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838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 838화(838/863)
제838화. 이런 반란
“아, 아니! 저기, 이안 장관!”
이안과 함께 들이닥쳤던 귀족들은 당황스러워하며 그를 불러 댔다. 지금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마법사들이 달려와서 그를 붙들었다지만, 대치하지도 않고 패배 선언이라니?
이안은 여전히 천장을 올려다보는 채로 중얼거렸다. 그의 손은 자신에게 안겨 있는 자들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원망은 마십시오. 선택은 그대들이 한 것이니.”
귀족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얼어붙고 말았다. 사고가 정지되는 기분. 상황이 어찌 되는지는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하나는 알겠다. 함정이다. 이안 장관은 처음부터 반란을 ‘성공시킬’ 생각이 없었다는 것.
“원망이라니? 무슨 원망?”
그때였다. 누군가 재빠르게 이안의 말을 반박했다.
“폐하께서도 어찌하여 이리 나와 계십니까. 저희가 직접 찾아뵐 것인데요.”
그러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너스레를 떨어 댔다.
그들은 아직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았다. 이안 장관을 따라 입궁하긴 했지만, 그게 뭐 어때서? 중앙 귀족의 권한으로 나라의 안정을 도모해 달라 황궁에 간청하는 것이 죄란 말인가? 때가 적절치 않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했다.
“마, 맞습니다, 페하. 마침 마법사들도 다 모여 있으니 대화가 쉽겠군요. 요즘 들어 현 상황을 걱정하는 우려의 말이 많습니다.”
누구 하나 죽었는가? 아니다. 무엇 하나 부서지고 박살 났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을 빼 들었는가? 그럴 틈도 없었다. 선을 넘긴 했지만, 충분히 되돌아갈 수 있었다. 아니,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것만이 마지막 희망이니까.
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귀족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질질 끌리며 쇳소리를 냈다.
“대화?”
이안이 교사를 부린 것은 잘못이지만, 결국에 거기에 넘어간 것도 잘못이었다. 황제가 가까이 다가오자, 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예, 폐하. 저희는 결백합니다!”
“무엇이?”
“폐하께서 생각하는 그 무엇이든지에 관해서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던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다. 주고받은 서신도 없고, 관련하여 증언할 만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안과 접선하기 위해서 보냈던 사용인이나, 마부 정도가 다겠지.
그러자 이안이 모든 걸 포기한 투로 선언했다.
“송구합니다, 폐하. 저는 반역을 저지르려고 했습니다.”
꼭 붙어 있던 마법사들이 더더욱 이안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안의 선언을 막을 수는 없으니, 함께하고 있다는 뜻만이라도 전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한 귀족들은 이에 응한 자들입니다. 함께 처벌하시어 제국의 기강을 세우십시오.”
“모함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예, 맞습니다. 저희는 그저 이안 장관이 폐하께 간청할 것이 있다고 하여 함께한 것입니다.”
“반란이라니요, 당치도 않지요. 절대 아닙니다! 거짓입니다! 그것을 원했더라면 이리 맨몸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들은 제 마법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아프다고 하더니, 정신까지 나가셨소이까? 닥치시오, 이안 장관! 폐하. 완강히 부정하는 바입니다!”
귀족들은 두 손까지 들어 보이며 시치미를 떼었다. 일단 무조건 부정하는 것. 그것이 생존 전략이었다. 증거가 특별히 없는 탓에 잘만 하면 돌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투욱.
이안은 제 가슴팍의 브로치를 뜯어 가볍게 던졌다. 데구루루, 붉은색 보석이 귀족들의 발치로 굴러가 멈췄다.
“증거입니다.”
설마 마력석? 말도 안 돼! 귀족들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진은 더 볼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명령했다.
“데려가라.”
“잠깐, 잠깐, 폐하!”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억울한 자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 철저히 조사하여 진상을 파헤칠 것이니, 죄가 없는 자들은 안심하고 대기하라.”
해명은 조사실에 가서 하라는 투였다.
진의 명령에 경비병들이 귀족들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더 저항한다면 필시 끌려가게 되리라.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순순히 순응했다.
“이안 경.”
진이 이안을 내려다봤다. 이안의 흰 피부와 녹안의 눈동자에 아침 햇살이 길게 늘어져 앉았다.
잠깐의 침묵. 먼저 사과한 것은 이안이었다.
