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35)
234. 소녀가 잠들 수 있는 곳
루디카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해서, 이 던전은 나와 정말 안 맞는다. 이 미쳐버린 꿈동산은 내가 보기에는 지옥의 악마들이 만든 유황불지옥이다. 오 신이시여. 길 잃고 방황하는 저를 구하시옵고.
“왜 이 던전을 더 공략하고 싶은 거지?”
“재미있지 않나! 이렇게나 유쾌한 세계는 처음이다!”
그리 말하고 나는 주위를 바라봤다.
“유쾌한가?”
“음! 우리는 던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지만 저 태양은 진짜로 열을 발하고 있고 구름은 떠다니고 바람은 상쾌하지 않은가! 만약 이게 정신 제어 마법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술자의 의도를 알아내고 싶고, 그게 아니라면 …이 기적을 누군가가 만들어냈다는 이야기 아닌가?”
루디카의 그 냉철한 분석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우리는 실내로 들어왔지만 공간 이동의 전조도 없이 …그래. 실내에서 이렇게나 상쾌하다는 것인가.”
“울프람이 보기에 정신 제어 마법은 아닌가? 루디카는 그 쪽 저항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말이다.”
“아니다. 단언할 수 있다.”
간단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황실 혈통은 누가 뭐래도 1티어고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특수 옵션중에 ‘모든 정신 제어 마법에 대한 면역’을 강조하고 있다.
‘면역’이다. ‘저항’이나 ‘감소’가 아니다. 완전한 이뮨이다.
그리 생각하니 더 돌아버릴 것 같군.
이 유치원생의 크레파스 속 낙원은 모든것이 실물이고, 이런 것을 실물로 만들 또라이는 이 세계에서는 오직 하르크 폰 로엔그린이라는 의미다.
하르크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괜찮은 확률로 하르크의 안배가 있다.
“…공략할 가치가 없지는 않군.”
“정말인가?”
여기는 본디 ‘세계관 밖’에서 급조한 무대지만 세계관 내에서는 엄연히 ‘존 마니아스’의 진언에 따라 ‘하르크 폰 로엔그린’이 만든 곳으로 융화되어있다.
즉.
본 적 없는 안배가 이 곳에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모르는 미지.
이 불지옥의 극한에, 그런 것이 있다면….
“그래. 가도록 하지.”
그렇다면…. 이것 또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사실 이 던전에 공략이라고 할게 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상 없다. 여긴 게임 지식을 시험하는 퀴즈 미니 던전보다 공략할게 없다.
게임 내 튜토리얼처럼 전투방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진짜 겜알못들 와서 평타 버튼 한번만 눌러도 템이 떨어지니까 이거 먹고 떨어져. 라는 개발사의 충분히 악의적 의도가 담겨있다.
뭔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나본 개발자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인간이었는데, 그 사람이 한 짓은 아니겠지?
아무튼.
우리는 쭉쭉 던전을 밀고 나갔다. 그냥 걷기만 해도 맵이 뚫린다.
두려움이 있다면, 돌아오는 길에 내 천보가 끝나는 것 아닐까. 그 정도.
아무튼 루디카는 길가던 도중 몬스터를 잡고서 그 몬스터가 따봉을 날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렇게나 좋을까.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구나. 싸움도 우습고 몬스터들도 적의가 없고, 웃기기 까지 한 하늘과 태양. 그 어떤것도 위험하지 않다. 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이걸 또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
아무것도 루디카를 공격하지 않는 장소라.
당연하지만 암살자인 이상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루디카. 너는 주로 악인을 처리하나?”
“주로가 아니라 전부 악인이다. 마족과 계약한 흑마법사나 인간과 몬스터의 생체실험을 하는 마법사. 그 외에 입에 담기도 싫은 악인들.”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과연. 그래서 켈터스가 미쳐 날뛰면 그 자리에서 정리하는것인가.
암살자라기 보단 …사회악을 정리하는 청소부에 가깝군.
“우리가 그런 청소부를 하는건 황실이 허락한 일이니까 말이다. 제국법이 인정한 청소부지 그래서 얼굴을 내어놓고 살아도 뭐 상관없긴 하다. …하지만 그건 법이 허락한 것일 뿐.”
“감정으로는 너를 증오하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겠지.”
“…음. 그래서 우습게도 나를 암살하려는 멍청이들은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 …딱 봐도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는 이 이상할정도로 웃긴 세상이 좋구나.”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기지개를 쭉 폈다.
