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2)
021. 반역의 오망성 제1석 아일라
이 D/Z SAGA에 들어오기 전 이영진은, 에너지 드링크라면 죄다 마셔봤다고 자
부한다.
핫세븐, 블루불, 크리처 ···그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마셨기에 이 맛은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훌륭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에너지 드링크다.
“핫세븐과 비교해서 살짝 높고, 크리처와 비교하면 살짝 아래인가.”
이것은 미래를 팔아서 지금을 사는 현대인의 필수품.
“이걸 또 여기서 맛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몸에 좋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음료는 맞는 셈.
나는 두 잔을 컵에 담아 카운터로 가져갔고, 그 곳에는 마도서를 꺼내 펼쳐놓은 아일라가 공부 준비를 끝 마쳐 놓고는 이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오늘의 음료인가요?”
“그렇다. 아직 시제품이라 돈은 안 받도록 하지.”
“어머, 괜찮나요?”
한 모금 마신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달콤하면서 톡 쏘는게 매력이 있어요.”
“그런가. 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말도록.”
“왜죠?”
“각성 효과가 걸린다. 많이 마시면 리바운드가 올 수 있다.”
“매직 포션도 만들 수 있었나요? 파머시(PHARMACY) 적성이 있었다고요?”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파머시.
약학사 혹은 포션제조사라는 의미로 보조 계열 중 연금술사들이 주력으로 픽하는 직업이다. 이게 돈이 꽤 쏠쏠하거든. 앞길도 짱짱하다.
사칭하면 꽤 피곤해지는 직업이기도 하다. 공인 자격증이 없는 불량 파머시는 학생회가 단속한다.
“아니. 그런 능력은 없다.”
“···후. 그렇군요. 알겠어요.”
알아주니 다행이군.
“지금은 비밀로 해둬야겠죠. 언젠가 날아오를 그 날을 위해서.”
아일라는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거 맞지?
진짜 맞지?
***
십만 제프린 중 한 줌 천재들만 모인다는 마법부.
그 안에서도 삼 학년의 차석이라는 위치는 압도적 재능이 있어도 노력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당연히 스터디는 맹렬한 기세로 진행되었고, 아일라는 자신의 공부를 하던 와 중에도 틈틈이 내 공부도 봐 주고 있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내 기초 지식 테스트를 끝마쳤을 때,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울프람. 이것도 당신의 능력인가요?”
“···무슨 능력을 말하는 거지.”
“아니, 어떻게 이 정도의 지식량으로 마법부에 남아 있을 수 있었죠? 이 또한 당신의 책략의 결과인가요?”
뼈까지 때리는 공격 정말 감사합니다.
“으음. 안되겠네요. 우선은 울프람의 공부를 기초부터 봐줘야겠어요.”
“···시간이 없지 않나?”
“미니 테스트를 날려 먹어도, 중간고사에서 만회하면 돼요. 차라리 길게 보고 공부를 하는 게 나아요. 우선 울프람은 이것부터 읽고 있어요.”
“기초 마법 이론이군.”
“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문제를 만들 테니까 그걸 풀어봐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지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공부를 보며, 나는 경악했다.
아일라는 한 손으로 자신의 공부를 하며, 동시에 흑수정을 불러내 백지에 적어가며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공부를 하며, 마법을 사용하고, 시험문제도 만든다.
저게 인간이 가능한 영역인가? 태생 마력 19는 저런 것인가?
아일라의 배려를 무시할 수도 없어서, 나는 책을 붙잡고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했다.
기초적인 속성 마법서. 마력원 기준으로 빨강은 불꽃이니 파랑은 물이니 하는것들. 자기 자신의 마력색은 절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정해진다는 내용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일라가 만든 시험 문제가 완성되고, 전부 풀어냈을 때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70점 정도네요. 암기력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마력이 낮으니까 실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론에서 확실하게 성적을 내면 되는 부분이니까요.”
괴물 같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고 칭찬하셔도 전혀 와 닿지가 않네요.
아일라는 나를 보며 픽 웃고는, 시험 끝나고 학생에게 잡스러운 지식을 전해주는 선생님마냥 마법에 관한 넌센스 퀴즈를 던졌다.
