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743
제743화. 막아 내지 못할 것은 없다
“보호막!”
어느 마법사의 외침에 따라 보호막의 넓이가 넓어졌다. 무차별적인 공격인지라 다음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종이 한 장과 같은 차이로 목숨을 구한 병사들은 그대로 넋을 놓았고, 멀리서 이를 지켜본 병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방향을 잃고 달려 나갔다.
“대열을 지켜라!”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가 지킬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려!”
콰앙! 쾅!
그 이후로도 두어 번의 강한 충격이 더 이루어졌다. 흡사 보이지 않는 거인이 있는 힘껏 대지를 내려치는 듯한 충격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움푹 파인 대지는 새로이 뭉개진 병사들의 시체로 즐비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피시이잇.
시체들로부터 쭈욱 솟아오르는 핏줄기. 압력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이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보이지 않는 무기’가 다시금 들어 올려지고 있음을 알아챘다.
“더-”
진은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제껏 어떠한 전투에서도 본 적 없었던 일방적인 공격이다. 피비린내가 그의 폐부를 깊이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더 크게! 보호막을 펼쳐라!”
“폐하, 안 됩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힘이 분산되어 안 하는 것만 못합니다!”
“가능한 크게 펼치란 말이다! 병사들은 간격을 좁혀 가까이 붙어라! 이쪽으로! 보호막의 위치를 확인하라!”
진이 말에서 내려갈 것처럼 상체를 기울이자, 트웰러와 제이럿이 그를 막아섰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마력을 터트리며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아아. 이럴 때 이안 님이 계셨더라면. 이안 님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모든 이들을 지키셨을 터인데.
“친위대!”
제이럿은 황제의 어깨를 부축한 채 그들을 불렀다. 이어질 명령이 무얼지는 분명했다.
“황제 폐하를 지켜라!”
하지만 이어지는 제이럿의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보호막 밖으로 벗어나 하늘을 올려다봤다. 질겁한 병사들이 그를 지나쳐 보호막 쪽으로 몰려들었고, 그는 검을 빼 든 채로 신경을 집중했다.
“대장!”
현재에 집중할수록 시간은 느려졌다. 주위의 모든 것이 웅웅 늘어지는 소리를 내었고, 밤바람은 뚝 멎은 듯 무거워졌다.
그 순간-
반짝!
제이럿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를 중심으로 끝도 없이 폭발하는 마력. 그것을 중심으로 그는 검을 휘둘렀다. 주변으로 칼바람이 들이닥쳤다.
파앗!
세상에 막아 낼 수 없는 공격은 없다. 막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신이 부족한 탓일 뿐.
제이럿은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꽂히는 공격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솨아아악!
“……!”
엄청난 힘이었다.
아직 와 닿지 않았음에도 제이럿은 격차를 느꼈다. 그의 직감이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대로 마주한다면 너는 저 병사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이 뭉개지고 말 것이라고.
하여 그는 재빨리 자세를 틀어 공격 범위 옆쪽으로 물러났다. 막을 수 없다면 베기라도 해 보는 수밖에.
지이잉! 지잉!
콰지지직!
제이럿의 손아귀에서 거대한 번개가 치솟았다. 그의 옷이 터질 것처럼 팽팽해졌고, 눈동자는 번갯불에 반사되어 흰색으로 변했다.
‘대지에 닿기 전에…….’
“흐아압!”
콰아앙!
제이럿의 번개가 보이지 않는 공격을 타고서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그 굵다란 기둥이 모두의 눈에 언뜻 담겼다.
“…기둥이다.”
“둥근 기둥의 모습입니다! 지름은 20미터 정도!”
“젠장, 크기도 존나게 큽니다!”
퍼어엉!
원기둥을 감쌌던 제이럿의 번개가 산발적으로 터졌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공격에 대한 저항을 만들어 냈고,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
타앗!
눈 깜짝할 사이였다.
