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23)
1023. Episode of EVE 17
이브는 선물이 필요없다고 단언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녀석의 강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이 녀석의 루트로 들어가서, 황제로 올려놓고 그 은혜를 판 대가로 평생 놀고 먹는다. 그렇게 살고 싶다.
“네 육체 개조 플랜을 짰다.”
“나가 죽어요.”
“아니. 필사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시에스타는 죽었지만, 그 때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너도, 그리고 실피아도 위험했다. 둘 다 나란히 제프린 서부 앞바다에서 떠올랐을지도 모르지.”
“단어 선택! 단어를 좀 선택하고 어휘를 좀 고르라고요!”
“그걸 고른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네 육체도, 마법 사용법도 개조해야 할 필요가 있어.”
“큭….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하면 되나요?”
“우선 순수한 마법사도 체력이 부족해선 안 된다. 매일 달리는 걸 우선하고 운동을 조금씩 늘려간다. 식단도 내가 짜주는대로 먹도록. 간식까지 제대로 포함해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저기요. 저도 황녀로서 만찬에 참여하거나 다과회에 가거나 하거든요?!”
“그러면 그 날은 먹은걸 상세히 적어서 보고해라. 그에 맞추도록 하지.”
“아니…. 그러니까. 왜 제가 당신한테 관리받아야 하냐는 거에요!”
왜냐고?
그야 당연히 이유는 하나지.
“네 장래를 생각했을 때. 그게 제일 안전하다.”
“자, 장래라니…. 제 장래를 왜 당신이….”
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지금 네 자유는 침묵에서 기인하는 걸 아나? 네가 적이 아니라 생각하니 다른 황손들이 너를 방치하고 있는 거다. 네가 라이벌이라고 깨닫는 순간 그들이 너를 내버려 둘리 없지.”
“그야…. 그렇죠. 졸업하고 나면 알릴 생각이었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졸업 전까지만 너는 자유롭다. 오직 이 순간 외에는 자유는 없다 생각해라. 하루도 허투루 쓰지 말도록.”
“…….”
“싫으면 말아라. 보아하니 너도 어느정도 깨닫고 있는 듯 하니, 알아서 강해지는 것도….”
“…떻게 하는 건데요?”
“뭐?”
“어떻게 하면 강해 질 수 있냐고요.”
눈 안의 불꽃은 감출 수 없다.
“멋진 눈빛이구나, 훌륭해.”
“괜한 칭찬 하지 말고, 어서 방법이나 말해요.”
“그럼 바로 실전으로 들어갈까.”
“실전?”
“그래. 몬스터 사냥이다. 어디보자…. 일단 잠든 산맥의 샌드맨부터 잡도록 할까.”
“자, 잠깐만요. 잠든 산맥도 금역이라고요. 허가 없으면 못 들어가요.”
“누구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
“그야 학생회의 허가죠.”
“그럼 그 학생회의 회장은 누구지?”
“그야 저죠.”
“그러면 이브 폰 로엔그린은 누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지?”
“…….”
이브는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했는지 깨닫고, 입술을 깨물면서 얼굴을 붉혔다.
이런 녀석에게 제국의 미래를 맡겨도 될까.
내 노후를 의지해도 될까.
불안하다….
***
이 게임의 전투 플로우는 크게 잡아 두 개.
첫째로는 메인 스토리.
즉 히로인 루트를 정해서 들어가는 고정된 스토리다. 보스도 고정이다.
예를 들면 1막의 유령이나 2막의 저주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가 될지는 랜덤이지만, 저 둘이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된다.
둘째로는 메인 스토리 사이사이에 남는 시간동안, 거주지 밖으로 나가 사냥하는 원정.
밀림의 거대 늑대. 학생회 지하의 수호골렘 등. 스토리와 관계는 없지만, 장비 파밍이나 스킬 레벨업. 전직을 위해서는 무조건 가야하는 곳이다.
원정에서 스펙업을 하고, 메인 스토리의 보스를 격파.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는게 D/Z SAGA의 구조다.
당연히 원정이 해금된 초반에는 상급 지역은 갈 수도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기준이고…. 이게 현실이 된 지금. 우리가 못 갈 곳은 딱히 없다.
그래서 왔다. 또 와버렸다.
오늘 우리가 온 곳은 바로, 극성의 숲이다.
