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5)
솔직히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주위에 참 많은 물건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그렇잖아.
아니 솔직히 말해보자.
여기저기 포츈 쿠키도 뿌렸지. 샤이닝 파티시엘로 만든 과자도 무상으로 뿌릴 때도 있다.
그걸 가지고 뭐 내가 뿌렸으니 너희는 나에게 더 내놔라 같은 소리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냥, 서로 간에 무상으로 오가는 호의라는 게 있으면 좋지 않나. 같은 소리야.
그 말을 네프티에게 했다.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사무실 꾸미기용 물건이요?”
“음. 워낙 삭막한 장소니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장식용 물건 하나씩만 받으려 하고 있다.”
“···음. 으음. 제가 드릴 수 있는게 뭐 대단한 건 없는데요.”
“대단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사무실에 하나씩 장식해놓으면 그만이니.”
“음, 으으으으음.”
네프티는 실로 긴 시간 고민했다.
음.
아무리 그래도 시골에서 상경해서 장학금 받으면서 활동하는 애한테 선물을 달라고 하는건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거기에 나는 황손이니까 그에 걸맞는 걸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은 몇 배나 가중되겠지.
“없다면 됐다.”
“아뇨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까 이게 있었네요.”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나에게 그걸 건넸다.
【네프티의 포크】
【룸 아이템】
【네프티 소유의 포크입니다. 제프린 노점상에서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장식 해 놓으면 방어 관련 스킬 성공률이 미량 상승합니다.】
진짜냐.
【한 번 쓴 적 있습니다.】
심지어 쓴 적 있는 거냐.
***
“음. 스승님의 사무실에 전시해 놓을 물건 말이군요.”
“대단 할 것은 없다. 그냥 하나씩이면 된다.”
“네. 인연의 상징. 그렇다면 저는 이것입니다.”
에밀리는 나에게 낡은 국자를 건네줬다.
【낡은 국자】
【룸 아이템】
이건 요리스킬이 미량 올라간다. 나에게 있어서 나쁜 아이템은 아니다.
“고맙게 잘 장식해두마. 에밀리.”
“네. 스승님. 국자도 기뻐 할 겁니다.”
룸 아이템은 상대가 뭘 줄지 랜덤이다.
보통은 호감도 따라서 주지만, 꼬이면 진짜 뭐가 나올지 모른다.
에밀리의 낡은 국자는 스토리 중반부. 그러니까 에밀리 루트가 열리고서 주는 거다.
하지만 내가 에밀리 루트를 열었을 리는 없으니까, 아마 트리거가 어디선가 꼬인거 겠지.
아무튼, 그렇게 사무실에 이것저것 장식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스승님.”
“음. 크림 스튜의 연습. 힘내도록.”
“네!”
그리 말하며 에밀리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났다.
앞으로 네 앞길에는 검은 깃발의 암흑 요리계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힘내렴.
“이제 남은건 아일라와 밀푀유 정도인가.”
반대로 이브가 준 이 교칙 전서는 루트가 열리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물건이긴 하다.
근데 그 때는 분명히 새거였는데 말이야.
애당초 혈육을 위해 밑줄을 그었다는 설명 자체가 본편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브가 나를 위해서 진짜 교칙 좀 읽어요! 라고 하는건데, 걔는 내가 교칙을 외우고 있는 걸 까먹은 걸까?
학생회장이, 학생에게 교칙 전서를 주는 것.
본편에서 그 전서가 가지는 의미를 나는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당신은 지금부터 이 교칙 전서를 외워서, 달달 외워서.】
【이 학교를 졸업 하는 그 순간까지 저를 보좌해줘요.】
【후후. 반은 농담이에요. 다만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이 배움의 터에서 자신을 연마하세요.】
【저는 기대하고 있을게요. 켈터스.】
학생회장에게서 이 학교의 일원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받는 것.
그 작은 배려가, 조기 퇴학당한 친구들이나, 검은 깃발이라는 어둠. 거기에 저주를 쓰는 이름 모를 난적까지 맞물려 괴로워하는 켈터스, 그리고 그 켈터스에 이입한 우리들에게 작은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그걸 나한테 줬단 말이지.
“······.”
아무래도 메세지에 버그가 있나보다.
그러지 않으면 이브의 머리에 버그가 걸렸던가.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는 않군.”
***
이브 폰 로엔그린의 자기 반성은 빠르다.
