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69)
원작 기준으로, 이브의 분류는 퓨어 메이지다.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근접전에 약하다.
그러니까···. 기본기를 제외하고는 일단 근접 스킬 자체가 없다. 배울 수단도 없다.
얘는 일정 중량 이상의 장검은 못 찬다. 세검도 아슬아슬하고 예식용 단검이나 마법단검. 아니면 중량 제한에서 자유로운 마검정도는 패용할 수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평균치보다는 우위에 서지만, 이게 재밌는게 스테이터스적으로 우위인게 아니다.
이브의 순수 스테이터스를 보면 마력 22를 제외하고 체력은 12. 근력이 9. 재주가 13. 아무리 생각해도 얘가 전사가 되는건 죽었다 깨어나도 무리 아닌가.
그런데 있잖아.
가끔 남들 안 하는거 하고 싶은 애들.
그런 애들이 바로 근접 이브를 키우는 것이다.
애당초 이브를 근접으로 키우는 애들의 발상은 한결같다.
‘이브가 근접이 구린 건 알겠어.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하는게 과연 옳을까?’
포기하는게 옳긴 한데, 말을 들어 먹을 놈들이면 이 게임 안했지.
자 그럼 이브의 근접 육성 루트가 어떻게 되느냐 하면···.
보통 우선 마력으로 육체강화는 마법이 아니니까. 강화만 걸고 해보자. 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전투 스킬을 못 배운다는걸 알고, 결국 평균 근접 스탯이 15에 수렴하는 쓰레기 캐릭터가 되는 것을 깨닫는다.
그 다음은 뭐, 보통 마도구에 의지한다. 대표적으로 흑염단검 【세트】. 마검중 하나로 가진 마력을 전부 근력 체력 재주로 치환하는 미친 마검이다. 단 모든 스탯은 개별적으로 20을 넘기지 못한다···. 라는 제약이 붙긴 한데, 힘 재주 체력 20의 이브로 무쌍찍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낭만이 느껴진다.
‘아냐. 이건 근접캐가 아냐! 본디 근접캐가 언제부터 인챈걸고 버프두르고 마검쓰고 그랬냐고! 본디 근접캐라면 무기 하나와 현란한 컨트롤과 무빙으로 어떻게든 깨는 법이야!’
그리고 이브 근접캐 광인들은 결국 여기까지 온다.
그리고 그렇게 끝까지 가면···.
“맞아 평타. 평캔. 회피. 회피캔. 패링만 죽어라 돌리면서 단검으로 짤딜 넣으면 안 되나?”
로 넘어간다.
법캐도 근캐처럼 다루면 근캐가 되는 법이야! 라는 미쳐버린 발상으로 인하여 이브 폰 로엔그린은 그때부터 사상 최악의 쓰레기 캐릭터로 변모하고. 당연히 그 때부터 이브 루트는 극한의 불지옥으로 변한다.
노 데스로 이브 근캐 육성 엔딩을 본 사람은, 그 카페에서도 단 한 명 뿐이었다.
그게 누구냐고?
“이브. 제대로 움직여라. 너는 더 움직일 수 있다!”
“헉···후읍! 알고, 있어요! 무기만 조금 더 길었더라면···.”
“어차피 너에게 그 이상의 무기는 쥐어 줘 봐야 돼지목의 진주목걸이다! 그 단검으로 만족해!”
“누가 돼지라는거에요!! 그 말 철회해요!!”
“왜. 찔리나? 살은 네가 쪘지 내가 쪘나?”
“아으아아아!!”
그야 누구겠어.
포기하지 않는 뜨거운 영혼을 가지고, 포기를 모르는 언리미티드 챌린지 가이 이영진님이지.
***
오늘의 원정은 나와 네프티. 이브와 실피아.
일종의 황족-로열가드의 야유회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아, 저기 꽃 약초입니다.”
“알고 있다.”
“따와도 됩니까? 괜찮게 팔릴 듯 한데.”
“마음대로 해라.”
“···으음, 원정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따겠습니다.”
이브를 지키기 위해 바짝 긴장한 실피아와 달리, 네프티는 한결 여유로웠다.
“울프람 ···네프티는 로열 가드인데 조금 더 긴장하는게 좋지 않나?”
오죽하면 실피아가 나에게 직접 다가와 그리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선배님. 전방에 돌격 고블린 두 마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거리는?”
“전방 15도. 거리는 900입니다.”
“조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어떻게 눈치챘지?”
방금 전까지 웃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전황을 파악하는 네프티를 보며 실피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 이상하다.
왜 실피아가 감지하지 못했지?
“라피스 라줄리는?”
“이브님의 호위로 돌아섰다. 그야···.”
실피아는 최고 후열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이브를 힐끗 봤다.
맞다. 이브는 지금 ‘전사’로서 이 전열에 합류하고 있다.
단검과 가죽갑옷을 착용하고 걸어서 말이다.
“···후우. 하아.”“그렇군.”
나야 뭐 파트라슈가 끄는 리어카에 타고 있지만, 이브에게 있어서 이 정도 행군은 처음일 터.
