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32)
231. 궁금한게 많은 응애들
【고등 마법학 이론】의 교수. 루퍼스 키튼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답안을 보며 몇 번이고 곱씹었다.
“···난해하군.”
쪽지 시험의 문제는 비단 골렘의 대처법 뿐만이 아니었다.
【초급 마법】의 【다속성 조합식】으로 일어나는 【중첩 스펠】의 효과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이는 실로 고등 마법의 조예가 있지 않으면 범접조차 할 수 없는 문제이며, 원소 마법 이론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매달리는 첫 시작이기도 하다.
허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완벽에 가까운 지식을 가지고 답했다.
아니. 완벽 따위가 아니었다.
【속성마법 중 가장 많은 타속성을 내포해 완전에 가까운 중첩 스펠을 만들 수 있는 속성은 다들 알다시피 광석이다.】
처음 교수는 비웃었다. 어찌 광석이 가장 완전에 가까운 속성이라는 말인가.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빛의 마력이야말로 다른 마법사들과 연계해 중첩 스펠로 발동시키기에 최적화 된 것을.
스스로의 마력 속성이 빛인 것도 잊어버린 멍청한 황손이라 생각했다.
“본인은 마법을 쓸 수 없으니 그 속성을 가지고도···. 음. 뭔가 더 있군.”
【어째서 광석인가. 빛이 아닌가. 이는 실로 무능하고 쓰레기 같은 답변이라 할 수 있으며, 누군가를 가르칠 조예를 갖추지 못한 무지의 총체다.】
【빛이 중첩 스펠로 뛰어난 것은 ‘모든 속성’을 얹었을 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허나 광석은 일견 ‘대지 단일 속성’으로 보이지만 그건 무지의 산물이다. 광석은 단일속성이 아니다.】
【발열석. 빙휘석. 청록석. 뇌전석. 참철석. 이런 속성 특화형 광석들은 동시에 두 개의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 광석은 고유의 속성을 보유하면서 동시에 다른 속성의 이점까지 살릴 수 있는 ‘태생적으로 만능’속성이다.】
【예를들어 발열석으로 투창을 만들어 그 위에 파이어 블래스트를 얹으면, 이는 빛으로 만든 광창 위에 파이어 블래스트를 얹은 것 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다.】
【하면 묻건데, 과연 광석은 빛보다 다른 마법과의 융화력이 떨어지는가?】
【맞다. 빛은 홀로 고고하다. 허나 다른 것과 섞을때도 그리도 위대한가. 내 흠을 잡을 생각은 없으니 교수의 의견을 첨부해 답을 가져왔으면 한다.】
“······으, 음.”
하나하나의 대답이, 교수의 연구 심리를 자극한다.
분명 답안지에는 멸시와 한심함이 뚝뚝 묻어나오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그 안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지식이 들어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골렘, 속성마법에 이어 빛속성 마법에 대한 특징도, 일부러 어렵게 넣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한창인 연금술에 대한 논제도 전부 지금까지의 지식을 전부 깨부수는 답이 적혀 있었다.
“······하하.”
불가해(不可解).
이 단어 하나하나는 이해할 수 있다.
허나 이 답안지 끝이 가리키는 지식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 참···.”
말도 안 되지만.
평생을 실패와 연이 없던 삶을 살았던 루퍼스 키튼의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가혹했던 시기는 바로 대학원생 시절이었다.
그 때 자신은 그저 학부를 졸업했을 뿐인 애송이였고 담당 교수님이 말하는 지식은 하늘 끝에 있는 듯 했다.
그 때의 불가해를 이제 와서 느끼다니.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불길이 자신을 좀먹는 것을 느꼈다.
“······하하.”
루퍼스 키튼은 처음에는 조소했으나, 이내 웃음기를 지웠고, 이내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에 와서는 자신의 셔츠 가슴자락을 움켜쥐었다.
추레한 삶이다.
늙고 낡아 고목마냥 비쩍 말라버린 육신을 가리기 위해 지식을 내세워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지식으로 제단을 쌓아 자신의 위치를 다졌으며 스스로를 학자층이라고 자부했다.
그것이 오늘 전부 부정당했다.
허나 그렇기에 먼지를 털어낸 고목은, 스스로의 몸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아직 타오를 불씨와 땔감이 될 수 있는 몸이 있음을 깨달았다.
“···흐흐. 흐흐흐흐.”
루퍼스 교수는 스스로 울프람의 답안지를 배껴 적어 이 모략에 참여한 다른 교수들에게 맞춰 편지봉투에 넣었다.
그들도 한 때는 학자였으며 육신은 늙었다고는 하나 그 정신은 학문의 열기에 흠뻑 취해있는 이들이니, 이 답안이 얼마나 걸물인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또 다른 편지가 하나를 동봉했다.
이 편지지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교수들만의 친목 모임에 초대한다는 내용 뿐.
허나 평소보다 한 장을 더 적어 내려갔다.
“즐거운 파티가 되겠군 그래.”
수신지는 마법 8학구의 한 상점.
