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19)
018. 크어어어어 헬 예!
균형의 장갑을 착용하고 스탯을 열었다.
두근두근 스탯공개시간. 과연 울프람은 어떤 스탯이 올랐을까요.
눈을 빛내며 스탯창을 눈으로 훑었고, 이내 무엇이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T】
【스테이터스 :
근력 : 4
재주 : 6 + 3 (1)
체력 : 2
마력 : 3
의지 : 4】
【보유 스킬 :
황실 혈통.】
와 재주 덩어리 울프람이 되었어요!
“······.”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몇 번 큰숨을 내쉬었다.
그래. 괜찮아. 그래도 의지 오르는 것 보단 낫다. 의지는 ‘저항’이랑 ‘치명’등의 효과가 있는 거니까.
근력이 7이 되어도 체력이 낮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마력 6? 아서라. 아일라 태생이 19고 이브가 22인데 6찍어서 뭐할래.
그러니까, 체력 5가 아니라 재주 9는 이 시점에서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거기에 믹스 빈즈 효과로 +1을 투자할 수 있고, 재주 10이면 9랑은 또 완전히 개념이 달라지니까.
하지만, 속으로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울부짖었다.
“하. 씨발.”
이게 안 뜨네.
체력 좀 뜨라고!
***
“잔뜩 따왔습니다.”
네프티는 수레를 끌고 가 잔뜩 잎들을 따왔고, 루디카는 그것을 보며 환호했다.
“울프람! 네프티가 가져온 이것이 그 매운 풀이냐!”
“맞다.”
“음? 주군께서는 왜 저리 침울해 하고 계십니까?”
“모르겠다. 루디카가 찾아 주고 장갑을 찼더니 우울해 했다.”
“?”
루디카의 이차원 화법에 네프티가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네프티는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딱한 눈으로 나를 보며 동정했다.
“스테이터스 10 미만의 사람이 실존하다니.”
“······.”
너도냐.
“아무튼, 그래서 주군께서는 어떤게 오르셨는지요?”
“재주가 올랐다.”
“오, 재주! 루디카도 재주가 높다! 22는 된다!”
“재주라···. 저도 그리 낮은 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14정도로 기억합니다만, 역시 루디카 선배님은 다르시네요.”
“된다? 기억한다? 즉시 확인할 수는 없는거냐?”
“네? 네. 신전에서 감정서를 써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년에 한 번 정도 감정합니다. 스킬도 스테이터스도 전부 다 신관님들이 해주십니다.”
네프티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식이구나.
또 하나의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이 맵디매운 풀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더 캐올 것들이 남아 있는지요?”
“아니 없다.”
“그럼 내려가시겠습니까?”
“그게 맞겠지. 준비하자.”
“울프람. 울프람. 루디카 묻는다.”
“뭐지.”
“그래서 루디카는 매운 것을 언제 먹을 수 있는 거냐?”
루디카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다음 주 수요일 쯤 시간이 비겠구나. 그때 와라.”
“······오, 오늘. 아니다. 내일은 어떻지? 루디카가 도와주겠다.”
“하. 이 울프람 로엔 그린도 얕보였나 보군.”
“······?”
“내일은 근육통이다. 오지 마라.”
“앗.”
네프티 ‘앗’ 하지 마라 진짜. 혼난다 너.
그리고 루디카 아니 세상 잃은 눈으로 이쪽 보지 말라고.
장담하는데 내일은 근육통 확정이니까 아무것도 못하는게 맞다.
“······울프람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근육통이 오는 거냐?”
루디카의 순수한 폭력이 이유 없이 울프람을 덮친다!
“아. 그럼 주군, 오늘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오늘?”
“예. 근육통이 찾아 오는 건 언제나 자고 난 이후니까요. 지금 만들어버리면 괜찮지 않을까요?”
“······.”
합리적이군. 천재냐.
“지금 편의점으로 돌아가서 만들기 시작하면 꽤 걸리겠군. 가는 동안 레시피를 준비하겠다. 네프티 끌어라.”
“그, 그렇다면···. 울프람!”
“흥. 만들어주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디카는 눈을 빛냈고, 네프티는 표정을 살짝 어둡게 굳혔다.
“밤길에 끌어서 편의점까지 모시고, 리어카를 반납하고, 기사학부로 복귀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야간 할증이다. 2만린 더 얹어주지.”
“신속. 안전. 정확. 확실. 제 신념이며 신조입니다.”
신념의 기사 아니었냐고.
***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따온 풀의 맛을 확인했다.
한 입 먹자마자 입 안에 확 퍼지는 매운맛이 느껴졌다.
개체 차이는 있지만 스코빌로 계산하면 제일 매운 게 청양고추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맛도 그와 비슷했다. 다행이다. 기묘하게 매우면 또 짜증나는 법이니까.
고기 구워서 쌈으로 먹으면 굉장할 거 같다. 나중에 해 봐야겠다.
