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812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 812화(812/863)
제812화. 대립 갈림길
“그런데 이안 경.”
“예, 폐하.”
협정문을 살피던 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별거 아닌 일이라는 듯, 의도적으로.
“대회의에서 마력석 독점 유통에 관한 발언을 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이안은 속으로 미소 지었다. 회의 기록지를 살피면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진은 이미 전말을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자신에게 ‘사실인가?’라고 묻는 황제의 저의란…. 실로 눈에 훤히 보이는 다정함이다.
“그렇습니다.”
이안이 수긍하자, 진이 고개를 들었다. 진담인지 묻는 눈빛이었다.
“마력석은 제국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 물질입니다.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외부의 개입이 있다 보니 사사로운 감정과 이득이 이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정보가 부족해 연구가 필요한 마력석을 일반인이 다루다 보면 사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말이었으나, 진이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다. 진은 협정문을 내려놓고서 이안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안 경. 하지만 마력석 독점 유통같이 중대한 사안은 마법부에서 독단할 사안이 아니다.”
황제인 자신의 허락을 구함과 동시에 각 부서와 이해관계를 따져서 진행할 문제였다.
무엇보다, 이미 이것을 업으로 하여 자리 잡은 무역상들이 한둘이 아니다. 갑작스레 이들의 이권을 제한하면 당연하게도 그 여파가 생길 터인데, 이걸 어찌 마법부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는 제국 전체의 문제였다. 이안 경이 이걸 모를 리가 없는데?
“송구합니다, 폐하. 무엇을 걱정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회의 중 자연스레 흘러나온 안건이었던지라, 다소 경솔했음을 인정합니다.”
말을 덧붙이려던 진이 멈칫거렸다. 이안이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더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진이 되었다며 손을 내저으려는 순간이었다.
“다음 대회의 때는 직접 참석하시어 마력석 유통권에 관한 의논을 함께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이안 경. 나는 그걸 허락할 생각이 없네만.”
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자 이안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눈썹을 세웠다. 한참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이안이었다.
“어째서인지요?”
마법부가 유통권을 관리해야 할 명분은 이미 설명했다. 타 부서의 협조? 그게 무어라고. 황제가 승인하고 마법부가 앞선다면 그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터인데.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게 한숨 쉬었다.
“이안 경. 하완 사태부터 시작해서 별채 건설까지, 이미 마법부는 과도한 견제를 받고 있네. 아무리 명분이 세워져 있다 한들 사릴 때는 사려야지. 그리고 그대, 지금 건강도 좋지 않잖아. 쉬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아.”
진이 에둘러 설득했다. 몸이 안 좋으니 쉬엄쉬엄하라는 것도 진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네의 건강 상태를 모두가 유심히 살피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 주는 말이었다.
이에 이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빙그레 미소 짓기만 했다.
“명분을 넘어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폐하.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정말로 안 되네. 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어. 이번만큼은 그대가 한발 물러서도록 하시오.”
더는 이를 논의하지 않겠다며, 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안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드디어…….
“좋습니다, 폐하.”
“안 그래도 마법부는 맡은 일도 많으신데-”
“하면 제 방식대로 해 보겠습니다.”
“뭐라고?”
진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 돌렸다. 이안은 공손하게 손을 모은 채로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진은 알 수 없었다.
“제가 누워 있는 동안 마법부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기에 관료들이 주도하여 마력석 시세를 가지고 장난을 쳤는지, 생각할수록 이는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 판단되었습니다. 폐하께서 허락할 수 없다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제 나름대로 이를 해결해 보도록 하지요.”
“아니, 이안 경. 내가 넘기겠다는 뜻이 아니지 않나. 적당한 때를 기다려 달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그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흐지부지되어 다시 기회 잡기가 어렵습니다.”
“이안 경!”
진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처음이었다. 하여, 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안이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소리친 것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입을 가린 손짓에 대한 반응이었다. 비록 진은 반대로 이해하였지만.
