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750
제750화. 왕궁 앞까지
쿠웅-!
왕궁 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거리가 꽤 되건만, 이는 전투에 매몰되어 있던 이들을 멈추게 할 만큼 강렬했다.
서로 창을 찌르던 병사들이 멈칫거리며 왕궁 쪽을 돌아봤다. 아르도 역시 마찬가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왕을 불렀다.
“…전하?”
이안의 무리가 왕궁에 당도하여 난 소란 같은데, 정확히 무슨 일이십니까? 아르도의 부름에도 왕은 응답하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아르도는 부름을 받는 처지였지, 왕을 불러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어지러운 낯을 보였다. 바누사, 바누사는 괜찮은 것일까?
‘이대로 왕궁이 무너진다면, 토올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나는 확실했다. 왕의 손에 쥐어 있던 자신의 오감이 풀려나리라는 것.
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었다. 너무 끔찍하여 머릿속에 그리기도 힘들었다. 필시 토올룬은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이며, 그간 세웠던 역사의 영광은 빛을 잃으리라.
“계속 싸워라! 맞서라!”
아르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불길을 태워 올리며 병사들을 격려했고, 그에 정신 차린 자들이 다시금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러 댔다.
촤아아악!
그때였다. 성벽 위로 솟구치는 십 수 개의 인영들.
아르도의 눈이 찌푸려졌다. 너무도 빠른 몸놀림인지라, 그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었다.
지이잉! 지잉!
“…마, 마검사다!”
“황궁친위대입니다!”
아르도의 부하들이 올 게 왔다는 듯 이르며 허공으로 날아들었다. 그들이 지나간 흔적마다 불길이 일며 시뻘건 궤를 그렸다.
콰직!
마검사들과 술사들의 충돌.
서로의 에너지들이 격돌하여 큰 폭발을 만들어 냈다. 허공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마력이 폭발하였으며, 서로의 검이 연달아 합을 맞추며 사방으로 튕겼다.
‘아.’
아르도의 술사들은 힘을 겨룰 때마다 작게 신음을 흘려 댔다. 솔직히 말해서,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느껴졌다.
상대는 제국의 황제를 경호하는 자들. 자신들 또한 토올룬의 질서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있었건만, 태생부터 다른 격에 무너지는 기분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으아아압!”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적중에 기합을 내지르고 있는 건, 오로지 마검사들 뿐이라고.
황궁친위대원들은 고요히 잠긴 물처럼 묵묵히 침투하는 중이었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우위를 점하며.
콰아앙! 쾅!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라!”
부우우-
부우!
제국방위부 장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리엘 병사들은 허겁지겁 후방으로 물러나 숨을 골랐다. 마검사 혹은 마법사들이 나설 때는 최대한 몸을 보전하라는 명령을 따른 것이다. 저들 싸움에 휘말리면 개죽음이니.
“오래 걸릴 것 같은가.”
“10분 예상합니다.”
진은 침착하게 망원경으로 마검사와 술사들의 전투를 지켜봤다. 10분? 아니. 기세는 이미 기울었다. 저 상태로 간다면 5분이면 충분할 것…….
“음?”
황제의 입에서 의아한 신음이 흘러나오자, 트웰러가 기민하게 반응했다.
그 역시도 망원경으로 성벽 쪽을 주시했다. 낯선 깃발들이 허공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저게 뭐지?”
“송구합니다. 지금 당장 알아-”
“아아, 아니다. 알겠어. 다른 정령술사들이로군.”
깃발 옆으로 순식간에 100여 명에 다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 황색과 흰색 그리고 검은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완전무장 한 상태였다.
“아르도! 뭐 해? 성벽 절반이 깎였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오는 건데.”
“바리엘 놈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걸치느냐!”
흙과 바람 그리고 어둠을 다루는 정령술사들이었다. 각 가문에서 무기를 쥘 수 있는 자들이 모두 모였다 보니, 그 수가 어마했다.
왕궁과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제 나라를 지키려는 마음은 하나라 이건가. 진은 고개를 작게 까딱거리며 중얼거렸다.
“좀 더 걸리겠군.”
황제의 옆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이 있다만, 이들은 보호막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전투에 투입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황궁친위대원들이었기에, 그들은 동시에 제이럿 쪽을 바라보며 불러 댔다.
“제이럿 대장!”
“평정을 유지하라. 적의 수가 많다고 하여 호들갑 떨 필요 없다. 그래 봤자 토올룬의 정령술사들이니까.”
