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1)
010. 의좋은 남매
그렇게 아일라가 다녀가고, 내가 앞으로의 방침에 대해 정한 이후, 나는 이틀간 등교를 쉬었다.
아직 계절학기라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으그, 으그어어어어.”
뒤늦게 찾아온 근육통. 네프티와 빈즈를 따러 갔을 때의 출혈이 찾아 온 것이다.
장담하는데, 그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울프람의 이 버러지같은 체력은 고작 두 시간의 걷기와 콩 채집이라는 두 개의 일도 완수하지 못할 정도였다.
“체력 ···2”
이 빌어먹을 체력 수치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뒈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상 뭘 할 수 있는게 없다.
“체력이 확정적으로 올라가는 퀘스트는 1막 후반부에 나온단 말이지···.”
하지만 내가 확인해본 결과 D/Z SAGA는 아직 1막도 시작하지 않았다.
아마 다음 달 부근부터 1막이 시작될 터. 신입생들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프린 아카데미는 12월에 종강하고 4월에 개강하며 그 사이에는 겨울방학과 함께 자유 수련 기간을 가진다.
이 때 강의를 하는 교수의 수업에 찾아가 배움을 청할수도 있고, 스스로를 단련할수도 있다.
뭐 일종의 계절학기지.
나 같은 경우는 마법 전공이니까 어떻게든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찾아갔으나, 가급적 계절학기는 포기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갔다오면, 진짜 죽는다.”
이 빌어먹을 체력이 문제다.
우선은 편의점.
편의점을 정착시키는 것 부터 생각하자.
***
다음 날.
새벽부터 마법동 앞에 리어카를 끌고 찾아간 나는 언제나처럼 사탕과 북어국을 놓고는 손님을 기다렸다.
“으으···어어···. 스프···주심시오···.”
“알아서 떠 먹어라.”
“예에······알게슴미다···.”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대학원생은 북어국을 떠서 먹고는 후우. 하고 큰 숨을 내쉬었다.
“평소보다 더 지쳐보이는군. 무슨 일 있었나?”
“···종강했다고 교수님께서 회식에 끌고가셨습니다.”
“···아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고생이 많다.”
“······.”
대학원생은 교수의 부품같은 거니까. 회식 하자고 부르면 까야지 뭐. 그렇다고 다음 날 랩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면 그건 또 아니다.
물론 교수마다 케바케긴 하지만, 얘는 좀 독한 교수에게 걸렸나보다.
“한 그릇 더 먹어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그리 말하며 북어국을 드링킹하는 대학원생.
다 마시고 입을 닦고 배를 통통 두드린 그는 나를 보면서 씩 웃었다.
“뭐지?”
“아뇨. 듣던 소문과는 다르게 황자님께서는 제대로 된 분인가 해서요.”
“기사부와 마법부를 이간질하며, 무구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사들이고, 마법서를 호구 잡혀도 어떻게든 구매했으며, 끝내 황실의 비보에 손을 댄 멍청이 말인가?”
“···실례했습니다.”
“아니. 자네를 탓하는게 아니야. 맞는 말이지.”
그게 울프람이었다.
열등감의 집합체.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멍청이.
울프람은 검과 마법을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검과 마법은 울프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멍청이.
“저는 랩에만 있어서 울프람님이 어떤 회장이었는지 잘 모릅니다만···.”
“소문 그대로의 회장이다.”
“···그렇습니까?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요. 이런 리어카에, 마치 노점상 같지 않습니까.”
“나는 이제 큰 욕심이 없어. 내 편의점이 성공하고, 기술이나 배워서 졸업하고 싶은 것 뿐이야.”
“···편의점이 뭡니까?”
“이런 물건들을 파는 곳.”
“···아. 식료품점이군요. 울프람님께서 그런 곳을 열다니,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한 번 찾아가고 싶네요. 어디에 있죠?”
“8 마법동.”
내가 그리 말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다.
“······진짜요?”
“그래. 8 마법동 구석에 있다.”
“아니 어느 미친놈이 그딴 땅에 가게를 열었습니까? 치매 걸린 우리 할아버지도 거기에는 ···죄송합니다.”
