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76)
175. 악의 권세 3
제프린에는 크게 두 개의 언론이 있다.
하나는 인 저스티스 (IN JUSTICE). 학생회 관영 매체이며 교내 공식 정보는 보통 이 곳을 참고한다.
더럽게 재미없다는 이야기도 돌지만, 인 저스티스는 학생들의 성적을 게시하거나, 교수들의 나팔수도 겸하기 때문에 좋던 싫던 공지사항 대신으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제프린 신문부.
신문부의 경우 어엿한 부활동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교내의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하여 학생들에게 보내준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세간에 내놓는다.
당연히 길드와는 다른 부활동이기 때문에 수익 창출은 금지지만, 제프린 내의 각 길드나 기업이 ‘선순환’을 강조하며 ‘자선’하고, 그만큼 제프린 신문부는 그 기업에게 ‘감사의 표시’로 ‘광고’를 실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제프린 신문부가 내거는 신문. 통칭 데일리 제프린은 더욱 더 과격하고, 친 길드적이며, 줏대가 없고, 황색언론에 가깝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데일리 제프린을 좋아한다. 그에 열광한다.
허나, 그 날은 달랐다.
논조가 달랐다.
현 정권인 이브 폰 로엔그린의 기사를 쓰면서, 그 아래에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광고를 실었다.
몇몇 학생은, 전대 학생회장의 어둠이 이 제프린에 심각하게 퍼져 있음을 깨달았다.
허나 이 상황에서 섣불리 정의를 외치는 이는 드물었다.
한창 때의 어린아이들이라고는 해도 대립하는 둘 다 황손인 점. 그리고 정의를 부르짖기에 제프린은 너무나도 세속적으로 물들었다는 점. 그렇기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하겠다는 점.
마지막으로, 빛보다는 어둠에 더 열광하는 어린 아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허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어둠.
그렇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각 학년에 포진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수족에 집중했다.
1학년 공용학부. 밀푀유 폰 사브레.
2학년 기사학부. 네프테리안.
3학년 마법학부. 아일라 트라이스타. 루디카 핫산 샤도우.
주로 이 네명이 셀럽으로서 가장 많이 입에 올랐다.
누군가는 흑염의 사성좌. 아니면 사신수. 혹은 사대천왕. 부르는 법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지금 제프린에서 가장 뜨거운 네 명이었다.
“반역하고 싶은 날이네요.”
“…그건 평소와 다른건가?”
“제 반역은 매일 더욱 커지는걸요!”
“…그런가. 그런건가.”
“네!”
물론 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1학년 수업.
이 즈음의 제프린 공용학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슬슬 마법학부 학생들은 특별반을 만들어 마법 기초 이론을 듣는데에 반해, 기사학부 진학 희망자들은 더더욱 실기에 목숨을 거는 상황이다.
1학년 2학기의 성적을 기반으로 2학년의 성적을 나누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전에 가까운 대련. 동시에 실전을 상정한 훈련을 무한하게 반복하여 더욱 정확하게 성적을 나누는 것이 …지금 밀푀유가 속한 기사학부 지망생들의 커리큘럼이다.
“거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밀푀유 폰 사브레는, 오늘도 완전한 1승을 거뒀다.
이미 이 제프린에서 그녀의 배틀 건틀릿의 전법을 모르는 이는 없다.
우선 근거리에서 저 손길에 붙잡히면 끝이다. 바로 충격파가 날아와 그대로 기절.
그녀를 상대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허나 거리를 둔다고 무작정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녀의 건틀릿 위에 달려있는 링 모양의 투사체에 맞는 순간 바로 그녀에게 붙잡혀 쓰러진다.
근거리는 당연히 안 되고, 원거리의 투사체도 지나칠 정도로 빠르다. 허나 밀푀유 폰 사브레에게는 큰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태생적 스테이터스의 부족.
가진바 체력도 낮고, 근력도 부족하며, 민첩도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압도적 스테이터스로 난전을 유도하면 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
그리 계산한 붉은 머리의 소년. 켈터스는 한손 직검을 들고 난전을 유도했다.
