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794
제794화. ♡
“상업지구 북쪽 거리 기준, 이상 없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흔적이 희미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추적은 불가했습니다.”
“두 명 같이 움직이는 건 확실한 듯 보입니다. 갈라졌다면 이렇게까지 찾기 어려울 리 없으니까요.”
“아씨. 새끼들, 벌써 튀어 버린 거 아닙니까?”
아코렐라는 궐련을 뻐끔뻐끔 피워 대며 마법사들의 보고를 전해 들었다.
그들은 이안과 동방 마법사들이 만났다던 건물 지하에 모여 수색 경과를 나누는 중이었다. 궐련 재를 털던 아코렐라의 시선 끝이 문득 핏자국에 닿았다. 분명 이안의 것이겠지.
“아직 중앙에 있을 게다.”
“어째서요?”
하완에서 여기까지 온 자들이다. 멜라니아와 함께한 것으로 보면 화총 건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볼일이 있는 듯 보이는데, 이안과 마찰이 생겼다고 바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동네 마실도 아니고, 여기까지 와서? 필시 시간을 조금 두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
“아.”
아코렐라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멜라니아 이전, 황궁에 먼저 화총을 전언했던 자들은 하완의 반란군이다. 그들은 외교부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고, 멜라니아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쪽과 한배를 탔을 터.
“그놈들 말이야. 이안 님이랑 거래가 빠그라졌다면, 어디로 갔을까?”
“빠그라지긴 뭐가요.”
“반대쪽으로 가야지. 반란군 새끼들은 다 뒈졌다고 하니까 직접 연락하는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뭔 소리래? 마법사들은 당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서로를 힐끔거렸지만, 덧붙여 묻지는 않았다. 아코렐라의 눈빛을 보아하니 뭐가 되었든 정답에 근접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세 팀으로 나뉜다. 하나는 수상 쪽, 하나는 외교부 장관 쪽을 밀착 감시한다. 그리고 다른 애들은 계속 흔적 따면서 수소문하고.”
치이익. 아코렐라가 테이블에 대충 궐련을 비벼 끄며 물었다.
“헤일, 어디로 갈래? 수상?”
“아무 데나.”
“그럼 헤일 대장이 수상 쪽으로 가고, 내가 외교부 장관 맡을게. 그리고 시발, 여기 건물주 당장 찾아서 탈탈 털어. 동방 놈들 물건 봐주고 있는 거 보니까 연줄 닿아 있는 게 분명해.”
“넵. 알겠습니다.”
“이의 있는 사람?”
“없습니다.”
처억. 마법사들은 깍듯하게 경례하고 후다닥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코렐라 대장이 빡쳤을 때는 무조건 따르는 게 좋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귀중한 교훈이었다.
“무슨 일 있으면 전언 마법 하고.”
헤일과 아코렐라 역시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고서는 건물을 나와 각자의 목적지로 내달렸다. 마법사들이 로브를 휘날리며 두 사람을 따랐다.
타닥타닥!
아코렐라는 거의 날 듯이 달려 외교부 장관의 저택 가까이 붙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느껴지는 낯선 힘. 함께 뒤따르던 마법사들 역시 이를 알아채곤 멈칫거렸다.
“위로.”
아코렐라의 지시에 마법사들이 단번에 날아올라 저택 주위를 둘러쌌다. 그들은 나무나 지붕 틈 따위에 몸을 숨기고서 기민하게 마력의 흐름을 살폈다.
“아코렐라 님. 왔다 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러네.”
까딱까딱. 아코렐라는 흐름을 따라 움직이며 시선을 돌려 댔다. 모든 위치에서 공통으로 잘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장관의 저택 본관 2층.
그때, 헤일에게서 전언 마법이 들어왔다.
-수상의 저택 인근에서 낯선 마력이 느껴진다.
아항. 이것들 봐라? 아코렐라는 씨익 웃으며 오른손으로 귀를 지그시 눌렀다.
-여기도, 흔적 발견.
* * *
달빛이 내려앉은 한밤.
호흔과 은랑은 어둠을 틈타 외교부 장관 저택으로 이동했다. 어느 정도 황궁 정세는 파악 완료다. 수상에게는 백호의 털을 보냈으니, 입질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외교부 장관 이름이 뭐더라?”
