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13)
1013. Episode of EVE 7
블랙 마켓 잠입.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전투.
나야 다크 마스크라는 조금 멋진 이명이 있긴 하지만, 실피아는 대놓고 ‘저는 학생회의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을 체포하겠습니다.’ 라고 소개하는 꼴 아닌가.
그러니까.
실피아를 지키는 방법은, 내가 하나하나 책임져주는게 아니라 이 녀석에게 방범 아이템을 준비해주면 된다.
“오늘은 네 보호장구를 준비한다.”
“뭐?”
“너는 약하니까 말이다.”
“잠깐, 그 말은 흘려들을 수 없다. 내가 약하다고? 어딜 봐서 그런 평가가 나오지?!”
“모든 면을 찬찬히 뜯어봤을 때 그렇게 나온다.”
“이 쓰레기! 왜 찬찬히 뜯어보는 건데!”
그리 말하며 가슴께를 손으로 가린다.
얘랑 대화하려면 언어지식 스킬이 필요한걸까. 어렵다.
“시끄럽군. 너는 지금 내 일격조차 제대로 못 막지 않나.”
“뭐, 자신 있…!”
실피아가 뭐라고 떠들 때 울프람은 손을 내밀어서 녀석의 이마를 검지로 찍습니다.
“자신이고 뭐고, 현실이다. 납득했나?”
“시끄럽다! 이건 기습이잖나!”
“블랙 마켓에 잠입했을 때 그 안에 있는 녀석들은 ‘자 기사님 지금부터 공격 들어갑니다.’ 라고 말하고 덤벼 들 거 같나?”
“어….”
그 말에 실피아의 안색이 굳었다.
이제야 현실을 인지한 건가.
“그럼….”
“거기서 내가 공격당하는 건가? 학생회의 일원인데? 그런 간 큰 녀석들이 있다고?”
“…….”
아니.
내가 생각한거보다 한참은 더 멍청했다.
“자. 블랙 마켓은 제프린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쫓겨나야 될 떨거지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사회 부적응자 쓰레기들이 모여있는 곳이지. 그런 곳에 학생회 기사님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나, 나름의 변장은 하고 가지 않나. 학생회 기사님이라고 알아보는 녀석은….”
“널렸다. 네 청량한 마력이, 정순한 정령력을 느낄 수 있는 녀석들은 눈치 챈다. 그건 얼굴을 가렸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게 아니다.”
“저, 정순…. 내가 청량하고, 저, 정순하다고?”
“그렇다만?”
“흐, 흐음…. 그래. 그렇군…. 그런가.”
실피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알겠다! 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흠. 어쩔 수 없지. 내 청량한 마력과 정순한 정령력이 문제니까 말이다!”
“…….”
생각보다 순순했다.
뭐지. 왜지.
***
그래서 실피아의 첫 장비…. 지난번의 보주를 제외하고 진짜 방어구를 맞추기 위해 내가 향한 곳은 제프린 동부 숲이다.
그렇다고 식용 슬라임이 어슬렁거리는 입구 말고, 조금 안으로 들어간 곳이다.
“어, 어디까지 들어가는 거야….”
“좀 더 들어가야 한다. 따라와라.”
“나, 나를 으슥한 숲으로 끄, 끌고?”
“네 넘쳐나는 소녀심을 탓할 생각은 없다만, 그렇게 의심할거면 순순히 끌려오는 이유는 또 뭐지?”
“다, 닥쳐라!”
정말, 이 나이또래 여자애들은 어렵다니까.
이 세계에 오기 전에도, 희망의 집 동생들이 ‘오빠는 왜 이렇게 사람이 섬세함이 없어?!’ 하고 따지고 들었댄다. 이 자식 들아, 내가 니들 똥기저귀 빨아다가 키웠는데….
“그래. 알았으니 어서 들어와라.”
“어, 어딜 가는건데…. 아.”
깊은 숲을 지나 탁 트인 정경이 펼쳐진다.
꽃과 풀이 무성한 정원.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서 숨쉬는 것 만으로도 자연이 느껴진다.
“빈즈 정원. 모르나?”
“소문으로는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직접 올 일은 없으니 말이다. 이런 곳인가…. 그래서 이 콩떼기들을 어떻게 쓴다는 거지?”
“지금부터 조합할거다.”
“뭐? 분류도 안 된 이 콩들을 말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옆에 있는 콩줄기를 뜯어 올렸다.
하나의 줄기에도 각기 다른 모양의 콩들이 올라왔고, 그 중 하나를 뜯어 입에 물었다.
“자, 잠깐…. 이 콩들은 분류가 안되서 함부로 먹으면 위험하단 말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이 콩은 생크림 맛이 나는 녀석이다. 먹겠나?”
녀석에게 내밀자 놈은 콩을 받아들고 나를 멀뚱 보다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몸을 가렸다.
