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08)
스피카 트라이스타에게 있어 이 제프린은 꿈만 같았다.
존경하는 언니와 선배님들.
즐거울 것 같은 수업.
자신의 마법을 칭찬해주는 학생회장님.
울프람 오라버니께서는 자애롭게도 학생회도, 모험을 위한 편의점 파벌의 일원이 되는 것도 허락해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입학을 하기만 해도, 스피카의 앞에는 꽃길만 놓여 있는 셈.
허나 스피카의 마음이 더 쏠리는 것은 아무래도, 편의점 파벌일 수 밖에 없었다.
“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제프린은 정체되어 있다. 그걸 뚫을 수 있는 것은 황족 뿐이다. 허나 황족은 대부분 겁쟁이다.”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반역에 가까운 말.
하지만 언니가 내건 슬로건이 반역인 이상,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했다.
혁명에 비해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반역도 나쁜 말은 아니다.
“지금. 제프린에 재학 중인 황족 중에 반역의 날개를 펼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에요. 그리고 현 학생 회장은 그 그릇이 아니죠.”
이브 선배님이 들으면 엄청 화나서 언니를 혼낼지도 모르지만, 스피카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 삼 백 년. 닫혀 있던 세계의 문을 열 ‘열쇠를 가진 이’
이 새장에 바람구멍을 내고 혁명의 날개를 펼치는 것은 단 한 사람.
“아아. 우리들은 모두, 눈을 뜬 채로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예요.”
자신이 내뱉은 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피카는 자신의 포엠집에 시를 메모했다. 지금은 취미에 지나지 않지만 나중에 이 시로 시집을 내겠다. 라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 안에서 혁명가는 시집을 내는 법이니까!
아무튼.
지금까지 읊은 꿈. 그것들은 전부 내년에나 가능한 일.
지금은 그 화려한 날개짓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안녕하세요. 시엘라 선배님.”
“어머. 트라이스타 가문의 막내 아가씨네요.”
트라이스타 가문을 상대로 온갖 협잡질을, 지금 이 순간에도 벌이고 있는 레지나 시엘라를 조사하는 것.
그게 이 새싹 시즌에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스피카에게 내린 지령이기도 했다.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레지나를 빤히 바라보며 머릿속 정보를 정리해 나아갔다.
우선, 이 레지나 시엘라는 그 가증스러운 시엘라 가문의 사람이다.
그리고 최근, 울프람 오라버니의 강한 공세에 맥을 못추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니까, 아마 앞으로 더러운 수를 쓴다면 트라이스타 가문을 넘어서 그 마수가 울프람 오라버니에게까지 뻗칠 것이 틀림없다.
용서 못해. 시엘라 가문.
염탐이란 우선 사전 정보 수집부터다.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레지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레지나 시엘라 선배님.”
“네. 트라이스타 가문의 막내 아가씨.”
“진지한 이야기를 할 거에요.”
“어머, 트라이스타 가문의 차녀가 시엘라 가문의 장녀에게 진지한 이야기를요?”
“네!”
“···좋아요. 들을 만한 이야기라면, 들어 드리죠.”
아직 어리기 그지없는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순수하다.
계략을 짜는 척 하지만 그 꾀가 얕고 말을 돌릴 줄 모르며, 직설적이다.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오라버니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대답해주세요! 중요한 문제에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오라버니를 어떻게 생각하시죠!?”
“······왜, 왜요? 그런 걸 왜 묻는 거죠? 제가 왜 대답해야 하죠?”
그야 중요한 일이니까!
흥. 지나치게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지는 것을 보니 찔리는 것이 있음이 틀림 없다.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어리지만 올곧고, 누구보다 솔직하다.
“대답해주세요!”
“···대, 대답할 의무는 없어요. 무례하네요. 그럼 이만!”
그리 말하며 재빠르게 도망치는 레지나 시엘라.
스피카는 계속해서 따져 묻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스피카는 발을 옮길 수 없었다.
“시엘라 가문의 비전 마법인가요. 으으···! 짜증나는 마법!”
정말 치사한 마법이다.
분하다는 듯 스피카는 발을 동동 구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여기를 떠나가기 전 까지는 반드시, 저 여우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
***
그것은 벼락같이 찾아왔다.
【안녕 울프!】
“릴리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군.”
【릴리아는 요정이니까!】
“······.”
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다.
【먹을걸 얻으러 왔어. 울프.】
“음. 쌓아뒀다. 가져가도록.”
내가 흑빵을 가리키자, 릴리아는 방긋 웃으며 그 쪽으로 다가갔다.
【응. 울프 좋아. 고마워! 앞으로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올게!】
“잠깐 기다려라. 릴리아.”
【왜?】
“저기에 있는 음식들이 더욱 잘 만들어졌다.”