“그렇게나 좋은가?”
“음. 놀 것도 많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편하고 웃기고….”
그렇구나.
루디카 정도의 감이라면 이 던전에 들어오는 순간, 그 레벨을 한 눈에 파악했을 것이다.
저 나무기둥 아래에 앉아서 꾸벅꾸벅 잠을 자도 상관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세상.
“…일단 식사를 들지.”
“아, 그럴 시간인가? 그러도록 하자!”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이 던전을 공략하기로 했다.
놀이공원에 놀러온 아이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하는 것 만큼 끔찍한 일도 없다.
***
매운 소스를 잔뜩 넣어 만든 샌드위치부터 시작해 루디카와 내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고 우리는 나무 아래에 대충 자리를 잡고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신기하구나. 이미 바깥 시간은 해가 져도 한참 전에 졌을텐데 이 던전은 이렇게나 해가 밝으니 말이다.”
“이 곳은 하늘을 가장할 수 는 있을지언정 천체를 따르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렇군. 편하게 자긴 힘들겠어. …낮잠 정도는 괜찮지만 말이다.”
“매 순간이 한낮이면 어찌 잠들겠나.”
내 말에 루디카는 나를 빤히 보다가 음. 설득력이 있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 던전이지만 이런 불편한 점도 있는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안주할수는 없는 곳이다. 네가 공격을 당하지 않고 남 눈치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면, 또 하나 더 있지 않은가.”
“어디 말이지? 세실이 곁을 지키는 기숙사도 마냥 안전하다고는….”
“편의점이다.”
“…….”
“내 편의점과 그 곳에 오는 녀석들 중에 너를 공격할 녀석이 있나?”
“없지. 그래…. 하하. 아무도 없지. 응. 아무도 없어.”
“지금까지 너도 꽤 편하게 잠을 청하지 않았나.”
“그러게. 아무래도 이 던전의 풍경에 잠시 흔들렸나봐. 이미 있었는데 말이야. 아하하….”
그리 말하고 루디카는 나도 움찔할 정도로 자신의 볼을 두어 번 때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평소처럼 과장되지 않은, 옅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가자 울프람. 빨리 공략하고 돌아가야지.”
“지금부터 공략을 끝내면, 편의점에 돌아가면 자정이 넘는다. 시간은 충분하다.”
“음. 그렇구나 그럼 그렇게 된다면…편의점 구석을 빌려서 자도 될까?”
“안 될 것 없지.”
이 쬐끄만 녀석 한 명 잘 곳 못만들어주겠어 설마?
***
우리는 그렇게 잽싸게 던전 안쪽으로 밀고들어갔고, 몬스터와 조우하거나 보물상자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신중하게 이를 조사했다.
“울프람은 이 던전에 대해 원래부터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 아는 부분은 휙휙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꽤 신중하게 보물상자를 바라보는구나.”
“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것을 보는게 아니라 내 기억과 상이한 부분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말 ‘하르크 폰 로엔그린’의 안배가 있다면 …분명 어딘가에서는 티가 나게 되어 있다.
허나 지금까지 그런 부분은 없었다.
허탕인가 싶어 계속 걷다보니, 작은 놀이공산도 그 끝이 보였다.
“울프람 이 앞은….”
“그래. 여기가 이 던전의 끝이다.”
토끼와 다람쥐가 그려진 팻말이 가리키는 나무 문. 그리고 적혀있는 【던전의 끝. 보상방!】이라는 문자.
끔찍한 존마니 던전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짧은 모험이 끝났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이 앞이 이 던전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다.”
“…응?”
내 기억과 동일하게 출구와 던전 사이에는 거대한 방이 있었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이스가 들려왔다.
[던전 클리어 축하합니다!] [수 많은 보물상자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한 사람당 단 하나의 보물상자만 고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행운을 믿습니다!]“…오, 오오.”
루디카는 입을 헤 벌렸다.
그래. 원래 던전을 클리어하면 보물 상자가 놓인 방이 있는 법.
여기가 이 던전의 진면목이다.
가운데에 5층 진열대.
벽에도 3단 찬장.
하나하나가 화려하기 그지 없는 보물상자로만 가득 들어찬 방.
“아흔 아홉개의 보물상자. 이게 이 던전의 진면목이지.”
“…응? 울프람. 이 보물상자는 전부 다 해 백개다만?”
“뭐라?”
