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06)
1006. 제1차 슈퍼정실대전 2
첫 승부의 승자는, 아일라와 밀푀유 팀이었다.
아일라와 밀푀유는, 아일라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과 밀푀유의 정확한 서포트로 네프티 루디카 팀을 압도했다.
루디카의 속도나 네프티의 시공도약방어는 결국 화력이 부족하고, 방어에 특화되어있다는 단점을 메꾸지 못했다.
대체 이런 승부를 왜 하는지. 어째서 이럴 수 밖에 없는건지 눈으로 보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임?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자. 그러면 이제 삐약이와 저의 최종전이네요!”
“네…. 잘 부탁 드립니다!”
“삐약이는 괜찮아요? 많이 지치지 않았나요?”
“으으…. 사, 사실 조금 지쳤어요.”
“그렇죠? 그러면 승부는 날짜를 바꿔서 다시 하죠. 무엇보다 우리 둘이 싸워봐야…. 끝내 레지나만 좋은 일을 시키는 거니까요.”
“아….”
그러고보니 레지나도 이번 승부에 참여하기로 했지.
나는….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다툼이라니….
“일단 오늘은 이쯤 하죠. 자. 그러면 내일 다시 만나요!”
아일라가 오늘의 모임을 파했고, 나는 이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뭐에요. 그래서 승부는 났나요?”
“…….”
거실에서 나시 티셔츠에 반바지로 책을 읽고 있던 이브와 마주쳤다.
“아니…. 내일 다시 승부를 낸다고 하더구나.”
“아하. 그렇군요. 숫자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네요.”
“…….”
“뭐에요. 왜 사람을 그런 눈으로 봐요?”
“아니. 아니다…. 후우. 다 내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나.”
“그나마 자기 잘못인건 아네요. 평소보다 조금 더 의기소침 해져 있는 거 보니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아는 거 같고요.”
이브의 촌평에 가슴 한쪽이 쿡쿡 찔린다.
“그래 다 알고 있다.”
“그래요. 그러면 조금 더 날카롭게 이야기 할게요. 아파도 참던가, 아니면 저랑 한 판 붙던가요.”
“음? 음…. 그래. 내 잘못이 있으니 쓴 소리는 듣도록 하지.”
“네. 우선 왜 저 사람들이 스포츠로 승부를 내는 줄 알고 있어요?”
“글쎄다.”
“당신이 파티원끼리 싸우는 걸 보면 가슴 아파 할 거니까, 서로 합의를 본 거에요. 겨루자. 대신 싸우지는 말자. 하고요.”
“…….”
“저 사람들은 당신이 쓰레기 같은 선택을 내렸어도, 다 받아들여주고…. 그 이상으로 배려해주고 있는 거에요.”
“그래. 그렇지.”
“후우. 당신이 도망다니는 사이에 파티원들 사이에 도는 분위기를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진짜아….”
이브는 지끈거린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거 참…. 잘못했구나.”
“잘못한 걸 알면 그런 태도를 취하면 안 되죠.”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잘못을 안다면.”
이브는 검지로, 내 가슴께를 가리키며 단언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말고 모두 내가 사랑해주겠다. 라고 자세 잡고, 허리 똑바로 세우고, 크게 소리치고 잘난척 해야 할 때라고요.”
“…….”
“당신이 모두를 사랑하겠다고 한 주제에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두렵고 무섭겠냐고요!”
이브의 그 말에 뺨을 한 대 맞은 것 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구나.”
“더 당당하게 지내세요. 그러지 않으면…. 제가 진짜 자는 사이에 쳐들어가서 미간에 성광창을 꽂아 넣어 버릴테니까요.”
“으, 음…. 그나저나, 오늘은 묘하게 신경 써주는구나.”
“당신을! 신경쓰는게! 아니라! 지금부터 제가 언니로 모셔야 하는 사람이 몇이 될지 모르는데!”
앗.
아아….
“그렇구나.”
“후우. 제대로 좀 하세요!”
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
다음날.
세 사람은 이번에는 2,000m 달리기를 시작했다.
레지나가 늪으로 누르고, 아일라가 흑수정으로 미끌어지며, 밀푀유가 여러 신화급 무기로 빠져나간다.
덧없는 싸움의 끝.
승자는 레지나 시엘라가 되었다.
늪을 상대로는, 초월에 도달한 흑수정도 극한의 유틸성도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후우…. 하아. 제…. 승리입니다!”
피는 흘리지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땀과, 옷에 먼지가 가득 묻었다.
그만큼 격정적인 달리기였다.
“레지나. 고생 많았다.”
