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11)
210. 전성기의 3할
아일라가 전치 일주일을 얻었지만···. 사실 일주일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회복력 상승은 파티 전체에 적용되는 거고, 아일라의 기초체력은 전사에 준하기 때문에, 늪으로 만든 주먹에 열 세 대 맞고 한 대 더 맞았다고 해서 일주일이나 뻗어있을리는 없다.
그것보다는 그 아일라의 주먹에 열 두 대 맞고 두 대 더 맞은 레지나 쪽이 걱정이지. 걔는 파티원도 아니잖아.
뭐 아무튼, 이걸로 한동안 그러니까 한 이틀 정도는 아일라가 편의점에 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지금은 드레스의 완성이다.
회복력 상승을 사용해서 재봉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집중력이 금방 화복되는게 느껴진다. 바늘 한 땀이 좀 더 빠르게 들어가고, 손이 거침없이 움직인다.
【프리즘스톤】을 왼쪽 가슴 위에 달고, 그 위에 늑대풀로 뽑아낸 실로 황금색 장미를 만든다. 순백의 이브닝 드레스의 가봉이 하나 둘 끝나가는게 느껴진다. 때로는 마네킹에 걸어 디자인을 다시 보기도 한다.
실로 오래간만에 모든 신경을 다 투자해 작업에 집중한다.
작업에는 패턴이 있다.
이 게임의 제작은 미니게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게 몇개 있다.
조합비만 생각해서 대충 뿅뿅 때리면 나오는 요리와 다르게, 방어구 제작은 미니게임에 가깝다.
【빛나는 재봉선에 맞춰서 바늘을 움직여보세요!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재봉선을 따라가면 성공율이 올라간답니다!】
뭐 이런 느낌이다.
옷본 티어가 낮거나 재주가 높거나 스킬 레벨이 높으면 재봉선이 엄청 확실하게 눈에 띄고 재봉 자체가 쉽다.
하지만 이만큼 어려우면 뭐 보이는것도 없다.
허나,
허나 말이다.
“애당초 안 보인다는 것이, 그렇게나 불편한 것인가.”
첫 수를 보면, 그 뒤에 나올 재봉선의 궤적은 드레스따라 다르지만 대충 32패턴.
그 중에서 내가 만들려는 순백 재질의 이브닝 드레스로 압축하면 7패턴.
그 안에서 지금의 재료와 바늘 재주로 만든다면 5패턴.
그렇다면 결국 내 바느질은 2할의 확률로 성공하고 8할의 확률로 실패한다.
허나 그것을 10할의 성공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어찌 고인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바느질이란, 그렇게나 불편한 것인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별 거 아니다. 옛날 생각이 조금 났다.
드레스 한 벌을 만드는데도 처음에는 무수히도 실패했더랐다.
처음에는 재주를 21을 찍고 신화급 명장의 스킬을 얻고, 궁그닐로 만든 바늘을 써도 실패했었다.
허나, 그 뒤로 하나 둘.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바늘은 처음 손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옷감에 한 땀 밀어넣는것조차 두렵다. 이 재료가 얼만데, 실수하면 어쩌지.
그 뒤 익숙해지면 바늘은 옷감을 달린다.
한 땀 밀어넣는 것에 자신이 생긴다. 옷이 완성되는 것 자체를 즐긴다.
옷감 위에서 춤추고 바늘은 손 안에서 노닌다.
좀 더 낮은 스테이터스에서 성공한다. 여기부터 대성공작을 뽑아내고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 여기까지가 일반인의 영역.
되묻건데 바느질이란 그렇게나 불편한 것인가?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수백번을 그린다.
바늘은 자신의 궤적 속에 있다. 여기서부터가 적폐의 영역이다.
이내 바느질은 옷감이 아니라 허공을 수놓고, 바늘은 하늘을 달린다.
대성공은 내 손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실패조차 의도할 수 있다. 여기가 내가 키워낸 아이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그러다보면 첫 수 이후 다섯 번 바늘을 가져다 대어 진위(眞僞)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재봉을 하지 않아도 바늘 끝으로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설명하기 힘든 감각의 경지다.
여기가 끝까지 나를 따라와서 이 D/Z SAGA에 인생을 건 애들이 할법한 일이다.
