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08)
1008. Episode of EVE 2
다음 날.
이브는 가신들 앞에서 향후 나를 어떻게 관리할건지 설명했다.
뭐, 모두의 반응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모두의 얼굴에 절망감,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눈물 흘리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놓고 반대하는 녀석은 없었다.
그도 당연하다.
“정말, 정말 싫지만…. 울프람 저 녀석이 나가서 조직을 세워 내란이라도 일으키는 것 보다는…. 목줄을 채워두는게 낫다…. 라는 거군요.”
“맞아요. 실피아.”
“알겠…습니다. 납득하진 못하였으나, 이해는 했습니다.”
“고마워요.”
두 사람간의 꽁트가 끝나고, 이쪽을 힐끗 본다.
음. 그냥 나가서 아무것도 안 할테니까 나 좀 풀어주면 안 될까.
아니 진짜로. 어디 구석에 들어가서 개인 편의점이나 하고 살테니까 말이야.
“그냥 풀어주면 안 되겠나? 정말 나쁜짓을 안 하겠다고 약속하지.”
“그걸 믿을 거 같아요?”
“…….”
그것도 그런가- 하고 내심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풀어주면 그냥 호구지 뭐.
아,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말투를 조정하기로 했다. 울프람 녀석의 말투는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앞으로 이 학생회실에서 나갈때는 감시가 붙을 거에요. 생활도 이 학생회 건물에서 하는거고요.”
“씻는거나 먹는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철야하는 임원들을 위한 숙박용 침구는 다 있고, 공실도 하나 있고, 샤워장도 그 옆에 하나 있어요. 식사는 당신 돈으로 알아서 처리하세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네.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해야죠?”
그건 또 맞는 말이네.
“일단 저 탕비실의 물품이 다 빠질 때 까지는 돈을 벌어야겠군.”
“뭐라고요? 저 탕비실의 물품은….”
“전에도 말했지만, 저 식재를 먹을 사람이 있나? 내가 독을 탔다고 생각 할 거다. 그렇지?”
다른 임원들을 보니 모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저 식재는 학생회의 자산입니다! 라고 소리 치는 녀석은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빼세요. 저희들의 식재도 넣어야 하니까요!”
“알겠다. 고려하지.”
아무래도 이브는 진짜 나를 놔줄 생각이 없나보다.
이러면 좀 꼬이는데…. 뭐, 게임이라는게 꼬이면 꼬이는대로 재밌지만 말이야.
“근데 내가 돈을 벌러 다니면, 그 뒤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의심할텐데…. 취직은 어떻게 해야 하지?”
“…….”
녀석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래. 그런거지.
알겠어. 눈치껏 나대지말고 알아서 잘 해보라는 거지?
***
눈치껏 나대지말고 알아서 잘 생활하는 학생회 라이프.
나를 위한 방은 지하에 있는 방 하나를 통째로 내줬다. 학생회실 지하에는 던전도 하나 있을텐데 이런걸 내줘도 되나…. 작은 편의점 하나를 차려도 될 정도다.
식사는 아직 식재가 많으니 괜찮다. 혼자 먹고 살라면 한 달 정도는 충분하게 먹고 살 거 같다.
즉. 한 달 정도의 유예가 있는 목숨.
단검이 두 자루 있으니, 이거 들고 동부 숲이라도 가서 빈즈라도 따오고 싶지만, 그랬다간 뒤통수에 성광창이 꽂히겠지.
이브한테 패배한다는 건 아니다. 초기 이브의 전법은 꽤 많이 몰상식하고, 빈틈도 많으며, 동요시키기도 쉽다.
하지만, 그 끝에 있는건 마법이 봉쇄된 녀석의 목에 단검을 들이밀고 ‘어서 나를 해방시켜라. 죽이기 전에’ 라면서 울리는 것뿐이다. 이브가 그 정도로 잘못을 저질렀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
그렇게 오늘이 사흘째다. 쫓겨났으면 밖에서 굶어서 기절했을지도 모르는 시간. 하지만 여기는 식재도 있고, 내 조리 솜씨도 있다.
다른거보다, 꽤 빠르게 요리 스킬을 얻었다. 원래 요리 스킬이라는게 이렇게 쉽게 얻어지는건가 싶은데, 고급 재료로 고급 조리도구를 가져다 마음껏 쓰다보니 얻을 수 있었다.
【고급 가정식】
【6T】
【누가 먹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고급 가정식 전반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요리는 주변의 시선을 이끌고, 그 향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고급 스킬입니다. 성장의 여지가 높습니다.】
고급 가정식이라.
나쁘지 않은 스킬이다. 아니 무척 좋다.
황실 요리나 신화급 조리스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걸로 만들 수 있는건, ‘가정에서 고급으로 만들만한 요리 전체’라는 어마어마한 폭을 자랑한다.
“그럼 슬슬 점심이나 만들도록 할까.”
“아….”
“아으….”
주변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힐끗 보니, 이브는 미간을 좁히고 있고, 실피아는 이를 악 물고 있으며, 엔데는 울먹거린다. 시니엘은 눈을 질끈 감았고, 리낭시는 손이 멎었다.
