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04)
203. Bloody Marry
제프린 황성의 제4별궁.
이오 폰 로엔그린은 보통 자신의 수비지역인 아크피크 설산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중앙에 돌아오면 자신이 하사받은 별궁인 4별궁에 기거한다.
허나 이 별궁은, 다른 황손들의 별궁에 비해 무척이나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제4별궁. 다른 이름은 무성(武城) 스펠디아.
제프린. 아니 삼 백 년 전부터 이 제국에 던져진 화두이자 난제.
‘과연 마(魔)는 무(武)위에 존재하는가.’
재능 있는 소수의 특권인 마법과 재능 없는 자들의 단련인 무예.
제국의 대소사를 이야기 하는 이들은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제프린 출신이며, 그렇기에 다들 기사학부와 마법학부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며 졸업했다.
기숙사부터, 입는 것. 먹는 것. 배움의 심화와 그 과정까지 전부가 다르다.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하면 ···가진 바 마력치가 15에 지나지 않다 한들 누구나가 학비를 내주기 위해 린을 싸들고 온다.
그 끝은 볼 수 없을지언정 마법이라는 축복에 닿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학비가 면제. 성적에 따라서는 귀족가의 전속 마법사나 ···아니면 로열 메이지의 위치까지 노려 볼 수 있다.
마법이란 배움이고, 학문이며, 사색이고, 철학이며, 동시에 제어의 학문이다.
당연히 제국이나 영지의 대소사를 논할 때 마법사들의 지식은 필수적이며, 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나 관리 쪽에서 중책을 맡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허면 묻겠다.
무예는 과연 그보다 모자란가?
스스로의 육신을 가지고 하늘에 닿으려 배움을 추구한 이들은 무지렁이인가?
아니다.
초대 황제 하르크 폰 로엔그린은 마신이었지만 동시에 무신이었다.
전승에 남은 마검 스펠디아라비는 모든 마법사들의 마법 장벽을 찢고 그 목을 도려내었다 한다.
이오 폰 로엔그린은 어중간한 재능의 산물이었다.
태어난 순번이 빠른것도 아니며, 황후가 낳은것이 아니라 제3황비 태생. 17의 체력과 16의 근력. 거기에 13이라는 낮기 그지 없는 마력과 3황비의 입지는 황실 내에서도 미묘했다.
허나 마법은 출중하지 않았으나 무예에 출중했고, 날카로운 책략은 없었으나 사람을 넓게 사귀는 법을 배웠다. 선이 날카로운 미인이었으나, 그 내실을 보면 실로 텅 비어있어, 황금 사과의 모형. 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나마 무언가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점이 위안일까.
어중간했기에 맹세했다.
천부의 재능은 받지 못했으나 ···나약한 이들을 모아 스스로 하늘에 서리라. 그렇게 기사학부에 진학하고 학부생들을 모았다.
허나 그런 그녀는 결국 포영의 설원에서 스스로의 한계와 마주하고 무너졌다.
얼음 여왕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저것의 본질을 본 순간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천 명의 원정대를 말아먹었던 그 때 절망 속에서 이오는 안심했다.
‘포영의 설원은 삼 백 년 전. 초대 황제님과 함께 하늘을 노니었던 이들이 기거하는 곳 아닌가. 이 곳은 마법학부라고 한들 제패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재능은 결국 이 정도다. 우리는 하늘에 닿을 수 없다.’
그 뒤에 두려움에 잠겨 본질을 보는 눈을 봉인하고 스스로의 패배를 안주 삼고, 술잔을 기울일 때. 그녀는 새로운 충격과 만났다.
마시던 술잔을 집어 던지고, 술병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그 충격.
울프람 폰 로엔그린.
가진게 어중간하다. 따위가 아니라 혈통 외에 단 하나도 가지지 못한 동생은, 홀로 지혜를 짜내 포영의 설원을 공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동생의 미소 앞에서, 이오는 공포를 느꼈다.
못하는 아이가 기적적인 성과를 냈을 때 소름이 돋으며 경탄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웃기게도, 그 순간 자신의 동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 보였던 것이다.
검이 아니고, 마법도 아니다.
지혜를 짜내 하늘에 닿는다?
근력. 마력. 체력. 의지. 재주와는 다르다.
지혜와 지식은 그 누구도 수치화 할 수 없다.
명목만 남은 신전의 유일한 존재가치인 능력치 확인이 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동생이 해낸 업적은 무엇에 기준을 두어 평가해야 할까.
숫자로, 개념으로 판단할 수 없는 괴물.
그런 동생에게, 이오가 택한 전략은 상호간에 호의로 대하는 것이었다.