“송구합니다.”
자신과 진은 같지 않건만, 함부로 재단하여 이리 돌아선 것에 대한 사과였다.
진이 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서…….”
어째서 그대가 사과하는가. 지하신의 힘 하나 이겨 내지 못한 나약한 자신을 탓해야지.
이안은 진의 눈동자가 젖어 드는 것을 보고서 잠시 멈칫거렸다. 하나 황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지금은 보고 있는 자들이 너무 많지 않나.
“그대가 바리엘을 위하듯 나 역시도 위한다.”
“지당한 사실입니다.”
“나는 바리엘을 아끼듯 그대를 아끼고.”
처음부터 다 털어놓았더라면 이리 먼 길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이안이 자신과 피를 이었음에 가감 없이 기뻐하여 웃었으리라.
“조금 원망스럽네.”
이안이 희미하게 웃자, 진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웃었다. 대화를 더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안 장관도 조사실로 연행하라. 마법사이니만큼 마법부가 특별히 전담하도록.”
“예, 폐하.”
“황궁친위대는 소란을 물리고 정리하라.”
진의 지시에 황궁친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뭐지, 이게? 이안 장관이 반역을 꾀한다고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왔건만, 말만 저러고 끝나나?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마법부가 단체로 달려든 것이 이안 장관의 마음을 바꾼 것 같다.
바르사베 역시 의문스러운 한숨과 함께 대원들에게 손짓했다.
“정리하자.”
그때, 바르사베의 눈에 들어온 붉은 머리칼.
“…….”
황궁친위대장 베릭은 여전히 이안 품에 안긴 자들 틈에 섞여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의지는 느껴졌다. 쉬이 떨어지지 않겠다는.
바르사베는 한숨 쉬었다. 어찌 되었든 반역 혐의를 쓴 이안이다. 저리 붙어 있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 하나 어쩌겠나. 황제 폐하께서도 별말씀 안 하시는데, 자신이 무어라고.
“이안 님, 진짜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왜 그러셨어요?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무심함을 넘어 너무 냉정하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해서 기가 차고 코가 막힙니다!”
“아코렐라 대장이랑 로만드로 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반역이라고요, 반역!”
품속에서 복작대는 볼멘소리들. 이안은 웃었다. 아아, 역시나 아코렐라가 물약을 만든 것이었구나. 내게 보고도 없이 말이다.
‘…고맙구나. 여러모로.’
이안은 천장만 쳐다보며 마법사들의 투정을 기꺼이 견뎠다. 이제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어째 파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시야로 붉은 머리칼이 훅 들어왔다.
“야.”
베릭이다.
그는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이안을 내려다봤다. 뚝. 뚝. 돌연 얼굴 위로 따뜻한 느낌이 번졌다. 베릭의 눈물이 이안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 진짜 장난하냐?”
이러려고 황제의 사람이 되라고 한 거였지? 처음부터 이러려고…….
“장난이었다기엔 과하지. 나는 진심이었다.”
이안이 미소를 띠며 그리 답하자, 베릭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베릭, 네 길은 지금 상황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정해질 운명이었어. 검을 쥔 이상 피할 수 없는.”
“아아, 진짜 잘난 척 짜증 나네.”
“그래 보였나?”
“너, 이제 파면돼서 뭣도 아닌 거 알지?”
더 이상 장관도 아니고, 작위도 반납했으니 귀족도 아니다. 그저 열일곱의 아무것도 아닌 소년.
이안이 동의한다는 듯 눈썹을 까딱거렸다.
“그래. 게다가 반역자이기도 하고.”
“맞아. 그러니까-”
쭈우욱.
이안의 눈이 동그래졌다. 베릭이 자신의 볼을 길게 잡아당긴 것이다. 골이 잔뜩 난 표정과 달리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자중해. 알겠어?”
그 돌발 행동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헤실헤실 풀어지는 눈빛들.
“오…….”
마법사들이 은근히 부러운 눈길로 베릭을 쳐다봤다. 이상한 감탄사는 덤이다.
저 앞뒤 안 재는 개떡 같은 성질머리에도 장점이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황제의 볼도 다 꼬집고… 나름 괜찮은 것 같은데?
“무슨 생각들 하는 거지? 얼른 이동한다.”
바르사베의 타박에, 마법사들이 제정신을 차리고서 이안을 부축했다.
