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1)
150. 모르모트
시스템이 4막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스토리라는게 어떤건지 감이 오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켈터스 입장에서만 2만시간을 플레이 한 거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입장으로는 이게 1회차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의 스토리는 무엇인지 어떤 보스가 나올지 어떤 난관과 모험이 기다릴지.
완전히 모르는 이 미지의 세계가 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만 하면···.
“···하, 하하.”
즐거워서 미칠 것 만 같았다.
이 세계는, 아직 내가 즐길 것으로 가득하다!
2만시간 플레이? 아니, 이게 울프람의 첫1시간 플레이다!
그걸 위해서는 이 얼마 안 남은 여름방학.
2학기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 더욱 더 많은 연구와 공부가 필요하다.
우선 수업부터 준비 해야 한다.
좋은 성적으로 내가 꿀을 빨았던 것은 1학기가 전부.
교수들의 평가도 2학기는 어느정도 리셋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편의점과 제프린 생활을 함께 제대로 해내야 한다.
즉 나는 남은 시간을 유효하게 써야 한다.
허나.
“······큭, 윽.”
으그극. 그긱. 기고고고곡.
너무 많이 돌아다닌 탓에, 전신이 비명을 지른다.
살려줘.
아니.
진짜 죽을거 같아···.
“자야겠군. 깨우지 마라.”
“여기에 돌아오면 열심히 산다고 하지 않았나?”
파트라슈가 한심하게 바라보며 혀를 찬다.
뭐.
뭐 어쩔건데.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니냐고.
그렇게 잤다.
“꽤 오래 잔 듯 하군. 며칠이나 잤지?”
“나흘을 꼬박 잤다. 내일이 개학이군.”
“······.”
나의 여름방학.
그렇게 끝났다.
***
“오늘의 수업은 이상입니다.”
마법학 심화 I 수업이 끝난 뒤.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와 조금 다른것이 느껴졌다.
내가 누구인가. 사람 마음 하나는 기가막히게 읽어서 모든 사망 변수를 회피할 수 있는 제프린산 챌린저 미드급 무브머신 울프람 폰 이영진 아닌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말 그대로 양극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만자’와 ‘패배자’의 양극화···. 에 가깝나?
누군가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있는데, 누군가는 눈빛부터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법학부 전체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뉜 듯한···.
“왜 그래요. 울프람?”
바로 옆에서 수업을 듣던 아일라가 고개를 갸웃했고, 느낀 의문을 솔직하게 입에 담았다.
“다들 어수선하군. 분위기가 양극화 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으음? ···아아. 그렇네요. 그럴 시기죠.”
“그럴 시기?”
“예에. 3학년 1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지났다면 ···슬슬 진로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흥미로운 이야기군. 자세히 말해보도록.”
“어머. 울프람이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줄은 몰랐는데, 뭐 단순한 이야기에요.”
아일라는 이후 정말 짧게 지금 이 강의실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마법학부생은 보통 귀족 산하에 취직된다고 하지만, 귀족들도 눈이 있다.】
【당연히 성적 중상위권, 혹은 특별한 마법사 그도 아니면 경쟁력 있는 마법사가 아닐 경우 명문 귀족가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방 귀족가로 가자니 평생 중앙 진출은 불가능.】
“하급 귀족들은 하급 마법사라도 스카우트 하고 싶어 하지만, 하급 마법사들은 인생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를 지방에서 날리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여기도 똑같군 그래.”
“···응? 어디서 비슷한 걸 본 적 있나요?”
“아니, 그냥 헛소리였다. 그래서 다들 중앙을 노린다. 라는건가.”
“예에. 비싼 학비를 들여서 제프린 마법학부에 입학했는데 지방 영농 귀족의 효율적으로 우유 짜는 법 같은 마법이나 연구하고 있으면, 속이 쓰리겠죠?”
“그건 또 그렇군.”
“그리고 보통 취직처의 결판이 나는게 바로 ···이 3학년 2학기라는거죠.”
“음.”
거기까지 들으니 또 무슨 이야기인지 완전히 이해가 갔다.
능력은 없지만, 좋은 곳에 취직하고 싶은 마법사들의 처절한 분투가 보통 3학년 여름방학에 끝나고, 지금까지 취직처를 확정짓지 못한 이들은 영농 마법사가 되는 것인가.
“영농이면 차라리 낫지. 몬스터가 득시글거리는 영지에서 배틀 메이지가 되면 진짜 끔찍하다고들 해요. 차라리 고위 귀족이 꾸린 토벌대의 마법사면 원정 수당이라도 나오지만, 최전선 영지의 마법사는 박봉이지. 목숨을 걸어야 하지···. 심란하다고들 하네요.”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나?”
