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11)
저벅. 이브가 두 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우, 울프람 맞죠?”
“그렇다.”
이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전개는 바라지 않았는데.
이브 폰 로엔그린이, 나를 보는 눈에 증오와 역겨움과 절망과 죽이고 싶다는 살의와 기타 등등 수많은 감정들이 지워져가는 모습.
그것을 눈에 담으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브 주위를 맴돌던 푸르디푸른 색.
호감도 표시 기능에 의하면, 푸른색은 경계. 그리고 그것이 연해진다는 것은 상대가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즉 호감도 상승 아이템. 시크릿 러블리 포션은 이브를 상대로 발동했다는 이야기.
이브 따위의 호감도가 올라도 전혀 기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대처하기 곤란했다.
“오 울프람. 세상에···.”
허나, 이미 늦어버렸다. 푸른색은 연하늘색이 되고, 그리고, 그리고···.
?
왜 변화가 없지.
이브의 주위를 감싸는 색은 연하늘색 그대로였다.
“당신이 좀 덜 역겨워 보이는 건 처음이에요. 신기하네요? 무슨 아이템을 쓴 건가요?”
“······.”
아무래도.
1단계 포션으로는, 혐오감을 중화시키는 게 끝인가 보다.
***
그 뒤로 이브는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해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성광창으로 명치 찌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드는걸요.”
“이브. 사람을 너무 빤히 보는건 예의에 어긋난다.”
“누구한테 예의를 가르치는 거죠? 알고 있거든요?”
“그럼 고쳐라.”
“잠깐만요. 조금만 더 보고요. 으음. 진짜 신기하네요.”
이브와 나는 만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평범한 남매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시크릿 러블리 포션의 효과에 의해서일까, 이브는 생각보다 나에게 편하게 말을 걸고 있는 듯 보였다.
마치···.
혐오하지 않는 선에서 진짜 남매에 가까운···?
“그렇군. 이 거리감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인가 하고 생각했더니, 고아원에서 나를 평범하게 대하던 사춘기 꼬맹이들 같지 않은가.
【영진 오빠. 원장님이 부르셔.】
【응? 내 숙제? 끝냈거든? 아 진짜. 나도 이제 중3이에요.】
【됐어. 오빠는 졸업하면 나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오빠한테 기댈 수 없잖아?】
【예예. 저도 독립 할 테니까 오빠도 독립 한 이후나 생각하세요.】
고아원 시절. 졸업하기 직전 원장님을 대신해서 애들의 보호자가 되었을 때. 틱틱거리면서도 내 말을 들어주던 수준의 중학교 꼬맹이들.
지금의 이브는 정확하게 그런 느낌이었다.
“이브.”
“뭔가요?”
“몇 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뭔데요?”
그렇다면, 귀찮아도 지금 질문을 던지는게 맞다.
“지금 너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지?”
“······네?”
“진지한 질문이다. 답 하도록.”
이브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반드시 대답을 들어야 한다.
“뭐 좋아요. 그냥 울프람으로 보이는데요?”
“외견적 차이는 없나?”
“음 그런 차이···. 아 있긴 하네요. 저열하고 비열하고 사이한 눈매가 조금 부드러워 진 느낌이에요. 거기에 시중에 나도는 삼류 소설의 삼류 악당같은 미소도 없네요. 음. 조금은 황실 사람 같아졌어요.”
“······즉, 네 오라버니로 인정할 만 한 외모가 되었다는 건가?”
“뭐, 뭐어···. 굳이 말하자면? 으음. 흠. ·········네.”
“그렇군. 의견 고맙다. 허면 네프티 너는 내가 어떻게 보이지?”
내 물음에 네프티는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묘하게 붉은 얼굴로 이쪽을 보는 것이, 숨도 살짝 거칠다.
“저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정확한 설명을 부탁하마.”
“···저, 그것이···. 엄청, 쾌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이전 이상으로 그, 그게 ···카, 카리스마가···.”
“쾌활한 카리스마?”
“···············읏. 네에···. 어디든지 함께 데려가 주시고, 세계 전체를 제 눈에 보여주실 것 같은 모습 ···입니다.”
