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0)
149. Who is she?
【이브 폰 로엔그린의 승급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모든 미션을 클리어 할 경우 이브 폰 로엔그린이 광휘의 학생회장으로 승급합니다.】
【승급시 이브 폰 로엔그린은 확정적으로 승급 스킬 두 개를 받습니다.】
【승급 퀘스트를 설사 실패한다 하여도, 호감도 상승에 지장은 없습니다.】
이것 참.
이전, 4막은 【히로인 개별 루트】라고 말한 적이 있다.
뉴비 절단기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깨부순 뒤. 단 맛 쓴 맛 다 본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호감도 작이 끝난 히로인의 루트가 들어간다.
물론, 승급 퀘스트가 걸렸다고 이브 폰 로엔그린이 내 히로인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울프람 한 몸 불살라 여기서 스스로 숨을 끊고 제프린 2회차 도박 걸어볼 자신 있다.
왜 이걸 확신하냐면 시스템 메세지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브 루트의 4막에 돌입한다고 치자.
그러면 3막이 끝나는 순간.
【이브 폰 로엔그린이 히로인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스토리는 이브 폰 로엔그린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을 파티에서 제외할 수 없습니다.】
【호감도에 따라 이브 폰 로엔그린 루트의 결말이 달라지니 주의해주세요.】
【호칭. 빛과 함께 걷는 자를 얻었습니다.】
【4막이 개막됩니다.】
【진정한 제프린 생활이 시작됩니다!】
같은 식으로 메세지가 주르르륵 뜬단 말이지?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건 몰라도 스토리 관련 시스템 메세지는 언제나 계속 떠 왔는데, 지금 나는 4막이 시작된다는 멘트를 받아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내가 이 게임의 엔딩을 봐야 할 의무가 있다면, 응당 나에게도 【히로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럼에도, 시스템은 묵묵부답.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본편 기준 히로인인 이브나 레지나 루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졸데는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애당초 나랑 접점도 적다.
뭐 아무튼 잡설이 길었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이브 루트가 열렸다는 메세지는 뜨지도 않았고, 내 4막의 히로인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이브 승급 퀘스트는 열린다는 기묘한 상황이 된 셈.
“울프람. 이 책은 대체···.”
“보고도 모르겠나 아니면 재확인이 필요한 건가.”
“아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잖아요. 이 책은 마치 제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한···.”
아 이거, 본편에서도 했던 말이다.
【제가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고요?】
【어떻게 하죠···. 켈터스?】
【만약 그렇다면】
“저는 제 강함을 주체하지 못할 지도 몰라요.”
“그런가···.”
“여기서 더 강해져 버린다면 ···저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오른팔을 꽉 잡아 누르는 이브 폰 로엔그린의 추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골이 아파왔다.
그 뭐냐···. 아일라 닮아가니?
아닌가, 이건 아일라에게 너무한 말인가?
“아무튼, 그건 너 알아서 할 일이다만, 강해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거다.”
“···무슨 의미죠?”
“선조님의 안배인 책이 지시하는 첫 번째 지시문을 봐라. 너에게 어떤 시련이 부과되었지?”
“그건 ···아.”
모든게 노력으로 굴러가는 D/Z SAGA에서, 메인 히로인 승급이라는게 쉽겠니?
일러스트도 변하고, 복장도 변하고, 스킬도 추가로 주는데?
“···말 해 봐라. 뭐였지?”
“몬스터 500마리 사냥. ······아으.”
그래. 그렇다니까?
“난 안 돕는다.”
“···도,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요. 제가 알아서···.”
이브는 책에 한 번 눈을 주고, 나를 한 번 보고, 그렇게 번갈아 네 다섯번을 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대신 특별히 다, 당신이 원정을 갈 때, 저도 따라가 드리죠. 마력 22의 저라면 분명 큰 도움이···.”
“거절한다.”
“말은 좀 끝까지 들어봐요. 좀!”
***
너는 나에게 기댈 정도로 약한가. 라고 도발을 거니 이브가 거품을 물었다.
5코 55도발 성능 확실하구만 이거.
아무튼 그렇게 이브를 쓰러트리고 도서관을 나와 황성으로 들어갔다.