“다들 점심은 안 들러 가나?”
“닥쳐요. 일 바쁜거 안 보여요?!”
“음. 그러면 어쩔 수 없군. 나 혼자 먹겠다.”
이브의 학생회는, 집권 초기라 그런지 할 일이 더럽게 많았다. 내가 제대로 인수인계서를 적어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내 인수인계가 없어도 얼마든지 임기중에 개혁을 표명하고 성과를 이뤄내겠다. 라는 마음가짐도 있다.
그래서 점심도 거르고 일하는 청춘을 보며, 나는 탕비실에서 요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오늘은 뭘 만들어볼까.”
우선 맛을 내기 위해 깊고 진하게 버터와 볶았던 양파를 꺼냈다. 그것을 투척하고, 그 위에 한 입 크기로 먹기 좋은 큐브 스테이크를 올린다. 양파와 고기를 한껏 볶다가, 감칠맛을 내기 위해 끓여뒀던 닭뼈를 우린 치킨스톡을 조금 넣고, 한참을 다시 볶는다.
그 사이 다른쪽 팬에서는 버터를 녹여 번을 굽고, 구워진 면에 마요네즈를 발라 접착제 대용으로 쓴 후 양상추를 깔고, 양파 큐브 스테이크를 올린 후 바베큐 소스로 마무리. 간단하게 점심에 먹기 좋은 큐브 스테이크 샌드의 완성이다.
다음은 스튜인데, 비프스튜 특유의 강렬한 맛을 내기 위해 소고기를 아주 뭉텅이로 가져다가….
“아으아아아아아!”
“으, 으으…!”
밖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뭐 생각하면 당연하다. 한창때 학생들이 어떻게 이걸 참겠어 절대 못참지.
버터 향이 탕비실 전체에 퍼지고, 고기와 빵을 굽는 소리, 진득하게 졸여낸 스튜의 향기. 이걸 버틸 수 있으면 학생이 아니라 부처를 해야하는 거 아닐까? 금욕주의 종교의 창시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밖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한창때의 소녀 아닌가. 편돌이 경력이 꽤 긴 내 체감상. 칼로리가 높고 향이 좋을수록 여자애들이 미쳐 날뛰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 눈치도 안 보고…. 으극, 그으으으.”
“우리도…. 우리도 여기에 있다고…. 뭐냐고요 그 향…. 치사하게…치사…하게에에”
밖에서 소란이 인다.
그건 좀 오해가 있다.
나는 너희가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단다. 내가 모르겠니?
“슬슬 때가 되었나.”
내 몫의 샌드위치와 스튜를 뜨고, 자리에 앉았다. 최대한 플레이팅도 신경썼고, 달달한 스무디도 만들었다.
“좀. 다른 곳 가서 먹지 그래요?”
“다른곳에서 먹으면, 임원중 한 명이 내 감시로 붙어야 하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공백이 생기느니 내가 여기서 먹는게 합리적이지 않나?”
“그, 그건….”
좋아. 이브의 입은 닫았고, 식사 시간이다.
그렇게 다들 이쪽을 보는걸 느끼며, 바삭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내거나, 스튜를 한 입 먹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여러 리액션을 보였다.
그 때 마다 임원들의 눈이 요리에 고정되는걸 보면 꽤 웃기다. 침 넘어가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럼 슬슬 밑밥은 깔았고, 작업을 시작할까. 그저 흘리듯, 지나가듯 혼잣말.
“음…. 샌드위치가 두 개 정도 남는군…. 신선함이 생명이라 처리하기 어려운데 어쩐다….”
그 말에 녀석들이 움찔. 한다.
그래. 그래. 니즈는 확실하게 파악했고, 이제 수요 조사만 하면 된다 이거지.
여기선 제일 심약한 녀석에게 밑밥을 던져보자.
양갈래 머리를 앞으로 내리고, 은테 안경을 쓴, 수수한 여자애.
켈터스를 잘 이끌어주고 다도가 특기며 탐색 마법. 정리 마법. 검색 마법등을 주로 쓰는 일명 학생회의 황금나무위키. 엔데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야. 침흐르겠다.
“엔데. 혹시 배가 고픈가?”
“네, 네헤? 저, 저 말씀이신가요? 아, 아뇨 안 배고픈데요….”
“그런가. 샌드위치가 남아서 말이다. 손도 안 댄 새거가 탕비실에 있다만, 아무래도 이런 요리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혹여 배가 고프다면 말해라. 오늘만큼은 특별히 무료로 나눠주도록 하지. 조각으로 자르면 전원 한 입 정도는 먹을만 할 거다.”
“아….”
“누가, 네놈이 만든 요리를 먹을 성 싶으냐!”
칼같이 반응하고 나선 것은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였다.
“왜 내가 만든 요리는 못 먹겠다는거지?”
“그 안에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않나!”
“나와 같은 요리를 먹는데, 중독이 된다라…. 하하. 내 체력을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 중독될거면 내가 먼저 걸려서 죽었겠지.”
“아, 암살을 위해서 다른 사람이 먹을 것에만 독을 투입했을수도 있지 않나!”
“진심인가? 그렇게 해서 내게 무슨 이점이 있지?”
