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78)
177. Wolfram Crew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다시 한 번 악행을 일으키려 한다.
이 소문은 알음알음 제프린의 고학년 ···즉 3,4학년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허나 이 압도적인 악의 권세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브 폰 로엔그린이 황실의 칙서를 얻어 울프람의 권좌를 찬탈했을리 없다.
양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양이다.
그리고 이 대륙을 지키는 중간계의 수호자 로엔그린은, 설령 어떤 악한이 태어난다 한들, 태어난 그 순간부터 포식자다.
하물며, 악랄하기 그지 없는 늑대의 이빨에서 양들이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또 다른 늑대가 나타나 자신들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
그리고, 여명속에서 한 줄기 빛과 함께 이브 폰 로엔그린이 자신의 깃발을 꺼내들었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역사는 어둠 속으로 묻히는 듯 했다.
허나, 이 절망과 구원의 상전이에 양들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악의 권세가 다시금 권도를 부린다 한 들 막아설 방법이 없다.
스스로 절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타인이 일으켜 줄 기적만을 바란 양들은 스스로 구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아무리 길어봐야 자신들의 졸업은 길어봐야 1년하고 반 남짓이라는 것을 위안 삼고 ···앞으로 긴 제프린 생활을 이어갈 후배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늑대를 최대한 피해가기를 바랄 뿐.
그리고, 지금 집권하고 있는 이브가, 울프람을 다시 한 번 짓눌러주기를 바랄 뿐.
지금 이 곳에서도, 한 명의 기사학부 학생이 자신의 후배에게 필사적으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말하고 있었다.
1학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은 이브 폰 로엔그린의 집권기에 입학하여,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악행을 직접 겪어 본 적 없으니까.
“알겠니? 그 황자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 마렴. 이건 우리가 ···너희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언이야.”
“···네. 선배님.”
“너희는 운 좋은 줄 알아 진짜. 울프람 황자가 학생회장이었을 때 제프린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지금은 이브님이 학생회장이시니까 잘 돌아가는거지, 아니었으면 어휴···.”
“······이브님은, 그렇게 대단하신가요?”
“물론이지! 그 울프람을 학생회장의 자리에서 내쫓으시고, 압도적 마력을 가지셨음에도 횡포 부리시는 일 없지. 그 분이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반 년간, 제프린이 얼마나 조용하고 지내기 좋은지 아니?”
“······그렇군요.”
1학년은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완전 무결한 이브 폰 로엔그린이 학생회장이라면.
그녀가 진정한 정의의 사도라면.
어째서, 그 전 학생회장은, 이 제프린에 남아있지?
어째서. 그 전 학생회장은, 새벽 여섯 시 부터 리어카를 이끌고 우리들에게 음료를 제공하지?
어째서. 그 전 학생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듯. 허나 다정하게 우리들을 격려하고 응원하지?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리고 어째서, 망토를 두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는 남자에게, 우리들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열광하고 있는거지?
1학년은 하늘같은 선배들의 지시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마음 속 생각만큼은 스스로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솔직했다.
적어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리어카에 한 번이라도 가본 손님이라면 ···그는 적이 아니라 오히려 우상에 가까웠다.
***
그건, 가을의 낮이었다.
아일라에게서 월세를 깎아냈지만, 그래도 세들어사는 내 편의점은 크게 잡아 물건이 진열된 홀. 식사를 할 수 있는 휴게 공간. 마지막으로 저 안쪽 깊은 곳에 사장실. 이렇게 나뉘어있다.
월세가 싸진 김에 공간도 남겠다 홧김에 하나 빌린 최대한 으슥한 공실은 편의점 창고로 쓰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창고가 터져나가기 직전이다.
“···음.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내 ‘입으로 말하고’도 놀라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평소에는 황실의 혈통이니 뭐니 해서 우는 소리는 하나도 못 하게 되어 있는데, 울프람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는 건가. 놀랍긴 해. 뭐가 이렇게 많지?
생각해보면 생산 스킬 올린답시고 이것저것 만들었다가 썩어나는 재료들은 대충 짱박아두니 터진 거 같다.
이래서 인벤 정리는 항상 해야 하는데 왜 현실은 자동정리 버튼이 없죠? 망겜인가 이거?
“재고를 정리해야겠군.”
어쩔 수 없지.
재주도 16으로 올랐고, 앞으로 만들 것도 할 일도 태산이다.
최대한 창고를 털어내자.
지금은, 오직 그것만이 답이다.
자 그럼 어떤 식으로 털 것인가.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옆에서 스윽 밀푀유가 다가왔다.
“선배님? 창고에서 뭐 하세요?”
