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673
제673화. 화총
“크로니 경. 잘 좀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물건입니다. 하완에서 이미 그 위력을 입증해 보였어요.”
“어허, 진정하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이는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안은 집무실 안쪽에서 들리는 대화에 멈칫거렸다. 크로니가 불러서 왔건만, 혼자가 아닌 듯싶다. 잠시 기다리는 게 좋을까?
크로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타 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부담스러웠다. 마법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방위부 부장관의 숙부, 마법사이면서 마법부를 위하지 않는 자, 잠재적인 배신자…. 나움이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지만, 아직 그 선입견을 깨기란 어려운 일이다.
“잠시 후에 오겠습니다.”
“크로니 님께서 이안 님이 도착하면 꼭 안으로 들이라 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뒤로 물러나려고 하자, 시종들이 차분하게 안내했다. 단조로운 음성 속에서 어쩐지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치 크로니의 명령이 저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끼이익.
“실례합니다.”
“오, 이안 숙부! 마침 잘 오셨군요!”
크로니는 우연을 가장하며 반갑게 일어났다. 분명히 제국방위부 집무실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온 것인데 말이다.
그는 이안에게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들어간 힘. 이안은 집무실에 둘러앉아 있는 관료들을 쳐다봤다.
거대한 테이블 위, 나무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쪽에서는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다시 올까요?”
이안의 물음에, 크로니가 웃음을 터트리며 이안을 잡아끌었다.
“아니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의논할 것이 있는데, 한 번 보시지요.”
이안이 한 발 다가갈 때마다 상자 안쪽이 조금씩 드러났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다. 이안이 의아해하며 크로니를 돌아보자, 그는 손짓으로 앉으라 명했다.
“하완에서 들어온 화총(火銃)입니다.”
“화총이요?”
크로니는 아주 무서운 물건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마법사가 아닌 자도 거대한 힘을 내게끔 하고, 수많은 상대를 단번에 몰살할 수 있다 하지요. 거기다 탄약이라 하는 폭발물만 있으면 힘에 부치지 않고도 수십, 수백 번을 공격할 수 있다 합니다.”
“아.”
놀라웠다. 이안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고 하자, 크로니가 그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안 됩니다. 이안 숙부. 위험해요.”
그리고 더하여 마주 앉은 관료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몰라 사용하는 자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요. 참으로 미련하고 두려운 무기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어허, 크로니 경.”
“그것은 연구를 통하여-”
관료들이 난색을 보이며 덧붙이려고 하자, 크로니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이안에게 물었다.
“이안 숙부. 마법사로서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이국에서는 이 무기가 ‘마법에 대적할 힘’이라고 불린다 하는데, 과연 그럴 것 같습니까?”
“아…….”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 아까 문밖에서 발을 돌렸어야 했다. 마법사로서, 이국의 무기를 ‘마법에 대적할 힘’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신성에 대한 모독이지 않나. 안 그래도 마법부 내에서 눈총이 심한데, 대답을 잘못했다가는 걷잡을 수 없게 될 터였다.
“…마법사의 근원은 신의 힘입니다.”
“예,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이안이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크로니는 손뼉까지 쳐대며 맞장구쳤다. 그가 원하던 대답이었다.
“다들 똑똑히 들으셨지요. 마법사가 이르지 않습니까? 이런 무기는 감히 바리엘을 위협할 수 없노라고요. 바리엘에 마법사가 있는데, 그 무엇이 두렵습니까? 한데! 이런 무기를 들여오자 주장들 하시니, 저로서는 경들의 의중이 참으로 의아합니다.”
“크로니 경, 들어보시오. 이미 동방에서 하완으로 전파된 무기입니다. 곧 있으면 주변국으로 널리 퍼질 것인데, 그리되면 상대적으로 바리엘은-”
“바리엘에는 마법사가 있다 하지 않습니까!”
콰앙!
크로니가 책상을 거칠게 내려치며 소리쳤다.
강력한 무기는 분명 국방에 이로운 요소다. 하지만 이 원리는 그것이 제국방위부에 집중되어 있을 때만 유효하다. 일개 농민에게 이런 살상력이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스윽.
