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60)
159. 히트가이 울프람
“···우으. 흐아아아아.”
이브 폰 로엔그린은 기지개를 쭉 퍼며 깨어났다.
수면향이라는 것이, 완전히 마력과 동화해 잠을 자게 해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으나, 자고 일어나니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잤네요.”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깨어난게 얼마만일까, 마력을 가볍게 돌려 손 끝부터 머리카락의 끝단까지 일회전 시키고 스스로의 마력을 점검하니, 9할 이상을 쓸 수 있었다.
평소라면 7할, 아니 그것도 많이 잡은거고 바쁠때는 3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천성적인 불면증. 과한 피로와 정신적인 핍박은 이브 폰 로엔그린으로 하여금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수면에, 이브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만약 이렇게 자고 있을 때. 공격이라도 당한다면.”
물론, 그녀의 자동 마법 장벽은 그런 만에 하나 일어날 공격마저 방어한다. 마신재림이라는 혈통의 특성도 있고, 진짜 위험해지면 강제로 몸을 사출해서 학생회실에 꽂아버리는 보호 마법도 있다.
다만···.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알고 있다.
자신의 마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공격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주】는 마력으로 극복 할 수 없다. 만약 이런 숙면을 취하고 있을 때, 저주로 악몽이라도 꾸게 한다면 이브는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검은깃발이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알고 있었고, 두려움에 잠 못 이루나 했지만.
잘 잤다.
무척이나 푹 잤다.
이브는 옷을 챙겨입고, 몸단장을 마치고, 머리를 올려묶고 텐트를 나왔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브는, 그가 싫지만 그럼에도 그 정당한 노동에는 치하해 줄 의향이 있었다.
“울프람. 지난 밤 고생 많았어요.”
“무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걱정이군.”
“뭐가 말이죠?”
“지금부터 리어카에서 수면을 취할 것이다. 솔직히 ···약한 소리는 하기 싫지만, 이제 한계군.”
그리 보니 울프람의 눈 아래가 퀭하다.
하루 밤 샌 것 만으로도, 그의 체력 수치를 생각하면 이미 한계. 아마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겠지.
“아, 소음 때문인가요?”
“아니. 소음은 파트라슈가 염동력으로 소리를 고정시켜주기로 했다. 그건 문제가 없다. 험한 곳에서도 잘 자는 편이니.”
“그렇군요.”
또 묘한 허세를 부린다. 어렸을때는 최고급 침대가 아니면 잠들지 못했으면서.
글래스트헤임 기숙사에서도 그의 침대는 특별 발주였다.
최근 편의점에서는···.
어라. 그런 침대가 편의점에 있었던가? 이브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려 할 때. 그 잡념을 울프람이 말로 끊어냈다.
“아무튼, 걱정하는 것은, 내가 잠들었을 때. 네녀석들이 원정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그거 하나 뿐이다. 물가에 내놓은 애들 같으니 말이다.”
“쓸대 없는 걱정이네요. 저희도 이제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가. 그렇다면 안심이다.”
“······흥.”
울프람은 알겠다며 자연스레 웃었다. 한 번 더 공격이 치고 들어 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의 체력도 남지 않은 건가 ···아니면 진짜 안심한 걸까.
“이브. 이걸 받아라.”
“뭐죠. 이건?”
“이 근처 어디쯤에 검은 깃발의 본진이 있을지, 어떤 식으로 배치되어 있을 지 적어 본 지도다.”
“······실제로 가보지 않았다면 다 공상이나 허세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받아도 된다만.”
“받아둘게요. 쓸모가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지도를 받아 얼핏 보니, 꽤나 상세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브가 이 정보의 출처를 묻기 위해 고개를 들어 울프람을 찾으니, 울프람은 꺾은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이미 리어카 근처로 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잡아 세웠다간 정말 쓰러져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 할 수도 있기에 이브는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파트라슈도, 아일라 트라이스타도 다 잠든 깊은 밤.
혼자 불침번을 선 울프람은 모닥불도 껐고, 뒷정리도 확실하게 했다.
힐끗 봐도 씻어 놓은 컵은 물기를 머금고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거기서, 이브는 보았다.
깨끗하게 씻은 컵. 물기가 채 씻겨나가지 않은 컵은 단수가 아니었다.
“···컵이 두 개?”
······어째서?
혼자서 불침번을 서는데 컵이 두 개 일 필요가 있나?
하나를 쏟았다고 한들, 보통 다른 컵을 꺼내나? 그걸 씻어서 바로 쓰지 않나?
아니면.
울프람은 대체 지난 밤. 누구와 여기서 대화를 나눈거지?
***
“후후. 울프람 깨어났나요?”
“음. 얼마나 잠들었지?”
