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8)
157. 절대영도 슈퍼 쿨가이
이브의 깃발 아래에 모인 원정대를 보라.
잡캐들은 치우자.
쟤네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애당초 이브도 쟤네를 즉전력으로 쓸 생각은 없을거다.
결국 【주력 부대원들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줄 수 있는 후방 부대】에 지나지 않는다.
마력치 20이 21에 노력하면 비벼볼 수 는 있어도 22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 게임은 군계일학이 아니라, 군계일룡의 게임.
그렇기에, 원정은 언제나 강한 스테이터스 보유자들의 소수정예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 점에 비춰보아 스테이터스로는 별 문제가 없다.
우선 마력치 20 21 22가 다 모였다.
전열은 어떤가 모든 면에서 준수한 실피아에, 스테이터스는 정점급이라 할 수 없지만, 보유 스킬 티어가 아득하게 높은 이졸데까지 있다. 나? 나는 나 자신이 스테이터스고요.
세상에.
그런데 파티 시너지 꼴 봐봐.
“시엘라 양. 오래간만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저는 수석으로서 잘 지냈답니다.”
“어머 ···트라이스타 양. 물론이죠. 마력 21의 스테이터스로 마법을 가다듬느라 쉴 틈이 없는걸요? 마력 20은 다루는 마력의 양이 적어서 참 편하겠어요.”
“빠득. ···이졸데 크루엘. 이번 원정은 잘 부탁하겠다.”
“예에. 이번에 잘 해내서 대학원 진학 가산점을 받아야 하니까요. 후후. 실피아 양은 학부 졸업이죠? 아쉽네요. 당신이라면 좋은 대학원생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브.”
“알고 있으니까 입 좀 다물어 봐요.”
아는 거 맞지?
믿어도 되는거지?
***
어떤 미친놈이 같은 학년 같은 학부의 1등과 2등만 나란히 모아서 파티를 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게 나의 혈통 아랫줄이라고? 하하 거짓말 하지 마세요. 아무리 울프람이라도 그건 안 속아요.
정말 그렇다면 하르크가 하늘에서 오열하고 있지 않을까요?
“흠.”
“흠.”
사실 상상 이상으로 개판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노올랍게도···.
“흑록의 밀림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다.”
“지형적 특성은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두려운 건 역시 암습이네요.”
“맞다. 그렇기에 조심해야 할 것은 거듭 말하지만 첫 째도 시야. 둘 째도 시야다. 시야를 확보하고 경계를 철저하게 하면, 공략은 어렵지 않다.”
“우리 모두가 전방향을 주시하고 다니는게 최고지만 그래서야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죠. 그렇다면 ···전열을 따로 배치. 아니 마력이 민감한 이를 전방에? 음···. 어렵네요. 진열부터 정해야겠군요.”
다들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있다.
정확히는, 분쟁을 위한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개개인의 사이는 나쁠지언정 이 안에 투정부리는 꼬마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 증거로, 내가 어떻게 흑록의 밀림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나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보다는 정보로 어떻게 진행 할 것인지를 더 듣고 싶어 한다.
썩어도 제프린. 그 십만의 정점에 서는 학생들이라 이건가.
“울프람 말대로 전열에는 제가 서는게 좋겠네요. 저는 중거리도 겸하고 있으니까요. 흑수정으로 끝내면 금방이겠어요.”
“트라이스타 양은 결국 메이지. 바로 뒤에는 제가 호위하도록 하죠. 차석의 호위라고 거부하진 않으시겠죠? 제 늪은 도움이 될 거에요.”
“나는 최전열···인가. 주군이 걱정이다만. 음. 바람 정령을 통한 이중경계는 찬성이다.”
“저는 프리 롤이군요. 몬스터가 나타나면 보석검으로 대군을 홀로 상대하라 ···후후 실로 전하 다운 악랄한 전법이세요.”
서로 배치를 고민하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보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능할지도 몰라.
생각해보면, 진짜 슈퍼스타일지도 모른다.
애당초 이졸데와 이브와 레지나는 절대로 한 파티에 들어 올 수 없다. 당연히 루트가 다르다. 거기에 원래 보스였던 아일라와 지금 시점에는 파티에 들어 올 수도 없는 실피아.
이영진조차 한 번도 짜 본 적 없는 파티.
그렇기에 가진바 실력 만큼은 정점인 캐릭터들. 뉴비 절단기인 보스까지!
이 녀석들이라면 혹시 될지도 모른다.
십만 제프린의 정점에 서서, 수석과 차석을 나눠먹는 이들이라면!
작전회의는 끝났다.
끝나갈 즈음, 나는 확신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꺄아아아아! 버, 벌레가! 사람 몸만한 벌레가!”
