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748
제748화. 진실 게임
“아아아악!”
“끄아아아!”
베릭 두 명이 동시에 뒤로 널브러져서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적이었나 보다. 어지간해서는 쉽게 지는 돌대가리가 아닌데.
마법사들은 오히려 자신이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베릭들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더 멍청해진 거 아니지?”
“아오! 좀!”
“그래그래. 다행이네.”
“너는 왜 거기다 대고 물어보고 있어? 등신아!”
“어허. 이 새끼, 앙큼진 거 보소.”
마법사들이 베릭 한 명에게 덤벼들어 멱살을 붙잡고 머리를 쥐어박으며 볼을 꼬집어 댔다. 그가 진짜 베릭인 가짜 베릭인지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진짜면 진짜대로 좋고, 가짜면 가짜니까 어떻게 하든 괜찮지 않겠나.
베릭이 짜증스럽게 그들을 뿌리치자, 이안이 짜악- 가볍게 손바닥 소리를 내었다.
“됐다. 그쯤 하도록.”
이안은 베릭에게 달려든 마법사들을 힐끔 보았다. 행동으로 봐서는 저들이 진짜인 듯싶다. 아무리 기억을 복사했다 한들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까지는 따라 하지 못하는 게다.
이안은 멀뚱멀뚱 서 있는 마법사들을 돌아보며 작게 한숨을 들이쉬었다.
“지금부터 질문을 할 것인데, 재빠르게 답하도록 하라.”
“아니, 이안 님. 왜 저희에게 그러십니까?”
“으, 의심하시는 것이지요?”
“모두에게 하나씩 이를 것이다. 순서의 차이일 뿐.”
끄응. 마법사들은 불만스러운 낯이었지만,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안은 마물 놈들이 베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아니면 아까 정보를 줄줄 읊던 칸치가 진짜일 수도 있고.’
무엇을 물어볼까. 이안이 잠시 고민하던 참이었다. 아직도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베릭이 불쑥 끼어들어 물었다.
“나키나!”
“뭐.”
“너 솔직히 헤일 대장 존나게 패고 싶었던 적 있지?”
그에 나키나가 잠시 멈칫거렸다. 정보가 아닌 감정에 기반한 답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나키나는 씨익 웃더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 엄지를 치켜들었다.
“당연하지! 매일같이 존나 패고 싶음!”
“닥쳐어어!”
빠아아악!
그러자 다른 나키나가 다급하게 달려들어 그녀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폭력 사태. 마법사들이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누구를 도와야 하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쉽게 풀려 갔다. 한 대 맞은 나키나가 벌떡 일어나면서부터다.
“이런, 뒈질-!”
“오…. 세상에.”
맞은 나키나의 얼굴 절반이 주르륵 흘러내려 있었다. 찰흙으로 빚은 것이 뭉개지듯 말이다.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 찼나 보다.
멀쩡한 나키나가 ‘헤일들’에게 이것 보라며 손가락질을 해 댔다.
“헤일 대장, 보십시오. 저는 절대로 그런 생각 한 적 없습니다. 아무리 대장이 꼴초에! 가끔 말도 없고 답답해도! 어떻게 감히 대가리 한 대 까고 싶다 생각하겠습니까?”
“…알았으니까 진정해라.”
“지, 진정해요. 선배.”
“토미, 나 믿지? 어? 나 믿지?”
“믿으니까, 제발 그 맛 간 눈깔 좀 어떻게 해 보세요.”
나키나가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더니, 이내 자신을 흉내 내던 마물을 노려봤다. 저게 지금 누구를 모함에 빠트리려고-!
“찢어 죽여 주마!”
지이잉! 지잉!
퍼어어엉!
두 명의 나키나는 동시에 마력을 터트렸고, 이내 허공에서 힘이 맞물렸다.
하지만 승부가 나는 건 찰나였다. 제아무리 능력을 베꼈다고 한들, 신의 조각에 가까운 마법사를 어찌 마물 따위가 이기겠는가.
얼굴이 일그러진 나키나는 점점 형태가 녹아내리더니, 이내 검고 진득한 액체로 변해 갔다.
“으엑. 속 울렁거려.”
“인형술사 능력인가? 다르시 부인도 저랬잖아.”
“나키나! 알아서 정리해라!”
“우리도 일대일로 뜨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네, 맞네!”
마법사들은 깨달았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다시 마력을 개방했다. 여기저기서 마력이 폭죽처럼 터져 댔다.