“있긴 해요. 어떻게 해서든 졸업까지 성적을 올려서 뭐 하나 성과를 내는게 있죠. 그렇게만 해도 황실 공채에 이력서는 넣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 마음의 여유가 없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법학부 놈들의 배부른 소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허나 이어진 아일라의 말에, 나는 안색을 굳혔다.
“···그도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하던가요?”
“실로 끔찍한 이야기군.”
배부른 소리는 개뿔.
지금 이 순간, 나는 선택받지 못한 마법학부생들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그렇군. 대학원. 아니면 졸업성적 상승···. 다들 공부에 미칠 시기군.”
“예에.”
음.
아. 이거 생각보다 괜찮겠다.
“아일라. 한 가지 허락을 구하고 싶은게 있다만.”
“···어머. 뭐죠?”
***
편의점으로 돌아오니, 아르바이트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님. 오셨어요?”
“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에헤···. 오늘이 출근 첫 날이니까요.”
“그도 그렇군.”
원래라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신청한 것은 네프티였겠지만, 걔는 완전히 로열 가드로 굳어졌고, 지금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은 밀푀유다.
물론 손님 한 명 안 오는 이 편의점에 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솔직히 매점 자체의 관리는 별 일이 없는것도 사실이다만, 나는 이 밀푀유에게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다.
“1학년들은 좀 어떻지? 여름방학이 끝나고 어수선한가?”
“으음···. 그것보단 다들 기합이 좀 들어가 있는 편이네요. 제프린에서 한 학기를 살아 남고서 고향에 돌아가 보고를 했으니, 가족들에게서 격려도 많이 받았을 거고···. 열심히 하자! 라는 분위기로 가득해요.”
“그렇군.”
1학년은 또 그런가.
“그런데 그건 왜 물으셨나요?”
“아니. 별 거 아니다. 나는 그럼 신상품 개발에 착수할테니 손님이 온다면 응대하고,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사무실로 찾아와 묻도록.”
“네! 선배님!”
밀푀유에게 판매대를 맡기고 사무실로 들어가 신상품 연구를 시작했다.
가게 쪽을 힐끔 보니, 밀푀유는 손님이 없음에도 트레이를 정리하거나, 청소하거나 이래저래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저런 점을 기대했다.
저렇게 부지런하고, 활기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점.
자 그럼. 신상품 준비를 시작하자.
지금 이 상황에 만들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날개를 달아줄 음료. 이제 슬슬 시장에 풀어도 되겠지.”
원래라면 아일라에게만 주기로 했지만, 이런 대목을 놓칠 수는 없었고, 아일라는 확실하게 허락해줬다. 【반역의 오망성은 이미 저, 루디카, 삐약이, 네프티, 그리고 울프람으로 완성되었는걸요? 이제 그 정도 물건은 풀어도 괜찮지 않겠어요?】 라던가.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풀기로 했다.
울프람 특제.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철야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준 그것.
무려 아일라가 밤 열시가 넘어도 잠들지 않을 수 있게 해준 그것.
“날개를 달아주는 음료.”
***
다음날.
이브 폰 로엔그린을 찾아가 대뜸 물었다.
“예? 취직처가 정해지지 않은 하급 마법사···?”
“그렇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졸업 성적을 어떻게든 더 끌어 올려야 할 학생들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하고 싶다.”
“임상 실험이라니···. 대체 무슨 임상 실험을 하겠다는 거에요?”
“내가 음료 하나를 개발했다. 잠이 잘 오지 않게 되고, 공부할 때 집중력이 올라가게 해주는 음료다.”
“그렇군요.”
이브 폰 로엔그린은 내 설명에 아 그래요? 정도의 반응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는 흥미 없나?”
“제가 필기를 망친다고 해서, 학년 수석의 자리에서 내려 올 거 같나요?”
하긴.
재수 없는 말이지만, 마력치 22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아무튼, 그래서 이 음료를 당장 성적이 급급한 학생에게 제공하고 평가를 듣고 싶다.”
“제가 필기를 망친다고 해서, 학년 수석의 자리에서 내려 올 거 같나요?”
하긴.
재수 없는 말이지만, 마력치 22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
“아무튼, 그래서 이 음료를 당장 성적이 급급한 학생에게 제공하고 평가를 듣고 싶다.”
“아하. 그래서 임상 실험···. 으음.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네요. 음료에 부작용은 없죠?”
“그야 있다.”
“그걸 팔겠다고요? 미쳤어 당신?”
“무얼. 사람이 잠을 자지 않으면 당연히 피곤해야 하는게 섭리 아니겠나. 너도 소울 체인지를 쓰고 있지만, 소울 체인지로 잃는 마력량은 언제나 회복량을 넘어서지 않나?”
“그야 그렇죠.”
간단하게 말해서 【마력을 써서 체력을 체우는】 소울 체인지의 마력 소모량보다 이브의 마력 회복량이 좋으면 이브는 무한하게 소울 체인지를 돌려서 24시간 쌩쌩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건 이 세계의 법칙과 어긋난다.