허나 바느질은 점차 줄어든다. 네 번. 세 번. 점차 바늘을 가져다대는 횟수까지 줄어든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바느질이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
성공은 그저 뜻하면 이루어지는 것의 경지.
이게 바로, 오직 슈퍼 영진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하늘이다.
허나 재봉 역시 소소하게나마 체력을 잡아먹고, 집중력을 시험하기에 이 모든 회복 상승은 한 땀 더 내 손을 달릴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한 번 더, 바늘이 움직인다.
【믿을 수 없는 대성공!】
【드레스가 1% 진척됩니다!】
자. 다시 묻건데.
바느질이란 그렇게나 불편한 것인가?
***
귀기(鬼氣).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찾아온 세 사람은 그의 작업을 보고, 그리 느꼈으며 동시에 숨을 죽였다.
네프티. 루디카. 그리고 밀푀유.
처음에는 실로 가벼운 마음으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연히’도 세 사람은 오늘 편의점 앞에서 모였다.
드레스의 주인을 가린다면,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그것을 먼저 알아보고 싶다는 속셈은 없었다.
솔직히 아주 조금이나마 울프람에게 조금 더 잘 보이거나 자신을 어필하고 싶다는 속셈 또한 없었다.
그리고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순간 숨을 죽였다.
두려울 정도의 집중력. 숨 쉬는 것 조차 용납되지 않을 정도의 정적.
그 안에서 오직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바늘만이 소리를, 행동을 허락 받은 듯 한 착각.
누가 봐도 확연할 정도로 ‘기운이 서려 있는’ 손길이었다.
마네킹에 걸려 있는 드레스를 향해 내민 그 손은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을 수놓듯 정확하게 꿰뚫고, 빠져나왔다.
그 때 마다. 무형의 옷감이 유형의 드레스로 변화해 나아갔다.
보잘것 없었던 천이 스스로의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
절도 있는 동작과 흔들림 없는 손짓은 정밀 동작이라면, 이 제프린에서 견줄 이가 없는 루디카 핫산 샤도우마저도 경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손길로 인해 완성되어가는 드레스는, 마력을 느끼는 감각이 탁월한 밀푀유의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그 옆에 선 네프티는 저 정도의 절도 있는 자세와 동작을 체력2로 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집중력을 소모하는지를 깨달았다.
이 작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에 동의하여, 모두 최대한 소리를 죽여 편의점을 나왔다.
***
한참을 걸어 나와 마법 8학부 끝에 있는 공원에 앉았을 때. 처음으로 숨을 토해 낸 것은 밀푀유였다.
“···후우. 하아. 이제, 말 해도 되는거죠?”
“하, 하하···. 네. 아무래도 여기선 선배님도 안들리시겠죠.”
“···음. 루디카도 그렇게 생각한다.”
편의점이 시야 끝에 희미하게 잡힐 정도로 멀리 나와서야, 이들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니 돌아온 척 노력할 수 있었다.
아직도 귀기 어린 그 광경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니까.
“···이브 폰 로엔그린이 어제 스쳐지나가듯 말했던 것을 기억하나?”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기묘한 침묵을 깨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루디카였고, 이를 네프티가 받았다.
“저 드레스가 완성된다면, 황실 보물고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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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억이 나요.”
“저 드레스가 완성된다면, 황실 보물고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말.”
“처음에는 이브 폰 로엔그린의 허언이라 생각했다. 그 녀석은 겉으로는 울프람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하하···.”
밀푀유는 루디카의 말에 웃음으로 동의했다.
그녀 또한 이브 폰 로엔그린이 울프람을 싫어하느냐, 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을까요?’ 에서 ‘글쎄요?’ 로 대답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언이 아니었다. 저건 ···엄청난게 나올거라 확신한다. 루디카는 그렇게 생각한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요.”
그리고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쓰게 웃었다.
오늘 편의점 앞에서 모였던 이유.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던 이유.
그건 바로, 오늘 울프람에게 잘 보이면 ···드레스의 주인을 선정하는데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좁은 속내. 얄팍한 수. 싸구려 행동.
저 정도의 사내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내는 혼신의 작품.
황궁 보물고에 들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저 일품을, 고작 사욕을 위해 그리도 탐냈는가.
그런 얄팍한 수로 저 물건을 손에 넣고자 하였는가.
“···느끼는 바가 많군.”