여우가 떼거리로 달려든다고 하여 사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제이럿은 다시금 검을 들어 전방을 겨누었고, 정령술사들도 자세를 낮추며 긴장했다.
“우릴 무시하면 큰코다칠 것이다!”
“마법사도 아닌 것들이 어디서 센 척이냐!”
사아아악!
그때, 그들 사이로 바람이 날카롭게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기폭제 삼아 황궁친위대원들이 다시금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그에 대응하여 정령술사들은 손끝에서 각기 각색의 정령들을 불러냈다.
순식간에 다채로운 빛깔들로 수놓은 하늘. 마치 하늘 전체에 무지개가 핀 것 같았다.
그 엄청난 광경에, 병사들이 투구를 살짝 들며 넋 놓은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콰아아앙! 쾅!
이내 폭발열과 굉음 탓에 전부 고개를 움츠리고 말았지만.
진은 미간만 찌푸린 채로 그들의 전투를 눈으로 좇았다. 다음 전략을 궁리하는 것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트웰러 장관.”
“예, 폐하.”
“공성추를 준비하라.”
진의 지시에 트웰러가 잠시 멈칫거렸다. 아직 마검사와 술사들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전투가 격렬해서 잘못 접근했다간 병사들의 피해가 클 터였다.
하지만 진은 지시를 물리지 않았다. 오히려 서두르라는 듯 단호히 고갯짓할 뿐. 이 간단한 사실을 폐하께서 모르실 리가 없다. 트웰러는 그리 판단하고는 신속히 명을 받들었다.
“공성추를 투입하라.”
트웰러의 명령에 깃발이 올라갔다.
부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그는 다시금 전투 상황을 살폈다. 분명히, 황제가 이리 결정을 내린 까닭이 있을 터…….
‘이런.’
트웰러는 자신도 모르게 턱을 문질렀다.
보인다. 황제의 생각이.
‘황궁친위대원들은 막강한 전력이나, 마법사나 정령술사와 달리 창공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기동력이 없다.’
도약 범위가 넓고 체공 기간이 긴 터라 착각하는 것일 뿐, 그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여, 베릭도 매일같이 마법사들에게 매달려 이동하지 않았던가.
‘반면, 정령술사들은 바람을 타는 만큼 움직임이 자유롭다. 높은 곳에서, 그것도 절대다수의 공격이 퍼부어지면 제아무리 황궁친위대원들이라 해도 쉽지 않아.’
피해가 심각해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간 지체가 상당해질 터였다. 시간이 끌리는 것은 지금 바리엘군이 제일 기피해야 할 상황. 토올룬 왕이 회복하여 언제 다시 ‘그’ 위협적인 공격을 퍼부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성추를 투입하라!”
“밀어라! 힘을 더 주어라!”
드르륵! 드륵!
바퀴 달린 거대한 공성추가 대열을 헤집으며 앞으로 나왔다.
정령술사들의 목적은 성문 사수. 한데 바리엘 병사들이 그걸 부수려 달려들면 어찌 될까? 계속 위에서 깔짝깔짝 공격을 퍼부으며 시간을 끌 수 있을까?
“박살 내라! 저놈들의 성문을 박살 내!”
둥! 둥둥!
트웰러의 지시에 맞춰 북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사실 이건 시선 끌기다. 문을 부수려는 의도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젠장! 아르도!”
“아래! 공성추가 밀고 들어온다!”
정령술사들이 비행 고도를 낮추게끔 유도하는 것. 술사들이 공성추를 막으려면, 각도상 성벽을 넘어 아래쪽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흐, 흐익! 놈들, 놈들이 옵니다!”
“닥치고 전진해!”
“추를 밀어라! 밀어!”
“으아아악!”
바리엘 병사들이 두 눈을 질끈 감고 계속해서 정면으로 추를 밀어 댔다. 그리고 그 위로 날아든 정령술사들이 막 힘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쉬익!
제이럿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여 정령술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는 술사가 다시 높이 날아들지 못하게 멱살을 붙들었고, 반대쪽 손으로 번개 검을 만들어 냈다. 직시할 수 없을 만큼의 섬광에, 모두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파지지직! 파직!
“…이!”
콰아아앙!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날아가 성벽에 부딪혀 떨어졌다. 미동도 없는 것이 즉사한 게 분명했다.
‘일반 병사로 정령술사들을 유인하고, 이를 황궁친위대가 처리토록 한다라.’
