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721
제721화. 투명인
“의아하군.”
트웰러의 보고를 받은 진이 중얼거렸다.
마을로 들어갔다는 정찰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주위를 감쌌던 의문의 반짝거림. 주민의 말에 따르면 나라 차원에서 뭔가를 관리했던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라.
진은 트웰러를 쳐다봤다.
“트웰러 장관. 그대는 이것이 진실이라 여기시오?”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수색이 필요합니다.”
“제이럿 대장.”
“예, 폐하.”
마법사만큼은 아니지만, 그들도 마력을 느낄 수 있다. 혹여 마을 주위에 적군의 발을 묶어 두기 위한 함정이 존재한다면 마검사들은 분명히 알아챌 터.
“송구합니다. 느껴지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이럿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가까이 가 보면 또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특이점도 없다.
“혹 저것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술사의 흔적이라면 마검사들의 감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트웰러 경의 뜻대로 수색대를 보내보심이 어떻습니까?”
“흐음. 트웰러 경.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적기라고 보는가?”
“대낮임에도 정찰병들이 사라졌습니다. 위험 부담 측면에서는 밤낮은 크게 다를 게 없을 듯합니다. 수색대을 올려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뜻대로 하라. 나도 함께 지켜보겠다.”
“예, 폐하.”
제이럿은 의자에서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 주위를 지키고 있던 황궁친위대원들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그를 맞이했다.
“대장. 무슨 일입니까?”
“마을 주위에 보호막이 있는 듯해.”
“특별히 이상한 건 모르겠는데요.”
“곧 알게 되겠지. 준비해라. 수색대가 투입될 것이다. 그다음은 우리다.”
제이럿의 명령에 마검사들이 경례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이럴 때 베릭이 있으면 참 좋은데 말이다. 몸빵으로도 훌륭하고, 그들보다 여러 감각이 뛰어나 낯선 것을 알아채는 데는 귀신이니.
“근데 꼭 필요할 때 없지.”
“그러니까. 개똥 같은 넘.”
“바르사베. 뭐 해?”
바르사베는 뭔가 의아하다는 듯 빈 공간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였다. 마치 기척이 느껴진다는 듯.
하지만 바르사베는 여전히 두 눈에 천을 두르고 있었다. 앞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수도에 올라가 토올룬 왕궁의 문을 열어젖히기 전까지는 아마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할 터.
“바르사베?”
“…아니다. 가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녀는 고개를 휙 돌렸고, 인근 병사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한구석.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란다린 마을의 투명인이 몸을 웅크린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마법사가 없다!’
투명인, 그러니까 여자는 마을의 사내가 막사 안으로 잡혀 들어가는 것을 가만 지켜봤다.
촌장님은 사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구할 것이라 약조했지만, 여자에게 내려진 명령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마법사가 있는지 확인할 것. 황제의 얼굴을 확인할 것. 내부의 분위기 및 특이점 있다면 모두 눈에 담아 오거라.”
“누구도 구하지 말고요?”
“그건 나중의 일.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내가 이른 것만 명심하렴.”
“알겠습니다. 촌장님.”
여자는 기척을 죽이며 막사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가끔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칠 뻔했지만, 앞과 뒤를 주시하며 걸었던 탓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거라. 그랬다가는 금세 알아차릴 것이니.”
“잘 해내겠습니다.”
“만약 어디에도 마법사가 보이지 않으면, 곧장 신호를 보내 다오.”
신호라 한다면, 연기를 피워 보내는 것. 여자는 틈을 잘 살펴보다가 횃불에서 불씨를 조금 떼어 내 천막 뒤쪽으로 돌아갔다.
사아악!
“음?”
희미한 연기가 타오르자, 병사 한 명이 의아해하며 뒤를 돌았다. 그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물통을 이고는 소리쳤다.
“천막에 불씨가 붙었다! 다들 이리 와!”
“뭐? 뭐가 붙어?”
“아니, 갑자기 이게 왜 이래?”
