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21)
220. 상상도 못한 정체
네프티는 결재 서류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핫! 하고 소리치고는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접어 품 안에 넣었다.
그 기행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물음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보관하는 것에 의미가 있나.”
“네! 있습니다!”
“부디 들려줬으면 하는군.”
“네! 이 서류는 저 네프테리안을 정의하는 서류입니다. 제가 제프린에서 【로열 가드】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서류가 필요합니다.”
“음. 그래서.”
“지금 이 서류를 제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보관한다는 것. 그것은 이 서류를 빼앗길 때는 제가 죽을 때 뿐이라는 거죠!”
“······.”
그리 말하며 눈을 빛내는데, 차마 해 줄 말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 서류 또한 목숨걸고 지키겠습니다!”
“음···.”
그래.
그렇구나···.
***
1차 승급.
이게 없어도 엔딩은 볼 수 있다지만, 육성한다면 원래 승급 다하고 진각 때려박고 진각기로 맵쓸이하는게 낭만이란 말이지.
이 D/Z SAGA에서 정말 재밌는 점은, 육성 가짓수가 히로인보다 파티 캐릭터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브의 경우 1차승급 【광휘의 학생회장】이 되면 얻는 버프들은 대부분 마법 관련이다. 근접 단검 이브같은건 웬만큼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파티원들은 히로인들과 다르다.
퀘스트 몇개 수행하고 ‘자격’이 되는 순간 몇 개의 직업군 내에서 고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네프티는 ‘중갑 전사’ ‘방패 전사’ ‘창기병’ 등지에서 고를 수 있다.
좋은 예로 밀푀유의 친구인 요거트도 있다.
요거트의 경우 ‘정령 궁수’ ‘정령사’등. ‘정령’이 붙는 ‘원거리’직업은 대부분 적성을 가진다.
이게 또 무척 편한게 파티원의 밸런스가 안 맞을 경우 요거트 전직을 최대한 미뤄서 마지막 파츠를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궁금한 것이 있다.
내 주위에 도저히 승급이 짐작이 안 가는 인물들이 있다.
첫째로. 재능 덩어리인 루디카 핫산 샤도우.
얘는 승급을 해볼세도 없이 제프린을 졸업하고 떠났다.
어떤 길을 걸을지, 어떤 길까지 걸을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그 다음으로는 아일라 트라이스타.
당연하지만, 보스에게 승급이 어딨겠나.
사실 엄청난 승급 풀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퓨어 메이지도 될 거고, 전사계열도 가능하고, 마법전사도 될테니까.
파티원으로 치면, 네프티랑 이브는 승급 라인업이 얼추 정해져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하면서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둘이 있으니.
하나는 당연히 ···이 게임에서 나가 떨어졌어야 할, 현재 직업조차 물음표로 뜨는 버그 캐릭터. 울프람 폰 로엔그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선배님? 왜 그렇게 보시나요? 저, 저 뭐 잘못한 게 있을까요···?”
“아니. 아니다.”
“그렇게 바라보시면···. 아, 아하하···. 부끄럽네요.”
“너에게 흥미가 생겨서 말이다.”
“네헤!?”
똑같이 초반에 같이 나가 떨어졌어야 할 밀푀유 폰 사브레다.
***
밀푀유는 무어에 그리 놀랐는지 두 걸음 물러섰다.
“저, 저에게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그렇다.”
“그, 으흠. 아. 속지 않, 아니 이번건 속아보고 싶긴 한데요.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이세요···?”
“이 궁금증은 좀 포괄적이군. 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네? 그, 그러니까···.”
“말 그대로다. 나와 네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궁금증이다.”
“아, ···우?”
“밀푀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무척이나 중요한 질문이다.”
“마, 말씀하세요. 서, 선배님···.”
“혹시 장래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생각해 둔 게 있나? 전사라던가, 기사, 혹은 ···마법사는 논외군.”
“혹시 그게 궁금하신거에요?”
“그렇다만. 나 또한 내가 걸어야 할 길에 망설임이 있어서 말이다. 요컨데 울프람 폰 로엔그린 앞에 어떤 선택지가 놓여있는가?”
“······아, 네.”
밀푀유의 붉은 안색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고, 은은한 미소가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는 동생을 보는 듯 다시 미소를 입에 걸었다.
“왜 그러지?”
“아니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선배님이시니까요. 그래서 뭐가 궁금하신 거에요?”
“우선 이전 네가 말했었지. 스테이터스는 신전에서만 볼 수 있다고 말이다.”