황제의 의중을 읽은 트웰러는 진을 힐끔 쳐다봤다. 새삼스럽다. 자신이 모시는 황제는 언제나 이토록 냉정하고 결단력이 있으셨던 분인데, 어찌하여 그것을 잊고 있었을까. 불충하게.
“계속 밀고 들어가라. 그리고 보여줘라. 우리가 성문으로 진격하고 있음을.”
진이 나지막이 지시하며 손짓했고, 그에 바리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전투는 점차 고조되었다. 공성추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정령술사들이 거리를 좁혀 왔으며, 전투의 높이는 점점 대지에 가까워졌다.
콰앙! 쾅!
“하나, 둘, 셋!”
콰앙!
“다시! 하나, 둘, 셋!”
병사들은 치열한 전장 속에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공성추를 밀어 성문을 타격했다.
쿠웅, 쿵!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온몸이 진동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즉시 죽을 것 같았기에. 정령술사들에 의해 죽거나, 아니면 돌아가서 상관에게 죽거나.
콰아앙!
“트, 틀어졌다!”
“틀어졌습니다! 틈이 조금 벌어졌습니다!”
“좋다! 계속 가자!”
“와아아아!”
병사들이 거센 함성을 내지르며 사기를 올렸다. 계속해서 공성추가 성문을 때려 박았고, 조금씩 벌어지는 틈에 병사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지이잉! 지잉!
“어라?”
퍼어어엉!
마지막 한 방. 딱 한 방만 더 치면 나가떨어질 문이었다.
한데, 안쪽에서 폭발음과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병사들 쪽으로 문이 무너졌다. 그러니까, 성벽 안쪽에서 누군가 문을 박찬 것이었다.
콰아앙!
“……?”
거의 다 됐거늘! 진이 황당하여 망원경을 다잡았다.
문 사이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리엘의 마법사. 그들 역시 어리둥절하게 서서는 어색하게 눈을 굴려 대고 있었다.
“마법사?”
“옌인가? 쟤가 왜 저기 있어?”
옌은 성문에 깔리는 걸 피하느라 널브러진 병사들에게 다가가 손수 일으켜 주었고, 이내 진영 쪽으로 손을 휘휘 돌렸다. 마치 이쪽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말이다.
“이안 님이 성문을 모두 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북문으로 갑니다! 서둘러 진입하십시오!”
…이런, 젠장. 하필이면 타이밍이 영…. 트웰러는 이마를 탁 짚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되면 성문은 누가 열었는가? 황제 폐하인가, 아니면 마법부 장관인가?
누군가는 이를 것이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를 것이다.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폐하, 성문이 열렸습니다.”
“아, 그래. 전군 진입하라.”
“예, 폐하.”
진 또한 잠깐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왕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밀물처럼 성문 안으로 들어서는 병사들을 따라, 황제의 마차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우우-!
부우!
성문이 열렸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발길 닿는 대로 밀고 들어가 수도 곳곳을 누볐으며,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제자리에 엎드려 목숨을 빌었다.
대부분은 제집에 숨어 있거나, 피난을 간 듯싶었다. 도시 규모에 비해 인기척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왕궁으로 직진하라.”
“예, 폐하! 속도를 올려라!”
“올려라!”
“저항하는 자들은 모두 처단하라!”
“우리는 대제국 바리엘군이다!”
타닥타닥!
이안과 베릭 그리고 마법사들은 왕궁에 있겠지? 토올룬의 왕은 제압했을까? 했다면, 바로 성문 쪽으로 연락이 왔을 터인데. 진은 시간을 확인하며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트웰러 장관. 이안 경이 왕궁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된 것 같은가?”
“옌은 본대 쪽에 있다 넘어간 마법사입니다. 그자가 이안 경을 만나 지시를 받고 성문을 돌고 있으니, 적어도 두어 시간은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어 시간이라.”
한데, 왕궁은 아직 여전하단 말이지.
진은 저 멀리 보이는 왕궁을 보며 지시했다.
“왕궁을 포위하라. 그리고 바르사베!”
“예, 폐하.”
“그대가 왕궁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도록.”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무슨 말을 그리 하는가?”
진이 되물었다. 마법사들이 황제의 곁에 있다. 걱정할 것이 없지 않나. 진은 고갯짓으로 왕궁을 가리켰다.
“그대의 두 눈이 왕궁 안에 있노라.”
되찾아 와야지. 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