이전 실피아를 포함해 왔었던 잠든 산맥의 경계지. 그 곳이 맞다.
“자. 한 마리 간다. 포레스트 엘리게이터다.”
“자, 잠깐만요. 잠깐….”
“전체적으로 이동속도가 느리다. 이마에 보석이 보이지. 저 곳에 성광창을 때려박을 수 있다면 일격에 죽일 수 있다. 이빨에 물리면 즉사라고 생각해라. 근육을 폭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일정 거리 안에 들어가면 제대로 물린다. 거리를 벌리고 천천히 싸워라.”
“으, 으으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내가 맡은 것은 풀링이다.
즉. 몬스터를 하나씩 끌고와서 이브 앞에 던져주는 것이다.
그 뒤에 공략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읊어주면, 이브가 그 공략에 맞춰서 사냥하는 거다.
이번 포레스트 엘리게이터의 경우에는, 성광창급의 관통력이 없으면 이마를 뚫을 수 없고, 지금 이브는 성광창을 집중하면 다섯 발 까지 쏠 수 있다.
“으아아아아!”
“네 발째. 빗나갔구나.”
“마, 마지마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이브는 마지막 성광창을 내질렀고, 이는 자신의 몸체보다 열 배는 큰 악어의 이마에 정통으로 짓쳐들어갔다.
하지만, 악어가 머리를 살짝 비틈으로서 성광창이 엇나가고 빠직 소리를 내며 아주 작은 금을 낼뿐이었다.
크우아아아아아아아!!
“으, 으으….”
약점을 찔린 악어가 거대한 몸체를 들어올리며 이브에게 달려든다.
결코 빠르진 않지만 이 포레스트 엘리게이터가 어째서 저런 느린 몸으로도 레벨 70이라는 내부 평가를 내린 극성의 숲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하면, 그 어마어마한 방어력에 있다.
이마를 제외한 모든 곳이, 성창 정도로는 꿰뚫을 수 없고, 이마 또한 성광창을 적중시켜야만 뚫을 수 있는 괴물.
허나 이마 근처에 다가가면, 근육을 단번에 움직여서 먹이를 낚아챈다.
이브는 공격에 실패했고, 이제 맞을 일만 남았다.
그렇게 내버려 둘 생각일랑 없고, 들고 있던 단검을 한 자루 던져 엘리게이터의 이마에 튕겼다.
툭. 하고 튕기자 놈이 나를 바라본다. 나를 적으로 인식한 모양.
그래서 뭐 어쩔건데. 저녀석은 태생이 느리고, 몸이 무거워 지구력이 떨어진다.
이번에는 바닥에서 돌을 들어 그대로 던졌다. 딱! 하고 녀석의 이마에 한 번 더 돌이 쳐박힌다. 놈이 움찔 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을 던지고 정확하게 맞는다. 딱! 소리가 나고 다시 몸을 떤다.
녀석이 쿵 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달려들려고 하나, 뒤로 세 걸음. 그리고 다시 돌을 던졌다. 당연하지만 이마에 맞고 딱 소리가 났다.
딱. 딱. 딱. 딱. 딱.
이제는 쉬지 않고 던지고, 그 모든게 이마에 정타로 들어갔다. 단 한 발의 오차도 없다.
이내 질린 놈은 몸을 뒤로 돌려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저 녀석 입장에서는 불X에 조약돌을 집어던지는데, 반항할 수 없는 상황인거겠지. 일단 도망치기로 한 거다.
아무튼 악어는 쫓아냈고, 뒤에 그저 주저앉아 있는 이브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멍하니 있다가, 나를 올려보고는 이를 악 물었다.
“뭐에요. 알아요. 다섯발이나 던졌는데 못 맞춘것도 알고요. 당신은 백발백중인것도 알고요, 도망쳐야 하는데 그자리에 주저앉은것도 알아요. 흥. 그래요. 당신 입장에서는 제가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겠죠. 하지만 저도….”
“다친 곳은 없나?”
“네…?”
“다친 곳은 없냐고 물었다. 갑작스럽게 저런 거체랑 싸워야 하는데 발을 잘못디뎠다던가, 넘어졌을 때 어디 쓸렸다던가 하는 곳은 없나? 있으면 지금 말해라.”
“자, 잠깐만요. 왜 걱정해요? 여기서는 저를 모자라다고 비웃어야죠!”