병사들은 그대로 넙죽 엎드린 채 머리를 감싸고서 몸을 덜덜 떨어 댔다. 자신들도 전우들처럼 몸이 뭉개져서 죽으려나? 그런데 왜 멀쩡하지? 혹여,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 죽었나?
“헉!”
슬쩍 눈을 뜬 병사들은 놀라서 굳어 버렸다. 황제 쪽에 서 있던 친위대원 서넛이 검으로 공격을 받치고 있었던 게다.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그들은 신음을 흘려 댔다. 놀라웠다. 이건 뭐랄까. 짓눌러 죽이려는 인간과 이에 맞서는 개미를 보는 것 같았다.
“아이씨, 이거 개 무거운데?”
“그러게. 그래도-”
지이잉! 지잉!
마검사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검을 깊게 밀어 넣었다.
“할 만한데?”
쩌적, 어디선가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마검사들이 공격을 밀어내고는 가볍게 뛰어오르자, 보이지 않는 바람 조각이 사방으로 터져 흩어지는 듯했다.
공격이 파훼된 것이다.
촤아아악!
할 만하다. 절대적인 힘의 격차로만 생각했을 때는 답이 안 보였는데, 막상 부딪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제이럿은 다시금 검을 잡으며 그런 대원들에게 경고했다.
“정신을 집중해라. 작은 것이라도 찰나에 심장을 꿴다.”
아기아르 전투에서 보았던 것처럼.
마검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죽였다. 그리고 제이럿 대장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주시했다. 또 다른 공격이 이어지는 걸 감지하기 위해서였다.
병사들은 하나둘 조심스럽게 보호막 아래로 기어갔고, 진은 그 모습을 걱정스레 지켜봤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다음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다.
‘끝났다.’
모두가 동시에 그리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숨이 터져 나오자, 진은 재빨리 트웰러에게 지시했다. 상황 수습과 함께, 서둘러 이동해야 했다.
“대열을 수습하라! 부상자를 뒤로 옮기고 시체는 길목 옆으로 밀어 두어라. 토올룬 성문을 열고 그곳의 귀한 옷감과 돌, 나무로 장례를 치를 것이다.”
“예, 폐하.”
“제이럿! 그리고 친위대와 마법사들은 모두 모여라!”
앞으로 달려 나가는 제국방위부 병사들과 달리, 황궁친위대와 마법사들은 황제의 곁으로 더욱 가까이 모여들었다.
진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했다.
“보이지 않는 공격은 총 네 번이었다. 맞는가?”
“그렇습니다, 폐하.”
“보호막 위로 떨어진 것은?”
“없습니다.”
“창공에서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우리는 멈춰 있었고 맨 처음에는 보호막조차 없었지. 나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면 분명 내 위로 공격을 떨어트렸을 게다. 이견 있는가?”
진의 물음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경우의 수를 따지기 위한 것이었다. 제이럿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폐하를 제치고 병사들 먼저 처리할 이유는 없지요.”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적은 우리를 똑똑히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작은 바늘대로 상대를 공격할 때, 인형술사들은 바늘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하였습니다. 반면 이는 더욱 파괴적인 공격이니, 아예 시야가 차단된 채로 짐작하여 바늘을 꽂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나 공격 범위가 이전 같지 않다. 우리가 아는 인형술이 맞다 생각하는가?”
“공격의 형태는 분명히 비슷합니다. 단 무기가 달라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다. 무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이를 행하는 조건 또한 달라졌음이라. 연달아 네 번. 나는 이것이 상대의 한계라고 보는데.”
“가능성이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정 시간 후에 다시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진은 결정을 내렸다며 손끝을 딱딱 튕겨 댔다. 그의 머릿속은 막 혼란을 겪은 것치고는 놀랍도록 명료했다.
“해가 뜰 때까지 여기 있을 순 없다. 바로 움직여 성문을 공략할 것이다. 그리되면 상대도 쉽게 공격을 퍼부을 수는 없겠지.”
“예. 폐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수도 내부의 마법사들과 전언 마법이 이어지는 즉시 바로 이 사안을 공유하라.”
