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
014. 반역의 날개
예를 들면.
오후 두 시 점심 약속이 있고, 공복인 배를 부여잡으며 약속 장소로 향할 때
지하철 역에서 풍겨 나오는 밸리만쥬의 향기를 떠올려보자.
모두가 입을 모아서 말 할 것이다.
“가능.”
물론 우리는 그 향기를 알고 있고, 그 맛을 알고 있기에 감히 그 유혹을 거절 할 수 있지만, 인프라가 쓰레기같은 이곳에서 간식은 사치다.
그런 곳에 밸리만쥬의 냄새를 퍼지게 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흡. 하아. 쓰읍!”
“후우. 후우. 후으으읍!!”
그야 뭐 이쪽을 타오르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좀비처럼 울부짖을 뿐이지.
신입생들은 아직 콜로세움···. 이 아니라 광장에 있을 시간.
옆에 있던 노점상을 준비하는 학생들만 이쪽을 보며 군침을 흘린다.
“으어···. ······그어어어.”
“···그으으으.”
에이 물러가 이놈들아, 네놈들한테 줄 게 아니라 저기 귀여운 신입생들한테 팔 거니까.
그건 그렇고 이건 완전히 좀비 아포칼립스 직전이다.
“다 익었습니다.”
“···음. 다음 걸 준비하지.”
“네.”
나는 잘 익은 밸리만쥬를 굽는 기계 앞 트레이에 놓으면서 잠시 향을 맡았다.
“뭐 하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네프티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건 아니고
혹시 구운 게 밸리만쥬가 아니라 대마초인가 해서 말이야.
다음 밸리만쥬를 굽고, 동시에 도넛 반죽을 꺼냈다.
마법적 동력원으로 쓸 수 있는 돌.
줄여서 마동석은 뭐든지 할 수 있다. 무기에 심으면 사람을 반으로 쪼개거나 접을수도 있지.
나는 이번 이벤트에 거금을 들여 마동석으로 만든 냉동고를 빌렸다. 오늘 하루 빌리는데 십 오만 린. 실화냐.
아무튼 그 안에서 어제부터 준비해놓은 도넛 반죽과 차갑게 식힌 크림.
마지막으로, 언제든지 ‘믹스 빈즈’를 만들 수 있게끔 차갑게 세팅한 빈즈까지.
밑 준비를 끝내고, 천천히 밸리만쥬와 도넛을 구우고 있자니, 네프티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신입생의 ‘교육’은 아일라 님이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음. 그렇지.”
“손속이 너무 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적당히 하지 않겠나.”
“그게 최고지요. 제가 교육을 받았을 때는 정말 엄청났었으니까요.”
“음.”
나는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얘가 2학년 신입생 수석이었나? 이브 아니었어? 라고 생각했는데, 이브가 수석이고 교육을 받았으면 그건 황족반역죄로 멸문지화 감이다. 어떤 미친놈이 황녀를 교육하겠답시고 10만 명이 보는 앞에서 대련을 시키냐.
그래서 나름 입학성적도 최고에 평민이며 뒷배경도 딱히 없는 네프티가 선택된 것인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누구와 싸웠지?”
“보석검 이졸데 선배님입니다.”
“그렇군. 몇 번째 검까지 불러냈지?”
“루비로 기억합니다.”
“선방했군.”
솔직히 조금 놀랐다.
보석검 이졸데.
성격은 진짜 쓰레기 중의 쓰레기라 텐션유지 호감유지가 개떡같긴 하지만, 실력으로 그 성격을 전부 찍어 누르는 개사기캐.
처음에는 약하고 무른 보석검을 소환해 싸우다가 그게 깨지면 그 다음 단계의 검을 불러오는데 이게 나중가면 어마어마해진다.
아무튼 루비면 세 번째 검이고, 1학년인 네프티가 거기까지 불러냈다면 얘도 진짜 괴물중의 괴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네프티도 보석검 이졸데도 단 한명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다.
빛의 용사 켈터스.
‘빛이란 모든 어둠을 가르고, 이 세상 어디에도 평등하게 파고들 수 있기에
빛이다.’
말 그대로 켈터스의 가장 위대한 재능은 ‘뭐든 될 수 있다.’ 라는 부분이다. 그는 대마도사도, 대 상인도, 위대한 기사도, 가장 깊은 암살자까지 될 수 있으니까.
거기에 켈터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무기의 성능을 생각하면 ···아일라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잠깐.
나는 분명 아일라가 이길 거라고 그녀 앞에서 확언하고 왔는데?
