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28)
그 후.
삼 일을 편의점에 누워 있었다.
***
삼일 후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한 것은 전투의 복기였다.
“설마, 사출 한 번으로 체력이 다할줄이야.”
어쩔 수 없다. 루디카의 몸 이상으로 뛰어올랐다가 다시 옥좌 앞에 섰고, 그 대로 루디카를 밀어버리기까지 했으니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러니까 그거다.
낙뎀 맞은거지 뭐.
체력2인 내가 낙뎀 1로 빈사상태에 빠지는 건 당연하잖아.
이런 쓰레기 게임이···.
뭐 아무튼.
시간도 있으니, 전투를 복기해볼까.
***
“······음.”
솔직히 말하자면, 며칠 전의 그 전투가 나의 완전승리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물론 나도 변명거리는 있다.
켈터스가 아니라 울프람으로 게임을 해본 적은 없고, 구더기런이라고 해서 쓰레기들 모아서 엔딩을 본 적은 있긴 한데, 그리 즐기는 런은 아니었다.
이브랑 켈터스가 반드시 출격해야 하는 맵도 있기도 했고 말이야.
아무튼, 기말 시험장에서는 나의 승리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듣기만 했냐면, 나는 기절해 있었고, 파트라슈가 정기편을 몰면서 소문을 수집해줬다.
허나 내가 가슴을 펼 수 없다.
고인물로서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했음에도, 결국은 질 뻔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마지막 일격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진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알고 있다.
내가 켈터스로 일부러 악업을 저질러서 얼마나 많이 ‘루디카 교수님’을 상대했을 거 같나.
삼 천 회 이상이다.
그 결과?
삼 천 회 이상 죽었다. 1학년 시기에 루디카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우선 루디카의 가장 큰 문제는, ‘예비 모션’을 파악 할 수 없다는 거다.
예를 들어 도끼를 내려찍는다면 들어올리는 모션이 보이고, 검을 찌른다면 뒤로 빼는 모션이 보여야 하는데,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압도적 재주 수치와 수수한 쌍단검을 휘두르기 때문에 모션 캐치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저게 맞지. 암살자는 동작이 클 이유도, 단검이 화려할 이유도 없다. 두 자루의 더크(dirk)를 들고 슉,슈슉,슉 하는게 진짜 암살자다.
그렇다고 그냥 쳐맞고 살았던 건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히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 수 없이 많은 수를 강구했다. 켈터스로 모션이 아니라 패턴을 분석해서 200합 이상 받아낸적도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켈터스는 반드시 죽는다.
오직 단 하나, 모션을 알아 볼 수 있는 일격.
즉 보스의 ‘즉사기’에 맞아서 무조건 죽는다.
그게 바로 루디카의 3티어 스킬. 제로백 제로.
몸을 길게 뒤로 빼고, 달려나갈 준비를 한다. 이때 약 2초정도 걸린다.
그대로 쏘아진 루디카에게 베여 죽는다. 루디카는 등 뒤 수 십 걸음 너머에 나타난다.
단검을 툭 털면 그대로 서걱, 소리가 나면서 쓰러지고 죽는다. 무섭고 무섭다.
하지만, 게임 본편에서 나는 이 제로백 제로의 모션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왜 수 십 걸음 너머에 나타나지? 섬광같아서 멋있는 연출이긴 한데 마치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같잖아. 그게 암살자로서 ‘합당한 공격’인가?】
그리고 루디카를 직접 키워서 써본결과 내 예상이 맞았다.
이건, 루디카조차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다. 특히 광폭화랑 곁들이면 벽에 꼬라박기도 한다.
D/Z SAGA가 현실이 된 지금. 이걸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유일한 모션을 캐치하고, 필티아에게 부탁해서 사출 기능 발동 속도를 올리고 ···아무튼 난리도 아니었다.
아무튼, 말이 헛돌았는데 아무튼 모션을 파악할 수 있는 제로백 제로를 제외하고는 한 번의 공세도 없었다.
거기에 제로백 제로도 광폭화랑 같이 쓴게 아니라 재주21상태로 달려든거다.
장담하는데 광폭제로는 고작 사출 따위로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뭐, 그래도. 이기긴 이겼다.
상대가 아무리 봐줬다 한들, 이긴건 이긴거다.
【크하하! 약하구나! 인간!】 같은 소리를 내뱉던 마계 대장군이 주인공 각성뽕에 성검맞고 뒈진다고 누가 알아주냐. 진 건 진 거고 이긴 건 이긴 거다.
“허나 완승은 아니지. 좀 더 분발해야겠군.”