크로니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곤,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중앙 귀족들의 반대 서명서입니다.”
힘은 곧 권력. 그리고 권력이란 거대하고도 복잡해서 어느 것 하나 변수가 생기면 균열이 이는 법임을, 크로니는 잘 알았다. 화총이 이국에서 정식으로 들어온다면 기존의 권력은 뿔뿔이 분산될 게 분명했다.
더하여 인간은 죽음 앞에 평등한 존재. 마법사들이 아닌 이상, 설령 황제라 하더라도 숨이 끊어지면 끝이다. 한데 신의 힘에 버금간다는 이것이 불순한 자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계급과 체제, 나아가 제국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는 게다.
이러한데도 들이겠다? 제국에 망조가 들 것임은 불 보듯 빤했다. 기존 기득권자들의 힘을 모조리 빼앗으리라는 것 또한.
“바리엘은 화총 수입을 금지할 것입니다. 이는 제국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니, 제국방위부가 나서서 분명히 이룰 일입니다.”
“하아, 답답합니다. 크로니 경. 정 아랫것들이 두려워 그러신다면, 철저히 관리하여 황궁에서만이라도-”
“가능할 것이라 여겨지십니까? 하완과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억지입니다! 솔직해지십시오!”
혹여 황제가 화총으로 무장한 군사 조직을 따로 둘까 봐 우려되어 그러는 것 아닌가? 그럴 경우 제국방위부에서 두고 볼 리 없었다. 황궁의 칼자루는 오직 그들의 것이니까.
“그대들이나 솔직해지십시오. 화총을 들여온다면 막대한 군사적 이익을 얻는 것 외에, 또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이득이 아니라, 손실을 고려해야지요! 바리엘은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인근의 나라들이 성장하는 동안, 바리엘은 제자리걸음 하게 될 것이라고요!”
“얼마든지 따라오라고 하십시오! 바리엘에는 하늘을 날고, 대지를 가르며, 바람을 다루는 자들이 있습니다!”
크로니는 귀족들을 대변하는 자였고, 그들은 이미 가이아의 중심이었다. 괜히 신식 무기를 들여왔다가 혼란을 겪을 바에, 배척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안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크로니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는 것을.
“안 되겠습니다. 폐하께 직접 상소문을 올리겠습니다.”
“폐하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분명히.”
관료들은 낯빛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크로니를 향해 단단히 경고했다.
“실수하시는 것입니다. 크로니 경. 그대는 제국이 아닌, 본인을 위한 결정을 내리고 있어요.”
“녹봉 먹는 자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모욕적이군요.”
“후회하게 될 겁니다. 훗날의 바리엘은 오늘의 선택을 실책으로 기록할 테니.”
“아니요.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노라 칭송하겠지요.”
그들의 모멸적인 시선은 크로니를 지나쳐 옆에 서 있던 이안에게도 흘러들었다. 이안은 그저 한마디 덧붙였던 게 다인데, 크로니와 한뜻으로 묶여버린 게다.
시종 둘이 다가와 화총 상자를 덮고는 조심스레 옮겼다. 이안의 시선이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궁금해.’
관료들이 타국의 군사력을 염려할 만큼이나 강한 신식 무기라니. 그 위력이 도무지 가늠되지 않았다. 이안은 닫힌 문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괜찮지 않겠습니까?”
“무엇이요.”
“저 화총이라는 것 말입니다. 다른 나라도 왕실이 존재하고, 귀족이 존재합니다. 그런 그들이 받아들일 정도라면 미래 가치가 상당하다는 뜻인데, 바리엘에서도 서둘러 도입하여 연구하는 것이-”
“이안 숙부.”
투욱. 크로니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건방지고 주제넘는 언사는 그만두라고, 무언으로 면박을 주고 있었다.
“이해관계라는 게 그리 쉽게 정의되는 게 아닙니다. 마법부에서도 화총의 존재를 반기지 않을 것인데, 잘 처신하시어야지요.”
이국에서 들여올 때 붙여진 이름 탓이다. ‘마법에 대적할 힘’.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송구합니다. 한데, 혹 수입을 하게 되면 하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입니까?”