이번 원정에서 이브에게 지시한 것은, 가급적 마력을 쓰지 말고 몸을 움직여라. 였다.
허나 최후열은, 몬스터의 기습에 당하기 쉽기 때문에 실피아는 라피스 라줄리를 보호로 돌린 것이다,
즉 네프티, 나와 실피아, 그리고 이브 순서로 대열이 짜인 것.
그나저나 한심하구만.
“이브. 그렇게 걸어서는 원정지에 도착할 수 없다.”
“···시끄, 러워요. 혼자서 리어카에 타서는···. 잘난 척은···.”
“그렇다면 너도 타겠나? 마침 한 자리가 비는군.”
“···됐, 어요. 흥. 아무것도 못하는, 울프람은 ···거기서 잘난 척이나···하고 계세요. 저는 ···전사로서도 한,사람 몫을 ···해낼 겁니다.”
“이것 참.”
아무것도 못한다라.
가볍고 싸구려 도발이지만, 또 그걸 그냥 넘기면 어떻게 고인물이겠어.
여기서는 하나 보여줘야겠네.
나는 고블린을 향해 걸어가는 네프티 바로 옆으로 다가가 작전을 제안했다.
“네프티. 고블린 한 마리를 쓰러트린 후 한 마리는 내가 처리하마.”
“음? 가능 합니다만···. 위험합니다. 갑자기 어째서 그런 일을···.”
“흥. 파트라슈가 도울 것이다. 무얼 걱정하지. 최근 배운 전투 기술을 시험해보고 싶은 것 뿐이다. 명령이다. 이의는 받지 않겠다.”
“···네. 알겠습니다.”
네프티는 불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피아 녀석. 이렇게 주군을 걱정하는 아이인데 뭔 여유 이야기인지.
그렇게 작전을 지시하고 이브 쪽으로 돌아갔다.
“이브, 다음 전투에서 그 단검 좀 빌리마.”
“···무슨 생각을 하는거죠?”
“무얼 보면 안다. ‘한 번’만 쓰고 주지.”
“알겠습니다.”
그럼. 보면 알지.
이후 고블린 두 마리와 조우했고, 한 마리를 네프티가 맡은 사이, 다른 한 마리 앞에 내가 섰다.
“울프람? 여긴 위험하다. 물러나라. 내가 처리하마.”
“너야말로 물러나라. 네 주군이나 챙겨라. 나와 파트라슈가 저런 돌격 고블린 하나를 상대로 고전 할 거라 생각하나? ”
“······알겠다.”
“그리고 이브. 잘 봐라.”
“···네?”
나는 단검을 살짝 빼들었다. 다행히 거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다. 평타 한 번 ···정도는 되겠다.
지금 체력이 3이고 전혀 쓰지 않았음을 계산하면 ···된다.
크에에엑!
고블린 한 마리가 달려든다. 돌격 고블린의 선 동작은 세개. 무기를 머리 위로 치켜들거나 몸을 낮춰서 달려들 준비를 하거나 양 손으로 집고 강하게 후려치거나.
어느쪽이든 전부 모션 준비 동작에 1초 이상 걸린다.
내 체력은 3. 재주는 15. 몬스터의 모션은 1초.
아까 말했지.
근접 이브로 엔딩을 보는 놈들, 결국 ‘평타’ ‘평캔’ ‘회피’ ‘회피캔’ ‘패링’ 밖에 쓸 수 없다고.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은 바로 패링이다.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서 빈틈을 만들고, 다음 공격을 반드시 치명타로 적용시키는 기술.
무도가나, 닌자 직업을 가진 놈들은 이화접목이나 미즈나가시 같은 기술로 더욱 판정이 좋지만, 근접 이브는 기본 패링이나 개쓰레기 판정으로 모든 것을 흘려내야 한다.
패링의 특징은 체력 2를 소모하되 성공하면 1을 돌려받는다.
즉. 반드시 평타 한 번의 기회가 생긴다.
몇 번이고 말 하지만, 나는 유일하게 근접 이브 노 데미지 엔딩을 본 인간이다.
즉. 패링의 성공율은. 만 번 시도하면 ···만 번 전부 성공한다.
돌격 고블린의 두 번째 모션을 단검으로 살짝 밀어 흘려낸다. 그 뒤에 단검을 역수로 쥐어 목 뒤쪽을 가볍게 찌른다. 그걸로 끝.
“···끄엑······.”
단말마와 함께 고블린이 축 늘어지고 나는 리어카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이브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뿐만이 아니라 네프티, 실피아도 눈을 크게 치뜬 채 이쪽을 주시했다.
뭘 꼬나보나. 귀여운 응애들아.
고인물 플레이 처음보냐?
“어, 어떻게·········?”
“전사로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건 이런 거다. 이브 폰 로엔그린.”
“······으, 윽.”
“약속대로 딱 한 번 쓴 단검은 돌려주지.”
아. 팔하고 다리가 떨린다.
