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6)
155. 밝혀지는 진실
전부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렇게 매일매일 근육통으로 고생한다면, 나는 평생 천 한 걸음 이상을 걷지 못하는가?
물론 평소에는 이백걸음 이상을 걸으면 바로 몸에 무리가 왔지만, 그렇다 해도 나 자신의 한계를 천 걸음으로 항상 단정지어야 하나?
그럴리 없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그런 한계가 존재할리 없다.
그리 생각하고, 다음날 모든 밑준비가 끝난 야심한 시각. 나는 가호가 떨어져감을 느끼며 편의점 내부를 걸었다.
“괜찮겠나. 주인.”
“흥.”
그리고 천 한 걸음째. 확실히 이게 새로운 한 걸음.
그렇게 내걸은 순간.
으극.
하고 몸 전체에 가혹한 부하가 걸려옴을 느꼈다.
몸이 무너져 내린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다. 의지는 다리를 움직이라고 하는데 시야가 아래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 걸음을 걸었다고 넘어간다고? ’
라거나
‘이대로 넘어져서 기절하면 내일 밀푀유가 보고 나를 한심한 선배 취급하겠지.’
같은 수치스러움이. 나의 한 걸음을 이끌었다.
“여기서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한 걸음을 이겨냈다.
【당신의 긍지 높은 행동이 황실 혈통의 숙련도를 올립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정신력으로 해낼 수 없는 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황실혈통이 당신의 행동을 보조합니다.】
【황실 혈통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하하.”
해냈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
다음날은 과감하게 장사를 쉬었다.
사람이 쉬는날도 있어야지.
거기에 수업을 듣는 날도 있어야 한다.
장사를 접고, 강의실을 향한다.
마법학 심화 II는 생각보다 들을만 한 강의였고, 내 옆자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아일라가 앉았다.
“울프람?”
“뭐지.”
“안색이 안 좋네요. 괜찮아요?”
그걸 안단 말이야?
황실 혈통의 강화로 인해 표정에 무언가가 드러나는 일은 거의 없을텐데.
“티가 나나?”
“아뇨. 티가 나진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지?”
“저는 당신의 약혼녀니까요.”
순수한 미소.
흔들림 없는 투명한 보라색 눈동자.
“그런가.”
“네. 당연한 일이잖아요?”
“아일라.”
“네. 울프람.”
“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 않나?”
“······조금 부끄럽긴 한데요. 당연한거니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 말하며 혀를 빼꼼 내민다.
아일라의 말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지.
“조금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새로운 장사 수단을 찾아내서 말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아일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수업이 끝나고, 실로 오래간만에 아일라와 둘이서 강의실을 나섰다.
발 아래에는, 실로 감사하게도 아일라의 흑수정이 부착되어서, 내가 걷는게 아니라 아일라의 흑수정이 가볍게 미끄러져준다.
게임 내에서도, 【염동력】이나 【비행】이 붙은 캐릭터들은 자주 날아다녔다.
‘그 애’도 전투력은 나약한 주제에 맨날 뽈뽈 날아다녔으니 말이야.
“그렇군요. 중급 바람정령의 축복···. 희귀한 스킬 아닌가요?”
“순수하게 티어로 치면 그리 높지 않다. 아래에서 두 번째 정도 되겠군.”
“그렇군요. 아, 울프람. 그러고보니 이번에 처음으로 철도에 광산열차를 설치하기로 했어요.”
“그런가?”
“네. 파낸 광석이나 흙을 운반할 열차를 설치하는건데···. 다른 영지에서는 마법사들이 할 일이 줄어든다고 난색을 표해서 에덴 소유 광산에서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그렇군···. 실로 뜻 깊은 일이다.”
“네. 이게 잘 된다면, 울프람이 만든 강철의 길은 제프린 전역으로 이어지겠죠.”
“음.”
“정말···. 감탄하고 있어요. 제가 당신이 그리려는 세계의 초석이 된다는 것도, 너무나 기쁜 일이고요. 세계는 우리의 이름을 가장 위대한 반역자로 기록하겠죠.”
?
“무슨 소리지?”