“네. 그랬죠.”
그 뒤로 조금 알아본 결과를 종합하면 신전은 스테이터스를 보여주는 곳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에 가봤던 위장용 신전 말고, 진짜 제프린 중앙에 있는 신전 말이다.
검사 비용은 건당 3만 린.
일견 꽤 비싼 검사비지만 매일마다 스테이터스가 하나씩이라도 올랐나 궁금해 하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제프린의 성적. 수상기록. 전공. 졸업 학부. 그리고 스테이터스까지 모든게 졸업 후 취직을 위한 지표니까.
“너는 스테이터스를 검진한 적이 있지.”
“네. 있습니다. 학년 초에 한 번, 그리고 얼마 전에 한 번이요. 변한 점은 없지만요.”
“음. 그럼 또 하나 묻고 싶은게 있다만···. 그 신전에서 미래를 점쳐주기도 하는가.”
“미래요?”
“음 ···나아갈 길이나 방향성 말이다.”
이 세계의 직업군이라는 건 실로 미묘하다.
예를 들어 이브나 레지나는 누가 봐도 퓨어 메이지고 네프티는 누가 봐도 탱커고 다들 그걸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300년간의 역사’의 고증을 통해 퓨어 메이지는 이런 길이 좋습니다. 탱커는 이런 길이 좋습니다. 하고 쌓아온 ‘역사’속에서 길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하나, 경험이나 역사는 존중하는데 시스템처럼 명확하진 않다. 길도 좀 편협한 느낌.
허나 원작 기준으로는 스테이터스는 그냥 파티창에서 확인했다.
반대로 승급 목록을 신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물어 본 것이다.
“음···. 글쎄요?”
“없는 건가?”
“아뇨.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라···.”
“그렇군.”
“하, 하지만 신전측에 있을수도 있지만, 저희같은 일반 학생에게 공개된 정보는 무척 적으니까요. 제가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군. 그 또한 합리적이다.”
학생들에게 신전의 모든 기능을 설명하진 않았겠지.
그럼 뭐 ···밀푀유랑 함께 가 볼 수 밖에 없나.
“밀푀유. 움직일 채비를 해라. 오늘 아르바이트는 여기까지다.”
“아···. 네! 서, 선배님 혹시 둘이서만 가나요?”
“그럼. 다르게 동행할 이가 있나?”
“······네! 바로 채비하겠습니다!”
밀푀유는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움직이자.
***
흑왕호를 타고 신전 근처에서 내린 우리는 신전을 향했다.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동시에 길을 터줬다.
이런 점에서는 또 황손이라는게 편하네.
접수대 앞으로 가니 눈 아래가 퀭해져있는 학생 한 명이 있었다.
생기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어깨까지 오는 블론드. 똑같은 금색 눈동자.
가슴팍에는 철제 서류 받침대를 끌어안고 있는 소녀는 피로만 풀리면 분명 미소녀라고 부름에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럴 기미는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허리춤에서부터 피어난 수 만의 깃털로 장식된 날개. 그리고 목에 매여져 있는 수 십 킬로그램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 쇠덩이 목걸이와 쇠사슬.
그렇다.
겉보기에는 야근에 찌든 폐인같지만 얘가 바로 ‘제프린에 몇 없는 이종족’중 하나.
그것도 무려 ‘천족’님 되시겠다.
셀레이나 셀레스티얼처럼 어중간한 혼혈에 친한파 일본인 이런게 아니라, 진짜 순수 천족.
“칼레도니아 아루아.”
“이름 부르지 마시고. 검사비는 저쪽에서 내시고, 용지에 이름하고 학년하고 학부 적으시면 검사 결과 나올겁니다.”
기계처럼 내뱉는 말에 감정은 없다. 그야 하루 수 백 번은 가볍게 말했을테니.
“감히 나에게 지시하는가. 칼레도니아.”
“그러니까 제 이름을 함부로···. 어. 힉···. 우, 울프람···. 울프람 ···님!? 오, 오늘은 무슨 일로.”
그럼 어째서 천족이 여기에, 그것도 죽지도 않고 잘 살아있냐 하면 ···좀 복잡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가문이 통째로 포로’다.
배신하여 인간에게 붙은 셀레스티얼 가문과 다르게 끝까지 뻗대다가 포로가 되어버린 멍청이들이다.
자긍심의 최후는 포로로 잡혀서 노예처럼 사는거라니.
멍청한 녀석. 그러니까 잽싸게 배신을 해야지. 알겠냐. 배신하는 놈이 강한거다. 하하.