“잠깐만요. 레지나 시엘라! 어딜 도망치는 건가요!? 중위에서 저를 지킨다면서요? 벌레가 뭐가 무섭다고 난리에요! 숲에서 난 엘프잖아요 당신!”
“저, 저는 숲에서 안 태어났다고요! 저는 태생이 로엔그린 수도란 말이에요!”
······.
전열을 담당한 아일라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레지나 시엘라가 문제였다. 벌레에 겁먹은 저 엘프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온다.
“음. ···벌레는 나도 익숙하지 않군. 하지만 주군을 지키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다!”
실피아는 벌레는 괜찮았지만, 이브 바로 앞에서 저는 이브님만을 지키겠어요! 라며 스스로의뜻을 천명했다.
네 위치는 아일라와 같은 최전열 아니었니?
“이 흑록의 밀림에는 연구할만한 생물들이 잔뜩 있군요. 공부할 거리가 잔뜩이에요. 표본을 몇 개 채집하고 싶네요.”
이졸데 크루엘은 학구열에 불타며 전열을 벗어나 식물이나 곤충 표본을 채집하고 있다.
나는 파트라슈의 보호 아래에 리어카에 타서 후열에서 전황을 살펴봤고, 이중에서 체력으로 최약체인 이브 역시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쯧.
못 봐주겠네 진짜.
“【허둥대지 마라 애송이들.】”
“······!”
내 말에 모두의 행동이 뚝. 하고 멈춘다.
이 안에서 가장 정확하게, 자신의 포지션에 맞게 행동하는 아일라부터 시작해 지시를 돌렸다.
“【아일라. 잘 하고 있다. 흑수정을 몇 개 소환해 경계 모드로 돌입해 벌레라 판단되는 즉시 다리를 묶어 레지나 시엘라가 전열을 이탈하는 것을 방지해라. 레지나 시엘라. 허둥대지 마라. 어리석은 것. 실피아. 네 충심은 높이 살 만 하나, 전열이 무너지면 오히려 이브 폰 로엔그린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달아라. 대신 파트라슈에게 명령해 이브까지 같이 지키게끔 명령하마. 이졸데 크루엘. 채집은 돌아가는 길에 해라. 랩에서도 팀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졸업이 늦어질 뿐이다. 그리고 이브 폰 로엔그린. 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라. 남 위에 서겠다는 녀석이 무엇 하고 있나.】”
“네! 울프람!”
“···하으. 네 황자전하.”
“내게 명령하지 마라···! 전열로 가도록 하겠다.”
“어쩔 수 없네요. 랩 생활에서도 협동은 중요하니까요. 후후.”
뉴비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을 내려 이브 폰 로엔그린을 바라보니 붉어져 수치심 가득 물은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할 수 있었어요.”
“할 수 있다는 말은, 하고나서 하는 거다.”
“으······.”
그 뒤로 탐색은 꽤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하이고 이 뉴비녀석들 고인물 허리 휘어, 이러다 모두 죽어.
***
그 뒤로는 별 문제 없었다.
내가 생각한 만큼의 활약은 안 나왔지만, 게임 시절과 비교하면 5할은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 파티 내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아일라였다.
파티창을 슬쩍 보니 아일라는 벌레를 상대하면서도, 상태이상이나 멘탈 데미지를 전혀 입고 있지 않았다.
“아일라는 벌레에 대한 내성이 있나보군.”
“광산을 개발하다보면, 저것보다 끔찍한 몬스터는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답니다. 광산 안에도 벌레는 기생하니까요.”
“아이언 웜이나 스톤 키크로치···. 많긴 하군.”
“······네에. 이젠 그냥 익숙해요.”
애당초 서부 그것도 광산 개발을 중심으로 번성한 개척자 트라이스타 가문의 장녀인 만큼, 벌레 내성은 충분한가보다. 저 멀리서 끼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벌레 하나가 또 흑수정에 머리가 꽂혔나보다.
“그리고 울프람과 함께 다니면서 ···강해 진 것도 있고요.”
“믿고 있다. 아일라.”
“네에. 맡겨주세요.”
그래. 이 순간 만큼은 파티 내에서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니까,
잘 부탁한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다시 리어카로 돌아와 지도를 보고있는 이브에게 물었다.
“검은 깃발의 본거지는 어디지?”
“···음. 정보에 따르면 오늘은 쉬고, 내일 도착하는게 맞을 거 같네요.”
“그런가. 그러면 슬슬 야영지를 준비하는게 맞겠군.”
“네. ···후우. 슬슬 준비할까요.”
이브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폈다.
손바닥 안에 땀이 찬 듯. 옷에 슥슥 문질러 닦았다.
그것도 다, 이 흑록의 밀림이 가지고 있는 【지형적 특성】에 기인한다.
포영의 설원이 환각을 보여주듯, 이 흑록의 밀림은 기간에 따라 강제적으로 상태이상을 부여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기간의 지형 특성은 꽤 귀찮은 놈이다.