“이안 님. 우선 내려가시죠.”
“예, 관료들이 시끄럽게 굴 것입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마력 쓰신 거 아니죠?”
이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황궁에서 일어난 소란이 알려지면 중앙, 아니 바리엘 전체가 크게 떠들썩해질 것이다.
* * *
“호외요! 호외!”
“또 무슨 일이길래 저래?”
“마법부의 이안 히엘로 장관이 해임되었다고 합니다. 황궁에서 귀족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려다 제압당했고, 현재는 조사를 위해 지하 감옥에 갇혔습니다!”
“뭐, 뭐라고!?”
“이봐! 당장 여기 한 장 줘!”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르자마자 중앙 곳곳에 이안의 반역 소식이 전해졌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이렇게 개벽할 수가 있나? 안 그래도 요즘 마법부와 황궁 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는데, 반역이라니?
“그런데 어째서 소란이 없었지?”
“밤사이 굉장히 조용했는데.”
“마법부랑 이안 장관이랑 완전히 갈라졌나 봐. 반역에 맞서는 마법사들이 황궁에 보호막이라도 씌웠나?”
“이야, 이안 장관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역시 마법부 전체에는 못 당하는구먼?”
“그럼! 당연하지. 마법사가 몇 명인데.”
“이제 황궁은 좀 괜찮아지는 건가? 새로운 장관은 이안 장관과 노선을 다르게 할 테니까?”
“바보가 아니라면야 황궁편이겠지, 암.”
“여기 좀 보게. 반란을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나와 있네.”
“이거 진짜일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 믿겨.”
“가담하거나 연루된 중앙 귀족 가주들이 줄줄이 황궁에 입궁 중이래. 맞는 것 같네.”
“아니, 대체 이안 그자는 어쩌다가 그랬을까?”
“뭐, 윗분들 생각까지 알 수는 없지.”
“참 나, 살다 살다 이런 일도 다 보네.”
타닥타닥!
히이잉!
아니나 다를까, 대로변에 서서 열심히 떠들어 대는 사람들 사이로 마차가 급하게 내달렸다. 중앙 귀족의 깃발을 휘날리면서 말이다. 하나 황궁 입구는 앞서 도착한 마차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글레디아 후작일세. 아들이 황궁에 있다고 하여.”
“아아,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안에게 가담한 자식 찾으러 온 귀족이 반, 그리고-
“진짜인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보군.”
상황을 파악하러 온 귀족이 반이었다.
한쪽은 날벼락 같은 상황에 애가 타는 한편, 다른 한쪽은 불구경하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정확히 어디 어디 가문인지 확인 좀 해야겠어.”
혹 사건에 연루된 자 중, 경쟁 가문이 있다면 정말로 좋은 기회 아니겠는가? 갑자기 굴러 들어온 행운이나 마찬가지니.
“이참에 싹 다 묶어서 보내 버리자고. 이전에 하이만이 숙청되었을 때 홀린가가 급부상했던 거 기억하지? 적의 몰락은 곧 기회다.”
이를 적극 이용하려는 측과-
“반역? 말도 안 되는 소리. 시종도 물리고 들어섰다는데, 무슨! 절대 그럴 리 없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고.”
반역 혐의를 부인하는 측이 충돌하며 작은 소란을 만들었다.
타닥타닥!
각자의 목적을 갖고 본궁에 도착한 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이를 알아본 몇몇 관료들이 슬쩍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으나, 그걸 받아 줄 여력도 없다. 관료들은 채신머리없이 뛰어가는 귀족들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고, 다시금 제 갈 길 가기 시작했다.
한편-
“잠시 검문하겠습니다.”
곱게 포장된 무언가를 손에 들고서 찾아온 외부인. 경비병이 그를 막아 세우며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지하 감옥입니다.”
“아.”
경비병은 은 쟁반을 슬쩍 열어 봤다. 반역죄인, 그것도 귀족과 마법사가 수감된 구역인지라 보안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달그락.
“초코케이크네요?”
“네, 맞습니다.”
“근데 이게 지하 감옥으로?”
“그러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뭐, 중요하겠습니까?”
너나 나나 뭐 아는 게 있겠니?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말단 직원인데.
이에 경비병은 알겠노라 이르며 길을 내어 줬다. 최고급 시트로 만든 초코케이크가 서늘한 지하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