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38)
137. Summer Vacation
밀푀유는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여자애 머리에 머리핀을 달아주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조금 머쓱하다.
“괜찮나?”
“네, 네에···. 서, 선배님. 저, 저 잠시 안쪽 청소라도 하고 있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내 준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조금 어질러져 있을 텐데, 괜찮은 걸까.
허나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밀푀유는 사라졌다.
***
여기서는 들리지 않을 거야.
아니 이미 들렸을지도 몰라.
밀푀유는 울프람의 개인실 ···본인은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곳에 주저앉아 스스로의 가슴께를 꾹 쥐었다.
조용히 해줘. 심장 소리를 조금만 줄여줘.
알아. 분수에 넘는 짓을 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물러난 거리보다,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온 선배님의 보폭.
같은 한 걸음을 걸어도, 도망 칠 수 없을 정도로 다가오는 그 거리에서 남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이어지는 차가운 목소리. 그 안에 담긴 따듯한 이야기.
직접 만들어준 꽃 브로치.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화려한 디자인.
분명,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쳐다 볼 수 조차 없었을 아름다운 일품.
분명 그 가격만 해도 수 천 만 린을 호가할 장신구.
허나.
이걸 차는 순간 이 보석과도 같은 꽃은 자신만의 것이 된다.
기왕, 이런 꿈 같은 상황이 되었으니, 내뱉은 한 마디.
이 꽃을 직접 저에게 걸어주세요.
무리한 부탁에도, 별 거 아니라는 듯 다가온 손이 내 머리 위로···.
“와아···. 와아아아아······ 으아아아···.”
밀푀유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들렸을까? 심장 박동소리가 들렸으면 어쩌지?아니 안 들렸을리가 없지, 지금 귀가 터질 것처럼 시끄러운데!
“다, 다른 걸 하자. 다른 걸 하면 진정될 거야. 응. 괜찮아.”
밀푀유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위를 바라봤다.
우선 청소부터 하자. 나와 정돈해야 할 물건 외에 모든 것을 치워내는 청소는 용기를 북돋워주고 마음은 편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청소할게, 꽤 많네요.”
아니 정말로.
청소할게 많았다.
“으음. 선배님은 혼자 사시고 바쁘시니까, 아무래도 어쩔 수 없겠죠?”
***
솔직히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선배님. 이건 어떻게 정리할까요?”
“음···. 아니다. 그건 내가.”
“선배님은 앉아계세요. 제가 할게요.”
“······.”
내 개인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들어가 보니,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는 밀푀유가 보였다.
“밀푀유?”
“아. 선배님. 잠시만요. 지금 청소 중이라서요.”
“아니 그건 안다만, 왜 청소를 하고 있는 거지?”
“네? 그야 지저분하니까요. 지저분하면 청소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아니 그건 ···그렇긴 하다만.”
정론이라 뭐라 반박하기 힘들다.
“아니, 그게 아니다. 왜 네가 내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느냐는 거다.”
“주거 공간은 자주 청소하지 않으면 감기 걸리기 쉬워요. 선배님.”
“···아니···.”
그것도 맞긴 한데!
“후후. 선배님은 그냥 앉아서 기다리시면 돼요. 아, 청소 지시도 부탁드릴게요. 많이 피곤하시죠?”
“······음.”
밀푀유는 그리 말하며 내 방을 느긋하게 청소해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돕겠다.”
“앉아 계세요. 선배님.”“아니 그래도 내 사무실이다.”
“네. 그러니까 제가 청소해 드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 사무실을 청소할 일은 없잖아요?”
“······.”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밀푀유. 나도···.”
“앉아 계세요.”
“아니 내 사무실···.”
“네. 소중한 선배님 사무실은 깨끗해야죠.”
“그러니 내가 도와···.”
“선배님은 피곤하시잖아요?”
안되겠다.
가불기다. 이건 넘어설 수 없다.
그렇게 나는, 후배가 내 방을 청소해준다는 기묘한 수치를 강요 당했다.
조금 더 깨끗하게 살겠습니다.
***
그 뒤로는 밀푀유가 만들어준 저녁식사를 즐겼다.
“요리는 나도 할 수 있다만.”
“제가 설마 선배님 요리 실력을 모르겠나요? 오늘은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
최근 느꼈던, 가끔 무척이나 무서워지던 밀푀유가 아니라, 착하고 순하기 그지 없던 그 시절의 밀푀유로 돌아온 느낌이다.
누구야. 누가 이 아이에게 걸려 있던 저주를 풀었지?