“후후. 시치미 떼기에요?”
“···.”
“대륙 전역에 철도를 놓아,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다. 초대 황제님께서 세계를 ‘개혁’했다면, 우리는 그 위대한 걸음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를 ‘이어 나간다’. 누군가가 개척한 길을, 누군가가 연결한다.”
“······.”
“위대한 초인은 위대한 협력자와 함께 이 세계를 지켜냈지만, 미약한 황손과, 나약한 귀족이 힘을 합쳐 이 세계를 잇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초대 황제님이 이룩해내신 것 이상의 ‘반역’ 아닐까요? 후후. 이건 너무 위험한 소리였나요?”
“·········.”
“알고 있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울프람. 당신 뿐이에요.”
“············.”
“저는 보고 싶은거에요. 언젠가 열차 하나로 전 세계 어디든 모험할 수 있는 세상. 틀어박히지 않은 현실. 그 위대한 반역의 결말···. 당신 바로 옆에 제가 있어요. 제가 제일 처음,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렇군.”
“네. 그래요.”
아일라는 만족하며 웃었다.
······.
그냥 나는 세계가 열차로 이어지면 좋겠다. 전 세계 어디에나 편의점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아일라 내면에서는 내가 무슨 구 체제의 반역자 같은 느낌인가보다.
음.
그렇다고 이 오해가 곤란한 건 또 아니다.
뭐 어때.
얘가 편하면 됐지.
그나저나···.
“그건 아일라, 네 개인적인 생각인가?”
“뭐가 말이에요?”
“내가 인류 전체를 잇는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없지만···. 아마 ‘저에 준하거나’ ‘시야가 탁 트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런가.”
아일라 빼고는 없다는 이야기네.
그러면 됐지 뭐.
***
이브 폰 로엔그린은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우의 보고를 받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이게 실피아. 당신이 지난 며칠간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웠던 이유군요?”
“네. 맞습니다. 주군.”
“당신의 보고에 따르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과거 행적은 용서받을 수 없으나, 그가 개심한다고 하면 그의 노력을 지켜 볼 가치는 있다. 라고요?”
“네. 본디 그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 그가 기사학부와 마법학부에서 수탈한 금액과 각 학부의 보물을 생각하면 그 금액은 수 억을 가볍게 호가하겠지만···.”
“음.”
“저는, 그런 남자라고 해도, 지금 변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으니, 한 번 정도는 지켜 볼 가치가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게 말이죠.”
이브 폰 로엔그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피아. 나의 기사.”
“네. 주군.”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야기 하겠어요. 여기서 했던 말은 어디에도 나가지 않게끔 주의하세요. 알았죠?”
“정령 기사로서, 위그드라실의 전령으로서,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좋아요. 이건 ···제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옹호하기 위한 말이 아니지만, 인정할 건 인정 해야죠. 울프람은 기사학부와 마법학부를 이간질해서, 각종 보물을 빼돌리고, 자금을 횡령하고, 두 학부의 ‘무력’을 확실하게 줄였어요. 알고 있죠?”
“네. 기사학부의 명검. 마갑주. 마법학부의 마도서. 스태프를 전부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품질을 가리지 않고 전부 말입니다.”
“맞아요. 그럼 그게 어디 있을 거 같나요?”
“저희가 가지고 있지요. 처분하기 전에 울프람을 내쫓았으니까요.”
“네. 맞아요. 하지만 거기서 의문이 생겨요. 울프람은 정말 ···처분하지 못한걸까?”
“·········네?”
그 말에, 실피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울프람이 빼돌릴 시간을 주지 않고, 황금 시간대에 이 자리를 찬탈해 고스란히 그 힘을 흡수했다고 생각했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그가 지금 보여주는 행동력을 생각하면, 처분할 시간이 없었을까요?”
“······.”
그건, 장담할 수 없다.
“거기에 실피아. 당신도 우리가 찬탈을 결행하던 날 밤. 울프람을 보았죠?”
“네. 보았습니다.”
“······그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요?”
“어찌 잊겠습니까.”
한 밤중의 학생회실.
옥좌에 홀로 앉아 달빛을 쬐던 울프람.
