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59)
158. 악랄하고 두려운 보스
앱솔루트 쿨가이 슈퍼 영진으로서 살았을 때 이야기다.
솔직히 시설에서 나름 열심히 착하게 공부하며 살았던 이영진이 비뚤어진건, 아마 공부를 열심히 해 봐야 대학 진학은 답도 없다는 걸 안 시점이었을 거다.
물론 처해진 상황에 불평을 말 할 수는 있어도, 그게 내가 세상을 대충 살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세상을 조금 니힐하게 바라봤을지언정,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버린 적은 없다.
가뜩이나 세상이 시설 출신이라고 눈치 주는데 그거 때문에 비굴하게 살면 더 비참해 질 거 같으니까 이 악물고 독하게 살아야지. 내가 나를 포기하면,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렇게 군대도 갔다 오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숙소 노동자도 해보고, 일당도 조금씩 더 받아보고 하다가 디스크 터져서 편의점에 짱박았지만, 그래도 건전하고 바른 청년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가 살면서 깨달은 것은 재미있게도 【어느정도 개처럼 살지 않으면 호구 잡힌다.】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짬 때리고, 우습게보고 거기에 고아 출신이라고 밝혀진다? 이렇게 편한 새끼가 없어요 이게.
남들한테 ‘인간으로서 급이 낮아보이게 되는’ 상태이상이 걸린다니까?
그러니까 나한테 띠껍게 구는 놈들은 정확하게 받아쳐 줘야 한다. 라는 삶의 지론을 배운 이후로 모두에게 착하고 다정한 희망의집 슈퍼스타 이영진에서, 냉혹함과 냉철함의 상징 절대영도 쿨가이 슈퍼 이영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눈 앞에는, 나에게 한 번 시비를 걸었던 빌런이 있다.
나를 아주 꼴받게 한 빌런이 말이야.
주위에 깨어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대놓고 까지는 못했겠지만, 고마워요 흑록의 밀림. 고마워요. 하르크 폰 로엔그린.
모두가 잠든 시간. 깨어있는 단 둘.
“앉아라.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누가 당신 따위······으그으에에엑.”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나는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아 알겠······우극 그어어억. 하, 하겠다고 했잖아···요!!”
“느리다. 황손을 기다리게 하지 마라.”
“······.”
자.
즐거운 토킹 어바웃의 시간이다.
울프람은 시비를 건 분충은 용서하지 않아요.
***
녀석은 비틀거리면서 내 옆에 주저앉았다.
로브 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머리카락. 얼굴은 최대한 숙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그 녀석이다.
4막의 보스. 에르헬.
“당신···은 어떻게···.”
“나를 모르나? 이상하군. 저주까지 걸었던 대상 아닌가?”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 전하를 붙여라. 어리석은 놈.”
원래라면.
원래라면 내가 계급을 앞에 내세워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급 귀족인 밀푀유에게도, 심지어 평민인 네프티에게도 ···단 한 번도 황자전하를 붙이라고 한 적은 없다.
내가 그녀들에게 한 번이라도 권위를 내세운 적이 있나? 당연하다 그들은, 내가 황자가 아니라도 무시하지 않는다. 허나 이 녀석은 다르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거나, 선입견을 가졌거나 그런게 아니라 ···태생이 다르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
“【전하를 붙여라.】”
“······우윽.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 전하···!”
“자. 그럼 얼굴을 보여봐라. 황손 앞에서 얼굴을 가리는 것 만으로도 대죄임을 모르겠느냐.”
“그, 그건···. 하, 할수 없어요. 우그에에엑···.”
황실 혈통을 켜자마자 인상을 팍 찡그린다. 저주 인형에 포츈 쿠키를 몇 번 쑤셔 넣어도 스스로 저 후드를 벗을 마음은 없나보다.
그야. 녀석의 정체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같잖은 인식 장애로 얼굴을 감추면, 그 더럽고 습한 냄새까지 감춰지는가?”
“무, 무슨 의미신지···.”
“악취가 풍긴단 말이다. 더러운 이종의 악취가. 내가 누군지 잊었는가? 내 친히 단죄해야겠나?”
“아, 알겠습니다. 알겠으니 살려주세요···!”
