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43)
142. 골든정답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다.
뭐가 ‘가기만 하면 됩니다.’ ‘몸만 가세요.’ ‘솔직히 저희가 가서 티배깅좀 하고 인성질 좀 할거거든요.’ 인가.
문을 열고, 내 이름을 부르자마자 세상에나 【황실 혈통】이 켜지는게 아니겠어요?
【적지(敵地)에 발을 들이밀었습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분노, 증오, 원망, 의문, 경악, 혼란, 질시. 수 많은 부정적 감정이 당신을 향합니다.】
【당신의 피는 이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주변 잡혈들에 대한 강제 오토카운터가 발동됩니다.】
【황실 혈통의 업에 따라 다수의 핍박에서도 그 깃발을 드높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5분간 사용자가 내뱉는 모든 말은 황실 혈통이 적용됩니다.】
【진정한 위엄은 평소에도 결코 숨길 수 없는 법. 주위를 지배하는 힘이 강해집니다.】
【허나 이 자리에는 혈통이 하나가 아닙니다.】
【당신의 모든 말에, 오직 단 한 사람만은 저항할 수 있습니다!】
【그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아 쟤.
알지 잘 알지.
아 미안하다고 진짜. 뭘 그렇게 노려보냐.
좋은게 좋은거잖아.
그래도 네 옆에 있으면 바로 마법이 날아오진 않을 거 아냐, 너도 말려 들 수 있는데 설마 칼찌나 법찌하러 오겠니? 하하. 같은 혈통 좋다는게 뭐냐.
마침 옆자리도 비어있네, 야 거기 좀 앉자. 응? 괜찮지? 하하. 역시 이브야. 마음이 넓어.
으차. 혈통 윗줄인데 옆자리 좀 앉는다. 괜찮지?
“미쳤군요. 당신. 이 자리를 파탄내서 어쩌려고요? 이것도 당신의 계획이에요? 시엘라 가문이 주최한 무도회인 건 알죠?”
옆에서 이브가 쫑알거린다. 알았어요. 제가 다 알겠는데, 아 진짜 들어보라고 나도 사연이 있다고.
그런데 왜 그렇게 꼴아보니 사람 킹받게, 어? 나도 좀 살자.
으윽. 참아. 참아라 나의 중지야. 여기서 너를 펼치면 다른놈 칼찌 법찌보다 광창이 먼저 명치에 꽂힐거다. 참아야 해.
오케이. 여기선 내가 물러나 준다. 진짜. 이 울프람 폰 이영진이 사람이 좋아서 말이야. 하하. 호감고닉 도살자 슈퍼 영진 시절에는 꿈도 못 꿨다. 알고 있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대충 립서비스용 멘트를 쳐줬다.그러니까, 나는 이브가 천 년 만 년 학생회장 해먹으면 좋겠다. 대학원 가서도 학부 학생회장 했으면 좋겠다. 이브 폰 로엔그린 치세에 영광 있으라! 만세 만세 만만세!
대충 그런 느낌으로 립서비스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후우. 이제야 좀 속이 편하네.
아일라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아일라 혼자서 날뛰어 주기로 했으니 의자에 앉아 그냥 다들 노는거나 지켜보자.
***
이것이 인류의 수호자.
그 혈통을 이은 자들의 위광.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부복했다.
고개를 드는 것도, 더 나아가 숨을 쉬고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 까지 허락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두 개의 의자와 귀족들 사이에는 고작 두 개의 계단이 놓여 있을 뿐이다.
중앙 홀과 옥좌를 가르는 두 개의 계단이 마치 하나는 영혼을, 하나는 존재를 뜻하는 것 만 같았다.
너희와 우리의 격의 차이는 이렇다.
영육을 넘어서서 존재 자체의 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감히 범접할 생각을 하지 마라.
고개를 숙인 이유.
이브에게는 예의와 신의.
허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이르러 두려움과 공포로 이어졌다.
저것이 인간계 수호자. 모든 생명체를 오시할 수 있는 혈통이 주는 위압감인가.
“【무도회라 들었건만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는구나.】”
그 말에, 황급히 악사들이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춤은 추지 않는 건가?】”
어어서 누군가가 누군가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웃어라. 좋은 날 아닌가.】”
억지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이브 폰 로엔그린마저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의도는 철저하게 짓밟힌 인형들의 무도회가 이어졌다.
***
후우.
분위기를 풀었으니 이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웃기도 하고 보기 좋네.
귀족이라는 이들이 무도회를 열었으면 잘 놀고 해야지.