“아 맞다. 울프람. 마력색은 마력의 속성을 나타낸다고 하잖아요? 갈색은 땅마법. 빨강은 불꽃마법. 하지만 그게 전부 일치하지 않는 다는 거 알아요?”
음? 그거?
“당연히 알고 있지.”
“아하. 그래요? 그럼 예시 하나만 들어볼래요?”
“너의 흑수정 마법이 그렇다.”
“······.”
내 즉답에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입을 헤 하고 벌렸다.
오, 내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좋아. 여기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게임 정보를 전부 털어놔서, 아일라가 내 지식을 비웃지 못하게 해야겠다.
“흑수정의 가문. 트라이스타의 색은 흑마법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검은 게 특징이지만 그 본질은 광석 마법이며 흑마법과는 일절 연관이 없다.”
“자,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흑수정 마법은 자세히 보면 영롱한 검보라 빛에 가까울 정도로 매력적이니까. 옹이구멍이 아니라면 다 알아 볼 거다.”
“······아, 아하? 매, 매력? 그, 그래요?”
아일라가 눈에 띄게 당황했기에, 나는 게임의 그래픽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3막에서 얘랑 싸울 때 검은 마력이니 어련히 흑마법이겠지 하고서 흑마법 레지스트 아이템을 둘둘 말고 가면 그대로 창에 배가 꽂혀 죽는다.
오히려 대지 속성 레지스트랑 물리 레지스트를 챙겨가는 게 훨씬 낫다. 그게 또 아일라 공략의 핵심이지.
“흑수정의 마력은 탁한 흑마법과 차원이 다르다.”
“···그, 으. 우, 울프람?”
내가 게임설정집으로 지식을 풀어놓자 아일라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나의 현명함을 깨달았나 보군.
자 보아라 하하. 나는 멍청하지 않다.
그저 조금 자유로운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설정충 울프람 나가신다!
“보아라. 고작 색 하나 때문에 트라이스타 가문이 어떤 멸시를 받았지? 편견으로는 본질을 파악 할 수 없다.”
“···그, 으···. 그만. 그만···. 그만 해요. 울프람. 그, 그러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일라 토벌전에서 배때지에 찍힌 흑수정창을 보며 얼마나 오열했던가. 그 딜은 사기지 진짜.
“흑수정은 더욱 깊고, 더욱 선명하며, 파괴적이다.”
“고 고맙···. 아니 고, 공부!”
“음?”
“예, 예에. 공부를 하죠! 지금은 잡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에요!”
“공부는 이미 하고 있지 않나.”
“잡담 금지! 공부. 그래요. 공부를 하죠! 어서!”
“······.”
왜 이래?
***
공부는 밤늦게까지 계속 되었다.
식사는 도넛과 음료로 대충 때웠고, 살짝 상태가 이상했던 아일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공부에 집중하는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마도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 모습은 냉정하고 이지적이며, 모든 것을 깨부수던 3막의 반역의 숙녀를 떠올리게 했다.
“이게 학년 차석인가.”
조금 존경 할만하다.
그렇게 밤 열시가 조금 넘은 시간, 공부를 마친 우리는 필기구를 정리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제가 내 줬던 숙제들 풀고 복습하면 될 거에요.”
“꽤 늦었군. 조심해서 돌아가라. 감사 인사를 표하지.”
“어머, 울프람이 감사인사라니. 후후. 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빨리 돌아가라, 열 시 넘으면 무조건 자야 하는 것 아니었나?”
“그러게요. 하지만 음료 효과가 무척 좋은 가봐요. 후후. 역시 울프람이에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 이후로 며칠간에 거쳐 우리의 스터디는 계속되었다.
식사는 당연히 도넛과 울프람 특제 에너지드링크.
“그러고 보니 이 음료 말인데요. 편의점에서 팔 생각인가요?”
“고려중이다. 왜 그러지?”
“지금까지 저는 울프람의 이 식료품점 물품들을 보면서 굉장히 감탄했어요. 알고 계시죠?”