후드를 걷어 올린다. 보이는 것은 길고 긴 붉은 머리카락.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이마에 나 있는 두 개의 뿔이 인상적이다.
뭐 말 할게 있나. 저것만 봐도 얘가 뭐겠구나, 하고 바로 감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4막 보스.
검은 깃발의 간부 에르헬
종족명 【마족】
“과연.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어째서 마족이 제프린에 붙어있지?”
“···말할 수 없···다. 아니 없습니···다.”
“내가 단죄한다 하여도?”
“···히, 히이······.”
그 말에 놈의 몸이 덜덜 떨린다.
아마 원작 설정 기준으로도 부스트 단기전이라면 2티어급 캐릭터들과 준하는 이 보스는, 나를 보며 지나치게 겁먹고 있다.
그야 그렇겠지.
몇 번이고 말하지만, 하르크 폰 로엔그린은 천계와 마계에 쳐들어가 인간계의 자주권을 지켜냈다.
그렇다면, 자주권은 어떻게 지켜지는 것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영토 내의 즉결 심판권.
여기까지 설명하면 알 수 있겠지만, 로엔그린이 중간계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천사】 【악마】를 인간계에서 상대할 때 즉결 심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내가 지금 이 녀석을 향해 황실혈통을 켜고 【죽어라】라고 명령하면 죽는다.
그래서 이브 루트에서는 천사나 악마가 적으로 나서면, 성광창으로 찌르면 한 방에 간다.
그게 【이브 루트가 개날먹인 이유】다.
다른 루트에서는 이브가 맛이 가서 파티에 들어오는 일이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루트가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저, 저기···.”
녀석이 울먹이며 나를 올려본다.
이것도 다 구라다. 마족은 태생이 강자에게 빌붙고 약자에게 강하며, 허세를 부리고 언제나 뒤통수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게, 이들에게는 그냥 당연한거다. 종족적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족이 동정심을 구할 때는 결코 동정해서는 안 된다.
봐. 쟤 눈깔 금빛으로 번쩍거리는거.
【반마족 에르헬이 당신의 동정심을 삽니다.】
【황실 혈통은 지고하니 모든 정신 간섭을 무효로 되돌립니다.】
어허. 정신 못차린 거 봐라.
“또 한 번 허튼짓을 할 경우, 죽이겠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에르헬은 어기적거리면서 내 옆에 주저앉아서 무릎을 꾹 끌어안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황실 혈통의 고유 능력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집행자(EXECUTIONER)】
【삼계협정(三界協定)에 의거 마족과 천족에 대한 즉결처분이 가능합니다.】
【반마족 에르헬을 상대로 발동 하시겠습니까?】
그 이유야 뭐, 황실혈통이 내게 떠들고 있고 있는 저거 때문이고 말이야.
“이름은?”
“에르헬. 에르헬 미스틸테인.”
“말이 짧군.”
“에르헬 미스틸테인입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전하 ···훌쩍.”
얘한테는 좀 기강을 세게 다져야한다.
안 그러면 깝쳐요.
처음 만날때도 후후 멍청하긴 같은 소리를 하는 삼류 악당이니까.
사실 공식 설정 상에서도 드러난게 몇 개 없는 보스긴 하다.
붉은 장발이 매력적인 미녀. 그 정체는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라고 해놓고 끝나서 말이야.
내가 아는 거라고는 반마족이라는 거 하나하고, 나대는거 정도?
이브 루트에서는 4막에 퇴치당한다. 그리고 다른 루트는 등장 없음.
전체적으로 이브 스토리가 황궁 암투나 켈터스와 이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져 있어서, 외부의 적 같은건 대충 쓴 경향이 있긴 하다. 이브 루트는 최종보스 빼면 대충 다 그렇다.
그도 그럴것이 마력치 22로 무서운 적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나도 얘하고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은 처음이다.
“후윽···. 힝···. 으아앙······. 나는, 나는 왜 이럴까······. 또, 또 실패했어······.”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울기 시작했다.
···돌겠네 진짜.
“뭘 울고 있지. 난 대화를 하자고 했다.”
“흐끅···. 조, 죄송합···흑. 끅······. 합니다.”