원래라면 수 많은 시종들을 이끌고 다녀야 하지만,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그런 종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많아서 그런가, 지나 갈 때 마다 양 옆으로 물러서서 고개를 푹 숙인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나에게 복종하는 것은 아니다.
【주위 잡혈들이 마음 속으로 사용자를 모독합니다.】
【황실 혈통이 발동됩니다!】
거 봐, 바로 혈통 켜지잖아.
원래라면 여길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황궁은 【이브 루트】의 【엔딩 장소】였다.
그러니까 즉, 여기를 뒤적거리면 아이템이 하나 떨어진다.
갈땐 가더라도 템 하나는 먹고 가야지.
【하르크의 성소를 발견했습니다!】
“음.”
딜리셔스.
***
직후, 뒤도 안 보고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물론 다른 황족이 말을 걸어 오는 대 참사가 일어날 뻔 했으나, 그런 두서없고 재미없고 흥미없고 관심도 없는 5,700자에 달하는 정치 이야기는 울프람이 지워버렸으니 안심하라구.
그렇게 아카데미로 돌아와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깊은 한숨과 함께 일상에 안도했다.
다시는 나가지 않을거야. 나 자신에게 맹세해.
“그런 일이 있으셨네요.”
“그렇다.”
사실 아예 편하게 지내는 것은 또 불가능한게, 편의점에 밀푀유가 찾아왔다.
왜 여기에 있니. 고향에 간 것 아니니. 라고 물으니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니 ‘빨리 제프린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으렴’ 이라며 반품 당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응원해 주신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네요.”
“······?”
“후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배님.”
뭐.
밀푀유가 내 안식을 방해한다고 한다고 보긴 어렵고, 나는 바로 업무로 들어갔다.
왜냐하면 얘는 공식적으로 2학기에 우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할 예정이니까.
시급은 9,160린. 주말 야간 수당 1.5배에 주휴수당 있고 보너스도 지급할거다.
밀푀유는 그 금액을 듣고 ‘엄청 많아요···.’ 같은 말을 했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후한 대우를 해주는 사장님이 되고 싶은걸.
그래서 지금은 인수인계 시간인 셈.
“요컨데 밀푀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말씀하세요. 선배님.”
“모를 때는, 나에게 무조건 물어봐라. 애매하다 싶으면 물어봐라. 나는 절대로 ‘그 정도는 너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같은 식으로 내치지 않을 거다. 나를 믿어라.”
“······네에.”
알바가 사고치는 것 보다, 사고치기 전에 사장한테 물어보는게 백 번 낫다. 내가 해봐서 안다. 사고를 쳐보기도 했고, 보고해보기도 했고, 후배 알바가 친 사고를 수습하기도 했다.
내 말에 밀푀유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감동 받을 것 까지야.
“자 그럼. 다음 업무다. 빵을 튀기는 일은 보통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물건을 제일 앞으로 빼내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만든지 오래 된 빵일수록 앞으로 먼저 빼야 한다는 거다.”
“아. 보통 앞에서부터 집어가시니까 신선한게 뒤에 있을 수록 밸런스가 맞는군요.”
“그렇다. 그리고 물건의 배치인데 ···계산대 근처에는 이런 물건들을 놓는다.”
“대부분 일용품에 작은 간식류···. 아하, 계산하기 직전 이런 가벼운 것들은, 추가 구매를 해도 예산에 큰 지장이 없게 느껴지는거네요.”
“······.”
뭐야 얘.
왜 이렇게 똑똑해.
아무리 생각해도 얘를 어떻게 퇴학시킬 수 있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물품 배치. 판매. 재고 관리. 그리고 모를때는 선배님께 연락. 이 정도네요.”
“음. 그렇다. ···뭐 하지만 일이 많지는 않을 거다. ···손님이 와야 일이 있던가 할테니 말이다.”
“······아하하.”
혹시나 했지만
이것 만큼은 밀푀유도 대답을 내리지 못했다.
빌어먹을.
***
‘저는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선배님’ 이라는 말을 남기며 밀푀유는 흑왕호를 타고 돌아갔고, 그 날 저녁에는 루디카가 찾아왔다.
“울프람! 루디카가 왔다!”
평소처럼 무척이나 밝고 상쾌한 모습.
“꽤나 빠르게 돌아왔군 그래.”