“네? 네…. 가, 감사합니다. 황자님….”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건,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누구 한 사람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의미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하는 건, 모든 사람을 최대한 공평하게 차별하지 않고 사랑해주는 법 뿐이다.
“곁에 와라.”
“네! 황자님!”
무엇하나 두려워하지말고, 모두 받아들여라. 팔짱을 끼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정면을 마주보고, 시선을 떨지 마라.
이브의 말마따나, 내가 해야 할 것은 확신을 가지는 것이지, 다른 녀석들을 안타깝다는 듯 지켜보는게 아니다.
그 날. 레지나와 단 둘이서 저녁식사를 들었다.
***
물론 한 가지.
아주 사소하게 착각한 것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노곤한 얼굴로 레지나는 아침식사를 들며 말했다.
“2차에서는 제가 빠질 거랍니다.”
“2차?”
“네. 그런식으로 하기로 했거든요. 일주일마다 한 번씩, 이전의 승자는 참여 불가. 한명씩 빠져나가서 5차에서는 전원이 돌아가게끔요.”
“합리적이군.”
“네. 불합리적인 관계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답니다.”
레지나는 무언가 불편한 듯, 미간을 좁혔다.
“다른 녀석들을 신경 쓸 시간은 아니지 않나.”
“네?”
“너를 위한 일주일이다. 자, 뭘 하고 싶지?”
“아…. 황자님.”
모두를 위해 살겠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 그건 진심이다.
녀석들이 그런식의 교대 순번을 정했다고 해도, 내가 해야 하는 건 하나다.
“네가 하고 싶은 걸 말해라.”
“그, 너무나 불경한 생각인데…. 황자님을 그리고 싶습니다.”
“어렵지 않지. 고작 그런걸 어렵다고 생각해서야 쓰나.”
“그, 그럼 혹시…. 누드를 그려도 되, 될까요…?”
조금 곤란하긴 한데 뭐 어때. 그럴 수 있지.
“알겠다.”
“네, 네! 그럼 제 화방으로 와주세요! 집 안에 있어요!”
“알겠다.”
그렇게 레지나의 제안을 받아, 녀석의 집에 들어갔고, 그리고….
벽 천장. 바닥. 심지어 허공에까지 떠 있는 수 백, 아니 수 천…. 혹은 그 이상의 ‘나’ 만이 그려진 그림을 봤다.
“레지나…. 이 방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셨으니, 모두를 받아들여주신다면…. 이 또한 받아들여 주실거죠?”
“무, 물론이다…. 물론….”
“아아…. 행복해요. 저 정말 기뻐요. 황자님의 전신을, 상상이 아니라 직접 그릴 수 있다니…. 아아, 아아아….”
레지나는 환호하듯, 열망하듯, 그리고 갈망하듯 나를 바라봤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싫어…. 무서워. 도와줘….
그 날.
레지나의 손에 의해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수준의 생생한 나체가 그려졌다.
***
그 뒤로는 아일라가 우승했고, 그리고 밀푀유가 우승했다. 마지막 순번은 예상외로 네프티였다.
사실 밀푀유가 꼴지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렇게 일순이 돌고 나서, 다시 전원이 참전하는 ‘정실 대전’이 열렸다.
모두를 동시에 사랑 한다는 게, 이런 식이었나 싶긴 하지만 뭐 할 건 다 하고 있으니까 상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오히려 ‘몇 주 만에 만나는 거라 두근거려요.’ 라는 반응이 돌아왔으니 괜찮…나?
이세계에서 소파에 허리를 뉘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 생활이 만족스럽냐고 물으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래.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해서도 안 되고 말이야.
“그럼 체력에 좋은 음식이나 찾아 보도록 할까….”
그것과 별개로, 체력이 한계다.
다들 화풀이를 하듯, 혹은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메꾸듯 나를 원해주는 건 기쁘다.
하지만….
“고작 일 년 만에 체력 수치가 6이 올랐는데 말이다….”
아무리 녀석들을 위해 살겠다고 했어도, 이만한 체력 증가치는 대체….
스테이터스는 자주 쓸수록 오르는데, 1년만에 체력이 16이 된건 좀 그렇다.
“우리 파티에 나보다 체력이 높은 녀석들이 많으니 말이다.”
아일라만 해도 지금 체력이 19까지 올랐다. 18이 인간의 한계를 넘은 숫자임을 생각하면 나는 무슨 수를 써도 아일라를 이길 수 없다.
“뭐….”
그래서 나쁘냐고, 힘들기만 하냐고 물으면…. 그렇진 않지.
남자로서 이렇게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건데.
이게 정말 참 좋은데 뭐라 할 말이 없네. 하….