“어…. 어. 그러니까. 정권을 빼앗긴 분노를 풀기 위한 무차별 암살….”
“소설을 너무 읽었군. 내가 지금 정권을 빼앗겨서 분노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나?”
실피아는 입을 닫았다. 그야 그렇게 안 보이겠지.
“이브 폰 로엔그린.”
“뭐에요?”
“방금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가 한 말은, 엄연히 말하자면 황족 모욕죄에 해당되지 않나? 내가 제국민을 학살할거라고 예측하고, 폭언을 내뱉고, 의심하고, 끝내 증거도 없음에도 죄인으로 몰아갔는데 말이다.”
“그, 음….”
“아….”
두 사람 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학생회에 긴장이 감돈다.
이건 이브마저 실드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말이었다.
물론 이거가지고 난리칠 생각은 없다. 크게 보자고, 크게.
“그 얼굴을 보니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나보군. 자. 사죄는 됐다. 사과를 듣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 그럼….”
“대신 조건이 있다.”
“뭐, 뭐…. 뭔데….”
“지금부터 내가 샌드위치를 인원수대로 자를거다. 그리고 그 첫 조각을 네가 먹어라.”
“어…? 윽…. 아, 알겠다.”
탕비실로 가서, 일부러 꽤 많이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조각으로 잘라, 가지고 온 후. 포크로 찍어 실피아에게 넘겼다. 녀석은 파들파들 떨다가 눈을 꾹 감고 맛을 봤고, 그리고….
“어…. 마, 맛있어….”
“독은 있었나?”
“어, 없다. 마력의 흐트러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마력이 상쾌해진 듯 한….”
“내가 가지고 있는 조리 스킬이다. 좋은 효과는 아니지만, 체온을 조절해주고 집중력을 작게나마 올려주지.”
“아….”
“자. 그럼 기미는 끝났고, 다들 먹고서 업무를 다시 해도 되지 않겠나? 응?”
내 제안에 녀석들이 흠칫, 떤다.
그 흔들림을 감지했는지 이브가 머리를 짚으면서 한 마디 쏘아댔다.
“울프람. 우리는 바빠서….”
“샌드위치 한 조각 먹을 틈도 없는 학생회는, 누구를 위해 정의를 부르짖지? 네 사람도 챙기지 못하면서?”
“윽…. 아, 진짜…. 좋아요. 샌드위치니까 먹는 시간도 빠르겠죠. 다들 한 조각씩 들어요.”
“네, 네!”
그 말에 임원들이 일어나 조각을 하나씩 집어들었고, 이내 조금이나마 화기애애한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마, 맛있네요….”
“응. 진짜 맛있다. 웬만한 고급 요리점도 뛰어넘을 맛이야….”
좋아. 평가는 나쁘지 않군.
나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녀석들을 둘러봤다.
“오늘은 내 재료가 남아서 무료로 제공했지만, 내일부터 만약 식사를 원한다면 돈을 받을거다. 물론 비싸지는 않다. 이 정도 품질이면…. 재료비에 내 수고비까지 얹어서, 이 정도가 되겠군.”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자, 녀석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서로 눈치를 보고, 끝내 이브의 눈치까지 봤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한 조각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던 이브는, 모두의 시선이 갑자기 쏠리자 황급히 놀라서 이를 삼켰다.
“우…프하…. 아, 음…. 갑작스럽네요. 뭐하자는 제안이에요?”
“나보고 돈을 벌라고 했지만, 나가서 일은 할 수 없지않나. 그렇다면…. 당장 눈 앞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개선하고, 수익을 올리면 되지 않겠나? 모두가 행복해지는 제안이다.”
“음…. 뭐. 독은 없으니까요. 알아서 하던가요.”
좋아. 학생회장의 재가도 떨어졌다.
그리고…. 이쪽을 힐끗 보면서 의심하거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분하다고 몸을 떠는 녀석은 있지만, 미묘한 첫 발을 내딛는데도 성공했다.
“그거 고맙군.”
“대신 식사 주문도 받는거죠? 오늘처럼 남는걸 먹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데요.”
“주문도 받도록 하지. 대신 식재료는 학생회에서 발주하도록.”
“좋아요. 그러면…. 제 주문서는 이거에요.”
“…….”
이브가 내민 종이에는, 자신이 먹을 샌드위치 메뉴가 적혀 있었고, 그리고 구석에 작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제 만든 포도 사탕.’ ‘모두에게는 비밀로’ ‘지키지 않을 시 이 점심 판매 안건을 엎어버릴것임.’
슬쩍 보고, 주머니에 집어넣고, 녀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걸 적을 틈이, 그리고 계산할 틈이 어디에 있었지?
그러니까…. 아. 그렇군.
실피아의 무례를 걸고 넘어질 때. 이브 녀석도 어느정도 눈치를 채서 크게 반박하지 않고 흐름을 봤다는건가.
이런 점은 또 묘하게 약삭 빠르네.
게임 캐릭터 이브와, 내 눈 앞에 있는 살아있는 이브 폰 로엔그린은 좀 다르다는 건가?
이거 참.
흥미롭군 그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