“···아니. 알고 있다. 맞는 말이지.”
“크. 흐흠. 아무튼 너무 머네요. 죄송합니다. 찾아가긴 힘들 듯 합니다.”
“······그래.”
“아, 하지만 여기에 노점을 계속 여시면, 매일 아침 찾아오겠습니다. 네.”
“······.”
지금 저걸 위로나 격려라고 하는건가?
내가 빤히 바라보자 그는 돈을 내고는 황급히 연구동으로 돌아갔다.
이런 빌어먹을.
“그렇게 터가 안 좋나?”
대답하는 이는 없었으나,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아 사람이 어떻게 거기에 편의점을 여냐고 아. 크큭.”
알고 있어서 문제였다.
***
편의점에 돌아가니 손님이 아닌 것이 찾아왔다.
이브 폰 로엔그린.
그녀가 가게 앞에서 뚱하니 서 있는 보습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냐.”
“저도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닙니다.”
“그러면 돌아가라.”
“용건이 있습니다. 일단 문이나 좀 열어주세요.”
“······.”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니 이브는 후우.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용건만 빠르게 말하고 돌아갈게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그래.”
“인수인계 때문에 왔습니다.”
“···인수인계?”
“네. 원래라면 당신을 내쫓고 알아서 하겠다. 라는 마음이었는데 당신이 아카데미에 남겠다고 바득바득 우기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못 한 인수인계나 하려고요. 이건 당신이 했어야 할 의무에요. 아시죠?”
“좋아. 그것만 하면 돌아가라.”
대단한 작업은 아니었다.
나를 끌어내리려고 할 때 부터 이미 차기 학생회 임원진은 결정이 되어 있었으며,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예산 사용처의 확인 뿐이었다.
와 근데 정말 쓰레기처럼 썼다. 대체 이 일 억 린으로 7티어 마도서는 왜 산거야? 병신이야?
“어떻게 사람이 돈을 이렇게 써요?”
“그래서 네가 회장을 하고 있지 않나. 내가 조금만 더 현명하게 썼으면 이번 깃수도 내가 회장이었을 거다. 고작 제프린의 횡령이 황실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나?”
“···어떻게 사람이 말을 그렇게 해요?”
“흠.”
그건 그래. 내가 생각했지만 좀 그랬어.
그렇게 작년 예산 사용처를 확인하던 도중 대화는 조금씩 길어졌다.
정말, 정말 환상적인 예산이었다. 내가 보면서도 와 어떻게 사람새끼가 이럴 수 있지 싶을 정도.
“아니 대체 이 브로드소드는 왜 천 만 린이나 주고 산거에요! 들지도 못하면서! 대체 올해 예산안을 나보고 어쩌라는 거에요?!”
그, 저.
죄송하긴 한데 그건 울프람이 한거지 제가 한 게 아니라서요.
조금만 더 나갔다간 이름 모를 단역이 아니라 이브가 광성창으로 내 배때지를 찢을 거 같았고,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뭘 하는거죠? 앉으세요!”
“흥. 목이 타서 마실 걸 가지러 가는 것 뿐이다.”
빠르게 뒤편에 준비된 작업실로 도망쳤고, 빈즈를 종류별로 준비해 놓은 서랍을 열어 스트로베리 빈즈와 밀크 빈즈 슈가 빈즈를 들고 가볍게 섞었다.
【조합 성공!】
【스트로베리 셰이크 빈즈】
아래에 뜨는 설명문을 무시하고 나는 스트로베리 셰이크 빈즈 두 잔을 가지고 나갔다.
은은한 연분홍빛 음료가 투명한 유리컵에 담겨져 나오자 이브는 눈을 빛냈다.
“흐, 흐흠. 뭐죠 이건?”
“우리 편의점 차기 주력 상품이다.”
“편의점?”
“이 식료품점은, 모든 학생의 편의를 위해 매진하는 ‘편의점’으로 곧 명칭을 바꿀거니까.”
“이제 와서 학생을 위해 헌신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아니 내 사리사욕과 야망과 영달을 위해서란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성광창은 방어무시 빛속성 단타 마법이거든 맞으면 그대로 죽는다.
