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grave’s Bastard Son was The Emperor RAW novel - Chapter 881
변경백 서자는 황제였다 881화(881/935)
제881화. 육아 방향성
아레나 장관과 각 부서의 대장들이 회의실에 모였지만 그 누구도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난생처음 겪는 충격적인 일인지라 말문이 죄다 막힌 듯싶다.
아레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나지막이 질문했다.
“…대박이지?”
귀족 출신 다섯 살 마법사인 것도 당황스러울 지경인데 마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아레나가 서두를 떼자, 마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마법진도 없이 그런 위력이라니… 눈으로 봤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해 볼까요?”
“해 보긴 뭘 해. 쓰잘데기 없는 말 할 거면 다물고 있어.”
“인생 불공평합니다. 누구는 저 뒷골목에서 구르다가 겨우겨우 황궁 입성했는데, 누구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이만한 힘이라니.”
“…게다가 귀엽지.”
“…어. 귀여웠어.”
“하 씨. 짜증 나네.”
대뜸 ‘귀엽다’로 귀결되는 대화 흐름에 아레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것들이 진짜 넋이 나갔나? 그녀가 정신 차리라는 듯 책상을 쿵쿵 두드려 대자, 마법사들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큼큼거렸다.
“역사에 기록될 마법사인 건 확실해.”
“이견 없습니다.”
마력은 영혼과 긴밀한 터라 훈련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명확했다. 마법진을 연구하고 마력석의 도움을 받는 등 기술적인 발전은 있을 수 있어도, 마력 자체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즉, 이안 하델은 완성형 천재라는 것이다.
아레나가 이마를 짚으며 고개 숙이자, 대장들이 위로했다.
“장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인데, 장관직 내놓으라고 할까요.”
“맞습니다. 아직까지는 장관님이 이기실 겁니다.”
“지금 뭔,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아레나가 촤아악! 보고서를 내던지자, 마법사들이 두 팔 들어 막으며 대답했다.
“으앗! 왜 이러세요!”
“자, 장관 자리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안 하델 성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헛바람 들어서 장관님보고 맞짱 뜨자고 할지 모를 일이잖아요.”
다른 요소가 있다 한들 마법부 장관직의 1순위 자격 요건은 ‘힘’이었다. 이안 하델의 위력을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차기 장관에 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제발 비싼 밥 처먹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해. 지금 내가 장관직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황궁 업무가 소꿉장난도 아니고, 다섯 살 난 애가 뭘 할 수 있는데?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라-”
아레나가 대장들을 한 명씩 쳐다보며 작게 한숨 쉬었다.
“모르겠어?”
“…뭐를요?”
“이안 하델. 부모 없지, 다섯 살 어린 나이부터 마법부 생활 하지. 근데 천재 중의 천재야. 앞으로 어떻게 자라는지에 따라서 바리엘, 아니 가이아 전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대장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이안 하델이 역사의 평가를 받을 때 우리 마법부, 아니, 시발-! 나! 아레나 역시 평가를 받게 될 거란 말이다. 이안 하델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책임지고 가르쳤는지!”
“에이, 설마요.”
“설마? 설마 같아? 아까 그 광경을 보고도?”
“…….”
이안 하델의 성장세가 미미하면 어릴 때부터 담당했던 마법부의 부족이요, 혹여 인성 파탄자로 자라서 바리엘이나 가이아에 큰 위협이 된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마법부로 떨어질 것이다.
“차라리 다 큰 놈이 저런 힘을 갖고 있으면 이렇게 부담되지도 않지, 고작 다섯 살… 인격 형성의 황금기라 불리는 어린 나이에 마법부 생활, 아니, 개 같은 황궁 생활이라니…….”
아레나가 심각하게 중얼거리자 마법사들 역시 조금씩 이를 받아들였다.
