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7)
156. 슈퍼스타 원정대
D/Z SAGA 팬 카페 운영자 슈퍼 영진으로서 플레이 할 때. 내 취미는 수 없이 많은 공식 정보를 추론하고 긁는것이었다.
D/Z SAGA 공식 설정집 1,2,3과 디지털 북. 온라인 가이드북. 일러스트집 1,2,3.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초회한정판 특집 미니 가이드북. 게임 매거진 특집 부록. 개발자 인터뷰. 온라인 인터뷰까지 다 찾아서 설정이라는 설정은 다 캐봤다.
그리고 그걸 카페에 전부 정리해서 올렸다.
그 결과 내가 느낀것은···. 이 게임의 설정은 통일성을 가지되 일관된다는 점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한 사람이 짠게 맞긴 한데, 그 사람도 전능은 아니라서 가끔 충돌하거나 구멍이 날 때가 있다고 해야할까.
소수 정예가 힘을 합쳐서 만들었다는게 마냥 헛소리는 아닌 듯 했다.
아무튼, 개발자를 제외하고 모든 설정을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의 타임라인도 거의 다 외우고 있다.
누구 입장에서 4막이 언제인가, 5막이 언제인가 그 이후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예를 들면, 이브 폰 로엔그린의 4막은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쓰러트리고 여름방학에 돌입하면서 부터 시작한다.
황실 도서관에서 이브는 ‘요정의 낙원’에 대한 단서와 ‘1차 승급’에 대한 단서를 얻고, 이 이벤트가 나오면 사이드 스토리 ‘닫혀버린 낙원’과 이브 메인 퀘스트 ‘광휘의 길’이 열리면서, 이브 폰 로엔그린의 4막이 시작된다.
이브는 4막에서 지난 2막에서 자신의 심경을 건드린 ‘검은 깃발’의 탐색을 그녀의 호위기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에게 맡긴다.
그 결과 실피아는 대패(大敗)해서 돌아오고, 부상으로 요양한다.
【죄송합니다. 주군···.】
【제가, 제가 무능하여···.】
그리고 이브는 스스로 검은 깃발의 토벌을 천명한다.
거기에 켈터스가 합류한다.
재미있는게 뭐냐면 타임 라인을 살펴보면 이게 ‘이미 벌어졌어야 하는 일’이라는 거다.
이전 이브랑 같이 해안가에 갔을 때, 실피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검은 깃발 탐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본편이 어찌 진행되던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 4막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지.
다른 애들 본편 진행 속도에 맞춰서, 내 본편 속도도 가늠해봐야하지 않겠나.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앞치마를 묶어 매고, 감자튀김을 튀기는 실피아의 뒷모습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하나 묻고싶은게 있다.”
“뭐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
“검은 집결지는 다녀왔는가?”
내 물음에 실피아의 몸이 우뚝 멈췄다.
“어떻게 그걸 알지?”
그러게.
어떻게 그걸 알까. 내가 공략본을 봐서?
그런 말실수를 할 내가 아니다. 하하. 어리석은 녀석.
이런 의문은 아주 가볍게 해소할 수 있지.
“봄. 이브와 함께 잠든 산맥 원정에 갔지. 1학기 중. 검은 깃발의 소행이 분명한 저주 사건이 있었다. 두 번의 사건에서 이브 폰 로엔그린은 두 번 다 크게 당했고, 자존심 강한 그 녀석이라면 ···당연하게도 토벌, 그도 아니면 수색을 지시하지 않았겠나.”
“그야 그렇군.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래서 검은 집결지는 어떻게 알았지?”
“나도 학생회장이었다. 그걸 모르겠나.”
“······그 또한 그렇군. 후우.”
감자튀김을 가볍게 튀겨낸 실피아는 튀김기에서 튀김을 꺼내들어 허공에서 흔들었다. 기름이 튈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게 바람의 정령. 라피스라줄리의 힘에 의해 제어되었다.
바람 정령의 힘으로 기름을 털어내며, 튀지 않고, 위에 뿌린 소금은 감자튀김 전체에 알맞게 배어든다.
말도 안 돼. 저건 인간의 기교를 가볍게 넘어 선 비의(秘意) 아닌가. 천 걸음의 축복도 그렇고 이 무슨 개사기 스킬. 나도 바람 정령 줘 응애.
저 아이를 손에 넣어 평생 튀김기의 정령으로 쓰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실피아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이는 학생회의 기밀. 너에게 해도 되는 말은 아니다···. 허나. 이 정도 정보는 내 자의적으로 제공해도 된다는 지시가 있었다.”
“그런가.”