만약 아일라가 밀리면?
‘울프람의 눈깔은 옹이구멍이군요. 제 흑수정이나 처박아드리죠!’ 라면서 내 눈에 흑수정창을 꽂는 거 아닐까?
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대처방법은 뇌물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네프티. 오늘 전부 안 팔리면 말이야.”
“기사부 학생들을 동원해서라도 전부 팔 겁니다.”
“그래도 되는 거냐.”
신념의 검 어디 갔냐고.
“바로 풀 세트로 하나 튀겨놓자. 빨리.”
“저 주실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 줄게 아니라···. 아니다. 너 먹을 거 까지 두 세트. 아니 몇 세트 정도 넉넉하게 빼놔. 점심으로 먹게”
“네. 알겠습니다!”
잠시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던 네프티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의 맛을 배합한다며 그렇게 먹어놓고 또 먹는다고?
아무튼, 그렇게 굽고, 또 굽고, 또 굽다보니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쪽으로
향기의 폭탄. 밸리만쥬를 눈치 채고 오는 아귀들.
파릇파릇한 신입생들.
“···자. 네프티. 전쟁의 시작이다.”
“제 충의는 당신의 것. 믿어주십시오.”
그럼 믿고 말고,
못 믿으면 어차피 다 죽는 거야.
***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그녀의 재능보다 위대한 이들은 이 세계 지천에 널렸음을 또한 알고 있다.
트라이스타 가문 최고의 재능. 벌써부터 7티어의 【최강화】 버프를 쓸 수 있는 소녀.
날고기는 제프린의 마법부 3학년 차석.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는 지금 이 식전을 실로 따분해 하고 있었다.
‘지겹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여기에 왜 있는지도 모르겠다. 3학년 차석이라는 말은 그녀에게 있어서 긍지라기보단 차라리 수치에 가까우니까.
그러니까 저 건방진 이브 폰 로엔그린의 연설도, 저 아래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의 푸른 미래를 그리는 1학년도 다 귀찮았다.
아카데미의 규정상. 3학년 차석이 1학년 수석을 교육해주는 것. 이건 정말 쓰레기같은 일이지만, 지금은 몸을 숙여야 한다.
‘이거야 원. 울프람의 반역의 날개를 바라보는 게 더 즐겁겠군요,’
아일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자신의 약혼자.
아일라 본인과 다르게 재능조차 아예 없고, 밑바닥에 처박혀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은 이 회장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
가장 아래에서, 가장 위를 바라본다. 오직 홀로 하늘을 향해 걷겠다는 의지조차 느껴졌다.
그가 어떤 길을 걸을지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하고, 그 무대에 설 수 있다면 그와 함께하는 최고의 주역이, 관객이 된다면 관객석 최고 앞에 앉고 싶었다.
반역이란, 가장 낮은 자가 가장 위를 향할때 화려하게 빛나는 법.
아일라에게 있어, 울프람의 반역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나마 볼만한 것이 있긴 했다.
바로 그 가증스러운 숙적. 이브 폰 로엔그린의 학생회장 연설이 그것이었다.
【올해 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배분과 올바른 평가라는 대의를 앞세워 보다 나은 아카데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브는 울프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곳에 있는 학생들 중 신입생 병아리들 제외하면, 모두가 울프람이 어떤 학생회장이었는지 잘 알 거고, 타도 울프람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그를 구석에 몰아넣거나, 자기 자신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
가장 좋은 정치 수단은 언제나 편가르기, 악인만들기, 분탕질하기, 선동하기니까.
울프람이라는 이름을 내거는 것만으로도 그게 전부 가능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게 황실의 명예인지, 아니면 아일라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저 울프람을 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일라는 저 이브의 신 학생회 포고문이, 생각보다 꽤 들어줄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으로, 3학년 마법부. ‘흑수정’ 아일라 트라이스타양과 신입생 ‘켈터스’ 군의 대련이 있겠습니다. 이 행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환영식으로서】
그런 감상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아일라를 호명하는 이브를 보며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쓰레기 같은 시간이다.
***
“잘 부탁드립니다! 켈터스입니다!”
“···잘 부탁해요. 3학년 마법부 차석. 아일라 트라이스타에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아일라는 소년을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 지고 싶지 않다는 열기.
원래라면 이런 소년을 짓밟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울프람은 ‘격’을 보여서 완전히 무너트리라고 했다.
그래야만 자신을 따라올 자격이 생긴다고.
‘···그러면 지금부터 그 자격을 증명해주면 되겠네요.’
