, 머리칼은 썩은 파 뿌리처럼 눅진해졌으며, 여기저기 진물이 터져 나와 끔찍한 냄새를 풍겼다.
다르시 부인은 자신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흡사 마물의 모습과도 같은지라, 병사들은 무기를 겨누며 다르시 부인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아아, 세상에. 이게, 이게 왜, 왜 이렇게…….”
다르시 부인은 문득, 자신의 손이 비토르의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히엘로를 불태우기 위해 금기의 마법을 썼던, 그 마법사 말이다.
“…어째서? 대체, 왜?”
다르시 부인의 손이 덜덜 떨렸고, 그녀와 연결된 인형들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저, 저기! 마, 마법사가 온다!”
“바리엘 마법사다!”
그때, 한 병사의 외침에 부인이 고개를 휙 돌렸다.
토미였다.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르시 부인을 노리고 달려들자, 부인은 화들짝 놀라며 늘어진 인형 줄을 다잡았다.
콰아아앙-!
마법으로 강화된 주먹이 열기를 사정없이 쏟아냈다.
멍하니 서 있던 루스웨나 마법사들이 반사적으로 보호막을 생성하여 다르시 부인 앞을 막아냈고, 토미는 그걸 부수고자 계속해서 힘을 밀어 넣었다.
지이잉, 지잉-!
주먹과 마주한 보호막이 크게 흔들리며 빛을 발했다. 그 틈으로 토미는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루스웨나 마법사들의 눈빛을 보았고,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토올룬의 인형술사!”
“크, 크흐읏!”
“넌 내가 찢어 죽인다아!”
“닥쳐! 뭣도 아닌 놈 주제에에! 감히!”
제 얼굴을 이리저리 반죽하던 다르시 부인이 왈칵 소리쳤다.
인형들을 움직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살이 녹아내린 탓에 조종하는 것 자체가 버거울 뿐. 다르시 부인은 인형 줄을 팽팽하게 손에 감으며 짐작했다.
‘금기의 마법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금기’인 마법을 제3자의 의지로 발동하지 않았던가.
하나 일리는 있어도 이해되지는 않았다. 다르시 부인에게 마법사들은 인형이었으니까. 그들의 살이 베이든 찢어지든, 그녀에게 전해지는 고통은 단 한 점도 없었다.
그들을 잇고 있는 건 그저 실 하나밖에 없는데, 대체 어찌하여 금기의 마법 부작용이 다르시 부인에게까지 흘러들어 온 것일까.
“젠장, 으아아앗!”
다르시 부인은 기합을 내지르며 인형 줄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루스웨나 마법사들이 반사적으로 양 팔뚝을 교차했고, 보호막은 더욱 짙어졌다.
이제 금기의 마법은 무조건 배제다. 고작 두 번으로 이 지경인데, 세 번째는 어떤 식으로 몸이 망가질지 알 수 없다.
촤아악!
좌우 끝에 서 있던 루스웨나 마법사들이 보호막 유지하는 것을 그만두고는 토미에게 달려들었다. 소모적인 힘겨루기를 하는 것보다, 상대를 처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토미는 좌우에서 동시에 달려오는 마법사들을 보고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때-
촤아악!
토미의 옆으로 흔들리는 로브 한 자락.
익숙한 궐련 냄새와 함께 등장한 것은 헤일 대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부 동료들이 토미를 에워싸고는 보호막을 이중으로 세웠다.
지이잉!
“대장! 다들……!”
“어우, 이게 뭔 냄새래. 토미, 괜찮아?”
“안 괜찮습니다. 너무 늦었지 않습니까?”
“이 새끼는 지 사수랑 성격이 똑같아. 나키나도 그렇게 말하더만.”
“선배는요?”
“이드갈 쳐 맞고 요양 중.”
“…예?”
“집중!”
마법사들이 재잘재잘 떠들자 헤일이 일갈했다.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물고서 각자 한 명씩 루스웨나 마법사를 맡았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수세에서 밀렸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다. 역공의 시간이었다.
전세가 뒤바뀌자, 다르시 부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어대며 인형 줄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쟤가 인형술사네.”