“물! 물이나 모래를 가져와라!”
바싹 마른 천이 아주 시원하게 타들어 갔고, 그에 따라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한편, 마을에서 바리엘 진영을 지켜보던 여자가 특이한 움직임을 알아채고서 보고했다.
“바리엘군 전방 좌측의 작은 막사에서 새로운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아무래도 신호인 것 같은데요.”
“잘됐군. 촌장님께 보고하자.”
“계속 지켜보고 계십시오.”
여자가 촌장에게 달려가 상황을 전하자,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없다면 일이 수월해질 것이다. 가서 투명인들에게 전해라. 가벼운 천을 들고서 마을 밑에서 대기한다. 수색대가 올라오면 처리할 것이다.”
“예, 촌장님.”
투명인에게 주어진 능력은 딱 두 가지였다.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잡은 물체를 투명하게 하는 것. 다만, 자신이 들어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가능했다.
그 외의 전투 능력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그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마을을 지킬 수 있노라 믿었다.
“움직입니다! 본대에서 병사들을 다시 보냈습니다!”
한 자경대원의 외침에 사람들이 외곽으로 달려갔다.
진짜였다. 갑옷 입은 병사들이 접근 중이었다. 함정과 같은 장치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촌장은 마을의 청년들에게 눈짓으로 신호했다.
“온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예!”
마을 사람들 모두 무기를 든 채로 숨죽였다. 병사들은 검을 천천히 휘두르며 마을로 접근했고, 긴장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올려!’
촤아아악!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투명인들이 병사들 뒤로 천을 들어 올렸다. 본대의 시야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수색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후방에서 지켜보던 진과 트웰러가 멈칫거렸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트웰러 경?”
“…예, 폐하.”
“내가 헛것을 보았나?”
트웰러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매를 딱딱히 굳힌 채 사라진 병사들의 흔적을 눈으로 찾을 뿐.
“계속 올라가면 되나?”
“마을까지 들어가라고 하던데.”
“달밤에 운동하는군, 참나.”
한편, 병사들은 뒤에 쳐진 투명 천막을 알아채지 못한 채 계속 언덕을 올라갔다.
그러다 돌연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마을 사람들과 마주했다. 어두워서 그런가? 다들 꽤 살벌한 눈초리다.
“아, 란다린 마을 사람들이지?”
병사는 뒤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두렵진 않았다. 본대의 모두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허튼짓을 벌였다가는 마을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
마을 사람들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인사했다.
“예, 그렇습니다. 한데 왜 길 놔두고 그쪽으로 올라오고 계십니까? 저희는 분명 항복한다고 했는데요.”
“글쎄. 윗분들 지시이니 다를 수밖에.”
“이쪽으로 돌아오십시오. 그쪽은 땅이 물러서 힘드실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온 마을 여자들이 호의를 베푸는 척하며 손을 내밀었다. 병사들은 경계하는 기색 없이, 흔쾌히 그녀들의 손을 붙잡았고-
“음?”
꽤나 단단히 쥔 손아귀에 의아해하는 순간이었다.
푸슉!
“억!”
느닷없이 옆 동료의 목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투명인의 습격이었다.
놀란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대응하려 하자, 여자들이 팔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 틈에 남자들은 갑옷 틈으로 단검을 밀어 넣었다.
“입부터 막아라!”
“죽여! 죽여!”
“아니, 이런 미친것들이!”
촤아악!
병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대항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이 날아드니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짧고도 길었던 잠깐의 혈전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
“되었을까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을까요?”
“상관없다. 촌장님이 소리는 저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하였어. 다친 자 있는가?”
“저, 베였습니다.”
“이놈이 저를 깨물었어요. 손가락이 안 움직입니다.”
“다들 시체를 마을로 옮겨라. 낮때랑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부상자는 치료부터 받고, 나머지는 촌장님의 지시하에 지하로 몸을 숨겨라. 혹 바리엘 놈들이 보게 된다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니.”
