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36)
1036. Episode of EVE 30
이졸데 크루얼. 잘 알지.
올해 졸업하는 4학년생으로, 기사학부 출신. 장래희망은 대학원생인…. 기사학부 히로인이다.
당연히 그녀의 루트는 대학원생인 이졸데와 이제 2학년에 지나지 않는 어린 켈터스와의 원거리 연애가 중심이 되며, 서로의 입장과 가치관 차이로 고민하는 루트다.
보석검 이졸데. 최하위 토파즈의 검부터 시작해 검을 부러트려야 다음 검을 소환하는, 기묘한 기믹을 가진 그 캐릭터는, 내 히로인 인기투표에서도 하위권을 차지할 정도.
연상의 누나와 원거리 연애를 하며, 사랑과 직업.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 남녀의 스토리는 맛있지만, 그게 이졸데라는 점에서 참 많이 깎아먹는다.
아무튼.
“이졸데와 맞선이라.”
“울프람….”
실피아는 먹먹한 표정으로 나와 황실의 통보 용지를 함께 바라봤다.
뭐, 그렇게 놀랄 거 없다. 저쪽에서 개같은 수를 쓸 거라고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졸데 크루얼이 바랐을리는 없다. 그 녀석은 나를 미워하면 미워했지, 좋아할리가 없어.”
“그러면….”
“아마 악질적인 수겠지. 맞춰서 행동하지 않으면 손윗 황손의 지시를 무시한거고, 나가면 나가는대로 이졸데한테 찬물이라도 끼얹어질 상황이다.”
“대체, 그러면 어찌 해야….”
“어찌 하고 말고 걱정할거 없다. 꼭 남녀간의 만남이 맞선일 필요가 있나.”
“뭐?”
다 방법이 있다.
레지나 시엘라 루트는 내용을 모르지만…. 이졸데는 뭐, 몇 번이고 공략해봤으니까.
하지만, 대처할 방법이 있는것과 놀아나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말이지.
“이졸데와 만나기 전. 이브와 잠깐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싶군. 이브는 자리에 있나?”
“응? 아…. 이오님과 대화가 끝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러면 당장 이브와 느긋한 대화 시간을 가지도록 할까.
아 그 전에.
“실피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졸데와 맞선을 보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외압에 의한 것. 지금은 우리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
“뭐….”
“내가 너를 배신하는 일도, 그 결과 네가 위그드라실 내에서 입지가 미묘해지는 일도 없을 거다. 너무 심려치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도록.”
“너, 너어….”
걱정하는 눈치의 실피아의 어깨를 툭 한 번 두드려주고 방을 나왔다.
문을 닫기 직전 ‘오해하게 만들지 말라고….’ 라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위장 연인이 되기로 했는데, 맞선까지 봐서 오해하게 만들면 안되지.
***
이오가 돌아간 후의 이브 표정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거 참. 왜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시끄러워요. 후우…. 진짜 이오 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음. 그 녀석은 뇌 용량이 부족하니 말이다. 아무튼 소식은 들었지. 이번에는 내가 좌표…. 아니 목표인 듯 하군. 이졸데 크루얼과 맞선을 보게 생겼다.”
“당신은 보고 싶어요?”
“별 상관없다. 실피아에게도 말했지만, 이졸데는 좋은 거래 상대가 될 수 있어. 연애가 아니더라도 대화의 여지는 있지.”
“당신은 그걸로 됐어요? 그러고 싶어요?”
이브는 여전히 뚱한 표정이다.
그러고 싶냐라….
“그럴리가 있나. 솔직히 말해 귀찮은 일이다. 내가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이졸데를 만나야 하지?”
“그러면 거절을….”
“지금 내가 거절하면, 다음 목표는 실피아나, 네가 될 뿐이다. 아니 이미 다음 단계로 들어갔을수도 있지.”
“…….”
“나는 내 한몸 건사할 자신이 있다. 그 정도 여유는 흘러 넘치고 있다. 원한다면 이 제프린의 모든 비밀을 파헤친다음 나만의 세력을 구축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지. 그 이유를 알고 있나?”
“왜요…?”
“너 때문이다. 이브. 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으니 움직이지 않고, 녀석들의 책략대로 놀아나주고 있는거다.”
“저요?”