루디카의 말에 나는 차근차근 보물상자의 갯수를 세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백개로군.”
“그렇지?”
이 안에 하나. 내가 모르는 보물상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 던전에 와서 처음으로 입꼬리가 들썩였다.
고인물 이영진이 모르는 파편이 있다는 증거 아닌가.
***
루디카는 보물상자를 보면서 방글방글 웃었지만 딱히 욕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끝까지 재미있는 곳이구나. 그럼 내 보물상자는 울프람이 가져도 좋다. 루디카는 재미있는 체험을 한 것 만으로도 충분해.”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두 개 열도록 하지. 그래서 루디카.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나?”
“응? 아니 어…. 나는 널 주겠다고 했는데?”
“여는 건 내가 두 개 열고, 하나는 너를 주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두개 다 먹긴 그렇잖냐.
파티원 강화는 우리의 강화고, 원래 파티는 니꺼 내꺼 없는거야.
“아, 아니 나는 정말….”
“줄 때 받도록.”
“…네.”
“그래서. 가지고 싶은 장비가 있나? 단검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부츠는 우리 가문에서 내려오는거고, 갑옷…은 나랑 안 맞지. 그 외에는 저항력이 올라가는 악세서리인데 …그건 울프람이 직접 만들어주는게 좋을 거 같다.”
“그럼 장갑은?”
“장갑. …그렇구나. 그게 하나 있으면 좋겠다.”
오케이. 그럼 이 안에서 루디카에게 어울리는 장갑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러니까…. 아흔 아홉개의 보물상자 중에 내 기억으로 장갑 계열 방어구가 정확하게 5종 있었다.
건틀릿. 글러브. 아대. 팔찌.
철완의 건틀릿이 우측 세번째 찬장 두 번째였고, 균형의 장갑이 바로 앞 상자다. 보호의 아대가 중앙 선반 5층에서 우측 두번째. 그리고 루디카에게 어울릴만한 것이 바로….
“이 상자가 좋겠군.”
보물상자를 툭 하고 열자 펑 소리가 나며 그 안에서 장갑 한 켤레가 튀어나왔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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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장갑이다.”
“장…갑?”
“음.”
“…장갑?”
【다크 캣츠 글러브】
【6T】
【고양이 손을 본뜬 장갑입니다. 몽실몽실한 촉감과 손을 넣기만해도 따스함이 느껴지나,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어 물건을 쥐는게 불편함이 없는 일품입니다.】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에는 분홍색으로 고양이의 발바닥의 육구를 묘사했습니다.】
【착용자의 공격이 더욱 정밀해집니다. 공격시 타격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고양이의 힘을 빌려 동작이 더더욱 은밀해집니다.】
【절대로 때가 타지 않으며 자동으로 수복되고 청결화 기능도 있습니다.】
내가 아이템 설명을 읽어 나가니 루디카는 한없이 떨리는 눈으로 장갑을 바라봤다.
“이걸? 내가? 끼고? 싸우라는 건가?”
“부가 효과 자체는 훌륭한 일품이라고 생각한다만.”
“아니 그렇긴 한데…. 아니….”
“싫은가? 그렇다면 편의점에 전시해 두도록 하지. 마음에 드는 녀석이 가져가겠지.”
“…아니. 울프람이 주는 선물이다. …내가 쓰도록 하지.”
“그럼 그러도록.”
루디카는 고양이 손을 본딴 털장갑을 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단검을 쥔 상태로 몇 번 휘두르더니 ‘어째서 이전 장갑보다 더 쥐기 편한건데….’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개발사 …아니 여기서는 하르크에게 따지시고요.
나는 지금부터 내가 본 적 없는 백 번째 상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내가 본 적 없는 백 번째 상자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하르크의 안배.
나는 거리낌 없이 그 상자를 열었고, 펑 소리가 나며 상자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물건에 …조용히 몸을 떨었다.
“하…. 이것 참.”
하르크 폰 로엔그린.
여기에는 재미있는 안배를 해뒀네.
【각성의 비서】
【사용시 강제적으로 1차 각성 퀘스트가 강제 클리어 됩니다.】
【1인용이며 사용시 소멸합니다.】
게임과는 다르게.
“…이런걸 안배해 두셨다.”
그렇군 …실로 이 ‘현실’에 어울리는 안배다.
음.
그래서.
“이건 누구를 줘야 하지.”
왜 하나만 넣어놨냐 쫌팽이놈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