그들은 숨을 짧게 고르고는 시체들을 수습했다. 검붉은 피는 어둠 속에서 전혀 보이지 않을 터다.
내일 해가 떠오른다면야 또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그들에게 내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마검사들이 올라올 것이다.”
사람들이 업고 온 바리엘 병사들의 시체 앞에서, 촌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투명인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바리엘군 진영으로 잠입해라. 마검사들이 올라오면 필시 경계에 틈이 생길 것이다.”
“예, 촌장님.”
일사불란했다. 핏자국을 지우는 자들과 옷가지를 태워 없애는 자들, 시체를 토막 내 불구덩이로 내던지는 자들까지. 마을을 지켜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해 그들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한편-
“깨끗이 닦아라.”
잠입하기 전, 투명인들은 우물가에 모여 피를 닦아 냈다. 핏자국처럼 외부에서 묻어온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흡수되어 투명화된다. 그럼에도 이리 깨끗이 닦아 내는 것은, 혹여 피 냄새가 날까 봐 그런 것이다.
사아악.
이내 온몸을 정갈하게 한 투명인들은 다시금 몸을 지워냈다. 부디 이것이 마지막 투명화이기를 소원하며.
* * *
“짐작 가는 바가 있는가?”
“…송구합니다. 폐하.”
제이럿도 딱히 이를 말이 없었다.
눈앞에서 병사들이 사라진 후 희미한 비명과 고성이 들리긴 했으나 금방 잠잠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에서 어른거리는 인기척을 보아, 저들도 계속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음이 분명했다.
“저들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 장교가 나지막이 주장했다. 안심하라고, 해치지 않는다고 이르면서 길을 터 주었지만 병사들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황제와 본대를 함정으로 이끌기 위해 저러는 것 아니겠나? 애초에, 아무런 저항 없이 길을 튼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라를 가진 자라면 무릇, 긍지라는 게 있을 건데 말이다.
“함정은 함정인데…….”
트웰러는 말끝을 흐렸다. 이제는 별수 없다. 마검사들이 가는 수밖에.
그가 제이럿 대장을 바라봤고, 제이럿은 뒤에 서서 대기 중인 대원들을 살폈다. 누가 임무에 적합한지 보려는 것이다.
스릉.
“바르사베?”
그때였다. 가만히 서 있던 바르사베가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폐하 앞이건만, 어찌하여 상관의 명령도 없이 발검한단 말인가? 제이럿이 미간을 찌푸렸고, 동료들 또한 당황해하며 그녀를 불러 댔다.
“바르사베, 미쳤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무엇이?”
“발걸음 소리 말입니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러운.”
“황제 폐하의 처소다. 이곳을 오가는 자들 모두가 그리 걷는다.”
“아니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다. 황제를 모시는 시종들, 장교, 부하, 심지어는 창을 들고 선 말단 병사들까지.
트웰러 장관을 비롯하여 모두가 무예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것까지 단박에 알아채기에는 주위가 너무 소란스러웠다.
사악.
바르사베는 검 끝을 천천히 돌리더니, 한곳에 고정시켰다.
“바르사베!”
이는 황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들이 기겁하며 그녀를 불러 댔지만, 바르사베는 우직했다. 꼬리가 잡혔다는 것을 깨달아 황제의 곁으로 숨어든 것이로다.
진은 손짓으로 마검사들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쥐새끼가 있다는 뜻인가?”
“보법이 엉성한 것으로 보아, 하찮은 자입니다.”
“벨 수 있겠는가?”
“예, 느껴집니다.”
“바르사베, 그대는 눈을 잃고 더한 것을 얻었군.”
허락의 신호다.
타앗!
촤아아악!
바르사베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자, 허공에서 피가 쭈욱- 솟아올랐다.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여자. 단검을 손에 쥔 채 뒤로 고꾸라지는 몰골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영에, 사람들이 놀라 멈칫거렸다.
‘…투명인?’
트웰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단어. 그는 단번에 뒤를 돌아 마을 쪽을 쳐다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