결국 체력 2를 쓰고 1을 회복한 상태에서 평타를 한 번 친거니까, 내 체력은 1에서 회복중이다.
진짜. 체력 15만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 끝내버릴 자신이 있는데.
“한달 후면 사라질 체력···. 잃고 싶지 않다.”
그때 나는 체력2로 살아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사무쳤다.
***
가는 길에 조우하는 몬스터와 싸우면서, 이브 폰 로엔그린은 자신의 한계를 직감했다.
짜증나지만 단검 외에는 들 수 없는 체력이라는 걸 알았다.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나 굼뜨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몇 번이고 손을 내밀었다가, 움찔 몸을 떨었다. 진짜 위험할 거 같을 때에는 라피스라줄리가 몬스터를 쓰러트릴 것이고, 자신 역시 마력을 해방하면 저런 최하급 몬스터 따위는 적이 아니다.
알고 있다. 네프티는 자신 대신 충격을 받는 수호방진을 쓰고 있고, 위험할 때는 실피아의 바람의 칼날이 몬스터를 베어내며, 파트라슈 또한 염동력으로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
즉, 자신은 정말로 지금 ‘트레이닝’ 수준의 원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고 있었다.
허나 울프람은 어땠지?
한 없이 실전에 가까운 상황에, 단검 한 자루로 수려하게 몬스터의 공격을 흘려내, 그 뒷목에 단검을 박아넣고 반 바퀴 돌린 후 빼서 걸어왔다.
그것이 얼마나 ‘전투’에 특화된 ‘전사’의 움직임인지 싫어도 알 수 있었다.
그 동작이 얼마나 수려하고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골골대면서 리어카에 누워서 ‘하늘은 저리 청명하며 높지만 나는 기간제로군···’ 같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브는 그 동작이 얼마나 숙련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전 황실 기사단장이 평생을 갈고 닦았다며 연회 때 선보인 검술과 비슷하다···.’
기사단장이 선보였을 때 그의 나이 40세.
하루 10시간 쉬지않고 6년을 연마해 손에 넣었다고 하는 움직임을 겹쳐 보다니, 그에게는 그런 연마의 시간조차 없었을 텐데···.
저것이 재능이라면, 그는 얼마나 저주받은 재능을 타고 난 것인가.
‘만일 그에게 체력이 있었다면···.’
지고 싶지 않다.
저 남자에게는, 패배하고 싶지 않다.
이브는 검을 쥐었다.
이 단검을 쥐고 가장 이상적인 무예를 바로 앞에서 보았으니,
적어도 따라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
꽤 하는군,
그 뒤 이브의 움직임을 보며,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브. 좀 더 적의 공격을 끝까지 주시해라.”
“알고 있어···요!”
악에 받친 듯, 싸우는 그 모습.
무엇이 그녀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인지 몰라도, 방금 전 처럼 약한 소리를 내뱉거나 하진 않는다.
적의 공격을 끝까지 보고, 그 뒤에 움직인다. 진짜 위험할 때에는 라피스라줄리나 파트라슈가 나선다. 그리고 이브에게 들어가는 모든 공격은 네프티가 경감해서 받는다.
그리고 이브는,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그녀가 본디 가지고 있는 천재적인 감각은, 결국 단 한 번 ···패링을 성공시켰다.
허나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뒤에 바로 들어간 치명적인 일격.
몇 번째 조우한 돌격 고블린에게 정확하게 꽂힌 비수.
“···하아. 하아······.”
이브는 나를 보고 웃었다.
허. 참.
나를 보고 따라했다?
저 응애 뉴비가?
건방지군. 정말 건방져.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는 알겠다만 ···어설프다.”
“···흥. 알고 있거든요?”
“허나, 훌륭하군. 노력의 성과다.”
“······윽. 지금 칭찬 ···한 거에요?”
“물론이다.”
이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칭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흠. 어디보자.
잘 했으니까 상을 줘야겠군.
나는 리어카의 도시락 통을 뒤적였고, 이내 그 안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가을 대축제 출품 2호.
“배가 고프지 않나? 자. 수고한 너에게 주는 상이다.”
“이건···.”
버터를 잔뜩 넣은 바삭한 와플 위에 초코 딸기 바닐라 3종 크림. 그리고 위에 사과잼을 듬뿍 바른 울프람제 황홀한 와플.
“···먹겠나?”
“윽 ······으윽.”
이 곳에 온 취지를 잊지 않았는지 이브는 손을 덜덜 떨면서, 그러면서도···.
결국 내가 내민 와플을 잡았다.
“···죽일거야···.”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먹는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죽일 거야아···.”
“맛 없나?”
이브는 와플을 울먹이며 먹는다. 다 먹었다.
“죽이겠어······. 당신만큼은······.”
무얼.
혈통메이트가 다이어트 선언을 하면, 새벽 두시에 짜파로니 두 봉지 끓여서 위에 대패 삼겸살 한 줄 감아서 주는게 정 아니겠냐.
울면서 감사 할 거 까진 없는데 말이야.
[ 168. 말랑 폰 로엔그린2 > 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