“서, 설마 먹으면 잠드는 콩이라서….”
“그러면 면역력과 저항력이 더 낮은 나는 지금쯤 숙면중일거라 생각한다만.”
“아.”
그리 말하고 실피아는 이내 콩을 슥슥 닦아 입에 물고는 눈을 꼭 감고 씹었다. 으득, 소리가 나고는 녀석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진짜…. 크림 맛이 나….”
“그렇지? 영양소도 크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분류할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간식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콩들을 분류할 지식을 가지고 있지.”
그 외에도 딸기맛이 나는 콩이나 홍차향 콩 등. 여러가지 간식을 녀석에게 건넸고, 실피아는 하나하나 맛봤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이 간식밭에 왜 나를 초대한거지? 이 콩도 먹을 수 있나?”
“그건 먹으면 몸이 감전된다.”
“뭐?! 너 나한테 뭘 먹이려는 거냐!”
아니 내가 먹으라고 했나, 네가 집어놓고는….
뭐 아무튼.
“식용빈즈가 있는가하면, 중독되는 빈즈도 있다. 거기에 폭발용으로 쓸 수 있는 녀석도 있지. 예를 들면 이런거다.”
나는 마비 빈즈와 폭발 빈즈를 묶었고, 그 상태로 멀리 던졌다. 펑! 소리가 나면서 주변에 노란색 장판이 깔린다.
“저 공기를 삼키는 것 만으로도 마비시킬 수 있는, 투척구를 만들 수 있지. 지금부터 우리가 만들 것은, 광역 마비용 빈즈와, 중독 빈즈. 그리고 물리 저항력을 올려주는 빈즈와…. 수면 빈즈다.”
“여러가지구나.”
“네 안전을 위한 거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쓰겠나.”
“뭐, 뭣….”
네가 다치면 이브가 비뚤어진단 말이지.
“빠르게 조합한다. 자. 어서.”
“으, 으…. 알겠다.”
그렇게 한참.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진 실피아와 빈즈 조합을 했다.
그래. 나한테 지켜진다는게 수치스러울수는 있는데, 어쩌겠니. 약한 자신을 탓하렴.
***
그렇게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가린 【다크 마스크】와 【블랙 실프】는 블랙 마켓에 무사히 잠입했다.
본래 이 곳의 퀘스트 동선은 이렇다.
근처 양아치를 하나 잡아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만 역시나 사기. 그대로 속아 넘어가 양아치들에게 둘러쌓인다.
그 곳에서 실피아와 켈터스는 서로 등을 마주대고, 양아치를 전부 쓰러트린 후 진짜 정보 길드와 접선.
키메라술사 에르헬의 정보 구매를 원하고, 큰 돈을 내고 그녀석의 아지트를 향한다.
에르헬은 도망친 이후였지만 중요한 거래를 하고 있던 에르헬은 파토에 화가 났는지 합성괴수를 자신의 아지트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합성괴수를 쓰러트리면 퀘스트 완료.
실피아 혼자 보내면 당연히 중상으로 이어진다. 켈터스와의 합동 임무가 추천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처음으로 양아치를 만나러 가면 된다.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있나?”
“무슨 소리지?”
“음….”
귀찮게 양아치를 만나고 어쩌고 할 필요가 있나, 라는 것이다.
어차피 에르헬의 아지트가 어디인지는 아는데, 그냥 쳐들어가서 정리하면 되는거 아닐까.
“따라와라. 짚이는 구석이 있다.”
“어, 어딜 가는거냐 우… 다, 다크 마스크!”
생각해보니 보스방 가는 기믹을 아는데, 동선을 따라갈 필요는 없잖아.
그렇게 나는 실피아를 이끌고, 블랙 마켓의 구석에서 더 구석으로 향했다.
***
들어갈수록 주변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뭐야 저것들은, 저 녀석들이 뭔지 알아? 같은 시선.
그래. 이런 곳은 보통 텃세가 심하기 마련이고, 시비를 거는 놈들이 나오기도 마련이다.
보통은 그래서 길잡이를 구하거나 하는데, 우리는 그냥 맨몸으로 쳐들어왔으니 말이야.
“어이. 못 보던 얼굴인데…. 무슨 일이지? 이 앞을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좀 내야 하는데 말이야.”
실피아의 얼굴은 딱 보는순간 꼬와보였다. 바로 칼을 뽑을 기세.
그러면 싸움이 길어진다. 어쩐다…. 우리는 그냥 에르헬을 기습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야.
그러니까…. 어둠쪽 루트에서…. 쓸만한 암구호가 하나 있었는데….
“자색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꺼져라.”
“뭐?”
“아니면 너도, 지배당하고 싶나?”
“자, 잠깐…!”
슬쩍 오른손을 펼쳐서 녀석에게 내밀었다. 놈이 움찔거리는 그 순간, 손을 슬쩍 빼고는 주먹을 쥐었다.