어차피 캐릭터로서의 내 특성은 정해졌다.
아마도, 극 재주캐. 저주캐 아니다. 아니 맞긴한데.
“거기서 더 분발하면 ···제 심장이 터질걸요?”
“······음?”
“적당히 노력하세요. 정말.”
처음에는 창고에 넣어놓은 저주가 또 깝쳐서 등장했나 했지만, 아니었다.
그 곳에는 아일라가 있었다.
“아일라? 어디서 들어왔지?”
“편의점은 24시간 열어 두는 거라면서요?”
“음.”
그야 그랬지.
아일라는 저벅 저벅 걸어서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는, 이쪽을 바라봤다.
근심. 그리고 ···살짝 삐친건가? 뾰로통?
“울프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매일 편의점에 왔는데 자고만 있지, 설마 잘못 된 거 아닐까 호흡도 확인했어요.”
“······.”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언제든 내 목을 조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두렵다. 아일라 실제 두렵다.
“서로 승리해서 웃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이기면 마음이 아프잖아요.”
“···그랬지.”
평소에는 결코 질책하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일라지만, 지금은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할 말은 있다.
어떻게 사출해서 좀 높게 점프했다고 낙뎀맞고 빈사상태로 갈거라고 생각했겠습니까.
“괜찮은 거 ···맞죠?”
“음. 괜찮다.”
하지만 그렇게 투정했다간 더 혼날 거 같았다.
어쩌겠어. 내가 망캐인걸.
“저 뿐만이 아니에요. 다들 걱정했다구요?”
“다들?”
“네. 다들.”
아일라의 검지가 향한 곳에는, 정말 ‘다들’ 있었다.
“오, 선배님. 정신이 드셨습니까?”
“···괘, 괜찮나, 울프람?”
“서, 선배님 괜찮으세요?”
아.
이것 참.
그렇군, 내가 볼품없이 쓰러진 걸 티배깅하러 왔나.
세상에 인심이 이렇게 부족하다.
체력 2 고로시 멈춰!
하지만,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이 나에게 가진 ‘우정’과 ‘신뢰’는 이제 슬슬 믿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코 아래가 간지러워진다.
우리는 ···졸업해도 친구야!
벗의 우정에 감사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걱정하지 마라,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조금 휘청거렸을 뿐이다.”
“그런 사람이 사흘을 연속으로 자나요?”
“울프람···.”
아일라는 여전히 이쪽을 바라보며 어딘가 불만스러운 듯, 걱정하는 얼굴이었고 다른 녀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루디카의 표정이 심각하다.
아니 진짜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니까.
왜 그렇게 얼굴을 붉히면서 이쪽을
“금방 털고 일어 날 거다. 특히 루디카. 네 잘못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으, 음. 알겠다. 후후. 그래. 그래야 루디카를 이긴 남자 아니겠나.”
루디카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깃든다. 추운가? 그럴 날씨는 아닌데.
아 ···내가 걸었던 상태이상이 아직 남아있는걸지도 모르겠다. 분명 직격으로 맞으면서 날아왔을테니까.
“루디카. 내 무모한 싸움에 어울려줘서 고맙군. 예의를 표하마.”
“···후후. 아니다. 루디카도 무척 즐거웠다. 이 제프린에서 루디카가 벨 수 없는 사내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제프린에 와서 첫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으면서도 그런 말을 해주는건가.
좋은 아이구만.
내가 루디카랑 서로 마주보며 픽 웃고 있는데, 옆에서 스윽. 하고 목소리가 끼어들어왔다.
“으, 으흠. 그러고보니 선배님. 기말고사 승리 축하드려요.”
“음. 고맙다 밀푀유. 너는 어땠지.”
“저, 저도 전승이었습니다. 모두 ···이겼어요.”
“그런가.”
그건 진짜 대단하다.
1학년 기말고사는 켈터스로 2위부터 6위까지 연속해서 꺾는거고, 5명 다 꺾으면 다음학기 학비가 전액 무료다. 학년 수석이니까.
그 외에 장비 특전이나 아이템등을 잔뜩 받을 수 있다.
솔직히 인생 핀거지.
켈터스로 플레이하면서도 뉴비 공략에는 항상 수석을 유지하라고 쓴 이유가 있다니까.
“고생했다.”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래서 말인데요···. 약속, 기억하고 계시죠?”
“약속? ···아아. 물론 기억하고 있지. 단 둘이서 외출 하는 거였나.”
“······네!”
그래 뭐.
제프린의 비장 명소라던가, 같이 놀러 나가자는 후배 부탁 하나 못 해주겠나.