네프티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의견 고맙다.”
“아, 아뇨. 그 ···아닙니다. 주군.”
네프티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건 왜 물은 건가요?”
“솔직하게 말하지. 지금 나는 선조님의 안배로 인해 ‘누군가의 호의를 사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제가 으흠. 납득했어요. 그런데요?”
“문제는 그게 ‘어떤 식으로 적용 되는가’다. 상대에게 무작정 호의를 산다고 하면 그건 악질적인 세뇌나 최면과 다를 게 없지 않나.”
“······아.”
“마력으로 작동하는 거였다면, 이브 너의 마력을 뚫을 수 없을 테고 ···아마 축복 계열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브에게는 좀 덜 엿같이 생겼고, 네프티에게는 군주의 상으로 비춰지는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는 모르지만, 악질 세뇌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세뇌가 깊어봐. 바로 카르마가 올라가고 루디카 선생님이 목을 베러 올 거야.
“알겠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이런 모습으로 다녀야겠군.”
“···뭐, 저는 보기 좋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주군!”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아무튼.
“특화형 말고 기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다오.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특수 아이템인 시크릿 러블리 포션을 제외하고, 아이템을 하나 더 고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여기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지금 내 스테이터스에 가장 쓸만한 것.
장비는 있어봐야 의미가 없고, 악세서리는 만들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스킬북이다. 기술서로 부탁하지.”
[지정형 스킬북은 얻을 수 없습니다. 9T에서 최대 7T사이로 입수 가능합니다. 괜찮으십니까?]“물론이다.”
자.
쓰레기 게임의 쓰레기 뽑기와 한 번 더 승부를 낼 떄다.
***
던전을 나와 편의점으로 돌아오는 길.
이브는 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고, 네프티는 안보는 척 하면서 힐끔 이쪽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 내 모습은 그만큼 얘네들에게 ‘괜찮게’ 보이고 있나보다.
앞으로 2주간 내가 살해당할 일이 적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득이다.
“그,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주군.”
“내일도 찾아 올 셈인가?”
“···오, 오면 안 되는 건가요?”
네프티는 버림받은 강아지마냥 이쪽을 빤히 올려보기 시작했다.
“아니, 지치지 않았나 해서 말이다.”
“전혀요! 내일도 주군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도록. 내일 보도록 하지.”
“네!”
“그럼 저도 가 볼게요. 울프람. 건강 유의하시길.”
“······음. 그러마.”
건강 유의하시길. 이라, 이브답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서로 증오하던 이브 폰 로엔그린과 이런 일상 회화가 성립한다는 거 자체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미쳤군.”
내가 이브랑? 평범한 대화를 했다고 기쁘다고? 미쳤어?
이건 ···그, 그래. 미니 게임 던전의 문제다.
너무 이영진으로서 생각해서 그렇다. 이브는 수 백 번이나 엔딩을 본 히로인이니까.
뭐 아무튼, 그렇게 편의점에 돌아와 오늘 일정을 마무리 하고, 쉴 준비를 마쳤다.
내일부터는 이 시크릿 러블리 포션의 효과를 어떻게 사용 할 것인지를 제대로 생각 해 봐야지.
그리 생각하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데, 편의점 문이 열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프람···?”
“······.”
아일라.
아일라 트라이스타였다.
***
편의점에 들어온 아일라는 내 얼굴을 그저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
솔직히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일라의 이상적인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또 반역적인 얼굴이라면서 나를 향해 큰 소리를 칠까.
수 없이 많은 망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고, 이내 아일라의 입이 열렸다.
“울프람. 왜 그러고 가만히 있어요?”
“음?”
“후우. 날이 슬슬 더워지네요. 흑수정으로 태양빛을 차단하는 암막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그러면 또 상시 마력을 소모해야 해서 지치고요. 다난이에요. 정말.”
“···으음?”
아일라는, 평소의 아일라였다.
“아일라.”
“네. 울프람. 아, 시원한 거 주문 가능할까요?”
“음. 가능하다.”