처음에는 잘 먹히는 듯 보였다. 밀푀유가 아주 잠시나마 당황했으니까.
하지만, 곧이어 그녀의 전술은 켈터스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설마, 주먹으로 연무장의 바닥을 부순 후. 먼지를 일으켜 시야를 차단한 상태에서, 전력질주로 달려들어 후려 칠 줄이야.
그 일격에 복부를 가격당한 켈터스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고, 돌아서는 밀푀유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 돌아섰다.
먼 곳을 보고 있는 눈. 동급생은 이제 더이상 적수가 아니라는 자세에 켈터스는 주먹을 쥐었다.
그의 귀에도 최근의 소문은 들렸다.
‘악당’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가 아끼는 네 명의 학생. 그 중에 밀푀유 폰 사브레가 들어가 있다.
켈터스는 그 울프람이 누군지 모른다.
허나 가급적, 사람을 판단 할 때에는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에 그에 대해 나쁜 소문이 들려와도 평가하려 들지 않았다.
다만 저 멀찍이 돌아가는 동급생이 그저 부러웠다.
자신이 충성을 바칠 주군을 정하고, 더 멀리 세상을 보는 저 뒷모습이 부러웠다.
자리에 주저 앉은 ‘전 수석’인 자신과, 저 멀리 …이 제프린의 학부마저 그저 단계로만 보는 ‘현 수석’.
그녀의 길은, 설령 자신의 주군이 어둠속에서 빛난다 하더라도, 그 안으로 함께 걸어갈 각오를 표방하는 듯 했다.
그 날 오후.
켈터스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도서관을 찾았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펴고,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던 도중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옆에 조용히 적어 내려갔다.
근력 15 체력16 재주14 마력16 의지16
나쁘지 않다.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째서 앞길은 이렇게나 막막한 것일까.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도서관이지만…. 켈터스는 자신의 속마음을 입에 담았다.
“나도 찾아내고 싶네. 학부에 만족하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
이런.
도서관에서는 정숙해야 하는데, 헛소리를 지껄이고 말았다.
켈터스는 바로 입을 닫았지만, 자신의 허언은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는지. 바스락 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곁으로 다가왔다.
“…….”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무리 봐도 1학년생은 아닌 듯 보였으니, 선배님.
켈터스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과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그녀는 그저 방긋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곧 그녀는 종이 쪼가리에 무언가를 슥슥 적어내더니 쪽지를 건넸다.
【후배님 고민이 많아 보여요. 괜찮다면 상담 상대가 되어 드릴까요?】
켈터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는 안심하라는 듯 다시 한 번 쪽지를 적어 건냈다.
【학부를 넘어서서 확신에 가득 찬 미래로 걷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말에 켈터스는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는 빛의 마력의 보유자. 그 안에서도 사람의 심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봤고’ 그 결과 방금 전 한 말이 그녀 안에서 ‘숨김 없는 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밖으로 나왔고, 둘은 첫 인사를 나눴다.
“…1학년 차석 켈터스입니다. 서, 선배님이시죠? 성함이….”
“네. 4학년 기사학부 수석. 이졸데 크루엘이에요. 단도직입적으로 …학부를 뛰어넘고 싶나요?”
“네? ……네!”
“그렇다면 대학원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네?”
그리고 그것이.
켈터스와 이졸데 크루엘의 첫 만남이었다.
***
오늘은 신기하게도 편의점에 다섯 명이 모였다.
역시 광고는 때리고 봐야 한다. 라는 건가. 라고 말하기에는 …언제나 모이는 그 네명에 이브가 추가된 정도.
대체 왜지. 데일리 제프린에 홍보를 박았는데 누구도 오지 않는다고?
당신이 원하는 상품은 뭐든 있다고 했는데? 한 번 정도는 와 볼만 하지 않나
밀푀유는 이번에 켈터스에게 반격을 허용했다면서 아일라를 끌고서 트라이스타류 호신술을 강습받으러 갔고, 네프티는 이번 현장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면서 다음 현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지를 읽고 있다.
그러니까,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것은, 나와 이브. 그리고 루디카였다.