밀푀유가 만든 것은, 야채가 잔뜩 들어간 스튜였다.
“어떤가요? 동부 촌에서 만든거라 선배님 입맛에는 안 맞을수도 있겠지만 제 고향의···.”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 없다. 무척이나 맛있군.”
“······네?”
음.
진짜다.
뭔가 대단한 요리라기보다는, 가슴 따듯해지는 가정식의 맛이다.
내 요리는 아무래도 외식 같은 느낌이 많이 나고, 최근에는 요리보다는 그냥 빵 몇개로 떼우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제프린에서 이런 따듯한 요리를 먹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은 없다. 좋군.”
“···그, 그렇게 과찬하시면···.”
“좋은 걸 좋다고 당연하게 평가한 것뿐이다. 과찬이 아니야. 칭찬이다.”
“······읏. 네.”밀푀유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접시에 얼굴을 박을 정도로 푹 고개를 숙이고는 스스로 만든 스튜를 들었다.
그리 과한 칭찬을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최근에는 요리 스킬보다는 샤이닝 파티시엘로 만든 과자로 때우곤 했으니 말이다.”
“···네? 그럼 몸에 안 좋아요!”
“음. 허나 최근에는 일이 많이 늘은지라 어쩔 수 없구나. 앞으로도 더 바빠질 테고.”
이브와의 협약을 통해, 나는 편의점뿐만이 아니라 제프린 원정도 해야 한다.
“그건, 안 되는 일이에요. 가뜩이나 건강도 안 좋으신데.”
“음.”
그렇게 때리면 또 할 말이 없다.
“음, 으음. 그렇군요. 그럼 방법이. 하지만 ···그건 파렴치한···. 아니. 음.”
밀푀유는 내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대체 쟤 머릿속에서는 어떤 사고가 돌아가고 있는 걸까.
그래도 저 스테이터스로 제프린 1학년 수석을 차지한, 지식에 있어서만큼은 최상위 학생이다.
어떤 현명한 대답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내 건강과 제프린 원정을 같이 잡을 수 있는 해답!
“제가 매일 와서 요리를 해드릴까요···?”
“아니 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입니다.
“그럼 방법이···. 아. 그러면 하루 두 끼는 항상 저랑 같이 드시는 거예요!”
“······음? 어떻게 말이지? 공용학부 생활은?”
“······으, 으음.”
밀푀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필사적으로 답을 짜내고 있는 거겠지.
“으음. 그 방법은 너무 과격해. 하지만 ···일단 조건을 파악하고 ···여기는 마법 8학부. 남는 공실이···. 아. 으음. 그러면? 아···아하.”
그렇게 삼십 분.
밀푀유는 겨우 해답을 얻었는지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선배님! 그러면 말이죠···.”
호.
그 해답은 꽤 참신한 걸?
***
다음 날.
제프린 아카데미의 1학기 종업식.
사실 종업식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각 교수들이 자유 연구 과제를 내어주고, 방학기간동안 워프 포탈 주위가 분주해질 뿐.
고향으로 돌아가 제프린에서 얻은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친구의 가문을 찾아가 동맹 관계의 재확인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제프린 내부에 남아서 못 다한 연구를 하는 이들도 있고 말이다.
결코 이별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자유로워 질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하나의 명확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흑. 흐윽. 저, 스피카 트라이스타. 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스피카 트라이스타.
내년 입학이 확정된 소녀지만, 그렇기에 지금은 제프린의 학생이 아니다.
“스피카. 내년 입학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네에. 이브 회장님. 흑 ···정말 감사했습니다.”
“후후. 스피카도 우수한 학생이라서 정말 기뻐요.”
이미 새싹으로서 제출해야 할 레포트도 냈고, 평가도 무척이나 좋았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도 양호했다고 하니,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울프람 오라버니.”
“스피카.”
“혁명은 언제나 이별을 동반하는 법이죠. 하, 하지만 ···분해요. 억울해요···.”
“뭐가 말이지?”
내가 봤을 때는 언니에게서 나쁜 물이 든 귀여운 여동생이다만, 아무튼 스피카는 나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열심히, 공부 해서 ···울프람 오라버니한테, 다가가려고 했는데 ···저, 저를 빼놓고 바다에···.으, 흐윽.”
“······.”
아.
그러고 보니 얘는 바다에 못 갔구나.
그건, 내가 미안하게 됐다. 진짜.
“내년에 입학하면, 함께 바다를 보러 가도록 하지.”
“저, 정말인가요?”