‘궁지에 몰리셨군. 트웰러 장관이 바누사에게서 증언을 확보한 것이리라. 내가 괴소문의 근원이라고.’
“저기, 이안 경.”
“송구합니다, 폐하. 폐하께는 폐하의 입장이 있으시고, 저에게는 저의 입장이 있으니 이는 어쩔 수 없음이지요.”
어디 한번 겨루어 봅시다. 폐하께서는 마법부의 마력석 독점 유통을 막으십시오. 나는 그것을 가져오리다.
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이번에도 마법부의 뜻대로 되면, 이는 황궁의 권세가 추락하는 시발점이 될 터이니.
‘관료들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폐하. 부디 해내시길.’
“반대하십시오, 폐하. 저는 저대로 하겠습니다.”
“이안 경!”
“그럼 이만, 송구합니다.”
이안은 작게 인사를 남기고는 집무실을 떠났다.
진은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하다는 듯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문밖에서 대기하던 시종들이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밖에 누구 없는가!”
“예, 폐하. 하명하십시오.”
“퀸타나 장관을 불러오라. 마력석 시세 문제와 관련된 장관들과 함께 오라 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예, 폐하.”
“젠장!”
콰앙!
진은 짜증스럽게 다시금 책상을 내려쳤다.
이안 경은 정말이지 무심했다. 그와 마법부를 걱정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 이리 몰라 준단 말인가? 거기다 더하여 이번에는 물러나라고 직접 언질까지 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선전포고나 하고. 해도 너무하다.
“폐하, 퀸타나 장관과-”
“들라!”
윽박에 가까운 허락이었다.
퀸타나와 그녀의 뒤를 따르던 장관들이 멈칫하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뭔지는 몰라도 황제의 심기가 예사롭지 않음이다. 퀸타나를 선두로 하여, 장관들이 조심스레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대들은 대체-!”
“헉!”
자신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천둥과 같은 고함을 질러 대는 진. 뭔지 몰라도 죽었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송구합니다!”
“대체 일을 어떻게 벌였기에 마법부가 마력석 유통권을 가져오겠다고 저러는 것인가! 어쭙잖게 덤빌 것이었으면 아예 시작을 말았어야지! 능력이 부족하면 가만히 기회를 엿보는 것이 기본 아닌가?”
마력석 유통권 때문에 저러시는 것이었구나. 근데, 아까 보고했을 때는 별말씀 없으셨으면서, 갑자기?
아니 뭐,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나. 일단 저리 반응하시는 것으로 보아…….
‘수습해 주시려는 건가?’
“당장, 하나도 빠짐없이 내막을 고하라! 혹 나중에 무엇 하나라도 숨겼음이 밝혀지면 진실로 내 용서치 않으리라. 바리엘 전역을 네발로 걷게 하겠다.”
“다,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폐하!”
마법부를 막기 위해서는 황제의 권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한다면, 그들의 실수를 직접 황제의 손에 쥐여 주는 꼴이 된다.
어떤 식으로 죽을지를 선택하는 순간인 건가? 장관들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날카로운 황제의 시선에 퍼뜩 정신 차리며 엎드렸다.
“그,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입 다물고 사실관계에 입각한 것만 이르도록 해라! 누가 무슨 짓을 저질렀고, 그 때문에 일어난 결과가 무엇인지.”
“……!”
퀸타나는 다 끝났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 * *
이안은 담담한 얼굴로 마차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문득 자신이 본궁을 나설 때, 급하게 들어가던 마차들이 떠올랐다. 아마 다른 부서의 고관들이었을 게다. 황제의 호출을 받고서 부랴부랴 들어가는 것이었겠지.
‘진이 상황 파악을 위해 조사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고관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게 된다. 한순간에 권력을 강화하는 셈이다. 그리만 되면, 모두가 합심하여 마법부에게 대적할 수 있겠지.’
