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64)
163. 기간제/30일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파티원으로 쓰기에 썩 나쁜 픽은 아니다.
한 명은 한 달에 한 번 로테이션이 돌아간다고 쳤을 때. 파티에 넣을만한 인물을 전부 추려도 실피아 정도의 범용성을 가진 인물은 없다.
뭐 수틀리면 다음 달에 빼면 그만이고, 얘는 애당초 반 년 후면 졸업하잖아.
허나 문제는.
얘 소속이 학생회라는 점이다.
이브를 빤히 바라보자, 이브는 뚱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다.
“실피아는 제 기사입니다. 로열가드 후보기도 하고요.”
“허나 로열가드의 서약은 아직 맺지 않았다.”
“······윽. 그건 사정이 있습니다. 실피아가 제 로열가드가 되려면 그만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고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알고 있지. 이졸데 크루얼을 쓰러트려야 한다. 그걸 위해서 내 포션의 실험체가 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건 뭐가 다르지?”
“그건, 제 소속이지만 당신에게 협조를 구한거고요. 이건 소속 자체를 당신쪽으로 옮기는 거 아닙니까! 그 독 이빨을 제 기사에게 들이대지 마세요!”
“독 이빨이라니···. 말이 심하군.”
“맞잖아요! 독사의 어금니같은 남자! 독이 묻어있는 이빨로 물어뜯을 셈이죠!”
“흠. 말해두지만 독사의 독니는 대부분 물고 나서 환부에 독을 흘려 넣는 방식이다. 이빨 자체가 독 성분이 있는 건 아니다.”
“······어. 진짜요?”
“음.”
“그렇구나···.”
뭐 얘가 독사랑 만나 본 적이 있겠나. 이브는 이런 사사로운 지식에 흥미가 동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허리 다쳤을 때 D/Z SAGA 파면서 옆에 틀어놓은게 온갖 다큐멘터리였다.
잡학다식. 다재무능. 그게 바로 이 슈퍼 얼티밋 스마트 가이 이영진 아니겠나.
“알고있나? 물뱀은 우선 목을 떨어서 물고기의 방향을 입으로 유도하고 물어 뜯는다.”
“···그렇군요. 자연이란 심오하네요.”
잠시 후 물뱀이 어떻게 물고기를 사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가서 잡학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즈음, 옆에서 으흠. 하고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그래서 저는 어찌 해야···.”
“아. 실례했군.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의 향후 행방에 대한 이야기였지.”
“흐, 흥 나는 ···한 번도 간다고 한 적 없다만?”
“저도 실피아의 소속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나도 둘이 그렇게 싫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만···. 한 가지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군.”
“오해···?”
“애당초 나는 내가 인정한 인물이 아니면, 일원에 넣을 생각이 없다. 마지막 공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자리다. 임시직이라는 이야기다.”
“그럼 어째서? 그냥 다섯 명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실피아를 남은 자리에 추가하겠다고 한 거죠?”
그 말에 이브가 고개를 갸웃하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이 정도는, 이브랑 실피아에게 설명해도 되겠지. 나는 지팡이가 동료를 늘리는 스킬을 줬다고 했고, 파티원이 늘어날수록 이로운 효과가 가중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울프람 ···여섯이 한계라고 했죠?”
“그렇다. 왜 수 천의 마법사를 하나로 묶어서 대혁명이라도 일으킬거라고 생각했나?”
“···솔직히요.”
“흥. 그렇다면 이런 능력 자체를 값싸게 입에 올리겠나?”
“···그도 그렇네요. 제가 당신이었다면 졸프를 위시한 대학원생으로 마법병단을 만들어서, 제프린에서 포털을 타고 황실을 급습, 순식간에 귀족들을 장악하고 옥좌에 앉았겠죠. 제가 방해된다면 제프린에 먼저 사건을 일으켜서 삼박 사일정도 저를 철야시킨 다음. 루디카 핫산 샤도우를 파견해 암살. 축하해요. 다음 황제는 당신이네요.”
······뭐야. 얘 미쳤나봐.
그런 무시무시한 발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니? 나는 진심 생각도 못했는데?
실피아 봐봐, 저 계획을 듣고 덜덜 떨면서 창백한 안색으로 나를 바라보잖아. 안 해. 안 한다고, 옥좌 같은거 줘 봐야 쓸모도 없다고.
“이브. 방금 건 농이 과했다. 옥좌를 입에 담는 건···.”
“알고 있어요. 쯧. 당신이 완전히 옥좌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아니까. 실피아는 죽어도 비밀을 지켜줄 사람이니까 해본 말이에요. ······조금 피곤한 것도 있고요. 방금 건 못 들은걸로 해주세요.”