아일라는 켈터스라는 소년을 빤히 바라보고 원래라면 안 할 싸구려 도발을 입에 담았다.
“좋아요. 약속 하나 하죠.”
“네, 네?”
“제 흑수정을 공격용으로 쓰는 건 단 한 번. 그걸 막으면 당신의 승리에요.”
“알겠습니다! 선배님!”
무시당했다고 생각 한 걸까, 소년의 눈이 더욱 더 이글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심판의 지시에 따라 거리를 벌리고, 아일라는 자세를 잡았고, 소년 역시 등 뒤에 있는 거검을 꺼내들었다.
이대로 흑수정을 소년의 미간에 박아 넣으면 그대로 장외로 튕겨나갈 것이다. 그 정도의 출력 조절은 특기다.
그러면 저 소년은 죽은 개구락지 마냥 나가떨어질 것이고 아일라는 우아하게 무대에서 내려 올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자신에게 했던 조언이었다.
울프람.
자신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반역의 동지.
그는 저 소년을 알고 있고, 경계하는 듯 했으며, 자신에게 조언까지 했다.
‘돌진을 주의하라고 했죠.’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주의해서 나쁠 건 없다.
“먼저 들어오세요. 소년.”
“···네!”
선공을 양보한 직후 아일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과연, 나름 한 수는 있었네요.’
비범한 돌진속도다. 지금 당장 기사학부 2학년에 가져다 놔도 괜찮은 수준 아닐까.
오직 직선. 최단거리로 자신을 베겠다고 각오하며 짓쳐들어오는 돌진은 그 만큼의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몸을 최대한 낮게 깔고 허리를 베어 오는 일격은 그만큼 맹렬하고 난폭했다.
신입생다운 패기 있는 일격.
그렇다면 선배는 선배답게, 우아하게 막아주면 될 뿐이다.
“【흑수정:단발:방벽화】”
순식간에 아일라와 켈터스 사이에 흑수정의 방벽이 솟아 올랐다.
마치 결정으로 만든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른 흑수정은 두 사람의 사이를 완전하게 가렸다.
평범한 인간의 몸은 이 수정벽을 꿰뚫지 못한다.
공격측의 수는 이제 두 가지.
흑수정을 뛰어넘거나.
아니면 우회하거나.
방금 전 까지 낮게 깔리는 돌격을 해온 소년은 십 중 팔 구 우회할 터.
그것이 평범한 생각이고, 정론이다.
하지만.
【무명검:참격:돌파】
벽 너머에서 들려온 소년의 목소리는 여전히 돌진을 의미했고, 콰득! 하는 소리와 함께 흑수정의 방벽이 무너져 내렸다.
흩어져 나가는 흑수정.
가로막는 게 사라져버린 두 사람.
거리를 잡은 기사와, 거리를 내준 마법사.
찰나의 순간.
아일라는 두 가지를 보았다.
하나는, 붉게 빛나는 소년의 검.
다른 하나는, 포기를 모르고 달려드는 그의 눈동자.
돌파는 꺾이지 않았고 소년의 검은 아일라를 후려치기 위해 전력으로 내질러졌다.
“아하.”
이런 이유에서 돌진을 조심하라고 했던가.
합당한 조언. 역시 울프람이다.
“【흑수정:연발:재결합】”
아일라는 가볍게 웃고는 손을 내저었다.
이 자리에 울프람이 있었다면, 눈을 크게 치뜨고 경악했을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원작이라면, 아일라는 이 공격을 허용하고, 3막에서 쓰러질때 까지 켈터스를 원망한다.
허나 지금 고고한 흑수정은 그럴 일 없이 자신의 결말을 비틀어냈다.
쩌적. 쩌저적. 쫘자자자자자작!
산산조각난 흑수정의 방벽은 시간을 되돌리듯 서로 달라붙어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메우기 시작했다.
내질러지는 검.
앞으로 달려드는 몸.
땅을 밟는 다리.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돌격.
그 모든 것이 흑수정에 쳐박혔다.
이 무대 위에서,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일라 한 명 뿐.
그녀는 우아하게 팔짱을 끼고, 켈터스의 눈을 바라봤다.
필사적으로 팔을 내딛으려고 하지만 미동조차 하지 못한다.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지만 불길이라기보다는, 미적지근한 무언가였다.
반역의 날개?
아니.
이 정도의 날개로는 날아오를 수 없다.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 없다.
“【흑수정:단발:최강화】”
아일라는 낀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단 한발의 흑수정을 장전하고는, 그대로 쏘아냈다.
