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18)
1018. Episode of EVE 12
그러고 보니 학생회 지하 던전이라는게 있었다.
제 4창고를 경유해서 들어가는 던전인데, 그 안에는 골렘이 있다.
그리고 더 지하로 내려가면 더 강한 골렘이 잔뜩 있고 말이야.
꽤나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고, 히든 던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파밍도 괜찮고 스킬 숙련하기에도 최적이다.
하지만 낮에는 학생회 일도 있으니, 밤에 움직이는게 최적.
하루 한 두시간 정도 가볍게 골렘을 상대하면, 체력 단련에 얼마나 좋을까.
아 맞다.
이제는 실피아를 내 감시역이 아니라, 내가 키워줘야 할 파트너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던전에 간다면 실피아랑 가는게 맞다.
그래서 말했다.
“실피아. 오늘 밤에 시간 좀 내도록. 둘이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뭣?!”
화들짝 놀라는 녀석. 얼굴도 붉다.
본론도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대체 왜 놀라는거지. 하고 내 말을 반추해보니. 아하. 그럴만도 하군.
“아니 괜한 오해를 시킨 것 같구나, 그러니까 단 둘이서 가고 싶은 곳이란 것은….”
거기까지 말하고 본론에 들어가기 직전.
“한 밤중에, 단 둘이서 어디를 간다고요?”
“이브.”
“제 이름은 왜 부르나요? 자. 어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시죠. 당신이 제 측근을 꾀어내고, 그리고 한밤중에 불러내는 이야기를 말이죠.”
“흠. 오해가 있군. 내가 실피아를 불러낸 건….”
“이, 이브님 아닙니다. 저는 결코 울프람에게 그 어떤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방금의 발언은 재고해주세요!”
“그러니까….”
“실피아. 당신은 지나치게 순수해요. 거기서 바로 거절하지 못한 것 부터 문제가 있다고요.”
“하, 하지만…. 그러니까….”
아니
그러니까요. 그런게 아니라….
두 사람은 내가 쓰레기라느니, 제가 울프람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느니, 하등 쓸모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보통, 내가 나서서 복잡하게 만드는거보다 의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면 해결될 터.
“그러면 이브. 너도 따라와라.”
“뭐라고요?”
“뭐?!”
두 사람이 나를 보는 눈이, 무척이나 혐오스러운…. 그러니까 한 밤중에 물 마시려고 주방 불을 켜니 시선 끝자락에 잡힌 손가락 두 마디짜리 유광블랙 벌레를 보는 기분인데….
아니.
진짜 그런거 아니라고.
***
결국 진상을 설명했다.
이 학생회 지하에는 던전이 있고, 낮에는 시간이 없으니 밤에 가서 특훈을 하자는 이야기.
“울프람이라는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인가요?”
“울프람. 아무리 그래도 학생회 지하에 던전이 있다는 건 너무 허언이 심하다….”
아니 진짜로….
“그럼 너희들은 오지 마라. 나 혼자 움직이도록 하지.”
“밤에 혼자서 당신이 돌아다니는 꼴을 보라고요?”
“그건 안 된다. 내가 감시로 붙겠다.”
아.
진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러면 내 양 손을 묶어라. 오늘 밤에 던전으로 안내해주마.”
“음…. 그런거라면 상관 없긴 한데.”
이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간을 좁혔다.
“혹시 묶이는 취미가 있다던가….”
넌 진짜 나중에 혼날 줄 알아라.
***
그 날 밤.
둘 다 반신반의…. 아니 일신구의정도쯤 되겠군. 아무튼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제4창고로 향했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을텐데…. 당신의 쓰레기같은 장난감만 있잖아요?”
“설마 여기에 함정이?”
“시끄럽고, 따라와라.”
그리 말하고 창고 안쪽으로 더 걸어들어가, 던전으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 문을 열었다.