네프티는 정말 말대로 신속 안전 정확 확실하게 나를 편의점에 내려다줬고, 우리는 매장 내부에 앉아서 담화를 시작했다.
“오늘 수고했다. 네프티.”
“아닙니다. 주군.”
“업무가 끝났는데도 아직도 주군이라 부르는 거냐?”
“아 맞네요. 아닙니다. 울프람 님.”
“······.”
태세전환 속도 봐 진짜.
아무튼 나는 네프티에게 보수를 지급했다. 이러나저러나 나를 실은 리어카를 몰고 산맥을 오갔으며, 탱킹 역할도 했고, 재료 채집도 했으며, 귀환도 안전하게 도와줬다. 일당은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조리를 시작하지. 루디카. 뭔가 바라는 것이 있나?”
“매운 거!”
그럴 줄 알았다.
“알겠다. 앞으로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다.”
“괜찮다!”
나는 픽 웃고는,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풀을 한 웅큼 집었다.
“그게 오늘 제가 뜯어온 풀이군요.”
“그렇다.”
“제가 고생해서 안전하게 뿌리를 안 다치게 하고 뜯어온 풀이군요.”
“······?”
“다음부터도 이렇게 확실하게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렇다면 바로 저 네프테리안 언제든지 바로 연락 주십시오.”
“알겠다.”
“기사학부를 통하지 않는 편이 더욱 확실한 업무로 보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신념의 기사 어디 갔냐고.
뭐 아무튼 네프티의 자기PR은 집어던져놓고.
눈앞의 붉은 풀. 홍초는 수면 저항용 약초다.
잠든 산맥이 수면 상태이상을 건다면, 자생하는 건 수면 저항용 소모품이지. 그게 적절한 밸런스잖아?
“그럼 조리를 하기에 앞서서, 나를 좀 도왔으면 좋겠는데.”
“···흠. 이렇게 늦은 밤에 일을 돕다보면 귀환은 언제할지.”
네프티가 간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을 때.
“알겠다! 루디카가 먹는 것. 울프람 돕는다.”
루디카가 깔끔하게 대답했고, 네프티의 동공이 커졌다.
“그럼 네프티는 돌아가고, 루디카만 남아라. 도움은 둘이면 좋지만 한 사람이어도 충분할 듯 하니.”
“윽, 으윽···. 아닙니다. 돕겠습니다. 이 또한 애프터서비스. 기사도 정신.”
알기 쉬운 기사도 정신이다.
“그럼 업무를 지시하겠다.”
네프티는 밀가루를 반죽한 뒤 냉장고에 넣었고, 루디카는 홍초를 썰기 시작했다.
순조로운 작업 중, 할 것도 없다보니 당연히 오가는 것은 잡담.
“그러고 보니 루디카 선배님.”
“루디카를 불렀나? 네프티.”
“예.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좋다. 뭐지?”
“왜 선배님께서는 말투가 그런 식인가요.”
와 몸쪽 꽉찬 돌직구.
근데 사실 궁금하긴 했어. 루디카 말투는 왜 저래?
“루디카는 남부의 핫산 샤도우 가문 출신이다. 아직 중앙 언어는 익숙하지 않다.”
“아하. 그렇군요. 남부는 완전히 언어가 다르니까요. 저는 동부의 시골 출신이에요.”
“그렇군.”
“그럼 또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허락한다.”
“왜 그렇게 매운 것에 집착하시는 거죠? 학식의 그 불지옥급으로 매운 스프를 지금까지 드신 분은 울프람 황자님과 루디카 선배님 뿐이잖아요?”
그런 쓰레기 같은 게 맵다고? 진심인가?
하지만 이후 루디카가 내뱉은 말은, 나의 불만을 사라지게 만들고, 이어서 표정을 굳게 했다.
“아, 별거 아니다. 루디카는 극한의 훈련 때문에 미각이 사라졌다.”
“네?”
“전신의 신경이 죽었다. 통증도 희미하다. 그게 바로 루디카가 암살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유. 핫산 샤도우 가문의 최강의 후예인 이유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공기가 차갑게 굳었다.
루디카는 지나칠 정도로 재주와 의지가 높다. 즉.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민첩’하고 ‘정교’하며 움직임이 결코 ‘둔해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이 세상의 전투는 게임과 다르다. 인간은 피가 나면 움직임이 멎고 고통을 두려워해야 마땅하지만, 루디카의 전투 방식은 게임과 하나도 변한 부분이 없다.
“즉, 루디카가 먹는 맛을 느끼려면 미각이 아니라 희미한 통증에 기대야 한다.”
“그, 그렇군요.”
“더 강해지면 이 또한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루디카는 지금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
“그렇군. 그럼 진심을 내 보아야겠구나.”
“울프람?”
“잠시 요리를 멈추고 있어라. 해야 할 일이 있다.”
“응? 알겠다.”
둘을 멈춰세운 뒤 스테이터스창을 켜고 탭을 조종했다.
원래 분배하려고 하긴 했지만, 조금 더 몸이 정상일 때 하는게 낫지 않았나 싶지만, 스스로를 믿기로 했다.