“…울프람. 그 신문 기사는 당신이 지시한거죠?”
“무슨 말인지 모르…. 맞다. 그러니까 그 광창 좀 치워라.”
“무, 무슨 생각으로 한 거에요?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여기서 당신은 죽어요!”
“…흠.”
이렇게 빨리 들통 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눈치는 좋다니까.
“순수한 축하다. 이브 폰 로엔그린.”
“……축하? 제 교복 치수가 축하?”
“그렇지. 그도 그럴것이, 네 다이어트가 얼마나 고됐는지 가장 옆에서 본 것은 바로 나 아닌가. 너의 그 노력을 축하할 겸 진심 어린 기사를 수주한 것 뿐이다.”
“…비꼬는게 아니고요? 기사 제목이 그렇게 악질이었잖아요!”
“제목만 악질이었지, 기사 내용은 이브 폰 로엔그린의 교복 치수는 이상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라고 적혀 있지 않았나. 깊은 진실을 봐라.”
“……음. 그도 그런가…?”
“그래. 너는 노력했다. 그를 위한 찬사였을 뿐이다.”
“으, 으흠. 그래요. 노력하긴 했죠. 으흠.”
“다이어트 성공을 기념하며, 와플이라도 하나 서비스로 내오도록 하지. 어떤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에요.”
내 말에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진짜 이렇게 단순해서 어쩌지? 얘가 황제가 되기라도 하면 제국이 정말 괜찮을까…?
거기에 얘 측근이 실피아인거 생각하면, 나쁜 귀족들에게 걸려서 제국을 말아먹을까봐 이 아저씨는 걱정이야.
“그건 그렇고, 데일리 제프린과 연결점이 생긴 건가요? 거기 1면 광고비는 장난이 아닐텐데.”
“그럭저럭 친해졌다. 기사 소스 몇개랑 광고 몇 개는 발주할 정도는 되지.”
“…조심하세요. 그 곳의 악명은 알고 있죠? 그 곳 부장은 특히….”
“2학년 마법학부 데일리 타블로이드. 이명은 【마스터 크리에이터】”
“알고 있으면 됐어요. ……그나저나 무시무시한 이명이네요.”
“음.”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멋진 이명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와 이브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루디카는 본인 작명 다주거 매콤 닭꼬치를 입에 물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보니 얘는 잘 모르겠구나.
“제프린 신문부는 가장 충격적인 기사를 쓰는 이를 차기 부장으로 삼는다. …그리고 데일리 타블로이드가 작년 연말에 썼던 기사는 실로 충격적이었지.”
“예에…. 저도 섬찟했어요.”
“어떤 기사였는데 그렇지? 그 때는 원정을 나가 있어서 루디카는 잘 모른다.”
그야.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기사였지.
“무분별한 대학원 찬양.”
“예에. 덕분에 전년도 대학원생 지원자가 평년 대비 1할 이상 늘었죠.”
“…뭐? 그게 사실인가…?”
“예에. 마스터 크리에이터라는 것은 창작의 주인이라는 의미 아래에 이중적 의미를 포함한 타이틀이에요.”
“석사(Master) 생성기(Creator). 그게 데일리 타블로이드다.”
“…예에. 그 때문에 교수들도 처음에는 고깝게 보던 제프린 신문부였지만, 데일리 타블로이드 덕에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선을 넘어도 용서받게 되었죠.”
“…샤도우 가문이 제거해야 할 적인가? 악당인가? 의뢰를 발주하겠나?”
무얼. 그렇게까지 할 거야 있나.
“아니. 그 뒤로 지금의 여론을 생각해 보아라. 졸프와 란티카 교수의 사건을 모르는 학부생은 없다.”
“…음. 그도 그렇다만….”
“한 번 쓴 약은 효과가 적은 법. 또 다시 선동으로 대학원 진학을 꾀어내도 누구 한 명 입학하지 않을거다.”
“그렇죠.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요?”
더군다나 나는 그런 악질 기사는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조금 휘둘러서 기사 하나 냈다고 대학원에 진학 할 사람이 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