“레이번.”
레이번에게는 혹 동방에서 전해 온 연락이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대마법사이자 스승인 자안이 혹여나 무슨 말을 전한 건 아닌지, 그래서 그 이안 히엘로 놈이 헛소리를 늘어놓은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총을 바로 내어달라면 어쩌지? 우리 당분간은 못 만들잖아.”
“그럴 리 없으니 걱정 마. 함을 내어주기 전까지 우리도 주지 못하겠다고 하면 돼.”
함의 소재에 대해 알아내야 했다.
당사자인 마법부 장관만큼은 아니겠지만, 외교부의 수장이니 뭘 알고 있지 않을까? 적어도 주워들은 것이라도 있겠지. 화총을 내어준다는 미끼로 함을 받거나, 그에 준하는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호흔. 다 왔어.”
저택 2층. 미리 봐 두었던 장관의 서재에서 불빛이 새어 나온다. 호흔과 은랑이 기척을 최대한 죽인 채 숨어들려는 때였다.
“……!”
두 사람은 이질적인 감각에 주춤했다.
“느껴지지?”
“황궁의 마법사들인가?”
낮에 왔다 갔는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은랑이 뭔가 불안한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호흔의 손목을 붙잡았다.
“호흔. 돌아갈까?”
하지만 호흔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간을 굳이 길게 끌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안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마법사가 왔었다면 오히려 잘 되었다.”
그들 계획에서는.
은랑은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별다른 말 없이 그를 따랐다.
타앗!
한편, 외교부 장관 레이번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미친 마법사들이 단체로 파업 아닌 파업을 해 대는 바람에 업무가 모조리 뒤엉켰다.
“정신 나간 것들. 아무리 그래도 그딴 식으로-”
휘익!
순간 불어 드는 날카로운 바람. 서재의 등불이 동시에 껴졌다. 우연인가? 열심히 펜을 놀리던 레이번이 놀라서 굳어 버렸다. 하지만 이내 등 뒤의 창문에서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를 발견하곤 화들짝 경기를 일으켰다.
“누구-! 헉!”
길고 검은 머리칼, 이국적인 이목구비, 그리고 무엇보다 형형한 금안. 레이번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불청객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도, 동방의 마법사?”
“바로 알아봐 주다니 영광이군.”
“아니, 대체 여긴 어찌-”
하완에 있을 자들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바리엘에, 그것도 자신의 방에 와 있단 말인가?
은랑과 호흔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창문을 넘어 들었고, 이어서 웃으며 서재를 둘러봤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레이번?”
“내 이름은 또 어찌 알고.”
“나는 은랑이다. 이쪽은 호흔. 마법부 장관에게 전해 듣지 못했나?”
“마법부 장관? 이안 히엘로 말인가?”
레이번은 당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마법부 놈들은 다들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는데, 그게 동방의 마법사들과 무언가 연관 있단 말인가?
이에 은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황궁에 안 알렸나 본데?”
“그러게.”
그럼 마법사들이 외교부 장관 저택에는 왜 왔던 거지? 이번 일 때문에 들른 게 아닌가 보지. 은랑과 호흔이 의문스러운 시선을 주고받자, 레이번이 주춤주춤 다가왔다.
“아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오? 마법부와 먼저 만났다는 거로 해석되는데.”
외교부에 언질도 없이 동방 마법사들과 만나서 무얼 했단 말인가? 레이번이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은랑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마법부와의 일은 차치하고, 우리는 너희에게 직접 제안을 하고자 이리 왔다.”
“제안이라니?”
“황궁에서 화총을 얻고자 한다던데.”
“아!”
그렇지! 맞아. 반란군 수뇌부가 죽어 버려 이자들이 바리엘 쪽으로 연락할 방도가 없었구나! 그래서 직접 이리 온 거고.
레이번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직접 거래를 트게 된다면 마법부를 아주 쉽게 제칠 수 있으리라.
“근데 왜 황궁으로 연락 안 하시고?”
“사정이 있어서. 거래만 신속히 하지. 화총을 내어주는 대신 이드갈과 동방의 함을 받고 싶다. 가능하겠는가?”