“그래. 네가 선전포고를 하면 하는대로, 은인자중하고 싶다면 그 또한 맞춰서 행동해 줄 수 있다. 나는 지금 너와 협력하고 있는 상황. 동맹이 방침을 정하지 않았는데 독단적으로 행동할 정도로 미치진 않았다.”
“…….”
“이 귀찮은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지?”
“저는….”
이브는 입을 꾹 닫았다.
“네가 답을 내릴 동안 이졸데를 만나고 오마. 아무튼…. 어느쪽이든 확실히 정했으면 하는구나.”
“만나기 싫다면서요….”
“뭐, 어쩌겠나. 부족하고 모자란 동맹이 마음을 정할 때 까지는 놀아나야지. 참으로 슬프고도 기구한 운명이로다.”
나는 픽 웃어버렸다.
“당신이 돌아오기 전까지 답을 내릴게요.”
“그거 좋구나.”
어느정도 마음이 기운 것 같은데.
내가 알던 이브 폰 로엔그린이라면 어떤 답을 내릴지 뻔하다.
그럼 그에 맞춰서 준비해보도록 할까.
***
이졸데 크루얼. 이 게임에서 정신병자 랭킹으로는 최상위권을 차지한 이 녀석과의 만남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디너를 가장 먹고 싶지 않은 사람과 먹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황자님.”
“그래. 오래간만이구나. 이졸데.”
“예. 지난번 로열가드 후보 실격 통지를 받을 때 이후로군요.”
“…….”
그랬어? 내가 이졸데를 로열가드로 삼으려고 했다고?
그런 설정이 있었나? 이 녀석이 어디에 묶여 있다는 설정은 들어 본 적 없는데.
“그때의 일은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시길.”
“음. 알겠다. 전혀 신경쓰지 않도록 하지.”
“…….”
뭐 어때. 지금 그런 설정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무튼, 이졸데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몇 번 바라봤다.
가벼운 요리부터 디너가 시작되고, 나와 이졸데는 잠시 식사에 집중했다.
중간중간 와인이 나오고, 다음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얼마든지 대화할 시간이 있었기에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사과하마. 이런 자리는 유쾌하지 않았을텐데 잘 나와줬구나.”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황실과 황손의 명예에 걸고 말해두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본의가 아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미 연인이 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조금 당혹스럽군요. 그러면 이 자리는 누가 준비한 건가요?”
“이시스. 뱀 같은 여자다.”
“이시스…황녀님?”
“그래. 어디까지나 나를 견제하기 위해. 혹은 골탕먹이기 위해 준비된 자리다. 단언하마. 나는 너에게 그 어떤 호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렇기에 결코 연심으로 진화할 일도 없다.”
“그렇군요. 그거 참으로 다행이네요. 만약 황자님께서 저를 정말로 지목하셨다면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하고 문구를 고심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전부 까서 이졸데에게 보여줬고, 녀석도 전부 이해해줬다.
그러면 이제 식사만 하고 집에 갑시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내가 이렇게 파토를 내버리면 제2 제3의 이졸데를 픽해 나를 귀찮게 할 뿐이다.
그도 아니면 진짜 실피아나 이브가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식사만 마치고 돌아가면 된다.”
“그렇군요. 후후.”
“왜 웃지?”
“황자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무나 산뜻하여….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셔서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습니다.”
“그렇게나 다른가?”
“네. 후후. 분명 연인분과 정말 행복하셔서 그러신거겠지요. 이전부터 여색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니었지만, 이 이졸데 크루얼이 이렇게나 깔끔하게 거절당할줄은 몰랐습니다. 이 자리에 아주 조금의 흑심이라도 있으셨다면 저도 의심했겠지만…. 제가 판단컨데 황자님의 마음 속에는 정말 아무런 틈새도, 흑심도 없습니다.”
연인.
실피아를 말하는 건가?
아니. 아니다.
내 심상 세계를 봐서 알고 있지만 그곳에 실피아는 단 한줌도 들어와 있지 않다.
들어와 있다면 그건….
“…….”
“황자님?”
“아니. 잠시 잡생각을 했군. 아무튼 식사를 마치는 대로 일어서도록 하지.”
“후후. 네. 그러시죠.”
“그러고보니 곧 대학원에 진학한다 들었다. 부족한 건 없나?”
“없답니다. 성적은 충분하고, 교수님도 선배님들도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음.
이 녀석 루트를 생각해 봤을 때. 들어가자마자 실시간으로 눈이 탁하게 죽어갔는데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숙소는 정했나?”