“지금은 그런 것 같군요. 클리포포드나 루스웨나도 하완 쪽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방의 마법사들은 대체 무엇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것들이 기승을 부리도록 내버려 두다니.”
아. 혹시 저 화총에 모두 당했나? 크로니가 얼굴 가득 조소를 띄우며 몸을 돌렸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도 지금은 이런 입장이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입장을 유연하게 할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반대할 이유가 더 많아서 그런 것이다. 아랫것들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귀족들의 지지, 황제의 권력 강화 방지 등등.
하지만 혹시 아는가. 언젠가 그가 황궁에서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없다 여겨질 때, 그때 되어서는 또 화총의 존재를 반길지.
‘마법에 대적할 힘이라.’
흥미롭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크로니는 귀족들의 서명서를 넘기며 이안에게 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으셨습니까?”
“…….”
“서둘러 돌아가십시오. 마법부에 갓 부임한 자가 근무지 밖을 나다니면 좋지 않게 봅니다.”
* * *
“이안 님.”
마법사의 부름에 이안이 퍼뜩 정신을 바로 했다. 크로니와 관련된 기억은 언제나 현실을 잡아먹었다.
마법사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안과 하완국 군대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가도 괜찮겠습니까?”
“아니, 잠시.”
이안은 모두에게 대기하라며 손짓한 다음,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100년 후 이안이 보았던 것과 외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마 저것이 화총의 초기 형태겠지.
“저것은 화총이라 불리는 동방에서 들여온 무기다. 활처럼 쏘아 맞히면 폭발하여 강력한 피해를 주는 것인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어째서 저게 지금 시대에 벌써 넘어오게 된 것이지? 하완에서 각국으로 화총이 퍼진 건 100년 후의 일인데.
이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바로 ‘샤티마’의 존재.
‘내가 샤티마 수상을 하완으로 돌려보낸 것이 미래를 바꾸었나?’
원래의 시대에서는 하완에 내란이 없었다. 내부적으로 강한 힘을 갈망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는 뜻이다.
찾는 자에게 답이 보이기 마련이니, 샤티마 수상 쪽이든 아니면 왕당파 쪽이든, 상대를 제압할 만한 방법을 강구하다가 이국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마 왕당파 쪽을 통해 들여온 것이겠군.’
샤티마는 바리엘의 지지를 등에 업고서 귀국하지 않았던가. 왕당파는 바리엘 쪽에 지원을 요청하지 못했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마법사에 대적할 무언가를 필요로 했다.
‘토올룬의 인형술, 그리고 동방의 화총.’
인형술도 의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왕당파는 묘책을 꾀했고, 적당히 잘 먹혀들었다는 게 중요했다.
“…화총은-”
이안은 기억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마법과 같이 빠르고 강하게 상대의 숨을 앗는다.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안전하지 못해 오히려 아군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무기다.”
“정확도가 떨어지면 끝난 것 아닙니까? 보호막 쳐서 접근한 다음 박살 내면 되겠는데요?”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역사가 뒤틀렸기 때문에, 이안의 예상을 빗나가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이안은 소매를 걷으며 손짓했다.
“나와 헤일 그리고 베릭이 하완 쪽을 맡겠다. 그대들은 루스웨나 쪽으로 밀고 들어가라. 이드갈과 드래곤만 조심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예, 알겠습니다. 이안 님!”
“몸조심하십시오!”
“베릭! 넌 이안 님 따라가!”
“어디로!?”
“저기! 하완 쪽으로!”
마법사들의 외침에 베릭이 등을 휙 둘렸다. 그리고 곧장 있는 힘껏 발을 구르더니, 들판을 빠르게 가로질러 하완 쪽으로 내달렸다.
“헤일. 우리도 가자.”
“예, 제가 호위하겠습니다.”
이안은 마력으로 보호막을 펼치며 하완의 군대가 있는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저 멀리 화총 구멍에서 연기가 크게 피어났다.
“……?”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100년 후의 화총은 저 정도의 연기를 내지 않았는데?
“다들 조준-!”
“조준!”
이안이 의구심을 품은 채 날아들자, 이를 확인한 에리카가 손을 크게 휘둘렀다.
“발사!”
“발사아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