나는 신경쓰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 제발 나한테 관심 좀 주지 마.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건가요? 이렇게 판을 엎어서 뭐 어쩌려고요?”
“【누가 판을 엎었단 말이냐. 너를 지지한다고 성명도 발표했고, 분위기도 환기시켰는데.】”
“진짜 완전히 돌아버린거예요. 아니면 놀리는 거예요?”
“【쯧. 이래서 배려를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은.】”
“당신 진짜 곱게 못 죽을줄 알아요.”
음.
이건 꽤 신기하다.
황실 혈통이 켜져 있는데도, 이브와 대화 할 때는 오토카운터도 안 켜지고, 이브가 나에게 위압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서요? 진의는 뭐죠?”
“【그걸 말하라는 건가?】”
“저를 위한 무도회를 무너트렸으니 그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어요.”
“【그 또한 옳군. 간단한 이야기다. 트라이스타 가문이 중앙 진출을 노리고 있더군.】”
“······그래서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위시해서 저를 위한 무도회를 장악해서 힘으로 해결을 보시겠다? 그 후폭풍은요?”
“【로엔그린의 이름으로 압박한다면 내가 방패가 되어 주면 될 일이고, 시엘라 가문이 지금까지 트라이스타에게 획책한 음습하고 치졸한 계략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일격은 비수조차 아니지 않나?】”
“······평소라면 그랬겠지요. 알았어요. 저도 이걸로 트라이스타와 대립하고 싶지는 않으니 묻고 넘어가죠.”
“【현명하다.】”
“당신을 묻고 묘지 위를 밟고 넘어간다는 거예요.”
그렇게나 무서운 말을?
“반은 농담이에요. 애당초 당신이 나를 지지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이고, 제 정권은 편해지겠네요.”
“【흥. 너를 위한게 아니다. 나 자신의 야망을 위한거지.】”
“아무튼 파트라슈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
“【당연히】 신변의 위험을 느낄까봐 데리고 온 거다.”
“아하. 그러면 또 납득이 되네요.”
아. 황실혈통 풀렸다.
“울프람.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당신이 저를 공식적으로 지지해 준 건 감사를 표하겠어요. 그러니까 딱 30초만 그 입좀 닫고 제 생각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려봐요.”
“······.”
“···음. 트라이스타 백작은 서부를 규합하고 중앙 진출에 의지가 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이브 폰 로엔그린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도출되는 건···. 아하. 그렇구나. 좋아요. 생각이 끝났으니 말하도록 하죠.”
“뭐지?”
“당신이 저를 지지하고, 당신의 약혼녀가 트라이스타 가문인 시점에서, 저는 언제든지 당신과 ···당신의 약혼녀의 가문을 제 수하에 둘 수 있다고 귀족들이 이해했을걸요?”
“그건 진실이 아니지만···.”
“모두가 믿으면 여론은 진실을 만들어내는 법이죠.”
“내가 너를 지지하고 트라이스타 가문이 네 휘하에 들어간다. 거기서 생기는 변수 중 어떤 걸 이야기하고 싶은거지?”
“어느 한 가문이 엄청나게 불편해지지 않겠어요?”
아하.
그렇군.
“시엘라 가문의 원한을 살 수 있겠군.”
“시엘라 가문의 원한을 반드시 사겠죠.”
그건.
정말이지 무섭다.
나는 의좌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이걸로 빚은 없어요. 알았죠?”
“물론이다. 애당초 우리는 서로 빚을 지느니, 차라리 혀를 끊고 말 사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서로 가볍게 웃으며 그보다 더 가볍게 중지를 치켜들었다.
***
미쳤다.
그 생각을 못 했다.
이 파티를 주최한 것은 바로 레지나 시엘라다.
시엘라 가문이 무서운게 아니다, 그 레지나 시엘라가 무서운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늪으로 나를 압박해서, 마력의 주먹으로 나를 짓이기면, 농담하는데 황실혈통으로 커버가 안 된다.
애당초 켈터스 배드엔딩 자체가 그랬다.
‘마력으로 켈터스의 손을 조종해서 자신의 목을 조르게 한 레지나’
‘동시에 그 켈터스의 심장을 단검으로 찌르는 레지나’
‘피안화 가득 피어난 꽃의 낙원에서 꽃과 같은 색으로 물들어 쓰러지는 두 사람’
그걸, 내가, 겪을수는, 없지!
“절대로 없지.”
나는 재빠르게 레지나 시엘라를 찾았다.
“···울프람, 전하. 강녕···하셨나이까.”
“······음.”