그의 뒤에서 ‘황실의 지령’을 손에 들고 쳐들어간 이브와 실피아. 그리고 신 학생회 임원들.
울프람은 그때. 처연한 얼굴로 뒤로 돌아 뭐라 했는가.
【그래. 축하한다. 이브. 네 반역은 성공했다. 이제부터 저 자리는 네 거다.】
【나는, 나의 자유를 찾아서 살아가겠다.】
【이해할 수 없다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야. 나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저 의자는 무겁다. 학생회장.】
“자, 잠깐만요. 주군, 혹시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아마, 맞을거에요.”
실피아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전부, 계획이었단 말입니까?”
“···아마도. 네.”
“일부러 기사학부와 마법학부의 힘을 빼놓고, 악업을 저질러서 인식을 떨어트렸다. 이상해요. 왜 그런···. 자기만 손해보는 짓을 하는 겁니까?”
“그 뒤 저희가 정의를 기치(旗幟)로 내걸어 학생회를 찬탈한 이후. 저희는 크게 두 가지 이익을 봤습니다. 하나는 명분. 또 하나는 권한.”
“명분과 권한···.”
“네. 생각해보세요. 저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밀어내고 학생회장이 되었지만, 이제야 2학년이잖아요? 아무리 스테이터스가 높은 황족이라 한들 기사학부와 마법학부의 무력이 강하다면 무시 당했을지도 모르죠.”
“그런 불경한···!”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실피아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사실 그랬다.
울프람 집권 전 제프린은 전대 학생회장의 엄명을 일정 부분 무시 할 정도로 양대 학부의 권위가 강했다.
그걸 울프람이 일부러 수탈하고, 자신에게 악업을 쌓은 뒤. 이브에게 넘겨줬다면?
어째서?
“주, 주군의 억측 아닙니까?”
“저도 그러길 바랐어요. 하지만 ···이제야 본성을 드러낸 저 철두철미한 남자의 행보를 보세요. 하나의 빈틈도 없지 않나요? 모든게 계획 된 듯 움직이죠. 그는 대학원생들을 손에 넣었고, 교수들과 친해졌고, 각 학부의 수석들을 휘하에 들였고, 새로운 물건들을 매일같이 개발해 내고 있어요. 거기에 이 제프린을 모험하고 있죠.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있었을 때 그에게 그런게 가능했을까요?”
거기까지 말하고 이브는 한숨을 쉬었다.
이 모든게, 자기 자신의 혈통 윗줄 녀석의 뜻대로 움직였던 거라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제프린’이라는 모형 정원의 옥좌가 아니라 진짜 ‘옥좌’를 향하는 길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원래 울프람이 내년까지 학생회장을 역임했다면, 이브의 치세는 고작 1년에 지나지 않았을테니까.
만약 그가 거기까지 계산하고 물러 난 거라면···.
얼마나 큰 대계(大計)안에 자신이 놀아 난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큰 안배속에, 자신이 있던 것인가.
“···믿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럼 저희는 ···옳았던 겁니까?”
“다 추측이에요. 잊으세요.”
“주군?”
“그러니까, 믿고 믿지 않고를 떠나서, 지금 제가 한 말 전체를 어디가서도 꺼내지 말라고 한 거에요. 잊으세요.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들의 길을 위해서.”
“······네. 그리 하겠습니다.”
그래.
이브의 말은 전부 추측이다.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실제로 그리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분명 이브는, 너무나도 뛰어난 나머지 ···그 악당 울프람의 행동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 한 것이다.
그 삼류 악당. 혈통만 좋은 울프람이 그런 일을 할리가 없다.
그 무법자가.
‘후배들이 따라준다는 것은 선배로서 기쁜 일이지. 특히 나는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최악의 부정부패를 저지른 황족이, 이제야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지 않겠나.’
그 무법자가 자신의 로열가드와 했던 말이, 실피아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실피아는 이를 악 물고, 이브를 바라보며 맹세했다.
“주군의 말씀대로 잊겠습니다. 모든것은 추론이다. 울프람이 그럴리 없다.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지킬 자신 없는 맹세를 입에 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