수신인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
***
내 앞으로 송달된 편지지.
뭐 수식어가 좀 멋지긴 했는데 결국 교수가 연회를 열고 싶으니 자신의 저택으로 찾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음.”
왜 갑자기 찾느냐에 대한건 대충 ‘이런 깨어 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의 대답에 크게 감동했으니 한 번 찾아와 달라’ 라는 것인데···.
이거, 이 세계로 들어오기 전 인터에서 본 적 있다.
그러니까.
이거.
“···대학원을 권유할 셈인가.”
저런곳에 가면 교수들에게 붙잡혀서 꼼짝없이 대학원생이 되어버린다고 들었다.
누가 그런 곳에 갈까봐? 하하! 싫어!
나는 편지를 보지 않은 것으로 치기로 했다.
어차피 내년이면 졸업이고, 내 루트는 켈터스와 다르다. 누가 대학원에 갈 줄 알고?
그야 겜알못···. 아니 세상 알못들이 교수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 같아서 5,700자에 달하는 장문의 설정을 쓰긴 했다만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알못들 잘못이지 어?
D/Z SAGA의 공식 설정집과 거기에 DLC마다 추가 설정 제작진 인터뷰에서 떡밥 뿌리는건 또 얼마나 많이 했는가. 그런 내가 고인물 다섯명과 논검에서 이기려면 모든 설정을 다 외우고 있어야지.
그리고 그 설정은 이 세계에서는 진리다.
제작진이 ‘신’이라면 그들이 내린 이야기는 복음이자 참된 진실이며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지식 아닌가? 아님 말고 임다.
아무튼, 교수들이 나를 좀 밉상으로 보기에 나도 맞다이를 쳤더니 돌아오는게 대학원 권유 메일이라니 모빌리언스에 개인정보를 팔아서 걸려오는 보험광고도 이거보단 착하겠다 쓰액기들아.
“파트라슈. 태워라.”
“음.”
내가 편지를 던지자 파트라슈는 그대로 불살라버렸고, 나는 다시 작업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의 일련의 행동을 보고, 출근해서 편의점을 지키던 밀푀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님 엄청 고급스러운 편지였는데···. 그대로 태우셔도 되나요?”
“루퍼스 교수의 대학원 권유 편지다.”
“······네? 어, 어떻게 그런···.”
“흠. 읽을 가치도 없지. 그래서 태웠다.”
“네!”
밀푀유도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대학원생이 되지 않을거에요.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거에요.
“아, 선배님. 밖의 낙엽은 제가 쓸테니까 안에서 작업하세요. 심란하실텐데.”
“심란하지는 않다만···. 그래. 부탁하도록 하지.”
내가 거절하려고 하자 밀푀유가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봤다. 이래서야 거절하기도 힘들지 않나.
아무튼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뭘 만들까 한참을 고민하던 와중.
“···저 선배님.”
“음. 벌써 청소가 끝났나?”
“아뇨 그게 아니라···. 손님분들···께서.”
“손님분들?”
그냥 들어오라고 하면 될텐데 뭘 그리 덜덜 떨고 있지.
그리 말하며 힐끗 밀푀유 너머에 있는 이들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 학생. 있습니까?”
“으흠. 여기에 있었군.”
“미안하게 됐습니다. 늙은이들이 주책을 부려서 하하···.”
교수가 하나. 둘 셋.
그래. 이렇게 나오시겠다.
찾아오는 방문서비스까지 하시겠다?
그렇게까지 나를 잡아가고 싶다 이거지?
***
교수들은 자리에 앉아 몇 번이고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뭔데. 뭘 하고 싶은건데.
“용건이 뭡니까.”
“···크흠. 우리의 편지를 받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받았지.
그리고 태웠지. ···라고 말하기엔 아무리 나라도 양심이 찔린다.
내가 막노동 할 때 일당 해먹은 우리 팀장 들이받고 돈 받아내도 팀 때려친 화려한 이력은 있어도 장유유서를 존중하는 한국인이다.
“그런게 왔었나. 모르겠습니다.”
“···으흠. 분명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에게 오는 편지는 중간에 분실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그렇군요. 흠흠. 그래서 오늘 찾아온 것은 다른 영문이 있어서가 아니라···. 울프람 학생이 쪽지 시험에서 대답한 답지 때문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것인지.”
“그게 으흠···. 저희들로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어서, 어떤 의도로 적어냈는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흠···.”
그렇구나.
내가 ‘허접들 교수라고 깝치느라 수고했고 형아가 신기한거 하나 보여줄게’ 라면서 적어내니까 ‘와 개쩔어요. 억떡게그렇게할수잇어오?’ 하고 질문하러 온 거구나.
아이고 응애들이 궁금할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왜 그걸 대답해줘야할까.
“여기는 상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업시간입니다. 장사중인 주인에게 대뜸 찾아와서 물음에 답하라. 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어허. 울프람 학생. 우리는 교수야. 나 모르나? 그렉 윈저마이어야. 그렉 윈저마이어! 우리가 직접 온 의미를 모르겠나?”