“마! 생긴 건 또 왜 저래? 마물인가?”
“사람 보고 마물이라니요. 근데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혹시 마물이십니까?”
“닥쳐라! 더러운 제국 놈들!”
“오, 말한다. 마물 아니네. 조져, 조져.”
“헤일 대장, 생포해야 합니까?”
“아니요! 생포는 안 됩니다! 무조건 죽여야 해요. 금기의 마법까지 손대는 위험한 자입니다!”
바드득 이를 간 토미는 마력을 증강하며, 루스웨나 마법사들의 보호막을 파괴하려 애썼다.
마법사들 또한 마력을 넣어주거나 옆에서 보조하는 식으로 도왔으나, 포탈이 계속 이어져 있으니 쉽게 큰 힘을 쓰기는 어려웠다.
상황을 파악한 마르틴이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이드갈 화살! 드래곤과 흑갑옷은 위쪽으로!”
“온다.”
바리엘 마법사를 잡기 위해 병사들이 개미 떼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드갈 화살과 창 따위로 무장하여 거리를 좁혔고, 머리 위로는 드래곤이 압박하여 도망칠 공간이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 몰려온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마르틴은 지휘봉을 크게 휘두르며 빈틈없이 전방을 지휘했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되었다. 일격에 마법사들을 처치할 천금 같은 기회였으니.
“마검사를 잡아두고 있어라!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일동 발사 준비!”
“발사 준비!”
“창병 앞으로, 돌격!”
“와아아아!”
다르시 부인의 눈알이 휙휙 돌아갔다. 순식간에 혼잡해진 전황 탓이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수를 계산했다. 루스웨나 병사와 드래곤들이 바리엘 마법사를 잡아두는 동안, 자신은 이안 히엘로를 처치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미 금기의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가 둘이나 있지 않은가. 이를 이용해야 한다. 전세를 돌리려면, 히엘로의 목을 따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으니.
촤아악!
그녀는 금기의 마법에 절여진 두 마법사를 움직였다. 이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를 주시했는데, 그 시선의 끝엔 두 마법사가 아닌, 다르시 부인이 있었다.
이를 알아챈 부인은 몸을 달달 떨어대며, 손가락을 애써 유연하게 까딱거렸다. 그러고는 찢어질 듯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공겨어어억!”
두 세력의 격돌. 삶과 죽음이 한데 얽힌 어지러운 상황에서, 다르시 부인은 한탄하며 하늘만 올려다봤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눈가 옆이 처지다 못해 주욱 갈라진 터라, 눈알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잉-
그때, 그녀의 몸을 전율케 하는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 이는 다르시 부인만 느낀 것이 아니라, 바리엘 마법사들은 물론 병사들에게까지 가 닿았다.
힘의 근원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안 님?”
금기의 마법사 둘과 마주하고 있던 이안.
그는 손을 모았다가 가볍게 펼쳤다. 그의 손짓을 따라 신비한 기운이 안개처럼 방출되었고, 이어서 수십, 수백 개의 동심원이 그려지며 빛을 발했다.
평소에는 그저 ‘명령’하는 것으로 마법을 일으키던 이안이거늘, 마법진을 손수 그리며 조정하고 있는 게다.
“이안 님!”
나키나가 소리쳤지만, 이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계속 마법진을 그려냈다.
무언가 이상했다. 단순히 하나의 마법이라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많은…….
‘설마…….’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발동하려는 것인가?
나키나는 바람에 휘날리는 이안의 뒷모습만 가만 쳐다봤다.
그러자 곧 그의 몸에서 갈라져 나오는 희미한 인영. 불투명한 탓에 하늘빛을 가득 담은 모습이지만,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나키나는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분신(分申)」.
육신을 둘로 나누는 마법이다. 분리는 물론이요,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알려진 고등 마법이었다.
설사 그것을 해냈다 해도 분신을 하나 만들 때마다 본체의 능력을 절반씩 나눠 갖기 때문에, 본래의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다.
“…….”
이안의 분신이 두 눈을 떴다. 이어 불투명한 육신으로 기지개를 쭉 켜며, 한껏 기쁜 웃음을 지었다.