그래. 그녀의 말이 옳다. 성인군자라 불리던 자들도 황궁에 들어와 인성 파탄 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제 고작 다섯 살 난 아이는 어찌 되겠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안 하델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잘해 줘.”
아레나가 눈을 번뜩이며 비장하게 중얼거렸다.
“마법사로서의 발전은 어쨌거나 이안 하델 자체의 몫이니까 그렇다고 쳐. 근데 인성 어긋나면 이건 무조건 마법부 잘못이다. 무조건 잘해 줘. 애를 반듯하게-”
그녀는 자신이 차마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확한 상황 직시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
“예, 장관님!”
“그렇네요. 생각해 보니 저 힘을 갖고 개 쓰레기로 자라면 진짜 큰일입니다.”
“거처는 어찌할까요? 최대한 황궁과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법사라면 황궁 밖에 거처를 두고서 출퇴근하는 것이 기본이다. 각종 야근과 잔업 탓에 마법부에 살다시피 하는 마법사도 적지 않지만, 어쨌거나.
“근데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를 줄이는 건 전례가 없습니다. 아, 다섯 살짜리가 입부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긴 하지만요. 황실과 다른 부서에서 어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안의 재능이 엄청나다는 걸 알면 여러모로 굴려 먹을 건데요.”
아레나는 머리를 골똘히 굴리더니, 이내 결정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예?”
“학교 보내서 황궁 업무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일과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면 명분이 생기니 다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터다. 그녀는 ‘마력운용자 특별보호법’의 한 부분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기, 법의 목적은 마력운용자의 기본권 보장에 있다고 명시돼 있지? 기본권 안에 사회권이 있고, 사회권이 추구하는 내용 중 하나가 ‘교육받을 권리’다. 애가 공부 좀 하겠다는데 토 다는 새끼들 다 고발해 버리겠다고 해.”
아니면 네놈들이 키우시든가요? 아레나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직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음에도.
“예, 좋습니다. 학교 가면 사회성도 익힐 테니 여러모로 배우는 게 많겠네요. 우리 일도 좀 줄어들게 될 거고요. 근데 어느 학교로 보내죠?”
“하나밖에 없잖아.”
“음. 역시 거긴가요?”
마법사가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황궁에서 설립한 바리엘 유일의 특수교육학교, 일명 ‘중앙 에너제스 아카데미’. 연구, 발명 등에서 두각을 보이는 영재들과 일찍이 마검사 재능을 발현한 어린 전사, 그 밖의 이능력자들을 모아 교육하는 기관으로 마법사인 이안이 가려면 그곳밖에 없다.
“근데 거기 마법사가 입학한 사례가 있던가요?”
“몰라. 찾아보면 있겠지.”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중요해?”
“뭐, 그건 아니지요.”
아레나의 질문에 마법사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차피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마법부에서 진행하면 될 일. 이안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놀고, 기초 교육을 받으며, 올곧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
아레나는 얼추 방향성이 정해졌다며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아차! 그런데 이안 하델, 지금 보호자가 누구지?”
“글쎄요. 거기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사안이 없는데요. 로만드로 님이 ‘마법부’라고 적어서 냈습니다.”
“이 양반이 미쳤나.”
아레나는 보호자 칸에 마법부라 적힌 글자를 보고서 멈칫거렸다. 아무리 부모가 없대도 친인척 한둘쯤은 있을 거 아닌가?
‘흠.’
한데 아무도 적어 내지 않을 걸 보면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펜을 내어 달라는 듯 손을 까딱거리더니 마법부 위에 직선을 찍찍 그었다.
“당분간은 로만드로보고 이안 담당하라고 해. 중앙에 집 구하는 거나, 입학 준비, 그 밖의 모든 일들까지. 알겠어?”
“예, 전달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쿠웅.
아레나가 책상을 거칠게 짚으며 비장하게 선언했다. 회의를 마무리 짓는 결론이었다.
“이안 하델한테 잘해 줘라. 애 엇나가지 않게.”
