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2)
151. 솔직히 이렇게 퍼주면 뭐가 남습니까
【울프람은 모르모트를 손에 넣었다!】
같은 시스템 창이 뜰리가 있나. 내 마음속의 소중한 멘트를 떠올린 것 뿐이다.
뭐 아무튼. 얘정도면 무척이나 스테이터스가 준수하다.
4학년 기사학부 차석이 괜히 차석이 아니다.
다른거보다 주로 쓰는 롱소드에 바람의 정령을 감아서 절삭력과 내구력을 올리는데, 이런 인챈트형 근접 캐릭터는 가성비가 진짜 좋다. 자체적으로 물약 도핑을 안해도 버프 하나가 있는 셈이니까.
기본적으로 인간족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고, 다른 두 종족에서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천재가 나오는 반면, 엘프족은 마력이나 정령친화력등이 높다. 드워프는 체력과 재주가 높은 편이다.
그러니까, 이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의 스테이터스를 보면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정령 기사】
【근력 : 18
재주 : 17
체력 : 17
마력 : 18
의지 : 19】
라는 기적적인 밸런스 캐릭터다.
정말 이 제프린에서 몇 안되는 【망하지 않는 올라운더】라는 캐릭터다.
물론 저거 다 합쳐도 마력 20한테 못이긴다. 망겜인걸 어쩌겠냐 네가 이해해라.
아무튼, 얘 특징은 튼튼하고, 전체적으로 스테이터스 분포도가 높다.
그러니까 표본으로 쓰기에 엄청나게 이상적이라는 거다.
“따라와라.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날 어디로 데려갈 셈이지?”
“내 가게다만.”
“···크윽. 나를 그 곳으로 끌고가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대답해라···!”
“음료를 받아가야 하지 않나.”
“아.”
실피아는 눈을 깜빡였다.
뭐지.
학생회에 들어가면 다 멍청해지는건가.
“···왜 저를 바라봐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이브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본심은 말해주지 않았다.
“하, 하지만 그럼 네가 음료를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냥 네가 따라오면 한 번에 끝낼 수 있지 않나. 네가 더 필요한데 왜 내가 두 번 움직여야 하지?”
“아. ···윽, 으윽. 울프람 주제에···!”
실피아는 이를 꽉 깨물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따라와라.”
“내가 너를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 몸의 긍지는 사라지지 않는···. 기다려라 울프람!”
***
그렇게, 모르모트를 잡아서 편의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삐약이가 삐약거리면서 앞으로 다가와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아, 선배님 오셨어요? 청소 끝내놨고, 식사는 하셨나요? 뭐라도 차려드릴까요?”
“고생이 많다. 오늘은 좀 바쁠 듯 하군.”
“후후. 아니에요. 뭔가 용무가 생기면 바로 불러주세요. ···그런데 그쪽···분은.”
밀푀유가 살짝 경계했다.
얘가 아직 제프린에서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아 걱정이긴 해.
실피아를 뭐라 소개해야 경계가 풀리려나.
“실험체다.”
“···실험체?”
“이번 신작은 좀 독특해서, 실험을 도와줄 대상이다. 이브 폰 로엔그린의 직속 기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다. 4학년 기사학부 차석이지.”
“아···. 4학년 선배님이셨군요. 안녕하세요. 1학년 수석 밀푀유 폰 사브레입니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다.”
영문 모르게 밀푀유의 경계심이 풀렸다.
“곧 졸업이시죠? 힘내세요!”
“앞길이 밝은 예의바른 후배로군. 너의 미래가 초대 황제님과 요정 여왕님의 인도 아래에 밝게 빛나기를 바라마.”
걔가 미래로 인도하면 술 쳐먹고 간이 처참하게 죽는 미래가 그려질 거 같은데.
에버그린 그로브 가문은 요정 여왕을 신봉하는 쪽이었나?
“그럼 나는 실피아와 실험을 해 봐야 하니, 잠시 매대를 맡기겠다.”
“네! 선배님.”
들어가기 전 ‘후후 ···저 분은 6개월 후면 졸업···.’ 같은 소리가 들렸다.
밀푀유도 빠르게 졸업하고 싶은가?
뭐 아무튼.
“그래서 부족한게 어느쪽이지? 실기? 필기?”
“······.”
그렇군.
“양 쪽 다인가.”
“···네, 네놈이 4학년 수석의 강함을 몰라서 그런다. 이졸데 크루엘의 강함은···.”
아니 잘 알지.
진짜 잘 알지.
완전무결한 싸이코패스가 걔니까.
***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사무실까지 들어온 실피아는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가만히 좀 있도록. 애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이지.”
“···으음. 솔직히 말하지. 놀랐다.”
“무엇을?”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군 물건도 전문적이고, 용도는 모르겠지만 연구도 착실히 하는 듯 한 모양새라 말이다. 그냥 제프린에 남아있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했다.”
“너에게 고평가를 듣기 위해 준비한 것들은 아니다.”