“그래.”
“혀, 혁명적 약속이에요. 오라버니!”
“음.”
나와 스피카는 그리 약속했다.“그럼 울프람. 저와 스피카는 잠시 에덴에 가 있을게요. 워프 포탈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알겠다.”
“가요 스피카.”
“울프람 오라버니···! 다음 번에 만날 때는 반드시 혁명을···!”
“반역이예요. 스피카.”
두 사람은 그렇게 워프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에덴. 트라이스타의 영지인가.
생각해보면 가서 계약서 분배 비율 조정도 해야한다.
한 번 정도 갈 일이 있겠지.
다음은 네프티였다.
그녀가 가장, 떠나기 직전까지 망설임이던 아이였다.
이건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로열 가드】의 직책은 누가 뭐라해도 황족을 지키는 것에 있다.
그런 그녀가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심각한 태업.
극형에 처해질 정도의 악질적 대죄.
“사실 저는 선배님을 지켜야 합니다.”
“아니. 이건 주군으로서 명령이다. 집에 가서 보고하고, 충분히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허락을 받고 와라. 나의 【로열 가드】 네프티.”
“삼가 명령을 받듭니다. 저의 주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벼이 웃었다. 허나 그 안에 담긴 신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 울프람. 루디카는 간다.”
“꽤 서두르는군.”
“···아, 그도 그럴 것이. 일족들을 설득해야 하니까 말이다.”
“설득?”
“뭐 그런 것이 있다. 가서 한 번씩 대련도 하고, 내 실력도 점검하고 다른 무엇보다 ···다음 번에는 나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남자에게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그거 내 이야기인가?
하 이것 참.
안 싸워 줄 건데? 내가 이겼는데? 왜 싸워주냐 하하.
“2학기에 보도록 하자. 루디카.”
“그래. 루디카의 최고의 벗. 울프람. ···다녀올게.”
“음.”
그 다음은 이브였다.
“당신은 언제쯤 귀가 할 건가요?”
“글쎄.”
잘못 귀가했다가 배에 칼찔려서 죽을 거 같으니까, 아무래도 돌아가진 않을 거 같은데.“그래요. 아무튼 저는 황실에 보고 할 것들이 있으니까 먼저 가지만. 다른 형제들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내키면 가도록 하지.”
“여름방학 이내에 내키나요?”
“내키면 여름방학 내로 내켜보도록 하지.”
“······죽어. 쓰레기.”
“하. 대학원이나 가라.”
우리 둘은 중지를 치켜들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것은 밀푀유였다.
“그럼 선배님. 저도 가볼게요.”
“조심히 다녀와라.”
“···네! 제가 돌아올 곳은 편의점이니까요!”
“그 음. 틀리진 않은 말이다만.”
“아닌가요? 사장님?”
“······아니 맞다. 아르바이트생.”
내 대답에 밀푀유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 날. 내 식사와 생활에 당황을 느낀 밀푀유는 실로 강하게 요구했다.
그 요구는 바로.
‘그럼, 제가 선배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게요!’
‘···아르바이트?’
‘네! 그래서 일 할 때 마다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나눠요. 선배님!’
‘······.’
처음 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한 건 네프티였으나,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나의 로열가드가 되었다.
사실, 손님이 없더라도 편의점에 나를 보조해 줄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결국 승낙했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밀푀유는 내 아르바이트생이 될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음. 다녀오도록.”
그 뒤로도 바닐라나 요거트. 에밀리 등의 학생과 대화를 나눴다.
고작 여름방학 한 달 남짓이지만, 다들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남기고는 떠나갔다.
뭐 일생의 이별도 아닌데.
안 그런가?
아무튼 그들의 그런 감수성 풍부한 장단에 어울려주고, 편의점에 돌아오니, 그녀가 있었다.
“어머. 동생 왔니?”
“필티아 누나.”
“그래요. 누나에요. 다들 배웅은 잘 했니?”
“음. 무사히 끝냈다.”
“후후. 그래.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네?”
“물론이다.”
모두가 고향에 돌아가도 나는 편의점에서 할 일이 남았다.
편의점 신규 상품 연구와 개발.
2학기 초입부터 해야 할 제프린 공략.
그리고···.
“마계의 문 공략을 위한, 위대한 선조님의 유산 조사.”
“응. 파파의 보물 찾기. 후후. 누나도 정말 기대된단다.”
험난한 1학기가 끝나고 찾아온 여름방학.
허나. 나 울프람 로엔그린에게 쉴 틈은 없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