“······.”
그.
흔히 있지 않은가.
어린애한테 울지 말라고 다그치면, 거기서 뚝 그치는게 아니라. 계속 울면서 딸꾹질하는거, 숨 넘어갈 거 같은거.
눈물은 줄줄 흐르고 입으로 숨을 못쉬고, 콧물 흘러내리고 눈 퉁퉁 불면서 어떻게든 어른이 한 명령이라 안 울려고 하는데 숨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거.
“울지 마라.”
“아, 안 울어요. 안 우니까···. 흐,흑 끅······.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물이 줄줄 흐르는 에르헬을 보며, 나는 모닥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물에 코코아 빈즈 가루를 풀어서 건넸다.
이거 랜덤재배로 나온거라 귀한건데, 혼자 마시려고 한 건데···.
어쩔 수 없다.
“마시겠나?”
“······이, 이걸 먹으면 죽나요? 살려주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먼저 한모금 들었고, 그제야 독이 들지 않았음을 깨달은 에르헬은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고는 눈을 빛냈다.
“와아···. 달다아···.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조금은 안정이 되었는가? 그렇다면 진짜 대화를 하도록 하지.”
칼들고 상담하는 사람은 없듯. 나는 내 왼쪽에 저주 인형과 포춘 쿠키를 두고, 오른쪽에 있는 그녀에게 말을 던졌다.
“대화···. 라고 하심은?”
“나는 너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그러니 순수하게 묻고 싶은게 많을 뿐. 네가 건방지게 굴지 않는다면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
“아, 안 할게요. 뭐, 뭐든 말씀드릴게요. 다 말씀드릴테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대화 할 준비가 되었나보군. 무얼. 네 말대로 허튼 짓을 하지 않는다면 죽일 생각은 없다. 한잔 더 마시겠나?”
“네. 네에···. 감사합니다.”
에르헬은 이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다시 코코아에 집중했다.
한 모금 마시고는 우물쭈물 한다.
“왜 그러지.”
“뭐, 뭐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보통은 이럴 때 무슨 이야기를 하나요···?”
그러면서 이쪽을 한 번 보고, 코코아를 보고,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우물쭈물하고, 코코아를 한 잔 더 따라주면 방긋 미소짓고 다시 마신다음 우물쭈물한다.
아. 진짜 찐따같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해?
“어째서 제프린에 있는가 그것 부터 이야기 해 보도록. 마계의 문은 이미 닫혔을테니, 너는 삼 백년 이전 부터 인간계에 존재하는 【잔류자】의 후예 아닌가?”
“마, 맞아요! 저, 정확히는 잔류자가 인간과 맺어져 태어난 【하프 데몬】이에요. 반마족이라고도 부르는 그런···. 그런 존재입니다.”
“더욱 신기하군 하프 데몬이 제프린에 있지?”
“그, 그게 저는 어머니 쪽이 인간이셨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인간처럼 살길 바라신다면서 높은 마력이 있으면 제프린에 입학해서 정체를 숨기면서 살 수 있을거라고···. 그래서 제프린에 왔는데···.”
슬픈 이야기군.
“그대로 졸업하면 그만 아니었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갔으면 됐을 일이다.”
“······처,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는데요. 수, 숲에서만 나고 자라서, 상식이 부족해서 ···마법학부인데, 따돌림 당하고, 친구는 없고···. 정체가 들킬까 매일 불안하고 그래서···. 수업 못 따라가서 ···퇴학······. 윽. 으흑···.”
“······.”
그 슬픈 이야기가 찐따같은 이야기로 변질됐다.
“그래서 결국, 적응을 못 하고 검은 깃발이 되었다.”
“네에···.”
친구도 못 사귀고, 적응도 못하고, 매일 불안감에 시달려서 결국 퇴학당한건가.
찐따력도 이정도면 이브를 가볍게 뛰어넘는데. 역시 이브를 엿먹인 빌런이라 할 수 있다.
“왜 검은 깃발에 투신했지? 그냥 제프린을 나가면 될 텐데.”
“그 그게···. 거, 검은 깃발은 저주 물건 몇 개 만들어주면 잘 곳도 주고, 밥도 사먹을 수 있고 ···제 정체를 궁금해 하지도 않고, 간부로 대우해주고 해서···. 혼자 놀아도 안 괴롭히고···.”