“···사람이 순수하게 칭찬하면 좀 받아들여라!”
“너와 나는 그런 관계는 아니지 않나?”
“······으그극.”
실피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뭐 어쩔건데.
내가 지금 너랑 친하게 지내게 생겼냐.
“서로 편하게 이용만 하는 관계. 이득 볼 거 이득 보고, 얻어 갈 거 얻어 가면 된다.”
“···그야 그렇다. 실로 합리적이군.”
“그럼 우선 이걸 마셔라.”
“이게 밤에 공부가 잘 되게 해준다는 음료인가?”
“오해가 있는 듯 하군.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샤이닝 파티시엘로 만든 시럽과 믹스 빈즈를 섞어 녹여내린 후, 버블 빈즈로 탄산을 섞은 음료.
“기본적으로 낮은 레벨의 집중력 향상과 하급 광폭화가 붙어 있다.”
“집중력 향상에 광폭화?! 마법이 두 개 달린 포션이라는 건가?!”
“그렇다.”
“대, 대체 뭘 만들고 있는거냐···!”
“다만 안정감이 부족하다. 듀얼 옵션이 상충할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다행히 너는 몸이 튼튼하니 표본 채취에는 더할나위 없겠군.”
“으, 음···. 그렇군. 그런 의미였나. 알겠다.”
실피아는 컵에 따라서 얼음을 띄운 음료를 양 손으로 잡아 들고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냄새로군’ 이라는 말과 함께, 쭈욱 들이켰다.
거 호쾌하게 들이키시네.
“음···. 별 다른 일이 없다만?”
“스킬이 발동하지 않았나?”
“아 발동했다. 그러니까 ···하프 버서크를 통해 모든 마력을 0으로 만들고 체력을 비롯한 근접 스테이터스가 올라갔다.”
“집중력 향상쪽은 어떻지?”
“발동 했···다. 아, 아······으.”
“부작용이 일어났나? 어떤 부작용이지?”
“···너,어 이 자···식. 뭘 그렇게 태연하게···.”
“원래 실험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다. 어서 말하도록. 그래야 내가 고칠 수 있을 거 아닌가.”
“···마, 마력이 회복되는 대로···, 전부 집중력 향상에 들어가는데···.”
“그만. 거기까지. 이해했다. 스킬 상충인가.”
그렇군.
간단하게 말해서 하프 버서크는 마력을 전부 갈아서 그 절반만큼 근접 스테이터스에 투자한다. 하지만 집중력 향상은 지속시간동안 마력을 꾸준히 잡아먹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프 버서크 때문에 마력이 0이된 상태에서 집중력 향상을 켜야 하기 때문에, 회복되는 모든 마력이 순식간에 증발된다.】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스킬 효과가 끊어질 때 까지 마력 포션을 마시면 어떻게든 될 거다.
“마력 포션 재고가 있을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가져 오도록 하마.”
“꿱”
아.
이미 늦었나?
***
어쩔 수 없이 파트라슈를 호출해서 실피아의 몸 근처에 마력을 둘러쌌다.
엘프와 요정은 서로 거리가 먼 친척 사이라서 파트라슈도 투덜거리지 않고 실피아의 마력 회복을 도왔다.
그리고 약 십 분 후. 실피아가 눈을 떴다.
“정신이 드나?”
“네에···. 완전히 들었어요.”
?
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정신이 들었다면 대답해라.”
“후후. 그렇게 다그치지 않아도 정신이 들었답니다?”
아니, 포션 하나 먹었다고 유아 퇴행이라도 했어? 이중인격이야?
무슨 만화도 아니고 그게 말이나 되나? 이 게임은 철저하게 논리로 돌아간다.
고작 포션 두 개 마셔서 마력이 끝없이 고갈된다고 해서 애가 유아퇴행을 하는게 말이나 되겠냐고.
역겨운 컨셉이지만 어림도 없지.
내 주위 컨셉종자는 루디카 하나면 충분하단 말이다!
그런 논리. 부정해주겠어!
“너는 누구지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아뇨. 저는 라피스 라줄리. 바람의 중급 정령이랍니다. 이 아이와 계약한 정령이죠.”
“······?”
“애가 마력이 너무 낮아져서 마법 저항력이 극심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다른 잡령들이 깃들기 전에 몸을 차지했답니다. 정신이 드는 대로 돌려줄 예정이에요.”
“아.”
논리적이었다.
***
평소의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차분한 미소.
인격이 저만큼 변할 수 있으면 쟤는 제프린이 아니라 황궁 오페라에 데뷔해야지.
그리고 실피아 ···아니 라피스라줄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정령의 논리는 딱히 틀린 것이 없었다.
사람은 마력이 0이 된 상태에서 더 마력을 소모하게 되면 정신력을 잡아먹는다.