“숙소요? 네. 정했습니다. 랩실 근처의 구축 기숙사가 있는데….”
거긴 안 된다.
이 녀석 루트의 첫 문제가 거기거든. 벌레는 나오지 청소는 안되고 곰팡이는 잔뜩에 비도 새고…. 심지어 방음도 안 돼서 마음이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 근처 구축은 안 된다. 다른 곳으로 정하는게 좋을 듯 하구나.”
“네, 네? 갑작스럽습니다. 어째서 그런 말씀을….”
“나는 전 학생회장이고, 당연히 건물 점검표도 받아봤다. 그 곳은 구축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그 어떤 문제점도 보고되지 않았다.”
“네? 그건 관리가 잘 됐다는 것 밖에….”
“아니. 그럴리가 없다. 직접 살 방은 가 봤나?”
“아, 아뇨…. 같은 양식으로 지은 다른 건물만 보고 왔습니다.”
“중계업자 퇴근 시간에 맞춰 가보도록. 네가 입주할 방만 보여달라고 해라. 새로운 일면을 볼 수 있을거다.”
“네, 네….”
그렇게 이졸데와 한참을 숙소 이야기로 보냈고, 그럴듯한 제안 하나도 할 수 있었다.
“그 근처에 신축으로 괜찮게 나온 물건이 있을거다. 나중에 연락을 넣겠다.”
“아, 네. 네에….”
녀석은 끝까지 반신반의 했지만, 나중에는 울면서 감사할거다.
***
이브 폰 로엔그린은 눈 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자신의 손윗 언니를 바라봤다.
기사학부 특유의 딱딱함은 온데간데 없이 나긋나긋한 그 모습에 소름이 돋을 것 같았지만, 필사적인 인내심으로 버틴지 어인 30분 째.
“지금쯤 울프람은 이졸데 양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구나.”
“…….”
“이브도 슬슬 연애를 생각해봐야지. 언제까지 혼자일수는 없지 않니?”
“언니도 약혼자 없이 혼자 지내고 계시지 않나요?”
“나는 제국과 결혼했단다. 지금은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어.”
변명은….
이브는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손에 잡히듯 뻔히 보였다.
앞으로 자신에게도 연담이 쏟아질거라는 것. 심하면 강제로 약혼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
뭐. 그 정도 귀찮음은 감수할 자신이 있었다. 있었는데….
“울프람과 이졸데 양이 잘 되면, 제국은 다시금 반석에 오르겠구나. 그 아이가 잘해줘야 할 텐데. 저 아이도 졸업하는대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방황을 멈추고 자리를 잡겠지.”
“…….”
가끔씩. 이오의 입에서 나오는 그 이름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누구를 누구와 결혼시켜?
당신들이 뭔데 그걸 정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자신의 파트너다.
때로는 밉상이고 익살맞고 농담만 던지긴 하지만, 그 능력도 힘도 지식도 지혜도 나를 위해 써야 한다.
그것이 파트너 아닌가.
그러니까.
그건 자신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열탕처럼 끓던 가슴 속 응어리가 가라앉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내 건데, 왜 너희들이 멋대로 난리야?
그리 마음을 고쳐먹으니 모든 답이 단박에 내려졌다.
“이오 언니.”
“응? 왜 그러니?”
“저는 제프린의 학생회장이며, 폐하를 대신해 이 제프린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명예를 받은 몸으로서 부탁드리는데, 앞으로는 이런 잡스러운 연담을 가지고 오시지 않았으면 해요.”
“자, 잡스러운…. 잡스럽다니…. 너 무슨 말을….”
“학생의 본분은 공부인데, 그렇게나 학생들의 염문을 탐하시다니, 언니의 임기때는 그런 문화가 있었나요?”
“아, 아니 그게….”
이오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사실 이오도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음을 안다. 평생 연애 한 번 못해본 그녀는 이시스의 메신저로 이브를 떠보기 위해 왔을 뿐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브는 조금 더 강하게 그녀를 압박했다.
“그런 자유로운 연애관도 좋지만, 저에게는 조금 문란하지 않아 싶네요. 이 여동생이 배움이 짧아 남녀간의 추문을 들을 귀가 없었음을 이해하세요.”
“이, 이브…. 이브 너….”
속으로 혀를 빼꼼 내밀며, 이브의 치졸한 복수는 계속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