“못 들은걸로 하겠다. 세력을 갖추고 승산이 있을 때 다시 입에 담도록.”
“······하지 말라고는 안 하네요?”
내가?
내가 왜? 네 엔딩을 몇 번을 봤고, 현 세대 로엔그린 중에 가장 나은건 너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
나는 황제 이브 폰 로엔그린은 찬성이다. 그보다 반대 할 이유가 없다.
“옥좌는 실로 너에게 어울린다.”
“······윽.”
그 말에 이브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아···. 이건 켈터스가 이브를 구해준 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했던 말이었나. 나도 모르게 그만.
“으, 으흠. 그런 허튼 소리는 하지 마시고요. 기간제라고 했지만, 당연히 악독한 조건이 걸려 있겠죠? 당신의 명령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던가?”
“그, 그런 파렴치한···!”
무슨 소리야.
얼마나 건전한데.
“내 파티에 들어오면 그냥 이런 이로운 효과가 있다. 정도다. 한 달 후에는 원한다면 계약을 해지 해 줄 것이다. 내가 바라는 원정에 세 번 동행해 준다면 따로 가입비도 없다. 원정을 떠날 때 필요한 지원은 이쪽에서 다 부담한다. 대신 ···그렇군. 비정규직이니만큼 원정 보상의 분배에는 차등이 있는 정도다.”
···솔직히 말하자.
내 입으로 말했지만, 조금 악랄하긴 하다.
인턴으로 고용하는 대신 일은 다 참여해야 하고, 보수는 짜다. 숙식제공이지만 일당 8만원짜리 막노동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내 말에 이브와 실피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울프람 ···그 제안서 당신이 짠 거 맞아요? 그 밀푀유가 짠 거 아닌가요? 아니면 네프티라던가···.”
“맞다만? 밀푀유가 왜 나오지?”“그런 착한 제안이 당신 머리에서 나올리가 없잖아요!”
거 말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뇨?
“한 달 동안 외부에 세 번이나 동행해서 원정 경험을 시켜주는데 지원도 해주고, 거기에 이로운 효과 상시 적용이라고요? 세상에···. 거기에 차등 지급이라고는 했지만, 주긴 준다는 거잖아요? 다, 다른 독소 조항이 있는거죠?”
이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쪽을 찌릿 노려봤다.
“주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그야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한데.”
봐. 실피아도 이렇게 말하잖아.
“위대한 선조님의 흔적을 쫓는 원정의 일원이 된다는 거니까요.”
“위대한 선조님이라 하심은 초대 황제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에요. 잊어줘요.”
“네. 잊겠습니다.
실피아의 물음에 이브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힐끗. 시선을 허리춤의 지팡이에 던졌다.
아.
아, 그렇구나.
이브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저 지팡이는 ···내가 하르크의 퀴즈 던전을 해결하면서 얻은 것이다.
“오히려 내가 ···오 백 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해야 한다면···.”
···더군다나
이브의 승급 시험의 단서 역시, 내가 하르크의 정보를 은근슬떡 귀띔해줬기 때문에 얻은 것이다.
“음 ···으흠. 어쩔 수 없네요. 실피아가 강해지는 것은 저에게도 든든한 힘이 된다는 것. 실피아. 당신만 괜찮다면 ···한 달 동안 울프람이 이끄는 진영에 합류해도 좋아요. 선택은 실피아가 하세요.”
“······으, 음. 그게 말입니다.”
실피아는 눈을 꾹 감고, 장고 끝에 대답을 내렸다.
“울프람.”
“뭐지.”
“내 ···내가 너의 군문에 속한다고 해도, 내 고결한 정신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다. 알겠나!?”
“······.”
뭘 그렇게 치욕에 부들부들 떠는 거지?
그러면 안 하면 되지 않나?
“그래서 하겠다는 건가?”
“크, 크윽 ···마음대로 해라!”
“네 입으로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
“나, 나에게 이런 치욕을···. 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럼 안 하면 되지 않나?”
“···하, 하면···.”
“목소리가 작다.”
“···하면 되지 않나. ···하면···.”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바람속성/전사)가 파티에 들어왔습니다.】
【6인 전원의 파티가 모였습니다!】
【파티 시너지를 재계산합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모든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때려. 생각은 나중에 하고의 티어가 각각 하나씩 상승합니다.】
【파티 시너지에 뇌 대신 근육이 차셨나봐요(8T)가 추가됩니다.】
【체력이 15이하일 경우. 모든 파티원의 체력이 +1 가산됩니다.】
음.
