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61)
160. 기댈 수 있는 어깨
전투의 열기를 잊지 못한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빠르게 검은 깃발의 압송을 지시하고는 자리를 떴다.
미안, 지금은 너희들과 놀아 줄 때가 아니야.
지금은 보상을 까야 할 시간이다.
【장비가 지급됩니다.】
내 마음을 읽듯 시스템 메세지가 들려왔다. 자. 어떤 장비가 떨어질까.
이게 게임이 아니다보니 인벤토리 개념도 없고, 장비칸도 없으니 그냥 휙 들어오는게 아니라, 근처 어딘가에 드랍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고 주위를 보니, 역시나 눈 앞 바닥에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있었다.
음. ···으음.
이거 맞아?
진짜?
아무리 봐도, 은색으로 보이는 긴 막대.
내 허리보다 조금 더 길고, 끝에는 늑대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막대 전체에 걸쳐서 불꽃의 형상이 양각되어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아이템이다. 그것도 장비.
내가 곤란한 것은, 이게 어떤 효과를 가진 장비냐는 것이다.
대충 내 예상으로는 【중급 크래프트 키트】나 【호문클루스의 알】같은게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런 긴 장비라면 ···봉. 곤. 근접 타격계인가.”
애매하다. 실로 애매하다. 이걸 나한테 줘서 어쩌라는 것이지?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준 건 준 거다. 일단 킵은 해두고···.
봉을 슥 하고 집은 순간 보였고, 느꼈고, 이게 왜 나에게 왔는지 이해했다.
【패도의 은장(銀杖)】
【6T】
【귀속】
【은제 지팡이입니다.
착용시 사용자의 체력 회복에 가산이 붙습니다.
특수 스킬이 붙어 있습니다.
성장형 무구입니다.】
【특수 스킬】
【영웅소집【6T】 파티원과의 유대에 따라 칙용자에게 이로운 효과가 적용됩니다.】
【성장형 무구입니다. 파티원과의 유대에 따라 성장합니다.】
【파티원. 아일라 트라이스타와의 유대에 의해 이미 1회 성장했습니다 (1/5)】
【현재 파티슬롯이 ‘3’ 비어있습니다.】
“미친.”
여기서 성장형 장비가 왜 나와?
내 얼굴은, 기쁨과 당황으로 동시에 일그러졌다.
***
지팡이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이대로도 좋은 장비다.
걸을 때 보조 도구도 되면서, 체력 회복에 가산도 붙는다.
거기에 파티원과의 유대를 쌓을수록 추가 스펙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이것과 동일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같은 루트를 밟은 아이템을 이미 알고 있다.
아마 시작은 동장(銅杖)이었을거다. 그러니까 브론즈 스타트라는거지.
아일라의 신뢰가 충분히 쌓인 덕분에 은장으로 진화했을거다. 이 뒤로는 금장이 있을거고, 뭐 그렇겠지.
분명 엄청 좋은 장비다.
다만 성장형 장비라는 것이, 주로 착용하면서 성장 조건을 끝없이 만족시켜야만 계속 성장해 나가는 장비다보니 육성이 번거롭고 귀찮다.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마관(魔貫)의 직검이라는 성장형 무기가 있다.
이게 키우면 말 그대로 마법 관통력이 계속 늘어나는데, 꽤 긴 시간을 소모해서 마법 방어를 6할을 깎는다고 치자.
그런데 필티아의 시련을 대성공해서마검 스펠디아라비를 뜯어내서 차고 다니면 그냥 반을 깎는다.
즉, 결과적으로는 성장형 무기가 포텐셜이 높지만, 태생이 고티어인 장비를 쥐면 편하고 쉽고 빠르게 썰고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엔드 컨텐츠 하려면 성장형 장비가 있는게 맞긴 한데···.
준건 기쁘지만, 키울 걸 생각하니 막막하다.
“대충 왜 줬는지는 알겠지만 말이다.”
후우.
별거 있나. 시스템은 내가 【에르헬을 종복삼은 것을 칭찬했다.】 거기서 패도가 어쩌고 했고, 그 다음 나를 고평가 한 것은 【전투에서 정확한 지시를 내려 불합리한 전투를 승리로 이끈】것이다.
즉. 시스템이 보기에 나는 【전장을 지휘하며 적마저 포용하는 군주】정도의 포지션 되시겠다. 이 말이다.