“예! 폐하.”
“트웰러 장관이 대열을 수습하는 동안 황궁친위대는 성문을 열어 두어라. 공성전을 길게 이어가면 안 되니 일격에 끝낼 것이다. 베릭!”
전우들 틈에서 듣고만 있던 베릭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간 전투에서 제외되지는 않았지만, 누이 사건 이후 누가 보아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성벽 쪽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베릭 네가 작전을 맡아라.”
“…그, 성벽 부수기요?”
“그래. 최대한 서둘러서. 할 수 있나?”
“…뭐. 죽은 식 먹기입니다.”
…식은 죽 먹기, 멍청아. 바르사베가 질린다는 듯이 입을 비죽였지만,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지금은 베릭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래.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진은 베릭의 어깨를 잡으며 친히 격려했고, 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황제는 칠흑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서두르자. 다시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 * *
쿠마샤의 손이 멈칫거렸다. 시원하게 모래 위로 바늘을 꽂아 대던 직전과 달리, 아이의 손끝을 따라 대나무 바늘대가 부들부들 떨렸다. 마치 누군가 저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식은땀을 흘려 대며 인상을 찌푸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대신들이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전하! 피, 피, 피가!”
아이의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이는 온 힘을 쥐어 짜내며 다시금 대나무 바늘을 꽂으려 했고, 그와 동시에-
사악!
그 끄트머리가 사선으로 잘려 나갔다.
도르륵, 바늘 끝머리가 힘없이 옆으로 굴러떨어지자, 아이의 낯빛이 급속도로 굳어 갔다. 파훼된 것이다. 자신의 공격이 대지에 꽂히지 못한 채.
“이, 이-!”
“부디 고정하십시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위선 좀 그만들 떠시게! 그리 나를 걱정했으면 이것을 들었을 때부터 말렸어야지!”
아이가 남은 바늘대를 들어 다시금 찌르려고 발버둥 쳤으나, 온몸의 힘이 탁하고 풀린 나머지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모래 위로 왕이 쓰러지자, 대신들은 기함하며 아이를 안아 들었다. 스르륵, 팔이 옆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줄 풀린 인형처럼. 온몸의 관절이 으스러지며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이런 시국에 전하까지 이러시면 어찌합니까. 제발, 제발 고정하시고 침착을 되찾으십시오.”
“어의! 어의를 데려와라!”
“전하! 동쪽 성문에서 봉화가 올라왔습니다! 적들이 움직임을 보인다고 합니다!”
“벌써 말인가? 방금 전하의 공격으로 혼란스러울 터인데?”
“그것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뭐가?”
“성벽을 공격하기 위해 오는 자들이요.”
그렇다면 마검사 혹은 마법사일 터다. 가만히 있으면 다시금 위험에 빠질 걸 알아채고 서둘러 성문을 개방하려는 목적이다.
대신들은 말을 더듬으며 정령술사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각 가문들은 언제 도착하는가?!”
“연락이 닿는 즉시 가까운 성문 쪽으로 배치될 것입니다. 다만 동쪽 성문은 바누사 님의 가문인지라.”
“바누사! 그래, 대체 그자는 어디서 뭘-!”
“…조용히.”
쿠마샤가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속삭였다. 버럭 소리지르는 대신들의 목소리가 골을 울려 댔다. 안 그래도 금기의 마법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은데, 무리까지 했다. 몸이고 정신이고 정상이 아니었다.
아이는 스스로 몸을 일으키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문질러 댔다.
“…바누사.”
대답해.
“바누사.”
지금 답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찢어 죽이리라.
“바누사!”
대신들은 숨죽이며 쿠마샤의 상태를 주시했다. 어느새 의원들이 달려왔지만, 대신들은 잠시 기다리라며 손짓했다.
-예, 전하.
그리고 한참 후, 연결된 바누사의 목소리.
쿠마샤는 킥킥대며 웃더니, 이내 확신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너, 지금 이안 놈이랑 같이 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