“세 시간 정도 잔 듯 하네요.”
아직 피곤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만 하다. 어깨를 살짝 돌리자 뚜둑 소리가 났다. 근육이나 뼈가 상한게 아니라 이 몸이 원체 약골이라 그렇다.
“그렇군. 어디쯤 도착했지?”
“라피스라줄리가 감지해본결과, 여기서 삼 십 분 후면, 놈들의 후방을 칠 수 있다.”
“답변 고맙군.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그런데 멈춰있는 듯 보인다만.”
“너 때문이다.”
“······?”
“네가 주군께 지도를 넘겼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정보가 무척이나 정확했다. 그래서···.”
“아, 그렇군.”
추가적으로 얻어낼 소스가 있는가, 그런 것들?
미안하지만 그런건 없다.
그런건 없긴 한데···. 다들 눈이 초롱초롱하다.
즉 작전회의를 해야 하는데, 암묵적으로 나를 헤드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런데.
너희들 세잖아.
그런데 작전이 왜 필요해. 딜로 찍어 눌러. 원래 진정한 택틱은 딜에서 나오는거야.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이들의 눈이 너무나 초롱초롱하다.
“후후. 다들 눈이 반짝거리죠? 제가 자랑을 좀 했답니다.”
“···아일라.”
대체 뭘 한거냐.
“울프람은 정보를 하나 얻음에도 가장 치명적이죠. 그리고 그걸 자랑하지 않아요. 저는 그런 울프람의 대단함을 칭송했을 뿐이에요!”
“예. 저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답니다. 황자전하.”
“이 이졸데 또한. 황자 전하의 혜안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인정하도록 하지. 너는 유능하다. 울프람.”
레지나가, 이졸데가, 실피아가 나를 인정한다. 아일라는 옆에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콧김을 흥! 하고 내뿜고 있다. 넌 대체 뭐가 그렇게 신난거냐.
“자. 작전회의를 시작하죠. 돌입부대는 저희 일곱은 지금부터 적지로 돌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거 없는데 너희들 개 쩌니까 알아서 한 명당 적당히 스무명 정도 붙잡으면 어떻게든 퀘스트 클리어 되지 않을까? 라고 하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거기에, 애들 얼굴 좀 봐라. 나름 원정 경험이 있는 이브, 아일라, 실피아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이브의 그 말에 모두가 움찔 하고 떤다.
차갑게 가라앉는 분위기.
그게 지금 작전회의를 진행하는 녀석이 내뱉을 말인가?
이 녀석들에게 필요한 건, 그런게 아니다. 멍청아.
여기서는 싸늘하고 냉혹하고 냉정하며 냉엄한 쿨가이 이영진이 아니라 36.5도의 타오르는 체온을 가진 히트가이 영진으로서 한 마디 해야겠다.
“【어리석군. 이게 현 수석 차석들이 보일 추태인가?】”
“······네?”
“【대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겁먹고 있지?】”
짜아슥들아 나때는말여···. 같은 의미는 아니다.
내가 틀딱 꼰대일리는 없잖아. 그냥 이건 좀 더 열심히 살아 본 인생 선배가 하는 조언이다. 알겠냐. 잘 들어라.
“【너희들이 나날 정진하며 쌓아올린 무력은, 중도에 포기해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간 버러지 백, 이백 앞에서 무릎꿇을 것이었나? 너희들의 수학은 그리 가벼운 것이었나? 십만 제프린의 수석과 차석은 이리도 나약했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게임이라면 나는 이 에피소드를 지금 당장 돌입해서 끝장내고 돌아 올 자신이 있다.
“【일대 다수 난전 특화인 보석검 이졸데 크엘이 있고, 공간 지배의 마도상인 레지나 시엘라가 있고, 다재다능의 정령검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가 있으며, 중거리, 원거리, 근거리 모두 커버 가능한 올 레인지의 마도사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마력치 22의 이브 폰 로엔그린이 있다. 너희들은 이 십만의 하늘에 서 있는 자들이다. 헌데 도적 나부랭이 백에게 겁을 먹어? 수치를 알아라.】”
있는 힘껏 비웃음을 지어주자 눈에 불길이 타오른다.
그래. 이거지.
5코 5/5도발은 옳다.
“【물론 너희들의 두려움이 스스로의 무력이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옆에 있는 동료가 나를 돕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겠지.】”
내 말에 아일라와 레지나가 서로 살짝 몸을 떨었다. 쟤네는 뭐, 앙숙 중의 앙숙이니까. 싸우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마법 한 두발정도 최강화 걸고 쏠 수도 있긴 해.