“그런가.”
“저, 저주를 건 이유도 ···다, 다들 잘 나가니까. 부러워서. 그래서 저도 모르게···. 죄송해요. 죄송해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
“나, 나도 잘 하고 싶었어요. 저도 억울해요···. 하지만, 마법학부 애들은 밖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인데, 이제 와서 친구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다들 파벌이 생기고···. 나만······. 나만 친구 없어서 밥도 화장실에서 혼자먹고오오···.”
아르헬은 다시 무릎을 끌어안고는 오열했다.
과연.
그런가. 그렇군.
얘 때문에 이브 루트 망한것만 생각하면 화가 잔뜩 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미 스킬 발동이 뜬 이상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어머니 유언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왔다가 수업 못 따라가서 흑화한 찐따A를 아무런 생각 없이 죽으라고 하기도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음.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내가 열 받은 거랑, 얘가 불쌍한 건 또 별개잖아?
대충 판결이 나왔다.
“사연은 충분히 이해하나, 네 죄는 깊다. 알량한 질투심으로 인간계에서 난리를 피운 것도 모자라, 황손을 저주한 죄. 본디 죽어 마땅하다.”
“······사, 살려주세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뭐든 할게요. 살려주세요···.”
“허나 너의 그 박쥐처럼 얕은 꾀에서 나온 저주는 결국 황제의 피를 침범하지 못했으니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또 아니지.”
“·········네?”
“자. 네가 알고 있는 검은 깃발의 정보를 모두 불고, 네가 죽을 때 까지 나에게 충의를 맹세한다면,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아르헬이 눈을 껌뻑였다.
이해가 안 돼? 더 설명해 줄까?
“마족은 본디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마왕의 힘을 빌리는 존재 아닌가. 비슷한 것이다.”
“그 그렇다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 전하께서···!”
에르헬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덜덜 떨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제 ···주인이 되시는 건가요?”
“그렇게 볼 수 도 있지. 네가 충의를 다하는 한, 나는 너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하, 할게요···. 하겠습니다! 살려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검은 깃발의 정보를 바치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제 주인이 되어주세요!”
“좋다. 빠르게 정보를 읊고, 이 자리를 떠라. 다음부터는 내가 부를 터이니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노, 놓아주시는건가요! 저를 거두어 주시는 건가요!”
“흥. 황족이 마족을 어찌 곁에 두겠나. 단. 허튼 생각을 할 경우 나는 즉결 처분을 내릴 것이다.”
“네, 네에! 감사합니다! 가보겠습니다!”
“뭐 하는거지?”
“···네?”
“검은 깃발의 정보를 내놓으라 하지 않았나.”
“아, 마, 맞다. 네. 지금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저희 비밀기지는 여기에서 북쪽에 있는데요. 정찰병이···.”
와. 진짜 잘 분다. 입에 모터달았냐.
그렇게 북쪽에 있는 비밀기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분 에르헬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야, 약속대로 다 말씀드렸어요. 이, 이제 약속 지켜주실거죠?”
“물론이다. 살려주지. 가도록 해라.”
“아, 아 그거 말고···. 또, 또 있지 않나요?”
“음? ···아. 그렇군. 그래. 너를 거두어주마. 대신 우리의 관계는 철저하게 비밀이 될 것이다.”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주인님! 강녕하세요!”
그리 말하며 에르헬은 물러났고 두 걸음 걸을 때 마다 뒤로 돌아 나를 힐끗 바라봤다.
하이고, 안 죽여요. 안 죽여. 내가 손을 휘휘 내저으니 움찔 떤 에르헬은 재빠르게 달아났다.
얼마 후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자. 수면향이 풀릴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불침번 선 흔적을 정리하려고 할 때. 머릿속에서 메세지가 울려퍼졌다.
【반마족을 수하로 두었습니다.】
【죽이지 않고, 지배하는 길을 걷습니다.】
【황실 혈통은 당신의 그 긍지높은 패도(覇道)에 긍정의 뜻을 보냅니다!】
“······.”
너는 또 왜 그러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