이를 본 이안이 이마를 가볍게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어라아아! 인마!”
“너나 죽어! 마물 새끼!”
…소란스럽기는 해도 어지럽지는 않았는데. 어찌 저런 것들에게 힘을 빼려고 하는 건지, 원.
그들은 허공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법을 겨누며 기합을 내질렀다. 그때, 이안이 손끝을 튕기며 명령했다.
“그만.”
“예?”
귀청이 터질 듯한 소란 속, 아주 작은 목소리였음에도 마법사들은 기민하게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멈춘 절반과 계속 공격을 이어가는 절반으로 무리가 나뉘었다.
“되었군.”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확실해졌으니, 이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손을 뻗어 마법진을 만들어 냈다.
「만엽(萬葉)」.
촤아악!
푸욱!
이안에게서 뻗어 난 세계수 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 가짜들의 심장을 꿰었다. 그들은 붉은 피 대신 검은 액체를 흘렸고, 이내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이안 님!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저것들이 끝까지-!”
마물들은 보란 듯이 비명을 지르며 눈물 흘렸다. 이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안은 인상을 찌푸렸고, 놈들의 심장을 꿴 세계수 줄기는 점점 두껍게 변하여 놈들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쩌어억!
후드득, 방금까지만 해도 몸뚱이였던 검은 덩어리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법사들은 복잡 미묘한 낯으로 이안을 돌아봤다.
“이안 님. 괜찮으십니까?”
“물론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해야 했는데.”
괜히 못 볼 꼴을 보셨네요. 스스로 부하들의 숨을 거둔다는 건, 아무리 허상이어도 찜찜한 경험이지 않나.
이안은 되었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직 하나가 남았으니.
“베릭.”
베릭은 경우가 좀 달랐다. 둘 다 반사적으로 이안의 명령에 따라 싸움을 멈춘 것이다. 둘은 짜증스럽게 서로를 노려보며 손가락질해 댔다.
“이안아! 이놈은 좀 뭐가 다르네!”
“내가 할 말이다! 이 새끼 대가리 존나 단단해!”
베릭으로 말미암아 마법사들의 진짜와 가짜를 대충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릭은? 대체 무엇으로 구분한단 말인가?
둘에게 다가간 이안은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베릭, 질문하지.”
“뭐, 어려운 건 하지 마.”
“난 빡대가리라 대답 잘못할 수도 있으니까.”
“이게 누구보고 빡대가리래?”
“왐마. 웃기네. 내가 나보고-!”
“쉿.”
이안이 싱긋 웃으며 조용히 하라 신호했다. 베릭들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이때다 싶어 물었다.
“베릭! 솔직히 바르사베랑 그렇고 그런 사이다?”
“지랄하네! 소름 돋는다!”
“오오. 저 새끼 진짜인 듯.”
“그럼 추수감사절 날 주방에 물난리 났던 거, 너 때문이지?”
“아니거든!”
“아이고, 똑같이 잡아떼네. 이안 님, 확실히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안 님이 숫자 세는 벌 세웠을 때, 솔직히 다 세고 일어났다, 아니다?”
“…왜 그런 걸 물어?!”
베릭들이 번갈아 대답했지만, 서로 그럴듯한 반응이었나 보다. 그들은 각자를 빤히 노려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망할 놈 같으니라고!
나키나가 그런 질문 따위 다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앞으로 나섰다.
“나랑 똑같이 해야지. 다들 뭐 해?”
“어? 그, 감당 가능하겠어?”
“그럼 어째? 가짜 놈이랑 등 맞대고 가다가 칼 맞을래? 베릭! 이안 님한테 빡쳐서 패고 싶었던 적이 있다, 없다?”
나키나의 물음에 베릭들이 멈칫거렸다. 한 명은 쉽사리 말하지 못했고, 한 명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빠, 빠, 빡친 적은 있지. 근데 패고 싶은 적은 없었는데. 진짜로.”
말을 더듬거리던 베릭이 버럭 짜증 부리며 나키나의 멱살을 붙잡았다.
“아니, 근데! 죽을 거면 혼자 죽어, 인마!”
“어우, 성질머리 봐라. 이안 님. 이 새끼가 진짜입니다.”
나키나가 낄낄거리며 이마로 베릭의 턱을 들이받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였을지도…….
마법사들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질문을 던져 댔으나, 이렇다 할 만큼 날카로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다 못한 헤일이 이안에게 제안했다.
