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816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 816화(816/863)
제816화. 누가 피해자인가
“……!”
“……!”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경악하는 광경은, 흡사 보이지 않는 비명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적막 속에서도 확연히 느껴지는 이 기이한 감각….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은 입을 틀어막거나, 숨을 멈추거나, 그것도 아니면 인지 자체를 못 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러더포드의 목 단면에서 흘러나온 피가 처형대 밑으로 뚝뚝 떨어질 때까지,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
집행인은 시체를 수습할 생각조차 못 하고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황제의 반응 역시 여타의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 무거운 적막을 깬 것은 놀랍게도 논란의 주인공인 이안.
“무엇 하는가? 죄인의 머리를 들어 보여라.”
나지막한 명령에 집행인은 정신을 반쯤 빼놓은 채 러더포드의 잘린 머리채를 붙들었다. 담대함과 사명감 그리고 자부심 따위는 하나 엿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저 멍하니, 지금 자신이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투로 잘린 머리를 들어 올렸다.
“죄, 죄인 러더포드가 처형되었음을 알립니다.”
관중들은 반응이 없었다. 침묵이 길게 이어지자, 이안은 보란 듯이 두 손을 들어 박수했다.
귀족들이 경악에 찬 시선으로 이안을 쳐다보니,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계속 갈채를 보냈다. 안 치고 뭐 하냐는 듯이 말이다.
짝-! 짝-! 짝-!
그대들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 꼭 그리 말하는 듯했다.
이안의 의도를 뒤늦게 알아챈 귀족들이 얼떨떨하게 손뼉을 쳐 댔다.
“로만드로 님.”
“…어?”
로만드로는 처형대 밑으로 떨어지는 핏물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이안을 돌아봤다. 저놈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러더포드의 시체를 수습하여 황궁 입구에 걸어 두십시오. 이틀 후에 태워서 정리할 것입니다. 집행장 역시 정리하십시오.”
“아아, 그렇지. 그래.”
로만드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둥지둥 처형대 뒤로 달려갔다. 이어서 멍하니 서 있는 마법사들의 옷깃을 잡아끌며 서둘러 움직이라 지시했다.
“저, 저, 저 개새끼가 마지막에 한 말 들었죠?”
“여기 있는 사람 다 들었어.”
“죽여 버려, 진짜! 또라이 새끼인가!”
“이미 죽었다. 시체에 발길질할 생각 하지 마시게. 재수 없으니까. 이쪽으로 와! 어서!”
“아니, 이안 님. 러더포드 저놈-”
“쉬잇! 어허! 이쪽으로 오라고!”
점차 상황을 깨달은 마법사들이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하자, 로만드로는 몸으로 막으며 그들을 등 떠밀었다. 곧 엄청난 파장이 들이닥칠 것이다. 종전 당시, 병사들 사이에서 은근하게 떠돌았던 괴소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그도 그럴 게, 이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괜히 말을 얹었다가 혼란이 가중되면 큰일, 로만드로는 있는 힘껏 마법사들을 끌어내며 입단속했다.
“…돌아 버리겠네.”
집행장 입구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베릭이 작게 중얼거렸다. 진은 뒷모습만 보이는지라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진이 이안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과 이안은 그런 진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받아 내고 있다는 것.
“폐하.”
어느새 단상으로 올라온 퀸타나가 조심스레 진을 불렀다. 바로 옆에 있던 카일라와 노아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고서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다.
무어라고? 이안 베로시온? 이는 황궁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논란이었다. 러더포드, 이 미친놈 같으니라고. 죽는 마당에 뒷일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 아닌가?
“…이안 경을 비롯한 각 부처 고관을 소집하라.”
“예. 알겠습니다. 파티는 어찌할까요?”
원래라면 귀족들과 함께 승전 축하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웃음을 나눌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하여 바로 돌려보내기에는 소문 확산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마법부에 일러 금언 마법을 사용하라 전해라. 이 자리의 모두에게 함구령을 내리겠다. 대역죄인의 사실 무관한 헛소리를 함부로 옮기는 자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노라고.”
