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75)
174. 악의 권세 2
솔직히, 이 망토의 성능을 참 많이도 무시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후반부에 가면 마력 제외 스탯이, 상한이 있다는 전제 하에 2,3씩 붙는 장비를 보는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근력 15이하일때 근력+4(단 근력은 15를 넘지 못한다)】같은 아이템은 후반부 일반몹도 드랍 해 준다는 이야기다. 저게 대충 4티어쯤 되나?
그런 의미에서 이 망토는 성장 수치는 적으나 상한이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내가 세력작을 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두 번의 강화에서 체력이 아니라 재주와 스킬을 얻은 뒤로 내 안에서 이 아이템의 가치는 하급으로 떨어졌다. 거기에 스킬도 이펙트 스킬이잖아.
하지만, 그냥 패시브로 좋더라고, 뭐라고 해야할까. 그래 그거다.
한겨울의 아침.
전기장판으로 따듯하게 데워진 솜이불을 몸에 두른 채 그 온기를 즐기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을때의 감각.
박스안에 있는 귤 두개를 집어 들어 가지고 와서 발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을때 그 감각.
그 정도의 따듯함을 나는 지금 이 망토에서 느끼고 있다.
2막 기준으로 이브를 도와 원정을 나섰을 때 만들었던 핫팩을 이 망토 안쪽에 부착해서 걸어다니면,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나 따듯한 세계가.
계절은 이제 9월의 중순이라고 하는데, 제프린은 왜 이렇게 추운지.
그 날 이후로 나의 일과는 이 망토 밖으로 손을 내밀지 않고, 망토를 쓴 채 히죽거리면서 걸어다니는 것이 되었다.
새벽에 장사할때도, 강의를 들을 때도, 편의점에 돌아와서 장사를 할 때도.
물론 주변인들의 인식이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대놓고 물어 봤는데도 그랬다.
“이 아이템은 주변에 위압감을 뿌린다고 하더군, 너희들은 느껴지는 바 없는가?”
라는 나의 물음에 아일라, 네프티, 밀푀유, 루디카는 평범하게 대답했다.
“울프람은 울프람이잖아요?”
“네. 선배님은 선배님입니다.”
“평소랑 크게 다른 점 없으세요.”
“울프람이 달라질게 어디 있겠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역시 티어가 낮은 스킬이라 그런가 크게 적용되지는 않는 듯 하다.
“···아, 아아. 울프람 님. 그 냉혹한 눈동자. 얼어붙을 것 같은 손짓.”
레지나의 반응이 이상했지만, 그건 그냥 그러려니 했다.
쟤를 종잡는 건 무리니까.
그래서, 그냥 그렇게 지냈다.
***
최근 며칠간 제프린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집권했던 그 시절. 악의 학생회가 부활한다. 라는 소문이었다.
“···이건 우리가 조사에 나설 수 밖에 없겠네요.”
그때. 결연하게 나선 것이 바로, 2학년 마법학부 학부생.
학생회 관영 언론인 인 저스티스와 다르게, 황색언론에 한 발 걸친 제프린 신문부의 차기 부장. 데일리 타블로이드였다.
이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초대된 다과회에서 그녀는 울프람에게 황실의 이야기를 가벼이 논하지 말라며 엄중한 경고를 받았지만, 어디 언론인이 압제와 탄압에 굴하던가.
전 신문부 부장도 이브 폰 로엔그린에 대한 특종 기사를 잘못 실었다가 그대로 잡혀갔다.
자신은 그만큼 멍청하지 않다. 취재한다면 울프람이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특종을 일으킬 것이다.
황손에 대한 취재는 본디 엄격하게 금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줄 몰랐다.
“악의 제국의 부활. 이건 참을 수 없어요. 바로 취재에 나서죠!”
“네!”
내년 제프린 신문부 차기 부장은 영상 인쇄용 사역수와 자동 필기 펜을 들고서, 금빛 늑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일주일 후.
“······오늘도 나서나요?”
“무, 물론이에요.”
데일리 타블로이드는, 스스로 자처한 취재에 처음으로 마음이 꺾일 것 만 같았다.
처음에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 대한 분한 마음도 있었다.
고작, 그래 고작 황실 결혼에 대해 한 번 물은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으며 자신을 압박했던 것에 울분을 표하고 싶었다.
그래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망토를 입었다는 것을 주제로 기사를 써내려 했다. 그런데···.
“···흑. 으윽. 히···.”
