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03)
1003. 비익연리 4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 잤어요?”
“정말 푹 잤구나.”
“그러면 슬슬 식사하죠. 먼저 일어날게요.”
“음….”
눈물의 읍소. 내 진실을 고백한 이후 우리 둘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연인이 된 이상 서로 애정표현을 하기 마련.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선을 넘었고, 지금은 같은 침대를 쓰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아일라를 끌어안고 자는 건 따듯하고 부드러워서 참 좋단 말이지.
대신 아일라는 내가 자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게 좋다고 한다.
평소 녀석이 나보다 일찍 일어남을 생각하면, 계속해서 내 얼굴을 보고 있는 셈이 된다.
뭐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울프람. 커피 마실거에요?”
“음…. 내가 타도록 할까.”
“괜찮아요! 제가 타올게요!”
그런가.
그러면 잠깐 누워있을 시간이 있군.
아무튼…. 그 눈물의 읍소 이후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결혼식이었다.
어디서 하고 싶냐는 이야기나, 일정. 내빈. 그 외 많은것들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일라의 요구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아는 분들을 많이 모아서, 모두에게 축복을 받아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식으로 해요!”
“음. 알겠다.”
아일라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해야지.
“알겠다. 그럼 드레스는 어떻게 할까….”
“울프람이 직접 만들어 줄 건가요?”
“이 대륙에 나보다 잘난 재봉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그래요.”
아일라의 드레스라. 우선 당연하지만 순백색이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정은 그리 촉박하지 않으니 다행이다.
“어디보자 그러면…. 더 준비해야 할 게 있나….”
시간이 남는 김에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결혼식을….
정신이 조금식 아득해지고, 눈이 살짝 감긴다. 좀 더 잘 수 있을 거 같다.
“어머…. 또 잠들었네요. 음…. 그러면 깨어날 때 까지 자는 얼굴이나 봐야겠어요.”
스윽. 하고 내 이불 안쪽으로 아일라가 들어온다.
녀석이 내 얼굴을 구경하게 내버려두고, 평온함에 취해 잠들었다.
***
생각해보니 그리 시간이 많은 건 아니라고 깨달은 건 그 다음날이었다.
“울프람?”
“아일라. 생각해보니….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제가 도울 수 있는게 있나요?”
“도울 수는 없지만…. 음.”
이전이라면 너는 몰라도 된다. 허나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이 모든게 너를 위한 일이었음을! 하고 폼을 잡았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결혼식을 앞두고 대놓고 비밀로 하면서 혼자 돌아다닌다? 그거만큼 개새끼가 또 없지 않나.
“어떤 일인가요?”
“제대로 말해주마. 나는 지금부터, 네 결혼반지를 맞추러 가야 한다.”
“네? 제 반지를 맞춰요?”
“그렇다.”
상애의 광석. 순애의 광석. 천애의 광석 셋을 이용해 만드는 【순수한 서약】.
이게 아일라에게 줄 최고의 반지다.
여기에 두 개의 보석을 더하고 싶은데, 하나는 하르크한테 삥뜯으면 된다고 치고, 남은 하나는 제프린에 잠깐 다녀올 생각이다.
“제 반지…. 울프람. 기다리고 있으라고 할 건 아니죠?”
“어, 음….”
아니 기다리고 있으면 잠깐 다녀오려고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나도 눈치는 있다.
“당연히 그럴리가 없지 않나.”
“다행이에요. 평생 제가 끼고 다닐 반지를 몰래, 혼자서 준비했다고 하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슬펐을 거에요.”
생각해보니 그렇네.
선물하는 내 기쁨이 아니라, 받고 나서 아일라가 마음에 드는지가 중요하지.
“그러면 오래간만에 제프린에 돌아가볼까.”
“네!”
***
다른 녀석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제프린에 도착했다.
우리가 연인이 되고나서 벌써 5년이 지났으니 지금 제프린에 우리를 기억하는 녀석들은 없을거다. 그나마 있어봐야 교수들이 전부인데 필티아는 지금 제국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교수중에도 없겠구나.
그래서. 아일라가 아주 특별한 제안을 했다.