“···동료로 믿을 수 있는 자에게는 말이지···. 너는 동료로 믿기에는 결함이 있지만, 결코 검은 깃발의 편은 아닐테니 말하자면 그래. 다녀왔다. 검은 깃발의 간부를 만났고 험난한 전투였지.”
“그런가.”
가볍게 받아넘겼지만, 머릿속으로는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이미 이브의 4막은 시작된건가? 그럼 내 메인스토리는 이브와 내용을 공유하나?
“허나 ···이상한 점이 하나 있더군.”
“뭐지?”
“검은 깃발의 간부 녀석이,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고는 ···구토하기 시작했다.”
“······?”
“신기한 일이더군. 실로 위험한 순간이었다만, 어째서인지.”
아.
그렇구나···.
편의점 창고에 처박아둔 울프람 작명 【저주돌이】를 떠올렸다.
이브의 4막 보스는 2막 1장의 보스랑 동일인물. 실피아를 처바르는것도 걔다.
음. 그 타이밍에 우연히 축복에 지져졌나보다.
불쌍하게도.
“그런가.”
“그렇다. 누가 도와줬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 후후. 큰 예의를 표하고 싶군.”
“······그런가.”
“그렇다.”
뭐 아무튼.
진단 결과는 대충 나왔다.
실피아가 건재하다고는 하나, 이브 폰 로엔그린은 스스로의 오명을 씻기 위해 검은 깃발과의 대전을 천명했다.
아무래도
내 4막 스토리는 이브 폰 로엔그린과 겹치는 듯 하다.
***
그렇다면, 이브의 4막을 중점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브 폰 로엔그린은 이 당시만 해도 완전한 각성은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인간을 스테이터스로 판단하고, 고지식하고 편협한 인간상이라는 것.
그 고지식함을 깨주는 건 켈터스와, 재미있게도 4막 보스다.
그래서 이브 루트를 타지 않으면 이브는 4막 이후에 가야 할 길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곁에서 지켜주던 실피아는 나가 떨어졌고, 켈터스는 다른 히로인에게 빠졌다.
스테이터스가 전부가 아닌걸까, 그럼 자신은 뭘까. 뭘 믿고, 뭐에 의지하여 살아야 할까.
고정관념이 부서졌지만, 나아갈길을 찾지 못한 빛의 학생회장은 암군이 된다.
···뭐. 그건 이브 이야기고, 솔직히 말해서 실피아가 무사하게 지내고 있으니 거기까지 꼴아 박을까 싶긴 한데, 켈터스가 없는것도 사실이니까.
아무튼 루트가 정해졌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이득 볼 수 있는거 다 보고 빠른 런.
4막에서 나오는 보상을 생각해보면 내가 빠르게 먹고 째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이제는 국룰이 된 【스킬 선택권 7T】.
그 외에 4막에는 특성에 따른 장비 선택권도 있다. 내 경우에는 재주 버프가 걸리는 아이템 중심으로 받겠지.
하지만 4막.
개인 히로인 루트가, 진짜 다른점은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거다.
그게 바로 【직업 변경권】
통칭 직변권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양날의 검이지만 꽤 재미있는 보상이기도 하다.
쓰는 건 좀 고려해 봐야겠지만, 일단 얻어두면 ‘유틸’로 엄청 편할거다.
···음. 얻어야겠다.
이브가 검은 깃발 원정을 떠난다고 하면 바로 합류해야겠다.
***
그리 오래 기다릴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전개되는 4막이라고 치면, 이브 폰 로엔그린은 어느정도 규모의 원정대를 꾸릴 것이다.
갈 곳은 남서부의 흑록의 밀림.
거길 넘으면 바다가 나오고, 그 너머에 천혜의 고도가 있다.
물론 밀림 자체가 엄청 우거지기 때문에, 녹색으로 뒤덮인 어둠 이라는 의미로 흑록의 밀림이라 지어졌다.
그 깊은 곳에 검은 깃발의 은신처중 하나를 향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거기에 꼽사리 껴서 가냐.
단언컨대 이브에게 고개를 숙이긴 싫다.
그러느니 차라리 혀깨물고 죽은 뒤 울프람 2회차를 노려보고 말지.
그리 생각하고 있자니, 편의점에 손님이 찾아왔다.
“울프람 있나요?”
“이브인가.”
“···예에.”
수심이 가득한 얼굴.
뭐야.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뭐 문제라도 있니? 삶이 팍팍하니? 왜 그렇게 힘들어하니. 보는 사람 기분 좋게.
“들어와 앉아라. 무언가 산다면 손님으로 취급하도록 하지.”
“사탕 한 세트 주세요.”
“오천 린이다.”
“네.”
원한다면 수 억 대의 돈도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녀석이 사는게 사탕 한 봉지로 끝이라니.
그게 이브 다운 일이긴 한데···. 좀 더 팍팍 지르면 안 되나?