퀭하기 그지 없는 눈. 생기를 잃은 목소리.
저 눈동자의 빛은 아마도 3단계.
저기서 두 개 더 올라가면 누군가는 죽는다.
그리고 아마, 그건 내가 되겠지.
“훌륭하십니다. 울프람 전하께서는 이로서 이브 폰 로엔그린 황녀전하와 동맹을 맺으셨음을 만 천하에 공표하셨고, 트라이스타는 금새 시엘라 가문을 대처하겠지요.”
“그리 보았는가.”
“예. 이로서 저는 시엘라 가문에게서 버려지게 될 것입니다. 기말고사에서도 패배.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브 폰 로엔그린 황녀 전하와의 인맥도 무너졌으니까요. 가문 내에서 저를 지지할 기반은 완전히 무너져내린 셈입니다.”
“······그런가.”
“잔혹하시네요. 그런 분이기 때문에, 제 손에 감히 닿을 수 없는 분이셨기에 저는···.”
안 돼.
그 이상 말하지 마.
제발.
【켈터스. 당신은 잔혹한 남자에요.】
원작 기준으로 저 대사가 트리거가 되면서 4단계다.
몇 번 클리어 안 했으니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분명 해결법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 그래.
“레지나 시엘라.”
“지, 지금 저를 뭐라고···.”
“전에 말하지 않았나.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어찌하여, 지금 이 상황에···? 아, 아 설마 이를 마지막 포상으로 알고 스스로 숨을 끊으라는 자비···.”
“허튼 소리.”
얘는 진짜 급발진 기어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든 희망을 끊고 이 상황에서 제 이름을 부르셨나요···?”
그,글쎄?
죽기 싫어서?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 안에 있는 레지나 시엘라의 단편적 정보를 합치면.
“최고의 호적수에게 보이는 나름대로의 경의다.”
“······최고의, 호적수?”
이브 폰 로엔그린에 대한 열등감이 가득 차고···. 또 뭐더라. 아무튼 엄청 인정받고 싶고 혼자 사랑받고 싶고 다 독점하고 싶은 어린애 같은 부잣집 아가씨. 까지는 기억한다.
그게 수틀리면 막 칼로 찌르고 자기도 죽고 한다.아무리 생각해도 잘 먹고 잘 살던 아가씨가 대체 뭐가 그리 꼬와서 미쳐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다. 부잣집 아가씨의 심리는 내 이해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해 할 수는 없어도 ‘설정집’ 상으로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얘는 좀 인정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가? 학생 경진 대회의 승부. 중간 고사 실기. 교내 무도회. 기말 고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전부 다 나의 압승으로 끝나긴 했지만, 재미있는 수 싸움이었다.”
“저, 저를 ···적수로 보셨다는 이야기···인가요?”
오.
눈이 4단계로 넘어가려다가 3단계에서 멈춰섰다.
좋아. 먹히고 있어.
“실로 즐거운 대국. 대국 상대였다. 내 전승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
“자. 다음번에는 더 즐거운 대국이 기다리고 있겠지?”
내 말에 레지나 시엘라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이 맑아진다.
저건 2단계···. 음. 저 정도면 괜찮다. 세이프.
“···그렇군요. 다음 번. 예에. 다음 번 대국이 있습니다.”
“그 눈빛이다. 더욱 나를 즐겁게 해봐라.”
“그럼 오늘 이름을 불러주신 것은 ···황자님께 즐거움을 안겨드린 포상. 패배자에게 주는 동정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레지나 시엘라.”
“······네. 그럼 감히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황자님.”
“말 해 보도록.”
“지금까지 저는 연전 연패. 하늘에 닿은 황자님의 두뇌를 어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겼을 때 보상을 받고 싶습니다.”
“뭐, 좋다. 어떤 보상을 바라지?”
“그건 제가 이겼을 때 생각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아니. 싫어. 무서워.
하지만 여기서 싫다고 하면 눈이 또 탁해지겠지?
“마음대로 해라.”
“예.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아니 뭐.
너무 마음대로 하지는 말고.
그렇게 레지나와 헤어지고, 의자에 돌아와 다시 앉고는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있자니 이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바라봤다.
“우, 울프람···?”
“뭐지.”
“방금 그 대화는 뭐에요?”
“들렸나?”
“들었어요. 제 마력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떻게 사람이 3분 만에··· 사람 하나를 완전히 함락···. 대체···.”
“무얼.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닌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한 것 뿐.”
“···장담하는데 아무것도 해결 안 됐을 걸요?
뭔 소리야.
전부 다 해결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 했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