이브가 빨대에 입을 대기 전, 나는 손으로 잠시 말렸다.
“왜요?”
“냉각 마법으로 얼려서 마셔라. 그게 제대로 먹는 법이다.”
“···그래요? 그럼 편의점에서 얼려서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에게 그게 될 리가 없잖나.”
그 말에 이브는 잠시 멈칫했다.
검도, 마법도 울프람을 사랑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안다.
묘한 침묵이 흐르고, 이브의 입에서는 영창이 흘러나왔다.
“프리즈.”
차갑게 살얼음이 끼는 셰이크 빈즈. 이브는 그것을 맛 보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헤헤.”
“···그렇게 웃으니 정말 꼴보기 싫군.”
“조용히 하세요. 좀. ···헤헤.”
순수하게 웃는 그 모습.
게임에 들어오기 전. 울프람이 아닌 이영진은 천애고아였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눈 앞에서 순진하고 귀엽게 웃는 것은, 아무래도 오빠의 유전자 단계에서 반발감이 일어나나보다. 울프람의 몸에는 소름이 우수수 돋기 시작했다.
“흐, 흠. 나쁘지 않은 맛이네요. 그래서 이건 얼마에 팔 거죠?”
“···아마 만 이천 린 선에서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
“비싸네요. 지금 장사하는 곳은 마법동 아니었나요?”
“그렇지.”
“그렇다면 이건 아껴뒀다가 신입생 환영 축제때 내놓는게 어때요?”
이브는 그리 말하며 컵을 툭툭 건드렸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참고하도록 하지.”
“사람이 좀 제대로 조언 해 줬으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할 줄 알아야죠. 진짜.”
이브는 투덜거렸고, 나는 답 없이 내 셰이크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리곤 필사적으로 눈이 떨려오는 것을 참아냈다.
내 셰이크도, 어느새인가 차갑게 식혀져 있었다.
이브를 슬쩍 바라보자 시선을 피한다.
“셰이크 값은 받지 않도록 하지. 대신 사탕이나 좀 사서 가라.”
“돈 없어요.”
“학생회 명의로 사면 되지 않나.”
“예산 펑크낸게 누군데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거에요? 사탕은 제 용돈으로 사먹거든요?!”
***
작업이 끝나고 나니 한 밤 중이었다.
어둑어둑 지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새까만 한 밤.
시계를 보면 대충 열 시가 넘었다. 초봄의 열시는 어둡기 그지 없었다.
“좋아요. 예산안은 어떻게든 짤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잘 해 봐라.”
이브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 울프람. 당신 때와는 다른 학생회가 될 거에요. 아카데미도 바꿔 갈 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얌전히 여기에 쳐박혀서 편의점인가 뭔가 하는거나 하세요.”
“말하지 않아도 그럴 셈이다.”
“그럼 저는 가봐야겠네요. 가서 예산안 초안을 작성해야 하니까요.”
“바쁘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추임새를 넣을 뿐이었다.
바래다 주겠다는 말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애당초 습격이 있으면 나는 평타 한 번에 죽을거고 이브는 살아서 돌아갈테니까.
“예. 바빠야죠. 올해 신입생들을 위해서 화려하되 실속 있는 신입생 축제도 열어야 하니까요.”
그리 말하며 이브는 허리를 굽혀 꾸벅 숙이고는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보니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짧게. 바빠요.”
“이번 신입생 대표는 누구지?”
그 말에 정말 예상외의 질문을 들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이브.
“그게 왜 궁금하죠?”
“그냥 궁금한 것 뿐이다. 접근할 생각은 없어.”
“아뇨. 당신이 그런···. 아뇨. 그러고보니 당신과 아예 관련 없지는 않네요.”
“음.”
“이번 신입생 대표는 신기하게도 평민이에요. 이름이 그러니까···.”
이브는 뒤이어 내가 기억하고 있고, 기억 속에서 가장 깊게 남았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켈터스.”
이제 곧, 편의점 사장이라는 예정에 없었던 사람을 한 명 끼워 넣은, 게임의 본편이 시작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