이브는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면서, 한참 찡그렸던 인상을 조금 폈다.
“그래서. 무슨 일이지.”
“아, 큰일은 아니에요. 그냥 몇 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서 왔어요. 괜찮나요?”
“시간이 없다.”
“성실하게 질문 할 경우 가을 풍년제에서 당신 매점에 상석을 배정하겠어요.”
“좋다. 뭐든 묻도록. 어떤 질문이든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성실하게 진심을 다해서 대답해 주도록 하지.”
“···속물. 쓰레기.”
“공명정대한 상인은 사기꾼이다.”
이브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어쩌라고, 이게 내 본심인데.
“좋아요. 그럼 물을게요. 검은 깃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요.”
“검은 깃발?”
“네. ···흑록의 밀림에 검은 깃발이 숨어들었다고 해요. 그를 토벌할 원정대를 짤 거예요.”
왔다.
큰거 왔다.
“그렇군. 그럼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궁금하겠군. 어떤 검은 깃발인지, 누가 숨어들었는지 말이야.”
“······혹시 알고 있나요?”
그야 다 알고 있지.
“아니 제대로는 모른다.”
“······그렇군요.”
이브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야 뭐, 검은 깃발은 이브 폰 로엔그린의 학창시절 내내 그녀를 괴롭히는 빌런 집단이니까.
여기서 다 알고 있다면 어떻게 그걸 알았냐며 추궁 당할 확률이 높으니까, 적당히 정보를 추려서, 그럴듯하게 던지자.
“하지만, 검은 깃발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식으로 날뛰는지는 어느정도 추론 할 수 있다.”
“들려 줄 수 있어요?”
“그들 중 겉으로 날뛰는 건. 생각보다 극소수다. 애당초 검은 깃발이라는 집단 자체가 양지로 나와서 좋은 꼴을 볼 수가 없거든.”
“그렇군요.”
온라인 커뮤니티랑 비슷하다.
분탕질도 익명으로 해야지, 닉 까고 하면 호감가서 바로 저격 들어오고 매달리는 법이다.
로엔그린이라는 절대권력이 있는 이상, 검은 깃발은 절대로 양지에 나올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그들 중 겉으로 나서는 이들은 두 종류다. 하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그야 그렇겠네요.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
“다른 하나는, 현 학생회를 적으로 돌려도 ···한 대 먹여 줄 수 있는 실력자.”
“······.”
“이브. 너에게 저주가 찾아 갔을 때 처럼 말이다. 마력치 22라는 숫자가 저주를 상대로 효과가 있었나?”
“큭. 분하지만 맞는 말이에요.”
“너의 성광창이 직격했을때도 그렇다. 그 녀석은 살아 돌아갔지. 상대는 너와 너의 원정대를 적대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가 하나 쯤은 있다고 생각해라.”
“······.”
내 말에 이브는 깊게 생각에 잠겼다.
뭐지.
내가 뭐라고 해서 꼬운가.
꼬우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보세요.
“울프람.”
“뭐지.”
“고마워요. 순수하게 감사 인사를 표하죠.”
“흥.”
이브는 웃으면서 나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고, 나도 웃으며 맞받아쳤다.
물론 서로간의 중지가 아름답게 빛나기는 했지만, 이브도 감사 인사를 할 줄 알았구나.
“그러면 원정대를 짜야겠네요. 다채롭게 조화가 가능한 원정대···. 그렇군요. 음음.”
“그렇다. 그 안에는 ···뛰어난 정보와 지식을 가진 이도 있어야겠지. 안 그런가?”
혹시 정보원과 공략집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바로 저 울프람!
“물론 당신도 인선에 있어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당신은 유능해요.”
“당연하다.”
***
그리고 며칠 후. 이브의 소집이 있었다.
학생회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이브는 모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을 던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 한 명 낮은 티어라고는 없다.
“다들 모였군요.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야말로 제 원정대의 핵심입니다. 그럼 스스로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우선 저는 이브 폰 로엔그린입니다. 제 소개는 따로 필요없죠?”
그리고 이브는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거 혈통순인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내 소개도 따로 필요 없겠지.”
그 다음으로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아일라 트라이스타입니다. 3학년 마법학부 ‘수석’입니다.”
“레지나 시엘라입니다. 3학년 마법학부 ······‘차석’입니다.”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다. 4학년 기사학부 ······‘차,석’이다.”
“이졸데 크루엘입니다. ‘대학원생 내정’. 현 4학년 기사학부 수석입니다.”
그렇구나.
이게 이브가 모은 슈퍼스타 팀이구나?
“이브. 너 인선의 상태가······.”
“저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와!
정말 가슴 두근거리는 원정이 되겠는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