루디카의 말에 남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누가 주인이 되던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네프티는 그리 말했다.
애당초 본인은 ···과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로열 가드 특별 제복도 있지 않은가.
“네. 저도요. 선배님이 저렇게 공들여서 만드신다는 건. 선배님이 선택한 사람이 ‘최선’이라는 거겠죠?”
“그렇겠지. 적어도 루디카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 사람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웃었다.
누가 되던 원망하기 없기. 라는 공통의 약속을 품은 채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이만 해산하도록 하지.”
“네.”
“예.”
하지만 그래도, 그게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꺼내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
꿰맨다.
실로 오래간만에 오직 한 동작에 모든것을 집중했다.
머릿속에서 숫자가 차오르고,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대단한 완성도!】
【믿을 수 없는 완성도!】
【기적에 가까운 대성공!】
【인간을 넘어선 대성공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스템 메세지가 주르륵 올라왔다.
대충 보면 대성공 타율은 3할정도. ···즉.
“···3할 정도인가.”
옷의 완성도가 아니다.
나의 완성도 이야기다.
지금의 체력 상황과 집중력 전부를 고려했을 때 슈퍼 영진 시절의 플레이와 대조해보면 3할 수준의 출력이 나오는 것 같다.
지식과 지혜는 머리가 기억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몸은 체력도 근력도 너무 낮으니 말이다.
그나마 재주가 봐줄만 하니까 긁어모은 17의 재주로 이정도까지 나오는 거다.
그러니까 ‘옷 재봉에 한정’해서 슈퍼 영진이었던 시절과 비교해 3할정도는 할 수 있는 거 같다. 아쉽긴 하다. 갈 길도 말고.
뭐, 말년에는 너무 할게 없어서 이상한 플레이만 하고 설정집만 팠으니까 감각이 살짝 죽었던 것도 있다. 이것도 하다보면 차차 나아지겠지.
“이래저래 아쉽군.”
최고의 폼일때는 모든 재봉에 대성공을 띄우고 놀고 그랬는데 말이야.
아쉽지만, 갈길이 멀기에 도전할 것이 남아있고, 그렇기에 더더욱 삶이 윤택해진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행복하다.
【대성공 숫자를 일정 이상 채워 스킬이 성장합니다!】
【일정 티어 이하의 의복을 만들 때. 원 터치 컴플리트가 됩니다!】
【8T이하의 재봉은 두 배의 체력을 지불해 한 번의 행동으로 완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오. 이건 꽤 괜찮은 결과군.”
즉 체력을 두 번 먹긴 하지만, 한 번 바느질하면 완제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게 또 보급형 장비를 만들때 뚝딱인 스킬이다.
“후우···.”
그건 그렇고, 파티 시너지로 회복력 향상이 붙어있다고는 하나 꽤 무리해서 몸을 움직였다.
재봉도 체력을 소량 먹는다. 그걸 회복력 향상으로 어떻게든 커버치긴 했지만, 충분히 지쳐 늘어질 정도다.
“그렇다 한들 이대로 퍼질 수야 없지.”
마실걸로 지친 몸을 회복하고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기적적인 대성공을 이루어냈습니다!】
【제작 진척도가 2% 추가됩니다!】
【제작율 99.9%】
【가완성 완료!】
【스킬 재사용 시 마감재를 투입하고 완성됩니다!】
“후우.”
이제 진짜 끝난다.
그 전에, 눈으로 설명문구를 읽었다.
【장인의 손길이 깃든 드레스(미완성)】
【99.9% 제작완료】
【예상 등급 (4)-(5)T】
【확정 옵션 갯수 (2)개】
【예상 보조 옵션 갯수 (4)-(6)】
“···훌륭하군.”
여기서 이제 늑대풀을 포함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최고급 마감재들을 투입했다.
나는 수 없이 많은 아이템을 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고 나 자신도 반쯤은 농담으로 생각하지만, 나머지 반의 진담을 담아서 이렇게 생각한다.
공을 들인 아이템은 주인을 찾아간다.
주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며, 제작은 그걸 보조할 뿐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이 물건 역시 ···걸맞는 주인을 찾아 갈 것이다.
나는 그저 만들었을 뿐이다.
“자.”
누가 이 드레스의 주인이 될까?
【드레스가 완성 되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