“그야 그렇지. 단 하나 홍초로 만든 파스타는 먹지 않았다만.”
“그건 사람 먹을 게 아니에요. 신경이 맛이 간 이들이나 입에 담겠죠.”
루디카한테 왜 그러냐 진짜.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올 때 마다 그릇당 2만린에 꼬박꼬박 먹고 가준다고.
“그나저나 이 음료. 정말 위험하네요.”
“위험하다고?”
“이 음료 대학원생들의 손에 들어갔다간, 이 음료를 놓고 쟁탈전. 심각하면 약탈도 일어날 거예요.”
“······그 정도로 심각한가?”
“어떻게 해서든 졸업 논문을 통과시키고 학위를 따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이에요. 그들은 목숨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 그런 중에 이 음료가 풀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거 같아요?”
“대학원생들이 과로로 죽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뭐?
진짜?
그럼 뭐가 중요한데?
“공정하게 풀리면 대학원생들을 좀 더 빨아먹고 싶은 교수들이 화를 낼 거예요. 불공정하게 풀리면? 한 쪽 랩이 성과를 내서 라이벌 랩을 짓이겨버리겠죠.”
“······.”
“이건 제프린의 대학원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음료에요. 반역적이죠.”
그렇게나 무시무시한 음료라고?
이게?
“이제 모든 피스가 갖춰졌어요. 자. 날아오르죠. 당신은 양 손에 대학원생을 쥐고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거예요.”
그거 너무 쓰레기 같지 않니?
“그럴 생각은 없다. 애당초 불가능하다.”
“네? 어째서죠?”
“재료 한계 상 하루 다섯 잔이 한계다.”
“윽. 소규모 생산이 가져오는 한계점···!”
“잘 알고 있군.”
“그럼 제가 생산 루트를 지원하면 어떻죠?”
아니
그러지마. 그랬다간 이브의 광창에 배때지가 찢어 질 거야. 카르마가 쌓여서 루디카가 목긋기 하러 올 거야.
어디보자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얘를 설득하려면···.
“반역은 은밀해야 한다. 화려한 것은 가장 마지막에 펼쳐지는 날개 뿐.”
이렇게 말하면 좀 통하려나?
“···아, 아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완전히 알았어요! 역시 울프람···!”
아일라는 씩 웃으며 내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루 다섯 잔 한정의 소규모 생산. 은밀한 루트. 즉 ···받을 수 있는 건 울프람이 선택한 다섯 명 뿐이라는 이야기죠?”
“그, 음.”
“후후, 역시 제가 눈여겨 본 악당이네요.”
그래 뭐. 그냥 그런 걸로 치자.
“좋아요. 그러면 울프람의 오망성중 첫 잔은 이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받도록 하죠. 하루 한 잔은 제가 예약하겠어요!”
오망성은 또 뭔데?
아일라의 폭주를 저지하려고 손을 내미는 그 순간.
아일라의 다음 말에 손이 뚝, 하고 멈췄다.
“물론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않겠어요. 가격을 지불하죠. 대신 하루 한 잔은 제거에요.”
“좋아. 뭘 지불할 생각이지?”
“음. 으음. 그러니까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테이블을 검지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
“돈으로 거래하면 내역을 제출해야 하고, 증빙 서류도 많고 세금도 잡히죠. 그럼 이 음료가 들통 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럼 기부 명목으로 물건을 주는게 좋은데···. 가지고 싶은 거 있어요?”
물건?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긴 있다.
“마동석 냉동고를 받고 싶군. 혹시 남는 물건이 있나?”
“냉동고···. 식료품점에 있으면 엄청 편할 거 같긴 하네요.”
“마에스트로쪽에서는 최저가로도 2,000만을 부르더군. 터무니없는 가격이야.”
“쉽게 만들기 어려운 물건이긴 하죠. 그렇게 후려치는 가격은 아닐 거예요.”
알고 있다. 트라이스타는 상인가문이니까 아일라가 말하는 가격은 틀림이 없을 거다.
“가능하겠나?”
“어머. 가능 하겠냐, 라고 물은 거예요. 지금?”
아일라는 실로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긴.
누구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