“지금 시기의 흑록의 밀림의 특성은?”
“【수면향】 이라고 했죠.”
“맞다. 이 시기에 숲이 내뿜는 수면향은 【마력패턴에 동조해서 잠들게 만든다.】 마력치가 높을수록 오히려 저항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신기한 숲이네요. 하지만 다른 때에는 【마비향】 【독향】 【매료향】 등. 더 악랄하다면서요?”
“그렇다. 오히려 수면향이 가장 편하지.”
“···어째서 선조님은 이런 곳을 만드셨을까요.”
“오직 스테이터스만으로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된 마냥 굴지 않기를 바라셨으니까. 스테이터스가 높은 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위에 서면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만 판단하게 된다.”
내 말에 이브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쓰게 웃었다.
“······그렇네요. 이 제프린은 【모든 환경에서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라고 하셨으니까요. 마치 저를 질타하시는 것 같네요.”
이브의 자조.
그래. 이브는 자기 루트가 아니면, 모든걸 스테이터스로 판단하는 멍청이가 된다.
“무얼. 지금의 너라면 괜찮지 않겠나.”
“진심이에요?”
“네가 세상을 판단하는 근거가 스테이터스라면, 내가 원정에 합류했을리도 없으니 말이다.”
“···그도 그렇네요.”
이브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우물쭈물 거리는게 채금당한 꼬맹이 같다.
“할 말이 더 있나?”
“저기 ···당신은 괜찮겠어요? 혼자 불침번을 서겠다니.”
“괜찮다. 나는 마력치가 낮아서 수면향에 저항할 수 있다.”
“···좋아요. 이번만큼은 믿고 의지하겠어요.”
“대신 내일 수면시간은 확실히 보장받을 거다. 깨우지 말도록.”
그 뿐만이 아니다.
내 황실 혈통 특성은 모든 정신계 상태이상을 무효화한다.
“저는 그럼 야영지 설치를 도와주러 가 볼게요.”
“음. 수고하도록. 야영지 설치에 도움이 안 된 만큼 요리를 하도록 하지.”
“기대할게요. 그리고 울프람.”
“뭐지?”
“···고마워요. 또 여러모로 신세를 졌네요.”
이브는 떠나기 전, 나에게 작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달아나듯 멀어졌다.
***
식사는 편하게 끝났다. 대충 이것 저것 다 밀어넣고 버터넣고 끓인 스튜는 생각보다 평이 좋았다.
그렇게 하나 둘. 핫팩의 개량판을 들고, 자신의 텐트로 들어갔다.
앞서 말했듯 오늘은 나 혼자서 불침번을 서야 한다.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 다닥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내 옆에는 눈을 감고 있는 파트라슈. 그리고 작은 인형 하나. 그리고 봉투 하나.
【수면향이 당신의 정신을 침윤합니다.】
【급격한 잠이 쏟아집니다.】
【마력이 높을수록 저항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압도적으로 낮은 마력치가 저항에 성공합니다!】
【황실 혈통이 발동됩니다!】
【모든 정신 오염은 당신의 위대한 의지를 꺾지 못합니다!】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겼다.
누가 보면 잠이 든 것 처럼 느껴지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그러고 있자니 멀리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청한 사람들. 여기가 어디라고···.”
“너만 하겠나.”
“뭐···!?”
잽싸게 달려들지만 15의 재주는 나로 하여금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줬다.
【저주돌이】에 포츈 쿠키를 쑤셔 박을 정도의 시간은 널널하게 얻을 정도의 시간은 충분하다.
“끄어······.”
“괴로운가?”
“자, 잠깐 이 빌어 처먹을 복통은 우, 끄으윽···.”
“뭐겠나, 네가 나에게 건 저주지.”
“다, 당신 혹시 울프람···.”
“황족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게 되어 있나?”
“구에······엑.”
나 이영진.
비참해도 살지언정 비굴하게 살지는 않는 남자.
꼴받게 하는 자가 있다면 백 배 갚아주고,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선 채로 죽을 각오가 된 남자.
그런데 얘는 누구다?
나한테 선빵 쳐놓고 아직도 살아있는 빌런이다.
나한테 저주보내. 이브한테 저주보내.
그러면 제가 어떻겠어요.
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앱솔루트 제로 절대영도 슈퍼 쿨가이 영진이라고 해도 화가 나겠어요 안 나겠어요.
뭐? 평소에도 저주돌이에 포츈쿠키 쑤셔박으면서 화풀이 하지 않냐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죽이지는 않을게, 너도 나중에 스토리에 필요하니까.
그런데.
“열 받는군.”
“끄······어어······.”
나도 꼴받으니까 이해해 줄거지?
싫다고?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겠냐. 네가 이해해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