“아루아 가문이 감히 황손에게 이따위 응대를 한다. 하하. 재미있는 농담이군. 황실에 이야기하면 모두 웃겨서 뒤로 넘어가겠지.”
“죄, 죄송···. 죄송 합니다.”
얘가 이렇게 겁먹는 것은 당연히 ‘중간계 한정 즉결 처형권’이 로엔그린에 있기 때문이다.
너무 겁먹지 말라고, 우리는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으니까.
“무얼. 농담이다.”
“······히이.”
아니.
진짜 농담이라니까.
***
칼레도니아는 ‘오늘 검사는 여기서 끝! 내일 오세요!’ 하고 다른 학생들을 내쫓은 뒤 신전 문을 닫고는 나와 밀푀유를 응접실로 모셨다.
“그, 그래서 ···오, 오늘은 어떤, 어떤 일로 방문하셨, 하셨는지···.”
“신전에 용무가 뭐가 있겠나.”
“그, 그렇···, 그러시, 시군요. 저, 저를 죽, 죽이···.”
“그럴리가 없지 않나.”
“···아, 아하. 그, 그렇다면 스테이터스 검진을···.”
“그것도 아니다.”
“그, 그럼 뭐, 뭐가 있을까요···? 저, 저는 감히 위대하신 하르크 폰 로엔그린 전하의 후손이시자 전 제프린 학생회장이신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전하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정말 칼같이 나오는구나.
역대 황손에게 얼마나 많이 시달렸으면 저 부분만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내뱉을까.
“아니, 오늘은 몇 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서 왔다.”
“아···. 네. 뭐든 마, 말씀하세요.”
“신전은 기본적으로 능력치를 검사해 주는 곳으로 알고 있다.”
“네, 네! 그렇습니다.”
“정말 그것 뿐인가?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없는가? ···예를 들어 가야할 진로를 이끌어준다던가···.”
“······네?”
칼레도니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없나?”
“아···. 그, 그게요.”
“있나 없나.”
“이, 있습니다! 그, 그런데 천신 ···아, 아니지 황실에 맹세코 한 번도 쓴 적 없습니다!”
“···있는데 쓴 적이 없다?”
“어, 어어···. 네! 진짜로 쓴 적 없습니다!”
“왜 안썼지?”
“그야···. 저희가 그런 걸 쓰면 인간을 복속시키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만들긴 했습니다만, 한 번도 쓴 적 없습니다.”
“그렇군.”
이건 또 꽤나 합리적인 이야기다.
여기서 또 게임과의 괴리가 발생하는군. 게임은 그러려니 했고, 그 기능 정도는 오픈 되어 있었으니 말이야.
부활 마법이 없는 상태에서 진짜 전쟁을 겪은 세계는 역시 다르다. 중간계의 온존과 보존에 훨씬 더 엄격해.
“그렇다면, 그걸 써 볼 수 있겠는가.”
“···아. 네! 그 자, 잠시만요. 이 안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리 말하며 칼레도니아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우리를 안내했다.
***
안내된 방은 청소는 되어있었지만 낡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청소는 황실에서 ‘업무 평가 시간이다 짜샤!’ 라고 하면서 쳐들어왔다가 홧김에 살해당할까봐 무서워서 꾸준히 하는 듯 했고, 낡은 건 ···애당초 쓸 일이 없어서 그런 듯 했다.
칼레도니아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자, 잠시만요. 삼 백년 전에 만들어져서 잘 기동되는지도 의문이고 ···그, 매, 매뉴얼 좀 찾아보고 오겠습니다!’ 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 참.
매뉴얼 따위 필요 없는데 말이야.
텅 빈 방 안에 있는 것은 천사의 조각상 하나.
고개를 숙인 채 품 안에 거대한 구슬을 끌어안고 있었고 그 앞으로 걸어가 구슬에 손을 올렸다.
시스템 상으로는 그냥 방에만 오면 켜지지만 고증을 따르면 ···시동어가 있었다.
아마 그러니까.
“[인도하라. 안내하라. 나의 길.]”
직후 구슬이 은은하게 빛났다.
음. 맞네.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라 기억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말이야.
이 구슬을 발동시키면 구슬 안에서 직업 목록이 좌르륵 뜬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되어 있나 하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 [현재 직업] [황자] [전직 가능 직업] [황제]“······선배님, 저, 그 ···그게요?”
“······아무것도 못 본거다. 알았나.”
“······네, 네!!”
아니
미쳤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