“알고 싶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참. 말이 안 통하는군 그래. 교수님이 직접 학생 얼굴을 보러 왔는데 장사중이다? 그게 어디 학생이 할 말인가?”
아.
이거.
와.
진짜.
【은근한 모멸감을 느낍니다.】
【황실 혈통이 발동됩니다.】
【오토 카운터가 켜집니다.】
“【그렇군. 그러면 이 제프린을 때려치우면 되겠군 그래.】”
“학생이. 말대꾸!?”
거 말대꾸 좀 할 수도 있지.
말대꾸 한 김에 반말도 할게.
편하게 대해도 괜찮지? 형이 화가 좀 나서 그래.
말대꾸 한 김에 반말도 할게.
“【그 뒤에 지금부터 학생이 아니게 된 다음 황실로 돌아가서 그렉 윈저마이어가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으니 황실모욕죄를 물어 황실 지원 연구를 처음부터 검토해보라고 하면 되나?】”
“···억. 크흠. 그···그게.”
어우 푸르딩딩해지는 거 봐.
한 분 가시고. 자 다음분 들어오세요.
“으, 으흠. 그렉 교수가 말이 심했던 것은 내가 사과함세. 나는 린블 교수라고 하네. 허나 울프람 학생. 우리는 그대를 가르치는 입장인데 조금이나마 예의를 차려주면 안 되겠나?”
“【내 지식에 대한 질문을 하러 온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그대들은 내 교수인가 아니면 지식을 탐하는 학자인가. 우리는 정말 상하관계에 있나?】”
“···크흐흐흠!!”
자. 다음 한 분 가시고 마지막 한 분 보내고 다시 편의점 업무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나는 가장 늙은 교수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는 나를 보고는 가벼이 웃으며 오른손을 가슴께에 대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나는 루퍼스 키튼이라고 합니다. 울프람 학생.”
뭐야.
뭔데 정중하지.
“우리의 인사가 처음부터 잘못 되었음을 사과하겠습니다. 우선 우선 상점이라고 했으니 파는 물건을 좀 사고, 겸사겸사 상점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나요?”
“어렵지 않습니다. 루퍼스 키튼 교수님. 그리 하도록 하지요.”
“좋습니다. 보아하니 식료품을 파는 상점 같은데, 마실 것 3인분과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요리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가능할까요?”
음. 이렇게 나오면 풍둔 아가리술이 죽어버리잖아.
나는 음료 세 잔과 과자 한 바구니를 꺼내왔다.
하지만 삔또 상한 것은 상한 것이니 가격을 조금 더 후려쳤고, 교수들은 음료와 과자 맛을 보고는 ‘이렇게 저렴하게 팔다니 합리적인 상점이로군’ 하면서 나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지 마. 그러다 대학원으로 납치하려고 그러지.
“그래서. 제 답안지에서 묻고 싶은게 뭡니까.”
“···흐음. 순서대로 우선 물어보겠습니다. 제일 첫 순서는 중첩 스펠을 연구하고 있는 그렉 교수입니다.”
“···저 분 말고 다른 두 분의 질문 먼저 듣겠습니다.”
“뭐야!? 요상한 이론 하나 적어냈다고 자네가 권위자라도 된 줄 아나? 세상에 그런 지식이 함부로 퍼지면 안 되니까 우리가 이렇게 찾아 온 거야!”
“그럼 미친 학생의 허언이라 생각하고 돌아가십시오.”
“······.”
그 말에 그렉 교수는 자리에 앉아 입을 꾹 다물었다.
궁금한데 권위로 못 찍어누르니까 막 화가 나고 그러지?
“그럼···. 나부터 물어보겠네. 자네는 제국의 골렘 제어식의 헛점을 지적했지. 그렇다면 그 제어식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나?”
“물론입니다.”
“허어···. 현재 골렘 제어식은 누가 만들었는지 ···자네라면 알고 있지?”
“위대한 선조님이십니다.”
“그런데도, 자네는 그게 틀렸다 말하는가?”
그야 뭐 하르크가 틀릴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대신, 나는 교수를 바라봤다.
“당시에는 그런 전술이 없었습니다. 당시 골렘은 하급 마족과 동수교환용으로 쓰던 인형이었죠. 허나 지금은 제국 방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 틀렸다는 건가 아닌건가?”
“당시에는 옳은 것이었으나 삼 백년간, 전술이 바뀌고 필요가 바뀌었음에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후대가 틀렸습니다.”
“······.”
내 말에 루퍼스 교수의 얼굴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개선을 안 한 너희들 잘못 아닐까요? 를 박았으니 뭐.
“···그렇군. 방만한 후대의 잘못이다. ···허허. 그래. 올바른 지식은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300년 전을 떠받들며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오. 생각보다 제대로 된 교수다. 어떻게 이 세계에 이런 인격자가?
“허허···. 울프람 학생. 고마워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지식을 더 탐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흥미 없나요?”
“······.”
그 말 취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