“재고 정리를 좀 하려고 한다.”
“···아. 창고가 좀 쌓이긴 했죠. 후후. 저도 한 번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밀푀유도 그리 생각하는가.”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하시게요? 전부 폐기하기에는 아깝지 않나요?”
“폐기하지는 않는다. 원가 수준만 받고 대 방출을 하고 싶다만···. 판매처가 마땅치 않구나.”
리어카에 실을 수 있는 분량은 한계가 있고, 우기면 학생회에 강제 매입을 시켜서 이브한테 짬처리 할 수 있지만, 그랬다간 학생회 예산이 어쩌니 하면서 배때지에 창 꽂으러 올 거 같다.
그렇다고 트라이스타에 팔기도 그렇고 대학원생에게 강매? 그런 나쁜짓은 하는거 아니야.
거기에 위그드라실이나 마에스트로에게 매입을 부탁하자니···. 거기 애들은 전통적으로 나랑 사이가 안 좋다.
“특히 저 쓸모없는 브로치들이 곤란하군.”
“···아. 저것들이요.”
“음. 그거 말고도 금속들이 지나치게 많이 쌓였다. 편의점인데 말이지. 곤란하군.”
그래. 예전에 애들한테 하나씩 뿌리고 남았던 브로치와 금속들이 큰 문제였다.
지금 준 황금늑대의 브로치 말고, 악세서리 제작 노가다 한다고 대충 프레임 짜서 만들었던 수 백개 수 천개는 남는 그거 말이다.
“선배님. 이거 ···간단하게 성형 할 수 있나요? 외형만 살짝 바꾸는거요.”
“···음? 가능하다.”
“···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힘을 좀 써 볼까요?”
“밀푀유. 네가 말인가?”
“네. 후후. 저 이래 봬도 학년 수석이랍니다?
그리 말하며, 밝고 투명한 눈으로 밀푀유는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
울프람과 밀푀유의 비밀 회동이 있은지 며칠 후.
1학년들 사이에서 은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금빛 늑대를 상징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라는 소문이었다.
금빛 늑대.
1학년들 사이에서는 호기심. 동경. 열광. 때로는 신앙의 대상인 남자를 칭하는 은어다.
대놓고 이름을 부르거나 그의 전 직책으로 이야기하면 선배들이 눈치를 주기 때문에 정해놓은 별칭.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신비로운 자.
그 이름하여 울프람 폰 로엔그린.
금빛 늑대라는 이름은 ···그가 거느린 수하. 금랑의 사성수 ···때로는 검은 사성좌 ···혹은 사천왕이라 불리는 이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교복 가슴께에 금빛 늑대의 배지를 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달고 있는 인물의 라인업만 해도,
흑수정처럼 빛나는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묘연하기 그지 없는 ‘흑수정’ 아일라 트라이스타.
항상 모두를 이끌며 저 하늘의 가장 밝은 별처럼 모두를 이끄는 ‘신뢰의 기사’ 네프테리안.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차가운 검날을 휘두르는 ‘심연의 단검’ 루디카 핫산 샤도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은 동 깃수 최강의 ‘철권’ 밀푀유 폰 사브레.
거기에 학생회의 가장 충직한 검이자 현 학생회장의 오른팔 ‘정령 기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
단 한 명도 빼놓을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셀럽이었다.
특히 자신을 끌어내린 현 학생회장의 오른팔을 강탈해 자신의 수하로 삼았다는 점에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그 파괴적 행보는 모두의 감탄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울프람이 살았던 현대 용어로 표현 하자면 대충 ‘개간지 맥스에디션 배지’ 쯤 되는 그것은 울프람을 은밀하게 동경하는 1학년 입장에서는 눈에 불을 키고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고 싶은 물건이었다.
정품을 못 구하면 개인이, 혹은 삼삼오오 모여서 발주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들키기라도 한다면 바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지고 싶은건 가지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어떻게?
“가지고 싶어···. 나도 가지고 싶어···.”
그리 말하며, 오열하고 있는 한 학생 앞에, 늑대가 그려진 명함 하나가 떨어졌다.
뒤에는 그저 ‘저녁 7시. 마법 8학부로 오는 길.’ 이라고 적혀 있을 뿐.
“···이건?”
하지만, 잘 못 볼리가 없었다.
틀림 없는 ···늑대의 초대장이었다.
***
와.
팔린다.
아니 진짜 무시무시한 기세로 팔린다.
말이 되나 이게?
우리는 지금. 편의점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었다.