“꿱!”
약속대로 단 한 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
“울프람의 도넛이 다 안 팔렸으면 좋겠네요. 오늘 제일 기대하고 있던 건데.”
개구리마냥 나가떨어진 켈터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아일라는 약혼자가 하는 노점상을 찾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가게는 문전성시였다.
“여기 크림 도넛 바닐라 도넛 하나!”
“여기는 밸리만쥬 세개요!”
“여기 스무디 두 잔!”
끝없이 팔려가는 빵과 음료.
네프티는 인간이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물건을 팔아재끼기 시작했다.
대단해. 2할을 주는게 결코 아깝지 않다.
“여기 벨리만쥬 세개 주세요!”
“여기는 크림 도넛 하나! 딸기 도넛 두개!”
“스트로베리 셰이크 주세요!”
“네프티. 너를 고용한 일은 잘 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 할 거면 일 좀 도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니, 나는 곧 다가올 결전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이미 최종결전 아닐까요?!
“여기 밸리만쥬 세 개 주세요!”
“네 지금 갑니다!”
잘 된다.
정말 지나치게 잘 된다.
나는 자신의 칼을 힐끗 보고 나를 보고 밸리만쥬를 굽는 네프티를 뒤로하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지 여기서 빠르게 째서 어떻게든 삶을 도모해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 켈터스에게 아일라가 졌다면?
그래서 수틀린 아일라가 찾아온다면?
그리고 내 배때지에 가볍게 흑수정창을 꽂는다면?
“아냐. 바로 죽이진 않을 거야. 공물을 바쳐 총애를 얻으면 된다.”
“누구 총애를 얻어요?”
갑자기 죽음이 말을 걸어왔다.
“아, 아일라?”
“네. 잘 팔고 있네요 울프람.”
힐끗 그녀를 보니 묘하게 웃고 있다. 저게 기분이 좋아서 웃는건지, 지금부터 내 죽음을 카운팅하는 데스 스마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 정도는 기본이다.”
“그렇죠.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젠장. 어느 쪽이지. 이겼나 졌나. 어디로 배팅해야하지?
여기선 일단 바쁜 척을 해서 넘겨볼까?
“지금은 바빠서 말이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말을 건 건데요?”
아.
“흠. 잠시 휴식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업무에 돌아갈 예정이다.”
“아하. 후후. 잘 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네요. 이것도 작전 중 하나죠?”
“말 할 것도 없지. 이걸로 나의 작전은 더욱 완벽해진다.”
“어머.”
나의 눈은 지금 살고 싶다고 불꽃처럼 외치고 있는데 사람 속도 모르고 아일라는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기지.”
“아뇨. 보기 좋은 눈이라고 생각해서···. 앗.”
“음? 뭐라고 했나?”
주변 소리에 묻혀서 잘 안 들렸는데. 혹시 눈을 파버린다고 했니? 아니지?
“아뇨. 흠흠.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이만큼 잘 팔았으니 금방 매진되겠네요. 맛보고 싶었는데 그건 조금 아쉬운걸요?”
“···아니 그건 아니다.”
“네?”
나는 턱으로 따로 포장된 봉투 하나를 가리켰다.
“가져가라. 네 몫이다.”
“왜요? 팔 물건도 부족해 보이는데?”
왜냐고? 내 목숨 값으로 따로 빼놨거든!
아니. 아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그랬다가 진짜 목숨 값을 받아 가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서는.
최대한 중의적인 표현을 쓰자. 해석의 여지가 있음. 같은 거.
“재미없는 승부였을 거 아닌가. 가져가서 기분이나 풀어라.”
“······정말 다 아는군요. 네. 정말 재미없는 승부였어요.”
“그랬지?”
“그럼요.”
“그랬구나.”
“네.”
아니 그래서 이겼냐고 졌냐고.
그래야 내가 앞뒤를 좀 맞춰 볼 거 아니냐고 응?
“흐, 흠. 그래. 그러니까 가져가라.”
“네. 저걸로 기분이라도 풀게요.”
“그래.”
“아 맞다. 나중에 편의점으로 찾아가도 되나요?”
왜?
갑자기 여기서 찾아온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몰려드는 공포심을 숨긴 채 겨우 고개를 끄덕였고, 내 대답에 아일라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물러났다.
아무튼, 당장은 또 살아남았다.
“후우. 살아남았군.”
“저는 죽을 거 같습니다. 빨리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도와주마. 그러니까 허리에 찬 칼하고 나 좀 그만 번갈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전히 죽음과 상접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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