【아 그렇구나! 고마워 울프!】
그리 말하며 릴리아는 흑빵이 아니라 크림빵 쪽으로 다가갔다. 스위트 빈즈로 만든 쥬스를 포함해 말 그대로 간식의 성역.
【와아···. 울프의 부모님이 요정이라고 해도 믿겠는걸!】
“······.”
전부터 생각했지만, 얘가 말하는 건 묘하게 패드립의 선을 넘을 듯 안 넘는다.
아무튼, 내가 이런 간식 세트를 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릴리아가 방금 전에 말 한 ‘앞으로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올게’. 이건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고, 보상이 더 좋아진다는 말이다.
그러면 더 좋은 아이템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또 당연하고 말이야.
“그래서, 뭘 줄 거지.”
【응?】
“더 좋은 것을 준다고 했으니, 보여 다오.”
【어, ···응. 응! 여기 울프!】
그리 말하며 릴리아는 케이프 속에서 무언가를 쓱 꺼내 내밀었다.
【빙정의 조각】
【8T】
【마력을 거의 다 잃은 빙정의 파편입니다. 녹지 않습니다. 재료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착용시 사용자의 더위 저항을 올려줍니다.】
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게 나왔다.
***
그 시간,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자신의 여동생. 스피카 트라이스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엘라 가문이 협잡질?”
“네. 언니.”
“그리 대단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정보 아닐까? 그건 그냥 일상이잖아?”
“맞아요. 그건 시엘라 가문의 일상이죠.”
스피카와 아일라는 동시에 그 시엘라 가문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륙 최고의 거상. 귀족계를 꽉 쥐고 있으며, 십장로 가문의 필두. 제국의 개국공신.
“사실 속 좁음. 뒤끝 끝내줌. 인성 파탄자. 각 세대마다 한 명씩 정신적으로 맛이 간 애들이 나오잖니?”
“거기에 가슴 작음. 건방진 엘프. 엘프인데 육식 잘 함. 등등. 여러모로 문제가 있죠.”
물론 이는 트라이스타 가문이 원체 무시당하고 많은 공격을 당했기에 어느정도 선동과 날조가 끼어 있는 평가였지만, 이 자리에는 트라이스타의 혈통 둘 밖에 없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짓을 한다고 하니?”
“그걸 ···알아보고 있어요. 확실한 건 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울프람 오라버니를 노리고 있음은 틀림 없어요.”
스피카는 실로 대단한 비밀을 읊었지만, 아일라의 반응은 생각 외로 시큰둥했다.
“응. 그건 알고 있단다.”
“알고 계셨군요. 역시 언니.”
스피카는 존경하는 눈으로 아일라를 바라봤다. 반역이라는 말이 아니라 혁명이라는 깃발 아래에서 함께 했으면 더욱 더 존경했을 텐데!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니?”
“우선 아버지의 명령을 따를 생각이에요.”
“어머, 그런 게 있었니?”
“네. 하나는 레지나 시엘라를 정탐하는 것.”
“···아아. 그렇구나. 내년에 입학하면 정치도 배워야 하니까, 염탐은 기초중의 기초지. 그리고 그 다음은?”
“울프람 오라버니 옆에 붙어서 무언가 하나라도 배워 오는 것!”
“···응. 역시 아버지의 교육 방침이네. 그리고?”
“마지막은 시엘라 가문의 입에서 후꺅! 소리가 나올 정도의 물건을 구하는 것! 울프람 오라버니께 부탁해 보라고 하셨어요!”
“응? 아버지가 그런 명령도 내리셨니?”
“아뇨. 이건 제가 생각한 거예요! 상대가 우리에게 하찮은 수작을 부린다면, 우리도 대응해야죠!”“그렇구나. 그래서 뭐 부터 할 거니?”
“오늘부터 울프람 오라버니 곁에 하루 종일 붙어 있다가, 레지나 시엘라를 염탐하러 다닐게요!”
“그래. 건강 조심하고, 울프람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알겠지?”
“네에! 반드시 아버지의 명령을 성공적으로 이뤄낼게요!”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스피카는 방긋방긋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는 장래 교육과, 울프람 곁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거기에 학창 생활을 즐기라는 느낌으로 명령을 내린 듯 하지만, 아이의 해석과 어른의 해석은 본디 다른 법이다.
“울프람을 귀찮게 하지 말고, 알겠지?”
“네!”
***
속보.
약혼자의 여동생이 무지하게 노려본다.
“왜 그러지. 스피카.”
“저는 지금 오라버니를 지키고 있어요.”
“······그런가. 고생이 많다.”
“아뇨. 고생은 하지 않았어요.”
어린 아이의 놀이인가.
저 나이 또래의 놀이가 다 그런 법이지.