“지하…. 더 지하 공간이 있었다고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진짜로…. 이브님. 조심하세요. 울프람의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내가 제일 앞을 걸으면 되겠군. 자 따라와라.”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마법적 등으로 복도가 비춰진다. 중세 배경인 이 세계에서 지나치게 현대적인…. 아니 근 미래적으로 보이는 복도, 깔끔하게 잘린 대리석과 양각된 벽의 문양들이 눈에 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문이 하나 나왔고, 이브에게 슬쩍 눈짓했다.
“네가 문을 열어라. 황손에게만 열리는 문이다.”
“당신도 황손이잖아요?”
“미안하지만 양 손이 묶여서 말이다.”
“어쩔 수 없네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문에 손을 가져다댔고, 이내 구구구구궁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공터. 그리고 한 쪽 무릎을 꿇고 기동이 정지한 골렘.
“진짜…. 던전이라고…? 저건 골렘…?”
“실피아. 너무 다가가지 마라. 저 녀석은 근접하면 기동한다.”
“아, 응…. 알겠다.”
“그리고 내 손을 좀 풀어주지 않겠나. 진짜 던전이 있다는 건 증명했으니 말이다.”
“알겠다. 의심해서 미안하다.”
실피아는 라피스라줄리를 이용해 내 손목을 묶은 밧줄을 잘라냈고, 그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어째서…. 학생회실 지하에 저런 골렘이…. 대체 왜…?”
“이브. 이 제프린이 인공 섬인건 알고 있지? 저 골렘들이 이 인공섬을 만든거다. 하르크님의 유산중 하나지.”
“지금 누구를 이름으로….”
아.
그러고보니 하르크는 피휘하는게 기본이었던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자. 그러면 나는 단련을 시작할거다. 말려들 수 있으니 물러나 있어라.”
“단련이요?”
“그래. 어디까지나 단련이다.”
나는 골렘이 움직이는 선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 안에 한 걸음을 옮겼다.
기이이이잉, 소리를 내며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이내 눈을 빛내며 이쪽을 내려본다. 완벽하게 나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있다.
오른 주먹을 번쩍 치켜들어 이쪽을 후려치는 개막 패턴.
이것도 참 오래간만에 본단 말이지. 단검을 들어 녀석의 주먹과 아주 조금 마주쳤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 관절이 역방향으로 꺾이지 않을 정도로 마주치는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냥 스치듯, 그저 흘려내듯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몸에 기분 좋은 부하가 걸린다.
쿠우우우우웅!!
“울프람?!”
“괜찮다. 그냥 지켜봐라.”
“으, 으으….”
이 수호골렘과의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근력. 재주. 체력. 그리고 내 무기인 쌍단검 스킬도 몇 개 얻으면 좋을거라 생각한다.
재주 중심의 캐릭터로 키우는 건 좋지만, 쌍단검이라는 무기는 스태미너를 극한으로 뽑아먹기 때문에 체력도 필수 스테이터스.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할까.”
***
이브는, 눈 앞에서 자신의 손윗형제가 움직이는 것을 보며 그저 입을 벌렸다.
저 거체 앞에서, 어떻게 인간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녀석의 공격권 밖.
안전하기 그지 없는 이 장소에서, 실피아의 바람장벽과 빛의 수호진이라는 마법을 써놓은 상태에서도 몸이 떨린다. 저 일격을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라는 공포에 몸서리 치게 된다.
그럼에도 울프람은 웃었다.
저 정도 공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놈과의 전투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고, 회피나 혹은 맞기 직전에 흘릴 뿐이었지만, 결코 도망은 아니었다.
오히려 죽음을 앞에 두고 웃고 있는 듯도 보였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거야…? 그만큼 강하다는 거야…?”
“울프람은 처음부터 그런 남자였습니다.”
“실피아?”
“지금보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도 저 남자는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웃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단련하겠다며 목숨을 내던졌죠.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할 수 있는 걸까요.”
“…….”
“다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저는 할 수 없는 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처해서 저 남자의 감시로 붙는 것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저 남자의 시야는 대체 어디를 보고 있을까…. 그걸 조금이라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래. 그렇네.”