내 개인시간이 좀 필요하긴 해서 며칠만 쉬는 날을 달라고 하니 녀석들의 눈이 까맣게 죽었던거 빼고는 말이야.
“평생 잡혀살아야 할 운명이군 그래.”
혼잣말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체력을 회복할 수단을 찾아볼까.
그리 생각하며 인벤토리와 이세계의 냉장고를 찾는 그 찰나.
“뭐에요. 있었네요?”
“음. 있었다.”
이브와 마주쳤다.
***
서로 소파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나는 그렇다 치고 너는 왜? 의문을 담아 마주보자 이브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고생하네요.”
“음?”
“얼굴의 살이 반 정도 준 거 같은데…. 초창기 체력 2 시절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곧 죽는거 아니에요?”
“아니 지금 내 체력은 16이다. 곧 인간의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인간의 한계 정도로는 버틸 수 없다는 이야기네요.”
“음….”
생각해보면 꽤나 수위가 높은 대화인데, 이브 녀석이 이런 주제를 꺼낼 줄이야.
“어쩌겠어요. 쉬는 날도 없다면서요. 뭐, 매일같이 데이트하고 분위기 맞춰주려면 어쩔 수 없죠.”
“…….”
그리 말하며 뻔뻔하게 웃는 녀석.
아 그렇군.
이 녀석에게는 그런 쪽의 상상이 탑재 되어 있지 않은거다.
“뭘 봐요?”
“아니. 별거 아니다. 요새는 별 문제 없나?”
“갑작스럽네요. 그게 왜 궁금해요?”
“뭐. 말 해봐라. 정말 없나?”
“별 일이라…. 그러니까. 아. 하나 있네요.”
“뭐지?”
“최근 다른 파티원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날카롭거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파티원들이 이브를?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러니까. 제가 당신과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는게 부럽다…. 라고 하네요.”
“…….”
“거기에 필티아 언니나, 엘피라네님한테서 당신의 원 안에 들어갈 수 있냐는 물음도 나왔어요. 그걸 왜 제가 대답해줘야 하죠? 왜 물음이 저한테 오죠?”
“으음….”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무튼 당면한 문제는 그 정도.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그 불똥이 여기저기로 튀고 있거든요.”
“어떻게든 하겠다.”
“어떻게 할 건데요?”
“우선 여기서 내가 먼저 나서서 규정을 개편해야겠지. 더이상 그녀들이 매번 승부하는 걸 보고 있기도 그렇고, 내가 나서서 조율하겠다.”
“조금만 잘못하면 토막날지도 모르는데요?”
“알고 있다.”
“정말 알고 있는거 맞죠?”
그래.
그렇다 해도 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 이브. 너 또한 내 파티원이다.”
“뭐라고요?”
이브가 슬쩍 나한테서 멀어진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이 자식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파티원 전원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건다. 라는 의미다. 이것만큼은 망설임 없이 단언하마.”
이브는 슬쩍 고개를 돌리더니 ‘폼이나 잡고 말이야. 정말…. 쯧.’ 하고는 혀를 찼다.
“우선. 제 행복은 제가 알아서 찾을 수 있으니까. 그런 식의 오지랖은 부리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래. 그렇겠지. 괜한 걱정이었다.”
이브는 차기 황제로 내정되어 있고, 다수의 초월종이 녀석을 지지한다. 녀석의 치세에 문제는 없을 거고, 무엇보다 내가, 우리들이 있다.
자신의 행복은 혼자서 알아서 쥐겠지.
괜한 걱정이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걱정은 고마워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연락할게요.”
나의 그 생각을 뒤집어버리듯, 내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상상도 못 할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이브를 바라보니, 녀석은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 하하. 이것 참. 그래. 언제든 의지해라.”
이브가 순수하게 의지해준다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내가 하렘을 차린다고 할 때. 저 녀석만큼은 한 발 물러나 나를 도와줬다.
그 때문에 본인의 업무에 지장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만다.
그래서는, 이브 폰 로엔그린을 포함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
순간. 가슴 속에서 작은 결심이 섰다.
생각이 바뀌었다. 모두 불행해지고, 누구 한 명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슬픔을 간직해야만 하는 관계라고?
“그런 결말에 내가 만족할리가 없지 않나.”
모두를 행복하게, 누구 한 명 빼놓지 않고 최고로 생각하겠다. 슬퍼할 틈 따위 주지 않겠다.
이브마저 행복하게 만든다고 결심한 이상. 모두가 행복해져야만 그 결말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음. 그럼 어디…. 체력부터 다시 늘려볼까. 16으로는 안 된다…. 20정도는 필요하군. 내일은 밀푀유인가.”
일정을 픽스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모두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