문제는 지금 내 상황이다.
토목과 광석을 써야 하는 악세서리 제작 특성상, 실내에서 자주 사용하면 돌가루가 튀기 때문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늘은, 생각보다 많이 덥다.
눈요정의 가호가 걸려 있지만, 그걸 뚫고 살짝 더위가 느껴질 정도니까.
“덥지 않나?”
“후우. ···괘, 괜찮아요. 오라버니. 저는 오라버니를 지킬 거니까요. 후후.”
“······.”
얘 체력이 11. 이브보다 낮은 체력이고, 엄밀히 말하면 제프린 입학 수준도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꽤 걱정되기도 하고···.
지금은 그런 미래를 빗겨 나갔다고 하지만, 기본 장비가 구렸던 스피카다.
물론 워 메이지는 그렇게 크게 장비를 타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밸런스 패치 였을지도 모른다.
으음···.
【악세서리 제작을 발동합니다.】
스킬을 발동,
빠르게 프레임과 사슬을 하나씩 꺼내들고 그리고 빙정의 조각을 코어로 잽싸게 만들어낸다.
【제작 성공.】
【마력 잃은 빙정 브로치】
【8T】
【마력을 잃은 빙정 브로치 입니다. 외견은 아름답기 그지 없으나, 핵으로 쓰인 빙정의 마력이 너무나 미약합니다. 아주 조금 더위 내성을 가져다 줍니다.】
음.
조금 옵션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스피카. 이걸 목에 걸어라.”
“오라버니···?”
“어서.”
“네, 네!”
스피카는 움찔거리면서 내가 내민 악세서리를 목에 찼고, 이내 한결 편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안 더워요!”
“그렇게 큰 효과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 어···. 마, 마법이 부여된 악세서리? 맞죠? 대단한 효과에요!”
“대단한 건 아니다.”
“대단해요!”
어린 아이는,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저항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걸 다시금 깨달았다.
“와, 와아···! 이걸로 오라버니를 시종일관 지킬 수 있어요!”
“······.”
아니, 그걸 하지 말라고 만든 거라니까 얘야.
***
편의점에서 돌아가는 길.
가슴께에 단 브로치를 보며 스피카 트라이스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오라버니께서 말씀 해 주신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면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언니가 아니라 나에게 선물을 준 이유가 뭘까.
그것도, 마법이 담긴 브로치를 직접 제작해서 말이다!
“헤 ···에헤헤···.”
“길거리에서 그렇게 상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걷는 것은, 명문 귀족가의 행실과 어울리지 않는답니다?”
그리 생각하며 걷고 있자니, 가슴 작고 신경질적이며 맛이 간 성격의 속이 좁은 엘프족 배신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지나 시엘라 선배님.”
“네.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품위 있게 걷도록 하세요.”
스피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허나 되받아칠 말이 궁색했다.
지금은, 네가 옳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좋은 일이 있었던지라.”
“···그런가요?”
“네. 오늘 존경하는 분께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가슴을 쭉 폈다.
원래 내 멋진거 봐라! 진짜 멋지지! 라고 하고 자랑하는 것이 아이들의 본능 아니겠는가.
그리고 스피카의 브로치를 본 레지나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가 보기에도 저 브로치는 훌륭한 일품이었다.
외형도 그렇지만, 안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마법 부여가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어머···. 멋진 브로치네요. 어디서 파는 거죠? 저희 상회에서도 취급하고 싶네요.”
“후후. 선물 받았다니까요? 수제입니다. 선배님.”
“수제? ······제프린 학생중에 그런 악세서리 제작 기교를 가진 사람이 있었나요?”
“네! 계시죠. 선배님은 모르시나요?”
그 말에 레지나 시엘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아이에게 저런 비싼 것을 ···심지어 수제로 만들어서 줄만한 사람.
돈에서 초탈하고, 항상 격을 깨부수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울프람 황자전하···?”
“으, 윽··· 아, 아니거든요? 와, 완전 아닌데요?”
“······.”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레지나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나, 나는···. 그렇게 이름 한 번만 불러달라고 해도 안 해주시면서,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하···.”
“히, 히익.”
“트라이스타. 항상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죠. 어째서 당신들만···. 원래라면 나에게도 기회는 있었는데···. 그 분의 스테이터스가 조금만 높았어도, 가문 차원에서 거절할 일은 ···으으으으으!···!”
정말 부럽다는 듯, 질투 어린 시선으로 레지나는 발을 동동 굴렀고, 그 기묘한 모습에 스피카는 몸을 움찔 떨었다.
“이,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알았죠!?”
“······네, 네에?”
그리 말하며 레지나 시엘라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스피카는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을 겨우겨우 지웠다.
“저 선배님 ···생각보다 귀여운 분인가?”
지우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