이안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던 진을 떠올렸다. 뉘앙스로 봐서는 레이번 장관이 아주 적절하게 자신의 건강 문제를 황제에게 흘린 듯 보였다.
그리고 이는, 저들이 한데 뭉치는 데 좋은 원동력이 될 터.
하지만-
‘나의 해임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최후의 수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진은 절대로 그걸 사용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일. 나중에는 또 모르지. 계속해서 마법부를 막아 내지 못한다? 이는 이안과 진의 특별한 관계와는 별개의 문제였으니.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관료들이 황제를 어찌 판단할지가 더 중요했다. 마법부 하나 좌지우지 못 하는 황제를 어찌 여기겠는가? 한 발 두 발 물러서다 보면 언젠가는 황궁의 중심을 빼앗기게 되리라. 마법부 혹은 다른 관료에게.
그리고 그리되면, 솔직히 말해서…….
‘실망이지.’
진은 그래서는 안 된다. 자신이 어떻게 가르쳤는데. 마법부의 마력석 유통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가 분명히 이겨 내야 할 시련이다.
“로만드로 님.”
“응?”
수첩에 일정을 적던 로만드로가 고개를 들었다.
“다비온 측에 서신 넣어 주십시오. 슬슬 시작하자고요.”
“국혼에 관한 것 말이지? 근데 말이지. 각국 사절단 손님들이 다 와 있는데 굳이 지금 이를 필요가 있을까?”
“승전식처럼 성대한 자리에, 황후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지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작은 거기서부터 하면 됩니다. 아마 다비온 측에서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음. 일단 알겠네.”
“그리고 에이린 말입니다.”
“아하, 걱정하지 말게. 당장 황궁으로 모셔 올 수 있도록-”
“아니요.”
이안은 로만드로의 말을 딱 자르며 웃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신분 세탁할 사람이 밖에 나다니는 걸 본 적 있습니까? 흔적부터 말끔히 정리해야지.
“에이린에게, 제가 보자 하였다 은밀히 전해 주십시오. 황궁 밖에서 볼 것입니다.”
신분 세탁이 완벽하게 끝날 때까지, 클리포포드 쪽으로 보내어 기본적인 왕실 교육과 교양 수업부터 듣게 하는 것이 좋겠다.
‘아주 조용히.’
가능하다면 진도 모르게.
톡톡. 마차 소파 가죽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이안은 생각했다. 에이린의 행방을 이안이 쥐고 있단 사실을 진이 알게 되면, 과연 어찌 나오려나.
‘클리포포드 측은 적당히 넘길 수 있다. 황제의 연애 사정을 일일이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아직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아니라고 하였으니 섣불리 개입할 수 없겠지.’
“이안, 어찌 재밌어 보여?”
“그리 보입니까?”
이안은 희게 웃으며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자신은 진을 이겨 먹을 만한 카드가 한가득한데, 진은 자신을 무슨 수로 이겨 먹으려 들지 궁금했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밖으로 나가셨을 때 가상의 인물 하나를 세워서 마력석 무역상들에게 접근해 보시지요.”
“…마력석 매입을 개인적으로 하려는 겐가?”
“폐하께서 도움을 줄 수 없다 하시니 방도가 있나요. 다행히 루스웨나 측에서 거금을 내어주셨으니,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이드갈을 최우선으로 매입합시다.”
최대한 많은 양을 매입하여 전량 폐기 처분해 버릴 것이다.
“알겠네.”
그 속셈도 모르고, 로만드로는 입맛만 다셨다. 돈이 들어왔으면 차곡차곡 모아서 땅이나 건물에 묻어 둘 것이지, 몸도 아프면서…….
‘퇴직하면 뭐 먹고 살려고 저래? 하긴, 먹고살 방법이야 많겠지. 이안인데.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하지만 이내 로만드로는 끄응, 체념하는 얼굴로 수첩에다 지시 사항을 끄적였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일이 이안 걱정이라 하였다. 다 생각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