지난 날 자신이 저지른 과오가 있다면 뼈저리게 반성하고 거기서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지금, 그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천장으로 치켜들고,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말 그대로 이불킥. 부끄럽기 그지 없다는 감정의 표현.
왜. 어째서 그런 선물을 준 걸까.
처음에는 교칙 전서 한 권만 그냥 줄 생각이었는데!
왜 거기에 손수 밑줄을 긋거나 여기는 주목해서 읽으라고 표기를 하거나!
“아아아으아아아···.”
애당초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교칙을 외우고 있다.
자신이 학생회장의 자리를 찬탈 할 때 나눴던 대화가 그 증거다.
【차기 학생회장. 제프린 아카데미 규정 1조 8항을 기억하나?】
【···어? 잠깐 1조 8항. 8,항?】
그게 아직 세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까먹겠는가.
“아냐···. 저는 울프람을 인정하지 않아, 않아요···.”
교칙 전서를 준다는 것은, 상대가 이 아카데미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
그것도 교칙 아래를 밑줄 긋고 준다는 것은, 이 아카데미의 훌륭한 일원으로 거듭나 달라는 진의가 포함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브는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왜? 그 미친놈을?
하지만 이브 폰 로엔그린.
배움을 알고 성장의 의미를 깨닫는 열 여섯살.
그녀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이미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
아주 간단하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자기 자신의 손 윗 형제에게 간다.
그리고 그 어렸던 시절 처럼.
오라···.
오라···.
오라버···.
“오라를 받으라 이 버러지.”
그 뒤에 머리통에 광창을 쏘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되는 거 아닐까.
그리 생각한 이브는 자신의 내면의 어린아이가 내뱉은 말을 진심으로 고민하다. 뚝 하고 멈춰섰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죠. 예.”
그래.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것보다 지금은 학생회장으로서의 일을 해야지.
“주군. 새싹들을 학생회 건물 앞까지 인도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본래라면 서면으로만 인사해도 되지만 ···얼굴을 보고 싶네요.”
“그렇다면 이곳으로 인솔할까요.”
“네. 부탁할게요.”
“네. 주군.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실피아가 자리를 비웠고, 아무도 없는 학생회실에서 이브는 천장을 올려보다 다시금 뜻모를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오늘은 그 목숨을 살려두도록 하죠. 후후. 우후후. 후후후···. 허나 오해하지 마세요. 딱히 당신을 아카데미 일원으로 인정한 건 아니에요!”
이브 폰 로엔그린.
감수성 풍부한 열여섯 살의 여름이었다.
***
장식품 하나 정도 얻을 수 있겠냐고 아일라에게 말했다.
“울프람의 사무실에 걸어놓을 장식품?”
“음.”
지금 내 이 비루한 스테이터스는, 바로 올릴 수 있는게 아니다.
지난 번 습득캔슬 5연타는 하늘이 내려준 기적에 가깝고, 보통은 3정도 오른다고 치자.
당연하지만 모든 에피소드 보스전에서 스테이터스를 주는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스테이터스 보정을 조금 더 올려야 살아 남고,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선물 달라고 말하는 비굴한게 아니다.
오히려 우정의 교환.
그래 우정의 교환인 셈이야!
“대단한 건 주지 않아도 된다. 너무 휑하니 보는 맛이 없어서 말이다.”
“아, 그렇군요. 그렇구나 으음···. 조금만 준비할 시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래저래 내외적으로 바빠서요. 곧 기말고사도 있잖아요?”
“···물론이다.”
“왜 그래요. 울프람? 엄청 진지한 표정이네요.”
“아니.”
원작 기준으로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기말고사를 보지 못한다.
제프린 내 반역 도모죄로 퇴학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 그럴 일이 없을거다.
저주는 아일라 곁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대로만 가면 아일라는 이 제프린을 졸업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켈터스의 시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검은 깃발과의 싸움이나 제프린 내부의 빌런들, 황제가 준비해놓은 안배. 외부 원정. 그것들이 내 기준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3막의 반역의 마녀. 야망의 숙녀는 이렇게 내 앞에서 순하게 웃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얘랑 친하게 지냈던 그 꼬마 드루이드는 잘 있으려나 모르겠네. 뭐 때 되면 알아서 나오겠지. 날다람쥐 같은 애라서 잡으러 다니기도 힘들고 말이야.