내가 이 게임만 몇 만 시간을 박았는데, 이 정도 추론도 못 내리겠는가.
뭐, 시스템이 편의점 사장님을 황제로 보던 말던 그건 차치해두고 해야 할게 따로 있다.
“슬슬 파티 시스템에 등록해야겠군.”
마음으로 생각한 파티원은 있다. 꽤 많다.
우선 아일라. 네프티. 루디카. 밀푀유. 이 네 명이 내 마음속 파티원이다.
그런데 이건 그냥 깐부 같은 거고. 파티에 넣는건 진짜 계약서를 쓴다는 의미다.
솔직히 걔네 다 넣으면 파티 시너지가 터질 거 같긴 한데···.
“음.”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정해졌다.
***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남은 이들은 후방에서 대기하던 인원을 불러 검은 깃발을 압송하기 시작했고, 뒷정리를 하며 그제야 전투의 열기가 차츰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후우.”
“주군. 대승이 기쁘지 않으십니까.”
“기쁘죠. 이걸로 검은 깃발의 기세도 약해졌을 거예요.”
“그런데 어찌 표정이 그리 어두우신지.”
“실피아. ···당신도 웃고 있지 않은걸요.”
“······예. 그렇습니다.”
전투가 끝났을 때. 표정이 밝은 인물은 아일라 트라이스타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졸전(拙戰) 그 자체였다.
첫 출전에 이 정도면 잘 했다? 대승이었으니 만족해도 됐다?
그건 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성장여하에 따라 최강을 자처할 수 있는 보석검. 요정족 내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는 17세에 중급 정령과 계약한 천재. 마력치 20. 21. 22의 괴물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말마따나 고작 도적 몇 백을 처리했다고 해서 기뻐해서는 안 된다.
이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이들은 지배자의 위치에 선다. 이 세계를 이끌고, 때로는 몬스터와의 싸움에 투신해야 한다.
실전의 횟수가 적다한들 제프린은 엄연히 군사학교를 겸하고 있기에 이들은 항상 몬스터와 싸우는 방법에 대해 배워왔다.
그런데, 첫 실전에 돌입하기 전에는 불안감에 몸서리치고, 실전에 들어가니 다리가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실피아. 우리들만으로 이길 수 있었을까요?”
“물론입니다.”
“···진심인가요?”
“······예. 패퇴하지는 않았으리라 확신합니다.”
“허나 누구 한 명은 부상을 입었겠지요.”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 이길 수야 있었겠지.
허나 지금처럼 한 명의 잔부상도 없는 완전한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울프람은 당신에게는 뭐라고 지시했죠?”
“두 가지였습니다. 다섯 걸음 뒤로 물러서서 두 걸음 앞으로 가지 마라. 거기가 너의 영역이다. 주군이 그렇게나 걱정된다면 라피스라줄리를 별동대로 보내 호위에 집중시켜라.”
“깔끔하네요. 정확하기도 하고요.”
“···그건, 그렇습니다.”
이브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하면 아찔하다.
전투의 끝자락. 궁병으로 이루어진 별동대의 기습에는, 이브를 포함한 마법사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라면 마력을 넓게 펼쳐 전장을 파악해야 하지만, 눈 앞의 적이 쓸려나가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아주 잠시의 틈을 보인 것이다.
그 빈틈을 적은 훌륭하게 찔렀다.
허나 그 빈틈마저 읽고 있었다는 듯. 울프람은 그의 늑대를 보내 화살을 막아내고,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상처입지 않는 아름다운 결말을 만들어냈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이브와 실피아만 추태를 보인 것이 아니다. 이졸데 크루얼은 미쳐 날뛰었으며 레지나 시엘라는 전투 중에 시종일관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있는 느낌이었다.
이 전장에서 유일하게 한사람 몫을 다 한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흑수정 아일라 트라이스타 뿐이었다.
그런 그녀도 기습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영창 속도와 마법 특성을 생각하면 화살은 가볍게 막아냈겠지.
“십만의 정점에 설 이들이 무슨 추태냐고 우리를 혼냈었죠.”
그 말이 맞다.
자신들은 엄격하기 그지 없는 이 제프린에서도 내로라 하는 천재.
그렇다면 그런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지휘해 전장을 이끈 그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동시에 이브의 심란함에 공감하던 실피아는, 자괴감에 침윤되기 보다는 주군을 격려하는 길을 택했다.