퀸타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부하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혼란스러운 집행장 가운데로 행정부 직원들이 이안과 각 부처 관료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목을 자를 것이 아니라 찢어 죽일걸 그랬다.”
진이 러더포드의 핏자국을 보며 서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퀸타나는 뒷목이 쭈뼛해지는 것을 느끼며 황제를 단상 아래로 안내했다.
그때, 그녀의 부하가 난감하다는 안색으로 다가와 보고했다.
“송구합니다. 마법부에서 금언 마법을 행할 수 없다 합니다.”
“뭐라고?”
“마력 부족이 원인이라 합니다. 이 자리의 절반까지는 가능할 것 같지만, 전부는 무리라고.”
이를 함께 들은 진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진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처형식 참석 인원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파티장으로 안내하라. 황제인 내가 직접 권한 것이라 이르고.”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손수 조치하는 수밖에.
일단 고관들과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공식 입장을 전달하여 혼란을 잠재우는 게 최선이다. 이대로 저들을 황궁 밖으로 보내게 되면, 필시 하루도 안 가 중앙 전역에 러더포드의 유언이 떠돌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진이 그리는 바리엘의 미래에 없는 그림이었다.
* * *
“아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그러게 말입니다. 살다 살다, 원.”
대회의장에 모인 관료들은 처형장에서 있었던 사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여 자리에 앉을 생각조차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황제의 앞이었다. 그런데 감히, ‘베로시온’의 이름을 입에 올려?
“뭔가 이상합니다. 계속해서 이안 장관을 중심으로 황실 핏줄 논란이 일고 있지 않습니까. 의도하였든 아니든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러더포드 그놈 의중은 빤합니다. 이안 장관을 모함하기 위해서 마지막 발악을 한 것이지요. 장관 때문에 그리되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방식이 경악스러워 그렇지.”
“이것도 우연이라 보시는 겁니까? 러더포드가 이안 장관을 음해하기 위해 하고많은 가설 중 베로시온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고요? 바로 어제 동결이 풀려, 고작 한나절 숨 붙어 있던 자입니다.”
“맞습니다. 우연도 계속되면 문제가 있지요.”
“혹시 말입니다…….”
흥분하여 떠들어 대던 대화가 뚝 멈췄다. 마지막에 발언한 자가 말을 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이나 뭔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뭡니까? 말을 하다 말고.”
“아닙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짧았는지 길었는지는 저희가 판단하면 됩니다.”
“말씀하십시오.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맞대야지요.”
관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속삭였다.
“아는 제국방위부 장교에게 들은 것인데, 트웰러 장관께서 토올룬의 괴소문 근원을 이안 장관이라 짐작하고 계신답니다.”
“…그래서요?”
“혹 러더포드 놈도 이안 장관이 정신조작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닌지…….”
다들 침묵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은 그것이 타당한 가설인지를 살폈다.
놀랍게도,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러더포드의 동결 해제에는 마법부가 개입되어 있었고, 듣자 하니 이안 장관은 러더포드에 대한 접근을 엄금했다고. 물 한 모금 직접 준 것 외에 말이다.
“이안 장관이 그리할 이유가 무엇 있겠습니까?”
“마, 맞습니다! 동기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건 본인 말고는 모를 일이지요.”
“요즘 들어 건강이상설이 들리던데. 혹 미친 것일까요?”
“장관, 그쪽이야말로 미치셨소?”
“아니, 동기를 따져 보자 하시니. 크흠.”
“혹, 마법부 장관직을 내려놓게 될까 봐?”
“그건 무슨 말이지요?”
히이익! 관료들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어느새 다가온 이안이 의아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 있었다. 이어서 황제까지 들어서자, 대회의장 문이 단단히 닫혔다.
콰아앙!
“…….”
“…….”
답을 요구하는 이안의 두 눈.