즉.
“나는 엘릭서를 만든게 아니다.”
“사용자의 스테이터스를 영구하게 올려준다는 영약이요? 전설에서만 나오는 거 아닌가요?”
“······.”
아니 실존하긴 해.
그게 어딨더라···. 필티아의 보물창고에 하나 있었던가?
“뭐 아무튼.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사고 싶은 학생들에게 건네줄 음료를 만든 것이지. 자주 복용하면 심각하게 졸리다. 그 부작용 외에는 딱히 큰 문제는 없다. 재료와 함량도 공개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네요.”
“그래서, 지금 당장 성적을 올려야만 하는 불쌍한 인생은 없나?”
“어디보자. 그럼 그런 인선이···. 아.”
나의 물음에 이브는 미간을 좁혔다.
“누구지? 누가 있나?”
“아니 있긴 한데요. 그게···. 당신이 그리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라서요.”
“상관 없다.”
“그래요? 그러면 뭐···. 알겠어요. 대신 제 탓은 하지 말 것. 알았죠?”
“흥. 누가 오던 내가 남 탓을 할 거 같나?
이브는 책상 위에 있는 버튼을 눌렀고, 이내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고 그 사람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예에. 제가 불렀어요.”
“무엇이든 명령을···.”
눈 아래가 퀭한 은발의 여기사.
기사학부 4학년 차석.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가 반쯤 죽어가는 표정으로 그 곳에 있었다.
···얘?
진짜?
***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피아의 귀가 쫑긋거리는 것을 봤다.
실피아는 원작에서도 이브의 수호자로 이름이 높았고, 당연히 나도 자주 파티에서 써먹었다.
즉. 얘는 차가운 눈매를 하고 있지만, 흥미가 일 때는 물어보거나 감정을 표출하기 보단 이렇게 귀가 먼저 쫑긋거린다.
즉.
얘는 진짜 내가 설명한 음료수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너는 이미 학년 차석 아닌가? 차석이 그렇게 성적에 신경 써야 할 정도로 팍팍한가?”
물론 수석은 이졸데 크루엘이다.
“윽···. 맞다. 원래라면 부족할게 없는 성적이다만···.”
이브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이유가 다 있어요. 조금 길어지는데···.”
“짧게 설명하도록.”
“후우. 좋아요. 요컨데 실피아의 가문은 저에게 줄을 대지 않았다는 거죠. 저한테 줄을 댄 엘프 가문은···.”
“시엘라 가문이지.”
“네. 하지만 실피아는 저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제 휘하에 들어오겠다고 맹세했죠.”
“감동적인 이야기지 않나.”
“예. 하지만 실피아가 의절 당하는 슬픔을 겪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거든요. 그게 바로···.”
“로열가드 제도.”
“맞아요. 현 학생회장인 제가 로열가드로 실피아를 지목하면 끝날 일이지만, 그래서야 정치적 역학관계가 너무 피곤해져요. 시엘라 가문에서 제 진의를 의심할수도 있고 ···다른 황자 황녀들이 촉각을 곤두세울수도 있고요. 그걸 무마하려면 실피아가 기사학부 수석을 따냈고, 제가 그 수석을 당대 최고의 호위로 판단하여 로열가드로 지목했다. 깔끔하잖아요?”
그렇군.
명분은 실적으로 밀어 붙이면 된다 이건가.
“제가 부족한 탓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당신이 차석이라고 해도, 제 로열 가드는 실피아. 당신이 해 줬으면 하는걸요.”
이건 또 흥미로운 전개다.
원작에서는 켈터스가 이브의 로열가드가 되었다.
그건 아마, 이브 폰 로엔그린의 낡은 가치관을 깨부숴준 켈터스라는 소년에게 이브의 흥미가 더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켈터스가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이브의 주위에 로열가드로 지목할 만 한 인물은 실피아만 남은 셈.
그런데 또 원작 기준으로 보면 이졸데는 한 번도 수석 자리를 놓친 적이 없으니까 실피아는 【평범하게 졸업한다.】
“실적이 부족하다면, 기사학부 대학원에 진학해서라도 로열 가드로서 책임을 다 하겠습니다!”
“······스스로 지옥에 걸어들어갈 셈이냐?”
“시끄럽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대학원이라는 지옥···. 아니···. 으, 으으···.”
“지옥에 직접 들어갈 것 까지도 없지. 나와 계약하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살 수 있다.”
“악마같은 제안. 허나 좋다. 내 너와 계약하여 이 육신이 타락한다 한들 내 고귀한 정신은···.”
“그 이상 투덜거리면 음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제공자에게는 경의를 표해라. 취직처도 구하지 못한 4학년 기사학부 학년 차석 겸 예비 대학원생.”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 습,니 ···다!”
“좋군.”
그렇게.
임상 실험용 엘프 기사 하나를 낚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