밀푀유의 의도를 바자회로 읽은 나는 물건을 아예 쫙 널어서 팔아보자고 제안했고, 오히려 디테일이 중요하다면서 밀푀유는 제대로 된 진열대와 판매처를 세트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게임 기준으로 최고급 샵의 가판대와, 그 위에 전시되어 있는 창고 재고들. 땡처리 할 물건들은 전부 닦아서 말끔하게 빛나는 ···야외 바자회였다.
그리고 나는 뭐 하고 있냐고?
【초대 황제의 옥좌를 발동시키기 위한 마석이 없습니다. 스킬 발동이 되지 않습니다.】
【얼음정수의 망토의 카리스마가 발동합니다!】
초대 황제의 옥좌를 꺼내서, 거만하게 앉아서 1학년생들이 물건을 집는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바라만 본다.
한번 슥 바라보면 애들이 화들짝 놀라서 무언가 한 두개를 더 담는다.
뭐, 비싼 가격은 아니니까 재정적 부담은 안 되겠지만, 괜히 압박하는 거 같아서 시선을 허공에 고정하고 있었다.
계산은 파트라슈가 맡는다. 평소처럼 정장을 입고 정중하게. 학생들은 처음에 놀랐지만, 이내 신기하다는 듯 파트라슈를 바라본다.
아무튼 그렇게 1학년 삐약이들이 물건을 집어서 계산하고, 내 쪽으로 온다.
다들 하나같이 다리를 덜덜 떨면서, 그 이상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고···.
“서, 선배님···.”
이렇게 송구하다는 듯 말을 걸어 오면 나는 ‘음’이라고 한 마디를 내뱉은 후.
하나씩 정중하게 포장되어 있는 짝퉁 파티 배지를 그 1학년에게 넘긴다.
“아······. 아아······. 드디어 저도!”
그리고 그걸 받은 1학년은 자기가 산 물건보다 더욱 소중하게 이를 끌어안고는 물러난다.
심지어 많이 산 애들은 금속 판형 위에 늑대 각인을 찍은 ···멤버쉽 카드 비슷한 것을 받고서는 오열까지 한다.
아니 그거 포스기도 없고 적립금도 없는데···. 대체 왜?
그렇게, 정말로, 싹.
악성 재고들이 전부 동이 났다.
물론 악성 재고라고 해도, 유통기한이 지났다거나 하는 건 아예 없다.
가장 문제였던 배지와 금속판형, 그리고 너무 많이 만든 필기구와 노트. 작은 악세서리등이 문제였으니까 말이다.
그 외에 굳이 먹을걸 고르자면 사탕정도? 그런데 사탕은 다 좋아하잖아?
“후후. 이제 이걸로 창고를 다시 채워 넣을 수 있겠네요.”
장사를 전부 마친 후. 밀푀유는 기지개를 쭈욱 펴며 방긋 웃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아···. 대단한 건 아니에요. 요새 아이들 사이에서 늑대 디자인의 학용품이 유행해서요. 그걸 중심으로 팔아보면 어떨까. 한 거 뿐이에요.”
“······.”
“거기에 다른 선배님들이 여론전을 펼치시니까요. 저도 소소하지만 나름 복수를 했다고 할까요? 후후. 용서해 주실거죠?”
그리 말하며, 밀푀유는 나쁜 짓을 들킨 어린아이 처럼 귀엽게 애교로 얼버무리려고 했고, 나는 도대체 그 나쁜짓이 무엇인지 감도 오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정말, 나도 영문을 모를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고, 물건이 팔렸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편의점 앞에다 펼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네?”
“여기는 아무래도 편의점에서는 머니까 말이다. 가게 홍보도 되고 좋지 않나?”
“······아. 후후. 그러게요. 하지만 저는 이것도 좋은걸요?”
“음?”
“손님이 적으면 선배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요.”
그리 말하는 밀푀유의 미소는, 티끌 한 점 없이 밝았다.
“그보다 선배님. 이번 재고 정리에는 저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맞나요?”
“이번에는 전부 네 공이었다.”
“그러면 ···추가 보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르바이트비가 부족한가? 알겠다. 그렇다면 특별상여금으로···.”
“후후. 돈은 많지는 않지만 ···그게 필요한게 아니고요. 선배님.”
“그럼 뭐지? 필요한게 있다면, 말 해 보도록. 최대한 들어주지.”
밀푀유는 잠시 손으로 입을 가린 후. 몇 번 심호흡을 하고는 할 말을 다 골랐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선배님과 원정을 가고 싶어요.”
“전에 아일라와 함께 갔을 때 처럼 말인가?”
“······아뇨.”
“그렇다면”
“단 둘이서···. 가능, 할 ···까요?”
그리 말하는 밀푀유의 눈은, 매처럼 빛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