“꺼져라.”
“흐, 으으, 네, 네!”
양아치 하나는 순식간에 도망쳤고, 다른 양아치들도 이쪽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슬쩍 옆을 보니 실피아가 이쪽을 올려본다.
나중에 제대로 설명할 것! 이라는 얼굴이네. 그래 나중에 시간 남으면 해줄게.
아무튼, 빠르게 움직여 에르헬의 아지트를 찾았다.
여기에 있으면 좋겠는데, 없어도 연구 결과를 훔치고 집을 불태우면 되는 일이다. 어려울 거 없지.
주변에는 키메라들이 득실거리지만, 별 상관 없다.
메모지와 펜을 들어 작전을 적어 내려갔다.
-키메라들을 상대로 수면향을 던져라.
-너무 넓어서 효과가 없지 않을까?
-네 정령은 대체 왜 데리고 다니지?
-아.
녀석은 다시 얼굴을 붉혔다.
녀석은 바닥을 향해 수면향을 집어던졌고, 이내 라피스라줄리가 바람을 모아 키메라의 코에 쳐박아버렸다.
하나 둘, 키메라들이 풀썩 쓰러지고, 잽싸게 아지트쪽으로 향했다. 잠시 어리바리하던 실피아도 빠르게 내 뒤에 따라붙었다.
“실프 내부 기척은?”
“어, 어? 사람이 두, 둘!”
“확인했다. 내부에 마비탄을 던져라, 네 힘을 이용해서 절대로 못빠져나가게 해.”
“어, 어? 알겠다!”
원래라면 에르헬은 도망치고 아무도 없어야 하는 아지트 내부에 둘이나 있다?
이건 에르헬뿐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도 있다는 의미. 체포하면 꽤 유의미한 성과가 될 것이다.
내부에서 꺄아아악! 하는 새된 비명이 들리고, 이내 인적이 잠잠해졌다.
“그럼 이제. 중독 빈즈를 손에 쥐고, 언제든 던질 수 있게 준비해라.”
“어, 응…. 그런데 울프람.”
“뭐지?”
“이건 내 보호용으로 만들었던것들 아닌가? 이런 용도였나…?”
“음….”
그건 또 그렇네.
뭐 어쩔 수 없지.
“그때는 내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주마.”
“뭣?!”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가자.”
그렇게 아지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우리는 그 안에서 두 명의 인영을 마주했다.
한 명은 틀림없이 에르헬이다. 테이블에는 저주가 가득찬 구슬을 놓여 있다.
거래 정황도 포착했다. 이건 대박이군.
바닥에 넘어져 쓰러진 에르헬은 덜덜 떠는 몸으로 이쪽을 올려봤다.
다른 쪽 사람은 실피아에게 맡기고, 나는 에르헬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 너희는 뭐…뭐냐.”
“글쎄. 뭘까. 우선 처지부터 알려줘야겠군.”
“뭐?”
에르헬이 아무리 반마족이라고 해도, 한참 어리다. 단검 한 자루를 꺼내들고 녀석의 손가락 사이에 쿡 찔렀다.
어린시절 하고 놀았던, 카터칼이나 송곳으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찌르는 놀이에 녀석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몸을 부르르 ᄄᅠᆫ다.
“히, 히이….뭐, 뭐하는… 뭐 하시는거에요….”
“조용히 해라. 잘못 움직이면 손가락이 콱. 하고 찔릴지 모르니 말이야.”
“히, 히이이이….”
네가 질문할 처지도 아니고, 이쪽이 일방적으로 신문할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속도를 더더욱 올렸고 이내 에르헬은 거품을 물었다.
다른 쪽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후. 이쪽으로 돌아온 실피아는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우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치졸 하달까…. 뭐야 그건….”
“주제 파악을 시켜 준 거다. 그래서, 저 쪽에 쓰러진 사람은 누구지?”
“그게…. 음.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어렵네….”
실피아는 내 시선을 살폈고, 저쪽 로브를 입은 인물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이마를 짚었다.
대체 누군데 그래?
“내가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지.”
“그…. 그래. 그러도록 해라.”
대체 누군데 그래? 실피아를 슬쩍 보고 대체 에르헬과 거래하던 간 큰 인간이 누군가 하고 확인하니.
“어째서? 이 녀석이 여기에 있지?”
“그러니까…. 말했잖나. 나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말해두지만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가 슬쩍 운을 띄웠지만, 실피아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평범하지 않았다.
정말 관계 없어? 정말? 진짜로? 같은 의심 어린 시선.
완전히 기절해 헤롱거리는 상태로 쓰러져있는 사람.
검은 머리에, 조금 야윈 얼굴.
“아일라 트라이스타.”
“그리고 네 약혼녀지.”
아니 진짜. 저는 관계가 없다니까요.
왜 의심하고 그러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