“몰래 들어가죠! 모교 잠입이에요! 교복도 입고, 학창시절 느낌도 내요!”
“호오….”
그거 무척이나…. 재미있을 거 같다.
그렇게 우리가 학창시절에 입던 교복을 입었다. 나는 키가 조금 더 커서, 살짝 작은 느낌이 있는데, 아일라는 놀라울 정도로 소화해냈다.
“다행이에요. 살쪘으면 어쩌나 했거든요.”
“그럴리가 없지 않나. 그렇게 매일 격한 운동을 하는데.”
“네? 운동? 아…. 후후. 네. 그렇네요.”
녀석이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혀를 빼꼼 내밀었다.
이런 모습도 귀엽네.
아무튼, 모교 잠입 작전을 개시했다.
제일 처음 가볼 곳은 역시 마법학부 제8학부.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이다.
***
이제는 어엿하게 포장도로도 생기고, 정령학부로 이름을 바꿔서 그런가 학생들도 눈에 띈다.
정령학부는 얼마나 자연과 소통할 환경을 만들어주는가, 정령력이 넘치는 땅을 준비해주는가가 관건이기에 학부동 건설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에 인부 대신 골렘을 쓰기에 예산이 얼마 들지 않는다고 한다.
마법적 소질이 부족한 녀석들 중. 기사학부에 갈 능력은 안 되지만 정령의 소양이 보이는 놈들한테 약을 쳐서, 어떻게든 하급 정령과 계약시키면, 직업변경권이 뭐 따로있나.
아무튼 그렇게 늘어난 학생들을 죄다 수거해다가 세계수 앞에서 정령력을 쌓게 시키면, 너도나도 졸업할 때 즈음 못해도 중급 정령사는 되어 있다고 한다.
경쟁력은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모이면 상권이 생긴다. 정령1학부. 우리의 편의점 제 1호는….
“어서오세요! 친절과 사랑의 W.R 1호점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쇼핑몰이 되어 있었다.
직원들도 싹싹하고 모두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들도 내가 울프람이라는 건 모를거고, 내 옆에 있는게 아일라라는 건 모르겠지.
그리고 나도, 이런 편의점은 감히 상상도 해본 적 없다.
“저희 W.R은 지하3층. 지상1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복합 편의점입니다. 모든 고객의 편의를 중시하고, 대륙 내. 오직 이 편의점에서만 보실 수 있는 특별한 상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울프람 이건….”
“음….”
마도공학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녹음된 목소리는 틀림없이 밀푀유 목소리였다. 녹음해서 틀어주는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고객님. 곤란하신 일이 있나요?”
“으, 음….”
“조금 더 돌아보고 궁금한게 있으면 여쭤볼게요. 괜찮나요?”
“네. 편하게 둘러보세요.”
친절한 직원이 돌아섰다.
나와 아일라는 대형 편의점…. 아니 이건 뭐 거의 백화점인가…. 아니면 천원몰…. 다잇소같은 느낌의…. 그런 공간을 둘러봤다.
생필품부터 특산품. 지하매장에는 식재료를 전문으로 취급하며, 과자를 파는 전문 층이나 DIY물품들도 가득하다.
놀라운 건 묘목이나 묘종. 그리고 목재와 가드닝 상품관인데 이게 또 야외에 어마어마하게 크게 구비되어 있었다.
편의점의 개념이 조금 잘못된 것 같지만, 지금 제프린에서 이 매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알 수 있었다. 다른거보다 특산품 판매 같은 건 외부 손님들이 와도 즐겁게 보다 갈 수 있으니 말이야.
“제 건물인데 제 거 같지 않아요….”
“이 건물에 입점한 유일한 브랜드인데, 내 브랜드 같지 않구나.”
나와 아일라의 얼굴은 마주보고 미묘하게 굳어졌다.
【W.R 편의점은 매일 고객님 감사 데이! 와서 보시고, 직접 체험해보세요! 이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W.R 편의점 1호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상품들이 고객님을 기다립니다.】
스피커 속 밀푀유의 목소리에는 부끄러움 한 점 없었고, 당당하게 홍보했다.