저 멀리서, 바람이 이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서늘한 바람. 피부 끝에 아주 잠시 느껴진 오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멀리서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각은, 환절기니까, 가을바람이 쌀쌀한가보다. 라고 넘어갈 수 있었다.
허나 악의를 가지고 울프람에게 접근하면 할수록, 바람은 더욱 더 자신을 낮춰 살을 에게 만들었다.
마침내 멀리서 울프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차디 찬 북풍이 불어오고, 오한이 일었다. 저널리즘의 열기가 자신 안쪽에서 차갑게 식어감을 느꼈다.
허나 동시에 냉기의 이면에서 타오르는 열기가 있었다.
저 정도의 남자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면, 다시금 스스로의 권세에 불길을 지피려 한다면, 세상 모든 것을 불태울 정도로 화려할 것이다.
그것이 데일리 타블로이드가 오늘도 취재에 나서는 이유였다.
그러니까, 오늘도 멀리서 울프람의 행보를 기록하고, 기사를 준비한다.
아직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첫 특종은 자신의 손으로 잡고 싶었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울프람을 떠올리는 순간 다각다각 소리를 냈다.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왜 이리 시끄러울까. 그것이 모든 신문부원의 이빨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이빨이 한없이 부딪치면서 울리는 경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원들의 사기가 이래서야, 울프람에게 들킬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한 데일리 타블로이드는 주먹을 꽉 쥐고, 모두에게 담담하게 지시했다.
“여, 여러분들은 오늘 차,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정말인가요?”
“네, 오,오늘 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취재는 저 혼자 나서겠습니다.”
“하, 하아······ 네에!”
그 순간, 모두의 피부에 온기가 돌아옴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척수가 얼어감을 느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울프람을 혼자 조사해?
누가?
내가?
스스로가 내뱉은 말을 다시금 반추하면, 어리석기 그지 없었다.
내년 오늘이 자신의 기일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데일리 타블로이드는 다시 펜을 쥐고 사역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날. 그녀는 보았다.
“저, 저건 ···그레이스 랩의 졸프 선배님? 울프람과 아는 사이였나?”
제프린을 한 번 뜨겁게 달군 대학원생 졸프가, 울프람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울프람은 아무렇지 않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순간, 데일리 타블로이드의 뇌리에 올해 초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일반 학생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가 되어 근황을 알 수 없었으나.
‘한 명의 교수가, 대학원생의 반기에 충격을 먹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라고 하는 사건 말이다.
“······아.”
순간, 수 없이 많은 퍼즐이 데일리 타블로이드 안에서 맞춰 떨어졌다.
“학부에서 세력을 모으는게 아니야. 좀 더 큰 그림···. 그러니까 란티카 그레이스 교수를 나락으로 쳐박은 건 울프람 폰 로엔그린···?”
은밀 행동을 하는 기자로서, 결코 해선 안되는 행동을 했다.
어째서, 자신의 목소리가 이 곳에서 울려 퍼져야 했는가, 그럴 이유는 전혀 없다.
그저 사역마로 장면을 찍고, 이를 문자로 옮겨서, 복제하여 시장에 퍼트린다. 인터뷰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목소리가 이 취재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을 믿을 수 없었던 데일리는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그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실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울프람은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날파리가 있군”
***
어으. 따숩다.
편의점 내부.
코트를 입고서 몸을 데우고 있자니, 졸프가 찾아왔다.
“강녕하셨습니까. 로드.”
“음. 졸프인가.”
“예···! 오늘은 클린 랩 라이프의 건에 대해 보고드릴 것이 있어 방문하였습니다.”
그리 말하며 졸프는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전보다 더욱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는 그 모습.
아, 보고라고 하니 나도 할 말이 있었다.
“학부 교과목에서 란티카 그레이스 교수 대신 새로운 교수가 부임한다.”
“···아. 그렇습니까.”
“별로 놀라지 않는군?”
“제가 속했던 랩의 이야기인데, 제가 모를 수가 없지요. 최근 많이 수척해지셨더군요. 저야 곧 졸업하는 몸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군.”
“헌데···. 그러면 다른 교수님께서 동일 분야의 과목을 맡으시는 겁니까?”
“음. 그렇게 되겠지. 다만 새로 부임하는 교수가 될 것이다.”
“···새로 부임하는 분이 계시는군요.”
그렇게 말한 졸프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뭐. 새로운 교수가 더 개자식이면 학부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하겠지.
하지만 교수가 그 필티아라고 생각하면, 뭐 큰 문제는 없다.