“뭐, 뭔-”
이안 님이 저렇게 아기처럼 웃을 수도 있다니. 나키나가 질색하던 것도 잠시, ‘진짜 이안’이 다시금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익숙한 마법이다. 바로-
「추쇄 (推刷)」.
일시적으로 강한 힘이 필요할 때, 미래의 자신에게서 능력을 앗아오는 마법. 클리포포드 전쟁에서 이안이 걸려 있는 줄 모르고 발동했다가 곤욕을 치른 마법이었다.
‘어차피 미래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먼 미래, 그러니까 자신이 본 세계로 돌아간 이후라면 현재의 바리엘에는 이안 히엘로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설령 존재한다고 한들 그자는 신(神)일 터이니, 이만한 부담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
이안은 추쇄 마법으로 미래의 힘을 끌어와 분신과 나누었다.
지이잉! 지잉!
반절로 절하되었던 힘이 다시금 차올랐으니, 이제는 온전한 이안이 둘로 늘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불투명한 이안의 분신이 생긋 웃으며 금기의 마법사에게 전투 자세를 취해 보였다.
“간다.”
이안의 중얼거림에, 분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과 의지를 공유하는 관계다. 두 사람은 동시에 좌우로 찢어지며 금기의 마법사에게 날아들었고, 이내 태양보다 환한 빛이 터지며 순식간에 세상을 지워버렸다.
쿠구궁! 콰앙!
“아.”
나키나는 고개를 돌리며 눈 감았다.
미쳤다. 자신의 상식선에서 고등 마법 두 개를 동시에, 그것도 호환하여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안이라는 존재가 지닌 의미를 깨닫는 순간은, 이렇듯 문득문득 찾아왔다.
“으-”
토미와 헤일,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도 강한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세차게 부는 마법의 여파와 진동 탓에 쉽사리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헤일 대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겨우 눈을 떴고, 이내 멈칫거렸다.
‘뭐지?’
인형술사로 추정되는 다르시 부인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환한 빛이라 눈 뜨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인데,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굳어 있었다.
“-니다…….”
그리고 중얼중얼, 무언가를 향하여 빌 듯 속삭여댔다. 상태가 이상했다.
헤일은 토미의 어깨를 툭 치면서 고갯짓했다.
“우리도 정리하자.”
“네, 대장. 그런데-”
“아아아악!”
다르시 부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고개는 빳빳하고, 허리는 꺾여 있었으니, 마치 줄에 꿰인 인형 같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왜, 왜 저래? 대장, 저거 이상합니다.”
“전하, 살려주십시오. 정말 안 됩니다!”
“…전하?”
다르시 부인이 ‘전하’라고 부를 만한 작자는 딱 한 명뿐. 바로 토올룬의 왕이다. 그녀는 손을 덜덜 떨어대며 인형 하나를 집었고, 토미는 본능적으로 그 의중을 알아챘다.
“…금기의 마법.”
“뭐?”
“젠장!”
토미가 달려들자, 헤일과 마법사들도 그 뒤를 따라 황급히 움직였다.
다르시 부인은 이를 저지할 생각도, 여유도 없어 보였다. 바리엘 마법사가 코앞을 스쳐 지나갔건만, 루스웨나 마법사들은 멍하니 응시하며 서 있을 뿐이다.
“전하! 살려주십시오!”
다르시 부인이 절규하며 인형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루스웨나 마법사 한 명에게서 또다시 금기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헤일과 마법사들이 경악하며 멈칫했다.
“아아아악!”
고통에 젖은 듯한 절규.
순간 헤일의 머릿속으로 끔찍한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혹…….’
혹 토올룬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왕이, 다른 루스웨나 마법사들을 모두 ‘금기화’하라 명령한 것이라면?
그런데 다르시 부인은 피부가 흘러내리는 부작용 탓에 이를 거부하였고, 결국에는…….
순간 어느 한 지점에 생각이 닿은 헤일이 소리쳤다.
“물러나라!”
촤아아악!
“……!”
다르시의 육신이 살아 있는 채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고통에 울부짖는 듯, 녹다 만 한쪽 눈만이 빠르게 깜빡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