“도망치지 않았고, 제대로 싸웠으며, 내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다. 결과가 기대보다 모자랐을 뿐 너는 그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왜 비웃어야 하지?”
“으, 우으…. 그,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요. 갑자기….”
“노력하고 바뀌려는 녀석을 비웃는 사람도 아니다.”
“으, 으아….”
이브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서 정말, 다친 곳은 없나?”
그 상태로 고개를 가로로 붕붕 젓는 녀석.
그래. 없으면 됐다.
“그럼 좀 더 쉬도록 할까. 밀크티를 타도록 하지.”
“…….”
“왜 그러지?”
“설탕은요?”
“두 스푼 넣어주지.”
“세, 스푼.”
어깨를 으쓱하고 웃어버렸다.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렇게 티타임을 가지고, 잠시 담화를 나눴다.
“여기서 자고 갈 건가? 캠핑 세트는 준비했다만.”
“누, 누가 자고 간다고요? 제가요? 미쳤어요? 하. 정신 차리세요!”
“그래 그러면 돌아갈까.”
“당연하죠!”
다기를 정리하고 일어선 그 순간 알았다.
“왜 오른 다리를 절지?”
“그런 적 없거든요.”
“신발을 벗고, 발목을 보여라.”
“변태. 쓰레기. 이상성욕자!”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어서 벗기나 해라.”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이브의 발목을 발 거치용 의자 위로 돌리는데 성공했고, 살짝 부어있는 것을 봤다.
“염좌로구나. 왜 말 안했지?”
“방금 알았다고요….”
“그럼 쾌속치유는?”
“그게…. 성광창을 너무 써서 그런 고위 마법을 쓰면 토할 거 같아서….”
그것도 그런가.
이 녀석은 스토리를 막 시작한 이브다. 응애고 약하다.
“앞으로 얼마나 있어야 마력이 돌아올 거 같지?”
“두 시간…. 쾌속 치유면 그 정도 걸릴 거 같아요.”
“숲에는 밤이 일찍 찾아온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여기서 자고 가는 것.”
“싫어요.”
“그럼 둘 째는 내게 업히는 거다.”
“업…. 미, 미쳤어요? 차라리 발목에 붕대를 감고 부축을 받으면 몰라…. 어, 업히다니….”
“그랬다가 덧날수도 있다. 아니면 텐트를 설치하도록 하지. 두 시간 후에는 무조건 자고 갈 거다.”
“그, 그러면…. 그….”
이브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한쪽을 선택했다.
***
차박. 차박.
산길을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는 하나 뿐이다.
그야 당연하다.
이브는 내 등 뒤에 업혀 있으니까.
물론 고작 4의 체력으로 사람 한 명을 온전히 업고 산길을 탄다는 건 불가능하다.
온전히 중앙까지 돌아갈 필요는 없다.
이브는 두 시간 있으면 마력이 돌아온다고 했고, 그 때는 쾌속치유를 써서 발목을 치료하면 된다. 나는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중앙구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걸 목표하면 된다.
텐트를 비롯한 모든 도구를 경계지에 버리고 왔다. 그럼에도 체력이 없어 중간에 몇 번이고 쉬어야만 했다.
그러다 다시 이브를 업고 걷고, 다시 가끔 쉬었다.
세 번째 이브를 업고 발걸음을 옮긴 그 순간 등 뒤에서 작은 투정거림이 들려왔다.
“흥. 미안하네요. 제가 무거워서.”
“아니.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
“그냥 이건 내가 체력이 부족한거다. 이런 모자란 녀석의 등 뒤에 업히게 해서 불쾌했겠군.”
“아, 아뇨.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은 아닌데…. 그, 으….”
체력을 빨리 기르던가 해야지. 이거 억울해서 살겠나.
“안 불편한가?”
“네. 괜찮아요.”
이브는 내 등에 꼭 메달렸다. 부드러운 감촉과 작은 체구가 느껴진다.
스스로를 위해서 체력을 기르는 것도 있지만, 방금 그것 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이 내 앞에서 매일 화내며 심술부리던 그 녀석이, 이렇게 업어보니 정말 작고 가녀리다.
“좋아요. 오늘은 업혀 드리죠. 대신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 없게…. 더 강해질거에요.”
“나도 그럴 생각이다.”
서로 작게 결의를 다지며, 천천히 걸었다.
투덜거리던 이브는 중앙구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