“마법으로서는 이브 폰 로엔그린도 한 수 접어줄 정도로 학식을 쌓은 분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거기에 공명정대한 분이지. 세속에 욕심이 없는 분이라 모시는데 고생을 좀 했다만···. 아직도 믿기 어려운가?”
뭐 필티아는 알아서 잘 할 거다. 내가 거기까지 못박자 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로드. 날파리가 하나 붙었습니다만, 알고 계십니까?”
“날파리?”
“예에. 사역수와 함께 이 곳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저쪽을···.”
그리 말하며 졸프는 손 끝으로 어딘가를 가리켰고, 이쪽을 바라보는 이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과연. 그렇군.
“날파리가 있군.”
내 말에 녀석의 몸이 움찔 떨린다.
“저도 전투 마법사 출신. 말씀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저격도 가능합니다.”
“아니. 내버려 둬라. 저 날파리는 나도 알고 있는 날파리다.”
***
데일리 타블로이드는 다가오는 북풍에 대처할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혹한이 다가오는 와중. 그저 그 자리에 앉아 몸을 덜덜 떨 뿐이었다.
“왜 여기에 있지. 데일리 타블로이드.”
“우,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화, 황자님. 실로 오래간만에 봽습니다. 저, 저는···. 그저 지나치는 길에···.”
데일리 타블로이드가 말을 덜덜 떤다.
지나치는 길이라. 마법 8학부를 어떻게 하면 지나칠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 지나치는 이유를 알면 내 편의점도 부흥할텐데.
“···아!”
“로드. 이것을.”
졸프가 손을 움직이자 데일리 타블로이드가 쓰고 있던 메모가 내 손아귀에 쏙 하고 들어왔다.
메모를 슥 보자 얘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충격!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전 학생회장. 발호!’
‘어둠의 권세. 다시 한 번 제프린에 현현하나!’
‘대학원생을 이용해 교수를 경질?’
‘악의 권세 부활하다!’
뭐야 이거.
발호는 뭐고 권세는 뭐고 대학원생을 이용한 건 뭔데.
애당초 이런게 기사로 나간다고 해서 누가 믿어주기나 해?
“이것 참 눈치 빠른 후배님이군요. 참 곤란합니다.”
아니 졸프야? 너는 또 왜 그런 악당 조직의 3류 간부 같은 말을 하는데?
대체 저게 왜 눈치가 빠른게 되는데?
“사, 살려··· 살려만 주세···.”
아니 너는 또 왜 울먹이는데.
누가 죽인대?
“【조용히 하라. 네 처우를 지금 고민중이니.】”
“···히이.”
음. 얘를 어쩐다.
솔직히 말하자면, 얘가 가지고 오는 정보는 그리 필요가 없다.
호감도가 오르면 교내 특가 할인 숍이나 히든 아이템 정보를 물어다 주긴 하는데, 그건 이미 내 머릿속에 있다.
얘를 쓸 곳은···. 아.
하나 있긴 하다.
“【나는 너를 용서하마.】”
“······예?”
“【네가 여기서 펜을 거꾸로 쥐고, 나의 나팔수가 된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 의향이 있다.】”
“······아. 아아. 그, 그것은. 허나.”
데일리는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녀 입장에서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보다, 내 나팔수가 되어서 시시한 기사를 쓰는 삶을 더 꺼리는 것인가.
음. 그렇다면···.
“【내가 네가 바라는 것을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자. 펜을 거꾸로 쥐어라. 그리 하면 너의 기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방금 전 까지 이빨을 다닥다닥 부딪치던 데일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똑바로 나를 응시하며 한쪽 무릎을 꿇고, 펜촉을 자신의 손에 쥐고 내게 내밀었다.
“악마의 계약도 이보다 달콤하진 않을것입니다. 황자님께서 약속을 지켜주신다면 제 펜은, 오직 당신을 위해 쓰여질 것입니다.”
“【자. 그럼 첫 기사를 정해주마.】”
내가 말한 정보를 들으며 데일리의 눈에 희열이 깃들었다.
“저, 정말 이걸 그대로 내보내도 괜찮겠습니까?”
“【흥. 사실 남들보다 더 슬림하다. 이런 식으로 내용을 적어내면 그만이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네, 네에!”
***
며칠 후.
제프린 일간지 1면에는 ‘가장 위대한 학생회장이 입는 교복 치수에 숨겨진 비밀!’ 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으며···.
그 아래 광고란에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편의점에는 당신이 바라던 먹을것이 있습니다!’ 이라는 텍스트가 크게 박혔다.
와. 공짜 홍보 개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