레이번의 시선이 혼란스러워졌다. 이드갈을 내어주고 말고는 외교부의 소관이 아니었고, 동방의 함 또한 처음 듣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리 굴러 들어온 천금 같은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이드갈은 최대한 원하는 만큼 내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소. 그리고 함이라고 하면,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것인지?”
“동방에서 받은 연락이 없던가?”
“동방? 그쪽으로는 전혀.”
레이번이 어색하게 웃자 호흔이 턱을 문지르며 가늠했다. 이드갈을 ‘내어주겠다’도 아니고 ‘노력해 보겠다’라는 대답. 외교 사절단 특유의 모호한 대답이었지만,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터라 의미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안 히엘로 없이는 이드갈을 마음대로 내어줄 수 없다는 뜻.’
“호흔. 들은 게 없나 봐.”
은랑이 기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함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 같지?”
아예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다. 두 사람이 조용히 레이번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아, 이럴 게 아니라 응접실로 모시지! 귀하신 손님들을 세워 두는 건 예의가 아니니-”
“괜찮다. 우리라고 뭐, 예의가 있어서 창문으로 들어온 건 아니라서.”
덜컥!
차라라락!
등불을 껐던 날카로운 바람이 다시금 불어왔다. 문이 거칠게 흔들리고, 레이번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들이 낱장으로 날아 다녔다.
“왜, 왜 그러시는가?”
레이번은 은근히 풍기는 이들의 적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런다고 그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
“이득이 없어서.”
“뭐?”
호흔은 레이번의 속내를 읽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드갈을 내어주겠노라 장담도 못 해, 동방에 대해서는 들은 것도 없고, 심지어는 함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어.”
이들이 레이번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자가 죽으면?
일이 아주 재밌어질 것이다.
“이안 히엘로를 원망해라.”
“그, 그자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는가? 설마?!”
레이번이 희게 질린 채 소리쳤다. 설마 이안 히엘로가 자신을 처단하려는 것일까? 하완의 화총 건부터 조사단 파견 사안까지 최근 들어 대립을 세우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다니!
레이번이 새된 음성으로 경고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중대한 실수라고!”
자신이 죽으면 황궁에서 이걸 모를까? 현장을 조금만 조사하면 마법사의 소행임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기고만장한 것인지, 아니면 급했던 것인지 몰라도 이건 마법부의 실책이다!
레이번의 으름장을 들은 은랑이 방긋 웃었다.
“맞아. 중대한 실수.”
황궁에서도 그리 생각하겠지.
이는 은랑과 호흔이 바라던 바였다. 이안의 입지가 황궁에서 줄어들면 어떤 식으로든지 그들이 개입할 여지가 생겨난다. 이안 측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도와달라 하거나, 아니면 이처럼 마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동방의 힘을 바라게 되거나.
무엇이 되었든, 함을 내놓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게 만들 테다.
지이잉! 지잉!
“자아, 크게 외치며 죽어라. 마법사들의 소행이라고.”
“이런, 미친!”
호흔이 푸른빛 채찍을 휘둘러 레이번의 목을 노리는 순간이었다.
퍼어엉! 퍼엉!
갑작스레 터진 폭발. 호흔의 채찍이 힘을 잃고 흩어짐과 동시에 묵직하고 거대한 바람이 서재를 크게 휩쓸었다. 이에 동방의 마법사들이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이윽고,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분홍 만두 머리의 여인.
사아아,
“…하이씨, 개새끼들 발견.”
아코렐라가 붉은 천을 두른 주먹으로 격투 자세를 취하며 웃었다.
“발견!”
“발겨어언!”
촤아아악!
쿠웅! 쿵!
그와 동시에 창문으로 날아드는 마법사들. 은랑과 호흔이 뒤로 물러서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황궁의 마법사들이다. 기척 못 느꼈는데.
“야.”
아코렐라가 자세를 낮추며 손끝을 까딱거렸다.
“너희들이지? 우리 이안 님 피 보게 한 놈들이?”
“…뭐?”
따지고 보면 공격한 쪽은 이안이었지만, 아코렐라는 두 사람의 대답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사색이 된 레이번이 황궁 마법사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 외교부 장관님.”
“아, 아코렐라 대장?”
“살려 주세요♡”
“…어?”
따라 하라고, 시발.
네가 그토록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우리한테.
“살려 주세요, 마법사님들♡ 복창하십시오. 여기서 뒈지기 싫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