“다음 번이 있습니다. 주군.”
“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은 원정을 나설 것입니다. 그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요. 그리고 저희와 검은 깃발의 싸움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야 ···그렇죠.”
“그 때도 동행하여 배우면 됩니다. 주군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
“고마워요. 맞네요. 다음이 있죠.”
그제야 이브 폰 로엔그린은 미소로 화답했다.
“기운이 드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실피아.”
“예. 주군.”
“울프람의 행동 양식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네요?”
“······그, 그게 말입니다. 그, 그게요.”
당황하는 실피아를 보며, 이브는 자신이 너무 짓궂게 군 것이 아닌가 하여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다음이 있어요. 다음이···.”
다음 번에는 지지 않을 것이다.
***
원정이 끝나고,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길.
“울프람. 이번 원정은 실로 수고가 많았습니다.”
“음.”
“이번 원정에 대한 계산은 따로 하겠습니다. 이건 공식적인 협조 요청이었고, 공은 제대로 계산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브는 그리 말하고 쿨하게 떠나갔다.
뭐 그건 그렇고.
“아일라는 기숙사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잠깐 편의점에 들려서 숨 좀 돌려도 될까요?”
“그러도록.”
그렇게 중간에 학생회 전체와 찢어졌고, 파트라슈가 끄는 리어카에는 나와 아일라 둘이 탔다.
“이번 원정. 정말 고생 많았어요. 울프람.”
“···음. 나는 뒤에서 편하게 명령 한 것 밖에 없다만.”
“아뇨. 울프람 덕분에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끝난걸요.”
“······.”
음.
이거 참.
아일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서 파티창을 보니, 상태이상 표시가 보였다.
불안. 텐션 저하. 정도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고, 오늘 뒷수습을 하는 모습을 힐끔 봤을 때는 항상 웃고있었기에 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도 않았나보다.
“무엇을 불안해 하고 있지.”
“······네? 저는 괜찮은데요?”
상태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왜 목소리가 떨리고 있나. 아일라. ···나에게 거짓을 말 할 셈인가?”
“······으.”
나의 되물음에 아일라는 그제야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끄덕끄덕했다. 뭘 하고 싶은 걸까.
“두려워요. ···불안해요.”
“뭐가 말이지?”
“···저의 강함이요.”
······.
아 그러세요.
“그런가···.”
“아, 아뇨! 바보 같은 소리가 아니라고요! ···그, 흑수정으로 사람을 때리니까 사람이 붕-! 하고 날아갔잖아요?”
“음. 그랬지.”
“그걸 보니까 무서워져서···.”
“제프린에서도 많이 날려보지 않았나? 켈터스나 ···레지나 시엘라도 그렇고.”
“그, 그건, 적어도 제프린 수석과 차석이잖아요! 버, 버텨줄거라고 믿었어요!”
“광산을 시찰하면서 몬스터를 잡아 본 적도 있지 않나?”
“···심술궂어요.”
아일라는 볼을 부풀리고는 이쪽을 뚱하니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고, 나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했다.
“제프린 밖에서 ···살의를 가진 사람에게 마법을 쓴다. 실로 무서운 일이지.”
“네. 맞아요. 처음 알았어요. 내 마법은 정말로 사람을 죽일 힘이 있구나 하는 불안감. 두려움. 평소와는 다른 열기에 저 자신을 잊고 전장에서 싸우다가 힘조절을 못 한다면···.”
아일라 트라이스타.
원래라면 4막에서, 켈터스와 그 일행을 죽일 각오로 덤벼든 보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마법의 위용을 알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워 하는 모습.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걱정하지 마라.”
“···네?”
“···내가 있다. 내가 있는 이상, 너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장에서도 가장 안전할 것이고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전장에도 서지 않을 것이다.”
“······푸훗.”
“믿어지지 않는가? 내 신뢰도 땅에 떨어졌군.”
“아니, 아니에요. 그냥 울프람은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 전장에서도 철두철미하게 지휘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았죠.”
그야 뭐.
저 정도 전장에 휘둘려서야 이 짓 해먹겠니.
이어서 할 말을 고르고 있자니, 스윽, 내 몸에 무언가가 기대왔다.
내 어깨에, 아일라가 얼굴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울프람을 믿고 조금만 이렇게 쉴게요.”
“···그러도록.”
편의점에 도착 할 때 까지 더 이어 말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