아일라의 주문을 받고, 나는 바로 조리대 앞에 섰다. 그리고는 빈즈와 얼음을 갈아서 스무디를 한 잔 만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힐끔 아일라의 얼굴을 살폈다.
그렇게 스무디가 완성 될 때 까지 관찰했지만, 아일라는 전혀. 단 하나도 변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아일라 주위를 감싸는 분홍색 기류도 변함이 없었다.
호감도가 오르는 건 개개인의 차이인가? 아니면 또 버그가 났나? 여러 가설이 떠오르고 내려왔다.
스무디를 아일라 앞에 가져다 내고, 앞에 앉았다.
“어머, 티 타임에 어울려 주는 건가요?”
“음.”
사실 그런게 아니라, ‘아일라의 무반응’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궁금했을 뿐이다.
D/Z SAGA 본편에서는 그냥 발동만 되고, 호감도가 쉽게 오르기만 하는 이 시스템이 현실이 되니 참으로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알아내는 것이, 고인물의 참된 본분 아니겠는가. 아일라는 어째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일라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얼마든지요.”
“아일라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은 가장 반역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네. 그런데요?”
즉답이군.
“그렇다면 그 반역에 어울리는 생김새는 뭐지?”
“네?”
“반역가라고 해도, 군주형. 영웅형. 뭐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아아···. 있지요. 네. 여러 반역가가 있지요. 귀족들의 암투는 반역을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싸움이니까요.”
“그렇다면 네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반역가는 어떻게 생겼지?”
나의 물음에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그걸 당신이 물어요?’ 같은 감정이 섞인, 어이없는 웃음을 섞인 답을 던졌다.
“어머. 이상한 질문을 하네요. 그야 당연히.”
“음?”
“당신이에요. 울프람.”
“뭐라?”
“이 세상 누구보다 반역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한 명 밖에 없잖아요?”
숨막힐 듯. 이 쪽을 마주봄에 거침이 없는 두 눈.
거짓이라고는 모르는 입.
아일라는 눈으로, 입으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가장 반역에 어울리는 얼굴은 울프람 자신의 얼굴이라고.
즉.
이 세상 누구를 가져 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이상형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얼굴이라고 말이다.
······.
이래서야.
포션의 효과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가.”
“네. 그런걸 왜 물어요?”
“······아니다. 괜한 질문을 했군.”
정말.
괜한 질문을 했다.
***
다음 날은 강의가 있어서 아일라와 함께 제프린을 향했다.
“울프람 님. 안녕하세요.”
“음.”
“울프람 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렇군. 좋은 아침이다.”
확실히, 주변 모두의 시선이 바뀌었다.
나를 두려워 하는 이들은 확 줄어들었고, 평소와 다르게 인사마저 건넨다.
심지어 울프람을 저주했을 현 2학년, 3학년도 그렇다.
시크릿 러블리 포션의 효과는 확실하다.
“울프람. 오늘 수업도 반역적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자구요!”
“······음.”
즉. 내 옆에서 태연하게 웃고 있는 아일라 트라이스타에게도 효과는 충분히 듣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소의 아일라와 단 하나의 변화도 없다.
“그러도록 하지. 아일라.”
“네. 울프람.”
이 녀석은 ···정말 믿을 수 있겠구나.
그런 신뢰감이 피어올랐다.
그리 말하고 아일라와 갈라졌다.
서로의 강의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강의실에 들어간 그 순간, 눈앞에 황금빛 장발의, 살짝 죽은 눈을 한 슬렌더한 엘프가 서 있었다.
“부지런하군. 레지나 시엘라.”
“그럼요. 평소의 수업 태도가 미래를 정하는 법···이랍···니······.”
슬쩍 눈이 마주쳤고 그녀가 움찔. 하고 굳었다.
아.
잠깐.
···너도 발동되는 거니?
진짜?
“우, 울프람 화, 황자 전하.”
“······.”
“그 차가운 눈. 쓰레기를 보는 눈. 아, 아아 그 긴 손가락으로 제, 제 목을···. 그 두 손으로···. 아아···.”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