【재주 전용 스테이터스 1을 분배합니다.】
【재주가 10이 되었습니다. 손재주 기초 스킬을 배웁니다.】
【모든 ‘제작’의 완성도에 가점이 붙습니다.】
【모든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이 가산됩니다.】
【모든 ‘행동 속도’가 조금씩 빨라집니다.】
【추가 스킬중 무엇을 익히시겠습니까?】
【속검/속궁/고속영창/구르기】
【무기 제작/방어구 제작/마기아 크래프트/악세서리 제작/물약 제조/요리】
【한 가지를 골라주세요.】
우선 공격 스킬은 다 제외한다. 하등 쓸모가 없다. 싸우기 전에 죽는다.
무기 방어구 제작? 망치를 쥘 수는 있을까?
마기아 크래프트. 저건 재료값이 감당이 안 된다. 그리고 셋 다 나중에 상위스킬이 있다.
재주캐에 타 스탯이 낮고 비전투형 엔딩이라면, 찍어야 할 필수 스킬은 물약제조.
하지만 악세사리와 요리도 버리기 아깝다.
그리고 나는 울프람. 이 게임의 고인물이다.
뒤로 굴러도 몹을 발로 차면서 전설템을 주워서 일어서야 하는 고인물이란 말이다.
“후우. 후우우···.”
“울프람 황자님? 화장실 가고 싶으십니까?”
“쉿. 뭔가 엄청나게 집중하는 듯 하다.”
주위가 소란스럽지만 마음은 가라앉았다.
여기가 중요하다.
이미 몸으로는 오백 번 넘게 했을 행동을, 나는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세계는 나를 받아들여 줄 것인가.
우선 가장 먼저 익힐 스킬을 누른다.
【‘물약 제조’를 선택하셨습니다. 확실합니까?】
【예/아니오.】
그리고 캔슬한다.
【다시 선택해 주십시오.】
【물약 제조를 선택하셨습니다.】
【예/아니오.】
이걸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천천히 몸을 풀고, 타이밍을 잡는다. 이 타이밍은 내 계산으로는 0.1초 미만, 이걸 반드시 해내야 한다.
취소하고, 선택하고 취소하고 선택하고 취소한다.
그리고 지금 배울 스킬을 동시에 터치!
【물약 제조를 선택하셨습니다.】
【악세서리 제작을 선택하셨습니다.】
“···됐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이거다. 이거. 바로 습득캔슬. 줄여서 습캔.
캔슬을 한없이 하다가 어느 타이밍에 맞춰서 두개를 동시에 터치하면 두개가 같이 익혀지는 버그성 플레이.
그리고 나는, 고인물이다.
즉.
【요리를 선택하셨습니다.】
【예/아니오.】
하나가 더 붙은 습캔 3스킬작.
현실에서도 세 번에 한 번은 실패하는 개 썩은 플레이.
【물약 제조를 습득하셨습니다.】
【악세서리 제작을 습득하셨습니다.】
【요리를 습득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나의 고인물 플레이를 받아들여줬다.
***
직후 나는 요리를 진두지휘했다.
재주 10에 배우는 스킬은 초급 스킬로 레벨 1밖에 되지 않는다. 큰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다르다.
‘보이는 것’ ‘느끼는 것’ ‘행동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네프티 너도 먹을 거라면 홍초를 하나만 쓴 반죽을 따로 만들어라.”
“네. 알겠습니다.”
“루디카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홍초를 건져내고 한 번 털어낸 뒤 잘게 썰어서 저 양념과 섞어두도록.”
“아, 알겠다!”
“밀가루 반죽을 대충 잡아 뜯어서 같이 끓여라. 그릇에 따로 담으면 홍초 무침을 개인 앞에 배분하도록.”
사실 내려오는 순간 어떤 요리를 만들지 정해뒀다.
루디카가 먹고 싶다는 매운 맛. 그리고 내가 만든 요리들. 그것들을 합쳐서 지금 이 순간 환상의 하모니를 울려퍼질 수 있게끔.
예를 들자면.
산행이 끝나고 몸은 지치고 체력은 떨어졌다.
마침 쌀쌀한 한 밤 중.
그 때 한국인이라면, 응당 목은 마르고 칼칼한 국물이 땡기지 않을까.
청양고추를 잔뜩 썰어 넣고, 멸치육수로 국물을 낸 한 그릇의 수제비는 어떨가.
거기에 매콤새콤한 고추 장아찌를 얹어서 먹는거다.
한 그릇 먹으면 땀이 뻘뻘 나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몸 속 깊은 곳 에서 피어오르게 되는, 그런 맛.
“이거다. 이 맛. 이 맛이야···. 내가, 내가 먹고 싶은 맛은 이거였다.”
루디카는 울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헬 예!”
네프티는 막노동 십장 바이브로 한 마디 감탄사를 남겼다.
등산 끝나고 조지는 한 그릇 매운 칼국수
이건 또 못 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