그러면 하프 버서크 자체가 엄청 위험한 거 아닌가 싶지만 하프 버서크는 0으로 만드는거지 거기서 더 빼먹으려고 하진 않는다. 다른 마법을 쓰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꽤 위험한 포션을 만들었나보군.”
“아니오. 원래라면 이 아이도 이정도 충격은 버텼을거에요. 하지만 ···최근에는 집안의 반대. 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브 폰 로엔그린의 기대. 영원히 차석이라는 불안감. 그 모든것 때문에 의지 수치가 점점 깎여가고 있었거든요.”
“본인의 컨디션 난조도 있었다는 건가.”
“예에. 포션 자체는 별 문제 없었을 거에요. 이 아이의 마음이 약해 진 것 뿐이죠. 엄청 전전긍긍했는데, 감사 인사 드려요.”
“감사를 받을 일인가?”
“아뇨. 저는 이 아이의 계약 정령이니까요. 알 수 있거든요. 지금은 정말, 오래간만에 모든 시름을 잊고 푹 자고 있어요. 거기에 꽤 재미있는 인연도 만났고요.”
“음?”
내가 의문을 표하자 실피아 ···아니 라피스라줄리는 파트라슈를 보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고귀한 붉은 늑대.”
“음. 그 전장 이후로 처음이군.”
“예에. 여왕님은 잘 지내시나요?”
“여전하시다.”
“후후. 그렇군요. 그래서 고귀한 붉은 늑대께서는 어찌하여 여기에?”
“저 자가 지금 나의 주인이다.”
“어머. 우리의 위대한 벗 하르크 말고는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겠다 맹세하신 분께서?”
“충심을 바친게 아니다. 내기에서 진 것 뿐이지.”
뭐야. 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니들끼리 아는 설정 이야기해. 나도 좀 껴줘. 그 떡밥 엄청 궁금한데 나도 물면 안 될까?
그 뒤 우리 셋은 소소하게 떡밥으로 대화를 나눴다. 엘피라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파트라슈의 전성기 이야기도 가끔 나오고 내 이야기도 하고.
아 재밌어.
이 제프린 설덕질 끝내주게 신나.
너무 너무 행복해.
“그렇군요.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서 요정 여왕님의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런 계약이···.”
“그렇다.”
“후후. 즐거운 일이 잔뜩이네요. 계약자를 향한 제 근심도 풀리고, 요정 여왕님 근황도 듣고, 제 계약자의 피로도 풀리고.”
“그것 참 다행이군.”
“하지만, 저는 곧 들어가야 할 거 같아요. 실피아가 깨어나려고 하거든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웠답니다. 하르크의 후예님.”
아.
나는 그냥 네가 있는게 더 나은데.
아쉽네 이거.
“가기 전에. 혹시 알고 계신가요? 엘프(Elf)는 고귀한 종족. 긍지를 걸어 평생 따르겠다고 한 이를 평생 섬기죠.”
“알고 있다. 그래서 충직한 이들이 많지.”
레지나 시엘라같은 개 싸이코 또라이도 가끔 나오긴 하는데, 아무튼.
“그리고 요정(Fairy)는 장난꾸러기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고, 내기를 좋아하고 장난을 즐기죠.”
“알고 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만남에 즐거움을 느꼈어요. 하여 선물을 하나 드리려고 해요. 대단한 건 못 드리겠지만, ···중급 바람의 정령에게 무언가 바라는게 있으시나요?”
“음.”
지금 내게 부족한 것.
바람의 정령에게 바랄 수 있는 것.
그런게 있나?
있을까? 생각해라. 꿀 빨 수 있을때 빨아야 한다. 어중간한거 말고, 진짜 필요한걸 떠올려라.
아.
있다.
“내가 스테이터스가 부족해 운신(運身)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를 보조해 줄 수 있겠나?”
“···어머. 운신의 불편함이라니, 그건 안 될 일이죠. 좋아요. 이걸 드릴 수 있겠네요.”
그리 말하며 실피아는, 아니 라피스라줄리의 마력이 모여 내게 깃들었다.
【중급 바람 정령의 축복이 깃듭니다.】
【하루 1,000보 한정으로 이동시 체력 소모가 되지 않습니다.】
【매일 자정에 갱신됩니다.】
세상에.
이, 이렇게나···.
“주인. 무슨 축복이 걸렸지?”
“···하루 천 걸음. 체력 소모 없이 걸을 수 있다.”
“······뭐라.”
말 도 안 돼.
이렇게나.
꿀 버프가 걸린다고···?
하루에 천 걸음이나 걸을 수 있다고?
이 내가?
“해냈군. 축하한다. 주인.”
“···아아. 고맙다. 파트라슈.”
파트라슈는 양 발을 모아 박수를 쳤다.
늑대의 몸으로 힘들텐데, 그만큼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라피스라줄리에게 깊은 인사를 표했다.
“라피스라줄리.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네?”
“언제든 찾아오도록. 너는 손님으로서 환영하지.”
“······??”
고마워.
정말 고마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