“알겠습니다.”
“좋아. 나가지.”
얼추 정리되었으니, 이제 이안 하델과 로만드로에게 전달만 하면 될 것이다. 밖으로 나온 아레나와 마법사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이봐.”
“아, 장관님! 오셨습니까?”
“뭐 하길래 이리 시끄러워? 이안 하델은?”
아무리 봐도 이안이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신고식 하러 갔는데요.”
“뭐, 뭐라고?”
“신고식…….”
마법부의 막내가 되었으니 신고식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설령 다섯 살짜리 아이라 하더라도 전통은 전통이다.
아레나와 대장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서, 설마 ‘그 신고식’은 아니지?”
“마, 맞습니다만?”
“이런 개 미친 새끼들아아아아!”
“으아아앗! 진정, 진정하십시오!”
“어쩌자고 애한테 그런 짓을 해! 올바르게, 문제없이 돌보란 말이다! 으아아아! 빌어먹을 황궁 같으니!”
“예? 그게 무슨-”
“당장 그만두고 데려와! 애 자지러지기만 해 봐! 너희들 오늘 시말서 쓸 줄 알아! 죄다 감봉이야!”
“예에에?!”
날벼락 같은 호통에 마법사들이 화들짝 놀라 이안 하델이 향한 쪽으로 달려갔다. 아니, 이건 마법사는 물론이고 신입 직원이 들어와도 하는 기본적인 신고식 아닌가? 이안한테 물어봤을 때도 본인이 하겠다 했다고!
“이안 하데에엘!”
“잠깐 멈추십시오!”
촤아악!
마법사들은 헐레벌떡 뒤쫓아갔다. 혼자 걸어가던 이안이 놀라서 돌아봤다. 눈이 동그래져서는 어정쩡하게 굳은 모습이다.
“이쪽 길이 아닙니까?”
“맞아. 맞긴 한데-”
신고식은 아주 간단했다. 혼자 과일을 들고 뒤뜰로 가서 던지고 오는 것. 근데 왜들 그러지?
마법사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다행이다. 아직 만나지 않았구…….
쉬이이익!
그때, 이안의 위로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
마법사들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뒤늦게 도착한 아레나가 경악하며 이안에게 지시했다.
“눈 감아, 이안 하델!”
안 그러면 놀라서 자빠져!
하지만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차만큼 거대한 몸집, 붉은색의 강렬한 비늘, 쭉 펼쳐진 날개…….
“아.”
…드래곤이다!
이안이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사실 과일은 드래곤의 간식으로, 이 거대한 생명체와 처음 마주하면 대부분의 신입은 깜짝 놀라서 나뒹굴기 마련이다.
그래도 괜찮은 것이, 드래곤이라고는 하지만 원체 순한 마법부의 반려동물 같은 존재라 위험한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솨아아아아!
“……!”
“……!”
맹렬하게 불꽃을 뿜어내는 드래곤. 마법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멈칫거렸다. 드래곤이 주체하지 못하고 불을 뿜어낸다는 건 딱 두 가지 이유뿐인데.
‘생명의 위협을 느꼈거나, 아니면…….’
-뀨우우우우!
…너무 반가워서.
촤아악!
‘뀨’는 이안에게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머리를 비벼 댔다. 벌러덩 아이가 뒤로 밀려 넘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신 가르릉거리며 드래곤은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쿵! 쿵! 좌우로 흔드는 꼬리로 인해 땅이 진동하는 것은 덤이다.
-뀨우우우!
이안은 엉덩방아 찧은 채 조심스레 과일을 건넸다. 하지만 뀨는 관심 없다는 듯, 계속해서 아이를 핥아 댔다.
아이는 두 손 가득 과일을 든 채 난감한 얼굴로 마법사들을 돌아봤다.
“저기…….”
신고식도 신고식인데, 저… 옷이 다 젖었어요. 도와주세요- 하는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