“이안 님. 그러지 마시고, 두 놈 다 앞세워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상황이 달라지면 필시 저의를 보일 것이니, 그때 판단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안아아! 왜 나를 몰라봐아!”
“섭섭하다, 진짜! 어?! 마법사 이 새끼들, 겉으로만 잘난 척하지 제대로 하는 게 없네!”
이안은 생떼 부려 대는 베릭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별수가 없다. 싸우니 금방 판별 났던 마법사들과 달리, 이 두 녀석은 진심 어린 박치기로도 구분 불가했다.
‘그렇다고 검을 맞대 보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전력 낭비에, 혹여나 베릭을 압도하는 마물이라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마법사들을 따라 했던 마물들과는 조금 다른 놈 같으니.
“베릭. 앞장서.”
“하! 참 나! 오케이! 간다, 가.”
“하여간 딱 봐. 저 새끼, 내가 죽일 거니까.”
두 베릭이 서로를 노려보더니, 사이 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다. 마법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그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바누사.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아, 왕이 거처하는 곳은 왕궁 중앙 기준으로 북쪽입니다. 아까 사달 때문에 잠시 길이 빠졌으니-”
사방으로 나 있는 길. 바누사가 방향을 고민하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자, 베릭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좌우로 갈라지며 걸었다.
“그럼 이쪽이네!”
“이쪽인 듯!”
엥? 둘은 이해 못 하겠다는 투로 서로를 쳐다봤다. 북쪽인데 왜 거기를?
마법사들은 이때다 싶어 바누사를 쳐다봤다. 그녀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좌측이 북쪽이네요.”
“좌측이 북쪽……?”
“그렇다는 건…….”
번뜩! 마법사들의 눈이 빛났다. 그들은 좌측에 선 베릭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슬슬 다가왔다.
“왜, 왜, 왜들 이래?”
“…나는 말이지? 살면서 베릭 놈이 길을 한 번에 제대로 찾는 걸 본 적이 없거든. 단 한 번도.”
“엥? 왼쪽이 북쪽이라잖아.”
“그러게. 그리고 네놈은 왼쪽에 서 있고.”
“아니, 잠깐만!”
좌측의 베릭이 허둥지둥하며 입을 뻐끔거렸다. 설마, 이딴 걸로 나를?
“이야아아앗!”
마법사들이 단번에 달려들어 베릭의 머리를 쥐어뜯고 얼굴을 뭉개 버렸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죄송합니다. 우측이 북쪽입니다.”
바누사가 아차, 하며 손가락을 우측으로 꺾었다.
“엥?”
“우측, 우측이 북쪽이라잖아! 이 등신들아아아!”
얻어터진 베릭이 억울하다는 듯 발악했다.
마법사들은 가만히 서 있는 베릭과 엎어진 베릭을 번갈아 보더니, 별 상관없다는 듯 다시 주먹과 발길질을 이어갔다. 오예, 진짜다! 이놈이 진짜다!암, 진짜면 진짜대로 좋은 법이지.
퍼억! 퍽!
“이안아! 이안아아! 미친놈들 좀 말려 줘 봐!”
하지만 이안은 우측에 선 베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어색한 미소를 짓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도망치듯 등을 보이고 달려가는 것 아닌가.
타닥타닥!
이안은 바로 마력을 일으켜 공격을 날렸지만, 놈은 이미 모퉁이 안쪽으로 몸을 숨긴 뒤라 겨우 스치는 데 그쳤다.
“이안 님! 쫓아갈까요?”
“되었다. 이제 흩어지지 않는다.”
“예, 알겠습니다. 하긴, 어차피 저희도 저리 갈 건데요.”
베릭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사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만족스럽게 손을 털어 댔다.
“그런데 왜 놈들은 이안 님만 쏙 빼놨을까요?”
“그러게. 이안 님만 혼자였어.”
“되겠어? 해 봤자 바로 들통나지.”
“그러게. 마력은 몰라도 이드갈 만들어 내는 건 놈들도 못 하니까. 바로 티 나겠네.”
이안은 온갖 추측들을 뒤로하고 놈이 도망친 쪽으로 먼저 모퉁이를 돌았다. 마법사들이 바로 따라붙었지만, 한 걸음도 못 가 멈추고 말았다.
“…억.”
모퉁이 돌아선 지점에 서 있는 두 명의 이안. 이안들은 서로를 무덤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법사들과 베릭은 그 자리에서 우뚝 선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와우.”
이안 님이 둘이라니.
어떤 의미로는 진짜…….
‘죽인다.’
‘죽이네.’
‘X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