“선배님과 밀푀유 후배님 둘이서 ···제프린을 돌아다닌다고요?”
“···울프람. 어떻게 된 거지?”
“밀푀유가 기말 수석을 유지하면, 같이 제프린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들은 적 없는데요.”
“딱히 말 할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
“······.”
“······.”
밀푀유를 제외한 세 사람의 눈이 차가워진다. 뭐 기분 나쁜 일이라도 했나?
···음. 아니다. 딱히 걸리는 건 없다.
“뭐, 뭐어. 저도 울프람 선배님과 루디카 선배님과 함께 여러 모험을 다녔으니까요.”
“아···. 뭐 그랬지. 동부 숲도, 잠든 산맥도 ···거기에 바다도 다녀오지 않았나.”
네프티와 루디카의 말에 이번에는 밀푀유와 아일라의 눈이 차가워진다.
“뭐···. 그래도 저와 울프람은 둘이서 함께 용의 시련을 극복 해 낸 걸요. 단 둘이서 사선을 넘어선 저희는 최강이랍니다? 마력20이 된 것도 울프람 덕분이죠. 저희야 말로 가장 반역에 어울리는 걸요?”
“······.”
“······.”
“······.”
마지막에는 아일라가 대뜸 나서서 에헴 하고는 스스로의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뭐가 자랑스러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니 애당초 왜 이렇게 분위기가 싸늘한건지도 잘 모르겠다만.
“그럼 저는 울프람 선배님과 단 둘이서 제프린을 탐닉하고 오겠습니다.”
“탐방이라고 하세요. 단어 선택이 부적절합니다. 밀푀유 후배님.”
“네 네프테리안 선배님.”
“울프람. 루디카와 네프티와 같이 다시 모험에 나설 건가?”
“나쁘지 않지.”
“저는 환영입니다. 울프람 선배님!”
“울프람. 용의 시련 말고 또 다른 반역적인 도전이 있을까요?”
“물론이지. 이 세계는 넓고, 모험은 많다.”
“그렇군요!”
루디카, 네프티, 아일라, 밀푀유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한다.
갑자기 분위기가 차가워 진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대체 뭘까.
아.
그건가.
하하. 욘석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나 참. 아이들도 아니고 말이야.
“내 너희들의 고충은 이해한다. 아카데미 생활이 지루한 것은 이해한다.”
“네?”
“예?”
“응?”
“울프람?”
이 아이들은 답답할 것이다.
전원이, 이제는 밀푀유마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흑수정’ ‘심연의단검’ ‘신념’ ‘철권’
각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이 아이들은, 요컨데 더욱 큰 모험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아, 이해한다. 진짜 이해해.
나도 그랬거든, 솔직히 내가 니들 스펙이면 어? 지금 당장 달려가서 5막 보스 목 먼저 치고 아이템 루팅했어요. 내가.
“물론, 내가 이끌었기에 너희들이 새로운 세계에 나갈 수 있었고, 수 많은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맞다.”
“······울프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그런 이야기였나?”
“······선배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더 나와 모험을 많이해서 미지(未知)를 인지(認知)로 바꿨는지 경합하는 것은, 마치 대여섯 살 아이들이 누가 더 친한지 겨루는 것 같지 않은가, 제프린의 학생으로서 그런 유치한 경합은 어울리지 않는다.”
“·········.”
“설원은 설원대로, 잠든 산맥은 산맥 대로, 용의 시련은 시련 대로 내 적합한 인선으로 같이 갈 이를 골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누가 더 많은 모험을 했는지 경합하지는 말도록.”
어머어머 나 참 얘들 눈빛 봐.
왜 그렇게 싸늘하게 사람을 노려보니?
어렸을때 봤던 영화의 토막 살인범 같은 눈으로 말이야.
“좋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기말고사도 끝났고 종업식 이전에 몇 개의 친목 행사만 넘어가면, 곧 여름방학이다.”
“···그렇죠?”
“그런데 그건 왜 말하는 건가. 울프람?”
“그러니, 이 자리에서 가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한 가지 제안하려고 한다.”
“···뭐를요?”
“뭐겠나, 모두 모여서 천혜의 고도. 그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오자는 것이지.”
수업도 끝났고, 친목 도모. 액티비티.
좋잖아?
“실로 좋습니다. 선배님. 저는 가봤으니 ‘또’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구나, 루디카도 찬성이다.”
“예에. 좋네요. 가도록 하죠. 울프람.”
“후후. 네에. 그렇군요. 거기서···.”
그런데 왜 여전히 그렇게 웃고 있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