밀푀유야. 너는 대체 1호점을 어떤 곳으로 만들려고 한거니….
“한 가지 궁금한게 있다만.”
“네. 고객님. 말씀하세요.”
“여기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게 뭐지?”
“아. 간식관의 베스트셀러를 찾으시는군요? 2층의 중앙 매대에 있습니다.”
“고맙군.”
2층의 중앙 매대….
아일라의 손을 잡고, 이제는 별세계가 되어버린 내 편의점 2층….
아니 2층이 어딨었냐고 대체.
아무튼 그 중앙에 가서 본 것은,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내 입간판. 그것도 등신대 사이즈의 간판. 앞치마를 두르고 있고, 오른 손에는 뒤집개. 다른 손에는 냄비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멋진 필체로 【초대 점장이 만든 첫 간식. 미니 도너츠를 10+1 행사! 20가지 맛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호오….”
“이건…. 울프람이 처음 신입생 환영회때 만든 도너츠네요.”
“그렇지. 이쪽 세계에 와 먹고 살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서 말이다. 내가 아는 간식 기법은 다꺼냈지.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그거 말고도 많아요. 저기는 계란 샌드위치. 울프람이 자주 만든 스튜도 마법으로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포장 끈은 마법으로 이루어져서 3개 회수해오면 1개 서비스래요.”
“호오…. 현명하게 장사하는구나.”
“네. 그리고 여기만큼은…. 후후. 이전에 팔던것들과 비슷하네요.”
“그래. 전부 내가 고안한 간식들, 혹은 한끼 식사 대용품들이구나.”
밀푀유가 어떤 꿈을 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가 내 편의점이라는 체감이 물씬 들었다.
“하하…. 좀 더 돌아볼까.”
“네. 울프람.”
내가 생각했던 아늑하고 안온한…. 내 기숙사는 완전히 박살나고 없지만 뭐, 혹시 모르지.
수 천년쯤 더 살면 이 건물도 낡고 헤져서, 그때 몰래 집이라도 짓고 입주해서 살 수도 있잖아?
***
모험은 다음날 하기로 하고, 그날은 종일 제프린을 돌아보기로 했다.
정령학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다를것도 없었고, 이 안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초월종들도 있으니 녀석들도 만나봤다.
예를 들면 바람의 정령왕 아인 같은 경우는 밖은 무섭다며 여기서 책이나 읽다가 가끔 강의실에 얼굴만 비춘다고 한다. 다른거보다 바람에 섞여 들려오는 연애담의 달달함은 제프린을 넘어설 곳이 없다나.
【그래서 온거구나. 순수의 서약이라는…. 반지를 만들려고…. 거기에 곧 결혼한다고요?】
“음. 그렇다. 다른 정령왕들에게도 연락을 넣어다오. 날짜도 확정지었으니 말이다.”
【네. 알겠어요. 축하해요.】
아인에게 부탁도 마쳤고, 내일은 보석을 찾기 위해 원정을 나서야 한다.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다. 이세계라는 어디서든 갈 수 있는 신혼집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 둘의 이름을 내걸고 외부인 숙소를 잡는 순간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르고 말이야.
밤이 찾아오고, 집으로 돌아갔다.
최근 아일라는 11시까지는 안 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기에, 잠들려면 시간이 조금 남은 상황.
“그러면 먼저 씻을게요.”
녀석의 얼굴이 살짝 붉다.
음? 아하. 그렇군. 그 신호인가.
“씻는건 좋은데…. 무리하는 거 아닌가?”
“무리요? 끄떡 없는데요?”
“아니. 그러니까…. 곧 식이 있는데 만약 아이라도 들어서면 힘들지 않겠나?”
“그건 그것대로 엄청 행복할 거 같은데요?”
녀석은 그 어떤 망설임 없이 그리 말했다.
역시 이 녀석의 생각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나도 모르게 웃고, 제안했다.
“같이 씻을까?”
“좋네요. 그럼 욕조에 물을 데우도록 할까요!”
정녕 행복하기 그지 없는 하루가, 또 흘러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