“으음. 물론이다!”
“고향에서 의뢰를 받거나 하진 않았나?”
“받았다. 악인 몇을 처리했지. 겸사겸사 괴물 몇도 말이다.”
“그런가.”
“평소라면 어려웠을 주술사 상대로도 방심하지 않았다. 다 울프람 덕분이다. 어떤 상대에게도 방심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
“기말고사의 대련이 기대된다! 루디카는 절대 지지 않는다!”
아냐.
우리는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친구끼리 뭔 싸움이니, 사이 좋게 지내자.
“그래서, 다음 모험은 언제인가? 이번에는 어디를 가지? 루디카는 울프람과 함께 다시 모험을 떠나고 싶다!”
“다음 모험이라···.”
정말 만에 하나.
스토리가 이브 루트라는 가정을 했을 때.
4막의 맵은 제프린 밖이 아니라 제프린 내부가 된다.
블랙 마켓에 쳐들어가서, 검은 깃발의 간부 하나랑 싸우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아케아 화산이 되겠군.”
“···화산! 거길 가는건가!”
“뭐, 어디까지나 예시다. 갈 곳은 많아.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그렇다. 갈 곳은 정말 많다.
“맞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즐거운 것이 가득하니까!”
“······.”
“이런걸 알게 된 것도 울프람 덕분이다!”
“그런가.”
“물론! 듣자하니 설원에 다녀왔다고 했지. 바다는 이미 봤다. 산맥을 올랐고, 숲을 지났다. 남쪽에는 사막이 있고, 북동쪽에는 언데드가 나오는 땅이 있다 들었다. 심지어 이 제프린 내부에도 온갖 신비가 가득하지 않은가!”
“······그야 그렇지.”
“루디카는 이번에 고향에 돌아갔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제프린에 돌아가고 싶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열망했다. 집에 있기 싫다. 당장이라도 울프람을 만나고 싶다. 하고 말이다!”
“그런가?”
“응. 나는 ···나는 정말로 너를 만나고 싶었어. 이 두근거림을 전하고 싶었어. 더 두근거리고 싶었어.”
“······.”
가식 없는, 과장 없는 미소의 루디카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울프람. 많은 모험을 하자.”
“뜬금없군. 갑자기 무슨 말이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일 년 반 밖에 없잖아.”
루디카는 그리 말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주시했다.
일 년 반.
그래. 그렇다.
이브와 네프티는 이 년 반.
밀푀유는 그보다 일 년 더.
허나 나와 아일라 그리고 루디카. 거기에 레지나.
우리 삼학년들에게 이 제프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일 년 반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뒤로 모두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즐기고 싶어.”
루디카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얘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지 그 심경의 변화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번 대련으로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크게 변했다는 사실만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말 안 해도, 나는 너희들과 함께 이 제프린의 모든 신비를 파헤칠 거다.”
“그래! 그래야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그럼 나는 다음 모험을 기다리며 기숙사로 돌아가겠다! 일정이 정해지면 반드시 이야기 해 다오!”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웃으며 돌아갔다.
***
“···바쁜 2학기가 되겠군.”
여름방학은 조금 남았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남은 방학이 아니라 바빠질 2학기의 모습이었다.
편의점에서 쉬려고 마음먹었건만, 결국 모두를 한 번씩 만나고 돌아왔다.
그리고 모두가, 2학기에는 각자의 목표를 품에 안았다.
아일라는 학년 수석의 자리를 놓고 레지나 시엘라와 경합을 붙는다.
네프티는 나의 로열 가드가 되어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살기로 했다.
루디카는 밝아졌고 모험을 꿈꾸며 잠 못 이루고 있다.
밀푀유는 학년 수석의 자리를 지키며, 동시에 내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이브는 승급 퀘스트를 해야 한다. 학생회장의 일도 있다.
필티아는 마계의 문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졌고, 자유의 몸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이영진은 울프람으로서 이 세계를 즐기고, 편의점을 성공시키며 살아남겠다는 꿈을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된다. 쉴 틈은 없겠군.”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4막이 시작됩니다!】
“···.”
직후 눈앞에 이어진 시스템 메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잠깐.
진짜 4막이 펼쳐진다고?
그러면
“히로인이 ···있는 건가?”
어···.
누군데 그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