선물을 보내고 답장을 받는다.
선물을 거절하지 않으니 자신은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이라도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는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위험할 때에는 도움을 요청할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세력을 만들 의향이 없다면, 언젠가 자신의 수하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뇌물을 거절당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이오 폰 로엔그린은 매일 밤 편하게 잠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날은, 정말 드물게도 동생쪽에서 뇌물의 요청이 들어왔다.
“엘프의 비단? 삼색조의 꼬리깃? 으음···. 거기에 포리듬리즘의 푸른 가루···?”
옷감과 치장용 깃털. 거기에 보석의 가루까지.
그 괴물···. 아니 동생은 분명 장사를 천업으로 삼겠다 했다.
상품의 품질은 훌륭했고, 황실에 납품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한 일품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취급하는 종류는 하급 귀족이나 평민들이 쓸 거 같은 생필품 들이었는데···.
“의복 거래라도 할 생각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에 이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
생각보다.
생각보다 이거 난이도가 높다.
【제작 난이도가 높습니다.】
【신들린 바느질로 의복 완성도를 올렸습니다!】
【극미량 제작이 진행됩니다!】
온갖 버프를 둘둘 말고, 룸 아이템의 효과에도 기대봤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아니 알고는 있다.
애당초 옷본 제작이 너무 크게 성공해버린게 문제였다.
【대가(大家)의 블루밍 배틀 드레스 옷본】
【4T】
【완성시 블루밍 배틀 드레스가 제작됩니다.
8~5T 내에서 총2~5개의 옵션이 붙습니다.】
애당초 마법의 재봉사가 6T. 드레스 메이커가 5T.
지금 만드는 드레스는 최소 4T이상의 결과가 나오는데 스킬 티어는 딸리고 재주도 16이다.
애당초 드레스라는 방어구가 그렇다.
룩딸 최종템. 드레스 스샷각을 모르면 뉴비.
드레스 한 벌로 하늘에 닿아봅시다.
왜 켈터스는 드레스 못입냐 밸런스 망겜 등.
최상급 드레스는 최종장 기준에서도 쓸 수 있는 방어구에, 기본 티어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유의미한 옵션을 얻으려면 4T는 되어야 한다.
재료야 이오를 좀 삥뜯으면 어떻게든 나온다고 쳐도 완성도가 처참하다.
“재주 16으로는 무리였나.”
후우. 깊은 한숨과 함께 드레스에서 잠시 손을 놨다.
“선배님. 차 드세요.”
“고맙군.”
밀푀유가 끓여주는 차를 입에 머금으니 따듯한 온기가 몸을 적셔갔다.
나날이 다도 솜씨가 늘어나는 것 같다. 따듯하니 좋네.
“거듭 묘한 것을 묻는 듯 하다만···. 중간고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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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중간고사요? 후후 너무 큰 걱정은 마세요.”
“거듭 묘한 것을 묻는 듯 하다만···. 중간고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지?”
“걱정은 안 한다. 네가 하겠다고 했으니, 그저 신뢰할 뿐이다.”
“아.. 후후 선배님도 참.. 네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럼 중간고사의 어떤게 궁금하신건가요?”
“대련. 내 지원 없이 어떤 식으로 이겨나갈지 조금 궁금해져서 말이다.”
밀푀유야말로 스테이터스를 아이템으로 보완한 템 원툴캐 아닌가.
물론 높은 지능으로 스스로 알아서 잘 해 나가고 있다만, 결국 본인 스테이터스가 낮으면 목표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아···.”
밀푀유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선배의 기대가 그만큼 부담된다는 뜻인가
“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해다오. 아이러니하게도 흥미가 느껴지는건 참을 수 없는 성격이다보니.”
“흥미. 선배님은 제게 흥미가 있으신건가요?”
“음? 음···. 그렇게 되나”
그야 흥미가 있지.
사자 우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토끼는, 그 존재만으로도 대단히 흥미로운 존재 아니겠나.
“그, 그렇군요. 네.. 선배님께서 흐, 흥미를 가지는 대상이 되었으니 말씀드릴게요.”
밀푀유는 주먹을 동글게말아 입 앞에 가져대대곤 에헴 하고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저는 제 스테이터스가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승리의 수단은 이 카트리지 장전식 삐약 펀치 mk.3 이죠. 지금은 삐약펀치의 개발에 힘쓰고 있답니다. 바닐라가 열심히 개조해 주고 있어요.”
“그렇군. 정확히는 어떤 방식이지?”