무어라 말을 꺼내는 게 좋을까, 다들 눈치만 보며 입을 다물었다. 이때 수상이 있었더라면 그가 잘 갈무리해 주었을 텐데.
퀸타나는 한숨과 함께 이안을 돌아봤다.
“이안 장관님. 러더포드의 발언을 어찌 수습하면 좋겠습니까?”
“금언 마법을 제안 주셨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마법부의 전력으로는 불가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 자리의 모두를 언제까지고 단속하기도 무리지요. 당장은 황명으로 묶어 두고 있다곤 하나, 곧 귀족들의 동의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이를 흔쾌히 받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초대장 받아서 왔건만,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감금 상태로 금언 마법까지 기다려라? 아르센 때처럼 국가적 비상사태도 아니고, 반발이 심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사업이 존재하고, 중앙의 많은 노동자가 사업에 동원되어 경제‧산업을 이루고 있으므로.
“금언 마법이 그렇게나 힘든 마법입니까?”
“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
하! 참 나. 그걸 말이라고? 관료들이 황당하다는 듯 핏대를 올렸다.
“이안 장관. 어찌 그리 말씀하시오? 러더포드 관리는 마법부가 맡아서 하지 않았소?”
“죄인의 혓바닥은 마법부 소관이 아니지요. 그리고 언성을 낮추십시오. 어찌하여 제게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제가 실언을 했습니까?”
따질 거면 죽은 러더포드에게나 따질 것이지, 왜? 이안이 날을 세우자, 관료들은 꿀 먹은 것처럼 입만 벙긋거렸다. 일리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저는 피해자 아닙니까? 가만히 있다가 황실을 모독한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으니, 이는 배후에 누군가가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다들 황당하여 말을 더듬었다. 예상치 못한 쪽으로 판이 뒤집힌 것이다. 누군가 이안을 음해하기 위해 러더포드를 이용했다는 뜻인가? 말도 안 되는 말이지 않나?
“무슨 말인지는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요. 다음은 마법부 자체적 조사를 위한 참고인 명단입니다. 레이븐 장관님.”
“…예?”
“그리고 픽시 장관님. 샤를로트 장관님.”
이안은 담담하게 장관들을 호명했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퀸타나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고개를 휙 들었다. 모두 마력석 시세 건과 연관되어 있는 자들이었다.
“-이상, 호명받은 장관님들에게 일대일 면담을 요구합니다.”
“아니! 우리를 의심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상식적으로 마법부가 하면 했지, 우리가 어떻게?”
“그걸 밝혀 내는 것이 조사이지요.”
“잠깐만요, 이안 장관님!”
퀸타나는 이번 기회를 빌미로 이안이 반대파를 숙청하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아마 이 자리의 모두가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퀸타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하자, 진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아니.”
무게감이 상당한 발언.
회의장 안 모두의 시선이 진에게 집중되었다.
“아니다.”
“무엇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마법부는 피해자라 하지 않았는가.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경우는 없으니, 이번의 경우에는 독자적인 제삼의 기관이 조사를 주관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이안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명분이 적절했다.
“하면?”
“내가 직접 특별조사단을 선별하여 해당 사태의 진상을 가릴 것이다. 그리고 이안 경, 하나만 묻지.”
“하문하십시오.”
“그대는 정녕 이번 일과 무관한가?”
그리 물으며, 진은 탁자에 넣어 두었던 트웰러의 쪽지를 떠올렸다. 토올룬 괴소문의 근원은 이안…. 그렇다면, 같은 발언을 한 러더포드의 경우는?
“무관합니다. 억울하군요.”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담백한 투로 대답했다.
그에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노라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대도 특별조사단의 조사에 긴밀히 협조하라. 우선 마법부는 국방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즉각 중단하고, 지시를 기다려라.”
모든 업무…. 그중에는 마력석 독점 유통에 관한 사업도 포함이다.
이안은 희게 웃으며 되물었다.
“정말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번복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폐하.”
이안은 깊이 고개 숙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참으로 적절한 수입니다,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