아무튼. 내외라고 했나?
“외적인 문제가 있나?”
“문제···. 는 아닌데,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있네요.”
“어떤 거지?”
“별거 아니에요. 정말 사소한 집안일이니까요.”
······
내 추측상 그 사소한 집안 일 때문에 네가 3막 보스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지난 번 광산 몬스터 사건 때처럼 큰 일로 번지면 어쩌려고 그러냐.
“사소한 집안일이라도 이야기 해 보도록. 남 일처럼 이야기 할 것 까진 없지 않나.”
이제 와서 남 일처럼 말이야.
“에?”
“음?”
“남 일이 아니라니 그게 무, 무슨 의미···죠?”
무슨 의미냐니.
그야.
나와 트라이스타 가문은 상호 이익 보전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너희 집에서 나오는 광석 덕분에 제가 요새 먹고 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다.”
“······그, 크흠. 그, 그런가요? 그렇구나, 남 일이 아니군요. 으음. 울프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요···. 남의 가문이 아니다···. 뭐 진짜 큰일은 아니에요.”
아일라는 묘하게 꼼지락 대다가 으흠. 하고 헛 기침을 하고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울프람은 새싹 제도를 아세요?”
“새싹 제도? 알고 있다.”
알고 있지.
그거 압도적으로 이브 루트가 쉬워지는 이유 중 하나잖아.
나는 차근차근 내가 알고 있는 새싹 제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년 입학이 확정된 재능을 촉망받는 어린 인재들에게 이 제프린을 사전 경험시켜주는 제도지.”
“네. 맞아요.”
아무리 입학시험이 어렵다고 한들, 진정한 재능은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이브 폰 로엔그린의 경우를 들어보자.
혈통을 제쳐놓고 이브에게 입학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라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애당초 태어난 그 순간부터 제프린의 수석이 확정된 이브는 이 새싹 제도를 통해 입학 전 부터 제프린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학부에서 배울 것이 없다며 제프린 대학원의 랩실을 경험하면서 교수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이다.
동시에 이게 이브 루트가 쉬워지는 이유기도 하다.
내년에 누가 입학하고, 어떤 캐릭터와 사전에 호감도를 쌓아 둘 수 있다.
말 그대로 유스풀을 꽉 쥐고 있다고 해야 할까, 1군 콜업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에게 합법 템퍼링이 가능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정말 사소한 외적 고민. 그리고 가정 문제. 남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정말 그런 수준의 문제에요.”
“······아. 그렇군. 그런가.”
새싹 제도. 그리고 외적 문제면서 가정 문제.
그 파츠를 한데 모아서 생각하니 어렴풋이 답이 잡히는 듯 했다.
“여기로 오라고는 했는데 ···마침 왔네요.”
“음.”
쿵! 쿵! 대지를 울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나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거신(巨身)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 아이가 왔는가.”
“네.”
잘 키우면, 반드시 1티어로 성장하는 아이.
D/Z SAGA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전법을 구사하는 소녀.
육체를 쓰는 싸움보다는, 자신의 권세를 부림에 있어 압도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흑수정 군단의 공주.
스토리를 날로 먹고 싶다면,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천재.
“오라버니이이이! 받아주세요!”
스피카 트라이스타.
그녀는 골렘의 머리 위에서 탓! 하고 뛰어내려 그대로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보니 작정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일라를 바라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까딱했다.
“【흑수정:흡수:결박:고정】”
직후 흑수정이 허공에서 펼쳐졌고, 뛰어내린 스피카의 양 팔과 다리를 속박함과 동시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언니한테 받아달라고 한 적 없어요! 저는 울프람 오라버니께 받아달라고 한 거예요!”
“그런 경박한 태도를 취하는 건 트라이스타 가문의 긍지에 어울리지 않아요. 반역은 우아해야해요!”
“아뇨! 폐단의 답습은 긍지가 아니에요! 그건 혁명적이지 못해요!”
그리 단언한 스피카는 아일라에게서 시선을 떼고 이쪽을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
“울프람 오라버니! 아무리 생각해도 1년은 너무 길어요! 혁명은 타오르는 순간부터 이행해야 하는 법! 시기를 놓친 혁명은 공상으로 끝나기 마련!”
“······그런가.”
“네.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직접 놀러왔어요!”
그리 말하는 스피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니.
공부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