작긴 하지만, 시스템은 확실히 받아들였다.
거기에, 내가 진짜 바라던 버프가 들어왔다.
【체력 3】
이 세상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전능감이 몸에 깃든다.
단언하지.
지금의 나는 【최강】이다.
뭐 그건 그거고, 나를 꼴받게 한 건 한 거니까.
“목소리가 작다. 실피아. 내 스킬은 지금의 너의 목소리로는 스킬이 발동되지 않는군.”
“하, 한다고 하지 않았나!”
“목소리 크기는 괜찮지만, 리더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한 듯 하다. 존댓말로 다시 해보도록.”
“···으, 윽···. 하, 하겠어···요.”
“좀 더 존경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하면 되잖아요···. 하게 해주세요···.”
“좋아. 임시직이지만, 우리 파티의 일원 이 된 것을 환영한다.”
“···수, 수치스럽다···. 차, 차라리 죽고 싶어···.”
실피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정도로 기뻤나?
***
실피아는 부들거리면서도 내 뒤를 쫓아서 편의점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라.”
“······.”
울먹이던 실피아는 잠시 나를 노려보다 자리에 앉았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반 년 후에 졸업해야 하는 애가 왜 이렇게 애처럼 굴까.
“그냥 맨몸만 왔나?”
“···그, 그냥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그럼 받아라.”
“···이건?”
나는 아이템 제작으로 만든 노트와 펜을 건냈다.
“고급 필기구와 공책이로군. 필시 그 가격 또한 만만하지 않을터···. 강매인가?”
“설마. 모든 걸 의심하는 버릇부터 버려라. 나는 임시직이라고는 하나 ···동료로 들어온 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담담하게 말하자 실피아는 멀뚱멀뚱 눈을 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네 주위에 있는 이들은 다 웃고있었지.”
“이제 알았나?”
“···그런 남자였던가. 잘못 봤던걸지도 모르겠군. 좋아. 그래서 이 필기구와 공책으로 어쩌자는 것이지?”
“음? 선금부터 치뤄야 하지 않겠나.”
“역시 강매···?”
“아니. 선금은 이쪽이 치룬다는 이야기다. 다음 원정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받아 적어라.”
“······?”
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졸데 크루얼을 이기고 이브의 로열가드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무얼 공부해야할지는 뻔하지.”
“설마. 알고 있단 말이냐?”
“그럼. 알다마다. 이졸데 크루얼을 무너트리는 방법. 당연히 알고 있지.”
“······뭐라. 허튼 소리 마라. 이졸데 크루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를 허락한 적 없다! 네가 어찌 그걸 안다는 건가!”
“이졸데 크루얼은 현 4학년 기사학부에서 쓰러트릴 이가 없었을 뿐이다. 그 이졸데가 이브를 만나도 승리할 거 같나? 아니면 레지나 시엘라와 대등할 거 같나? 그도 아니면 루디카 핫산 샤도우에게 이길 수 있을 거 같나?”
“······그건 아니다만.”
현 4학년 중에 히로인이 이졸데인 것 뿐이고, 설정상 4학년 기사학부의 최강이긴 하지만, 이졸데 루트가 편하냐면 결코 아니다.
“자 그럼 받아 적을 준비를 해라. 이졸데 크루얼의 치명적 약점에 대한 교습을 시작하겠다. 우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보석검의 특성인데···.”
“아···. 말하기 전에 잠시만 기다려 다오.”
“뭐지? 준비할 게 있나?”
물론 체력 3인 나는 기다려줄 의향이 있다. 지금의 나는 체력적으로 무척이나 여유로우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실피아는 손을 내밀었다.
“그 뭐냐···. 아직 안 주지 않았나.”
“뭘 말이지?”
“···네가, 아니 너희들이 착용하고 있는 것. 그···. 그 배지 말이다.”
“그렇군.”
그렇군. 그걸 안 줬네.
“주, 주기 싫다면 안 줘도 된다. 나는 임시직이고 한 달 후에 나갈테니까 말이다. 그래. 안 주는게 당연하지. 그야···.”
“받아라.”
“······주는 건가?”
무슨 소리야. 당연하지.
임시 파티원도 파티원인데.
실피아는 내가 건넨 배지를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가슴께에 달았고, 늑대의 눈이 그녀와 똑 닮은 청록색으로 물들었다.
“···됐다. 앞으로 잘 부탁하겠다.”
“음. 이쪽도 짧은 기간이나마 잘 부탁하지.”
그 뒤로, 나는 이졸데 공략법에 대한 수업을 시작했고, 실피아는 수업을 듣는 동안 한 번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