“【허나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내가 있다. 가진바 무력은 후열에 어울리지만, 그렇기에 전황을 파악하고 너희들의 눈이 되어주마. 전장을 파악해 위험한 곳에는 파트라슈를 출병 시킬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도록. 내가 있다. 동료를 믿을 수 없다면, 나의 지략을 믿어라.】”
그래.
시너지가 부족하다면, 내가 오더를 내릴테니까 알아서들 해라.
아무튼, 그렇게 일장연설을 끝내고 나니 이들의 눈에 불길이 타오른다.
“【자. 출정의 시간이다.】”
내 마지막 말에 내딛는 걸음에 망설임이 사라졌다.
자. 도적 소탕의 시간이다.
***
그 뒤로 우리는 검은 깃발의 본진을 급습했다.
나는 후방에서 레지나의 【늪】의 도움을 받아 하늘 위에 둥둥 떠서 위에 앉아 전장을 탑뷰로 내려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늪의 마력이 내 전신을 핥듯 끈적하게 달라붙어 오긴 하는데 뭐 마법적 특성인가 싶어 그러려니 했다.
원작에 이런 묘사는 없었지만, 현실과 원작은 다른 법이니까.
자. 그리고 내 옆에는 파트라슈가 대기하고 있다.
“파트라슈. 이졸데가 너무 앞으로 튀어나갔다. 다섯 걸음 뒤로 돌아와서 두 걸음 이상 나가지 못하게 지시해라. 실피아는 너무 이브를 신경쓴다. 라피스라줄리를 이브에게 붙이고 자리를 지키라고 해라.”
“알겠다. 주인.”
내 지시에 따라 이졸데는 다섯 걸음 돌아왔다. 눈에 광기가 번들거린다. 저게 몇 번째 마검이더라 ···에메랄드니까 세 번 째던가. 실피아에게서 라피스라줄리의 바람이 분리되어 이브를 감싼다. 그 뒤로 실피아는 확실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거 말고, 광역계열 마법사 셋은 뭐 말 할 것도 없다. 흑수정이 날아다니고, 늪의 주먹이 휘둘러지고, 광창이 쏘아진다.
이 본거지에 있던 검은 깃발의 숫자만 해도 삼 백이 넘는데,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음.
역시 스탯이 깡패라 그런지, 다들 잘 싸운다.
사실 나는 딱히 필요 없지만, 그럼에도 전투에 참여했다는 멋이라도 부리려면 오더라도 내리긴 해야 한다.
개날먹이라고? 어쩌겠냐. 그래도 묻어가려면 이거라도 해야지.
아. 저기 궁병부대 보인다. 후열 기습을 노리는 강습부대다.
뭐 일반 화살로 쏴봐야 무슨 일이 생기겠냐만···.
저거 알려주면 나도 한 팔 거든거겠지? 그렇지?
황실 혈통을 켜고.
“【파트라슈. 후방 기습을 알리고 염동력으로 화살을 멈춰세워라. 전력으로 이행하라. 나의 보호는 잠시 멈춰도 좋다.】”
그 말에 파트라슈가 포효하고, 화염의 길이 이어지고, 그제야 후방을 기습하려 한 부대를 마법사 진형이 눈치챘다.
거기까지 지시하니 다시 한 번 광역마법이 날아든다. 이걸로 기습부대도 끝.
사실 뭐. 내 전투지시는 별 의미가 없긴 했다.
그렇게, 전투가 끝났다.
자세히 보니 사망자는 없지만, 그렇다고 피가 흐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군측 부상자는 없지만, 적군은 뭐 ···그럭저럭 다치고 피도 좀 났다.
그것이 주는 무게감. 두려움.
진정한 의미의 첫 전장을 거친 이들.
허나 누구 한 명 도주하지 않았다. 두려워 하지 않았다.
실로 훌륭하게 싸워냈다.
“【훌륭하다.】”
나는 박수를 치며, 이들을 상찬했다.
“【나는 너희들의 싸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긍지 높은 제프린의 정점의 모습을 똑바로 보았다.】
방금 전까지 이어지던 전투의 긴장감이 풀어진다.
“【수고했다.】”
“울프라암!”
내가 전투 종료를 알리자 제일 먼저 아일라가 미소로 다가왔다.
그 뒤로 모두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으흠.
뭐 한건 없긴 한데 내가 뭐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하나의 난관을 넘어섭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4막중 1장을 넘어섭니다.】
【압도적 지휘로 불리했을 전장을 미래로 이끌었습니다.】
?
뭐야 이거.
내가 뭘 했다고?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렇게 칭찬해도···.
【4막 1장 보상 지급】
【에피소드 공헌도에 따른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급 아이템 티어 상승!】
【6T이하의 장비가 하나 지급됩니다!】
아니 열심히 했지. 솔직히 내가 다 했지.
그러니까 좋은거 줄 거지?
그렇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