“···오토 리젝션. 자동 연사형 펀치 개념을 도입하고 있어요. 한 번 붙잡으면 거기서 끝. 최대 다섯 발 까지 장전할 수 있게 된 마동석을 이용해서, 자동적으로 펀치를 때려넣는거죠.”
“호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동 펌프나 프레스기 같은 개념이다. 확실히 한 손으로 잡고 때려넣을 수 있다면···. 그보다 괜찮은 옵션은 없겠지.
“다들 제 건틀릿에 익숙해 졌을거고 ···나름 대처 수단도 준비했겠죠.”
“그렇겠지.”
“그렇다면, 더 강한 화력으로 뚫어버리면 된다···. 라는 발상에서 시작해 봤습니다. ···아하하. 저에게 부족한 건 더 강한 화력이니까요.”
“훌륭한 선택이다.”
부족한 점도 여럿 있고, 유틸리티를 포기한 대신 풀 스로틀 파워를 선택했다.
그 화력으로도 뚫지 못하면 뒤가 없는 선택이지만, 현명하게 쓰겠지.
“선배님은 뭘 만들고 계신가요? 선배님이 제작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봐요.”
“음. 이거 말인가. ···옷이다.”
“옷이라면 지금까지 잘 만드시지 않았나요? 대체 어떤 옷이길래···.”
“드레스다.”
“······네?”
뚝. 하고 밀푀유가 멈췄다.
“드레스다.”
“···드레스.”
“음. 꽤나 만들기 어렵군.”
옷본 자체의 티어가 높아도 너무 높다. 바느질이 나아갈 생각을 안 한다.
4티어 장비 이놈. 아직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라 이거냐.
“······.”
옆에서 무언가, 위잉.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힐끗 밀푀유를 보니 자신의 건틀릿을 정비하고 있었다.
잠시 구동계를 확인하던 밀푀유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건틀릿을 벗어서 다시 제자리에 돌려놨다.
“···드레스 라고 하셨죠?”
“음. 그렇다만.”
“여성분이 ···입으실건가요?”
“내가 만든 드레스를 남자가 입은 모습을 볼 생각은 없다만. 아니 애당초 입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질문은 실로 흥미롭군.”
게임에서는 의복 착용 성별 제한이 있어서 못 입었는데, 이거 남자도 입을 수 있나?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니 밀푀유도 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님. 잠시만요. 누가, 누가 입을지 안정해 진 건가요?”
“그렇다.”
그리고는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정···. 미정이나 내정된 이는 있는 건가? ···아일라 선배님? 아니, 그럴 마음이 있으셨으면 옛 저녁에 하셨겠지. 밀푀유 잘 생각해. 상대는 울프람 선배님이야. 친애를 담아 존경하고 있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눈치를 샌드위치 재료로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차라리 원정용 방어구라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아, 원정용?”
홀로 중얼거리던 밀푀유는 이내 총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배님. 그렇다면 이건 ‘원정용 방어구’인가요?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고, 순수한 방어구?”
“그렇다. 꽤 괜찮은 품질의 물건이 나올테니 기대하도록.”
“······그걸 드레스로 만드셨다는 거죠.”
“음. 드레스는 마법 저항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옵션이 붙는다. 네 개 정도만 붙어도 포영의 설원 정도는 뚫고 나갈만 하지. 거기에 저 반지를 봐라.”
“···드레스에 반지.”
“저 반지 또한 상호간의 대화가 가능한 마법이 부여된 반지다. 이로서 전술의 선택폭이 넓어졌지.”
내 말에 밀푀유는 처음으로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 저었다.
“그러니까, 선배님.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요. 저 드레스도 반지도 그저 원정용일 뿐. 명확한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렇다만.”
“하필이면 그런 선택을···. 아니 선배님이시니까 분명 효율적으로 판단하신거겠죠. 하지만···. 왜 하필.”
밀푀유는 전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어봤다.
“선배님. 혹시 이 드레스랑 반지가 어떤 용도인지 ···그, 혹여 다른 분들도 다 알고 계신가요? 선배님께서 동료라고 하신 ···저희들 전원이요.”
“전원은 모를 것이다. 드레스는···. 네가 두 번째군.”
“···그렇군요. 그럼 아니다. 제가 다 말해 놓을게요. 오해를 사지 않게끔 설명은 저에게 맡겨주실래요?”
“그럴 이유가 있나?”
“네. 그럼요. 선배님. 그 드레스 원단을 보니 순백의 드레스죠?”
“그렇다.”
밀푀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드레스에 피가 묻으면, 너무나 슬프지 않겠어요?”
“···그런, 가.”
“네!”
실로 환한 미소였다.
알 수 없는 소름에 미소의 이유까지는 캐물을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