이브 폰 로엔그린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태연하게, 웃으면서 해내는 남자. 목숨을 걸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남자. 그리고 그걸 즐길 수 있는 남자.
그런 남자였다.
“이브님. 얼굴이 붉으신데요.”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실피아.”
“아뇨. 그게 진짜로….”
“안 붉어요. 그렇죠?”
“네?”
“안 붉어요.”
“아…. 네. 맞습니다.”
***
정신이 극한까지 깨어난다. 심장이 터질 거 같고 몸이 떨린다.
눈 바로 앞에 죽음이 있다는 실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만다.
방금 전만 해도, 조금만 늦었으면 머리에 주먹이 쳐박혀서 그대로 토마토소스가 되었을 것이다.
이 세계에 부활 스킬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겠지.
【근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체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재주에 영향을 끼칩니다】
【정!#@%방어!@는이미최상!@#다】
황실혈통이라는 스킬에도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버그 메세지도 뜨고 말이야.
아무튼, 오늘 이 단련 하나만으로 근력 체력 재주를 키울 수 있었다.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팔 다리가 후들거린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그 고통 이상으로 살아있다는 실감이 든다.
근육이 찢어진다. 놈의 사거리 밖으로 물러나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후우…. 하. 흐흐. 하하…. 이십 분 버텼나. 좋아.”
저벅. 저벅.
가까워지는 발걸음소리, 고개를 겨우 돌려보니 이브가 이쪽을 내려보고 있다.
생각해보니, 지금 나는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녀석의 기습을 맞으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비겁한, 이브녀석. 감히 내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니…. 허나 혼자 죽을수는 없다. 내 최종오의를 맞으면 네놈도 성치 못할거다. 어디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이몸 어르신을 죽이러 와보거라!
“울프람. 어째서, 그렇게 노력하는 거에요? 당신은 황손이니까,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같은 질문을 전에도 들은 기억이 있다만….”
“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이상하잖아요. 당신 조금이라도 잘못 됐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요. 즉사였다고요.”
“맞다. 울프람이 아니라 토마토소스 폰 로엔그린이되 었겠지.”
“그걸 알고서도…. 혹시 죽고 싶어 환장한거에요? 그래서 그런 스릴을 즐기는 타입?”
“아니. 정 반대다. 죽고 싶지 않아서다.”
“네?”
“나는 이 세상이 좋다. 지금 학생회 생활도 재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실피아의 간섭도…. 뭐 조금 시끄러운걸 제외하면 꽤 신선한 자극이다.”
“그런데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더 즐겁게 생활하고 싶지 않나.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을 포함해, 스스로 강해져야지.”
“…….”
“요는 이 세상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더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저 들판 끝에서부터 사막 너머까지. 황야에서 밀림까지. 화산에서 설원까지 내 눈으로 보고 즐기고 싶어서 말이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나?”
이브는 여전히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흠. 역시 이런 모험심은 이해하기 어려운가.
뭐, 누가 이해해주길 바라서 하는건 아니다.
“정말 바보같네요.”
그리 말하고 녀석이 휙. 하고 무언가를 던졌다.
마른 수건이다.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땀으로 식어가던 몸을 닦을 수 있었다.
“고맙구나.”
“흥.”
이 녀석이 내게 선행을 베풀다니, 정말 놀랄 일이로세.
뭐. 무척 잘나셨지만 귀여운 여동생에게 조금이나마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이브. 이 말을 까먹었구나.”
“뭔데요?”
“내가 즐겁고 신나고, 재밌다고 생각한 일 들 중에는, 너와의 대화도 껴있다. 조금만 성을 덜 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시, 시끄러워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두 번째 수건을 내 얼굴에 집어던졌다.
찬물로 적셔 열을 식히게끔 배려해준 수건은, 퍽 하고 내 얼굴을 후려쳤고, 그 시원한 배려에 감사하며, 얼굴이 가려진 채로 웃어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