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40)
239. 2만 시간의 신뢰
그리고 다음날.
내 지시를 철저하게 지킨 이브가 다시 찾아왔다.
“준비한 물건들은 전부 가지고 왔나?”
“···가지고 왔어요.”
“그럼 움직이도록 하지. 오늘 내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딜 가는데요? 또 필티아 언니의 사막인가요?”
“그러고보니 묻는 것을 깜빡했군. 네가 강해지기 위한 과제는 어디까지 해결했지?”
이브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천 마리의 괴물을 쓰러트리는 것. 까지는 해결했어요.”
“착실하군. 잘 했다.”
승급 퀘스트는 5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1,2번 퀘스트는 단순하게 몬스터를 많이 잡는 것이다.
1번 퀘스트인 500마리와 2번 퀘스트인 1,000마리의 퀘스트는 이브 스스로 알아서 해결한 듯 했다.
“···지금 칭찬 한 거에요?”
“해결하지 않았더라면 사막을 들러야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고, 이브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볼을 부풀렸다.
“솔직히 말 하면 위대하신 선조님께서 남기신 다음 과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려워요.”
“알고있다.”
“정말 알고 있는거에요? 그게 뭔지는 알고···.”
“속성을 가진 몬스터를 5종. 100마리씩 처치.”
“······진짜 알고 있네요.”
그럼.
퀘스트 표기란에는 어둠에 물든 몬스터 오백. 이라고 나와있지만 이게 또 묘한 꼼수가 있다.
표기로는 ‘어둠에 물든’이라고 되어 있지만 카운팅은 ‘모든 속성 몬스터’가 가능하다.
이게 버그인지, 아니면 제작사의 오류인지. 그도 아니면 은근한 유저 편의성 패치인지는 개발자만 알겠지만, 이 세계에 들어와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D/Z SAGA는 갓겜보단 좀 더 똥겜 쪽이 아니었을까. 로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나는 이를 버그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1차 승급 기준에서 어둠에 물든 몬스터만 오백을 처리하는게 무리수에 가깝기도 하고 말이야.
뭐 아무튼.
어둠 뿐만 아니라 화염 전기 바람 물 얼음 ···뭐 그런 몬스터들을 5속성 100마리. 총 500마리 처치하는 것이 이브 폰 로엔그린 1차 승급의 세 번째 퀘스트다.
“자 그럼 그 속성형 몬스터들을 처리하러 가지.”
“잠깐만요. 속성형 몬스터들이 날뛰는 곳이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하잖아요? 그렇게 무턱대고···.”
“준비는 내가 너에게 지시한 것으로 충분하다. 둘 다 챙겼겠지. 읊어 봐라”
“······하나는 잠을 푹 자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걸 준비해 오는 것.”
그리 말하며 이브는 흑왕호 뒤에 싣은 궤짝을 손으로 가리켰다.
내 말 대로 다 준비해왔나보군.
말 잘 듣네.
착하···진 않네.
“그럼 가도록 하지.”
“어딜 가는 건데요? 설명은 해줘야죠! 잠깐만요. 울프람. 야!”
“가면 안다. 파트라슈. 움직여라.”
“음.”
거 말 많네.
파티 리더가 하자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해야지.
요새 어린애들은 말야 어른이 말하면 일단 해보고 생각할줄을 몰라요.
***
그렇게 파트라슈와 향한 곳은 동부 숲의 입구.
“···여기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이 제프린에서 가장 많은 ‘다속성’을 보유한 지역은 어디일까.
당연하지만, 요정의 낙원이다.
“잠깐···. 울프람.”
“뭐지.”
“이 땅의 주인은 엘피라네 님 아닌가요?”
“그렇다만.”
“아니···. 그렇다만 이라니, 당신 지금 저보고 엘피라네 님하고 싸우라는 이야기인가요?”
“넌 정말 말이 많군.”
“뭐라고요?”
“파티 리더가 하겠다고 하면 따박따박 어깃장을 놓지 않고 말을 듣는 법이다. 네가 나에게 대책을 요구 한 근거가 뭐였지?”
“···저는 ···파티원이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알았나요?”
“그러면 리더의 말을 듣도록. 파트라슈 문을 열어라.”
내 말에 이브는 입을 꾹 닫았고, 그제야 우리들은 요정의 낙원에 진입할 수 있었다.
“···언제 와도 이 풍경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군요.”
“음.”
바닥 대신 하늘 위를 걷는 듯 한 시각적 착각. 한 발 잘못 내딛으면 하늘로 추락할 것 같은 두려움과 신비함.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이브도 무척 놀랐는데, 이제는 풍경을 즐길 여유도 있나 보다.
다른 요정들은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딱히 적의는 없다.
고양이 강아지. 가끔 도마뱀이나 새의 형상을 하고 있는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작달막한 요정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이브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저 착한 요정들과 싸워야 한다니···. 이건 패왕의 길···. 제가 바라던 길이 아니에요···.”
뭔 소리를 하는건지 참.
이브를 뒤로 하고 요정 여왕의 성 안으로 들어갔다.
요정 여왕의 방에 들어가기 직전. 복도에서 우리는 목표했던 인물과 만날 수 있었다.
“어머. 하르크의 후예. 오래간만이에요.”
“오래간만이군. 요정 여왕. 엘피라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왔나요?”
“···방 안은 살짝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응접실로 안내할게요.”
“그러도록.”
살짝 정리는 개뿔.
이 술고래는 혼자서 또 마시고 대충 병 던져놓고, 방 꼴이 말이 아닐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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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고래는 혼자서 또 마시고 대충 병 던져놓고, 방 꼴이 말이 아닐거다.
그 증거로 파트라슈를 봐라.
이마에 손을 올리고 한숨짓고 있지 않은가.
“파트라슈.”
“······뭐지. 주인.”
“청소하고 싶다면, 남아서 청소해도 된다.”
“···실례하도록 하지. 금방 따라가겠다.”
***
요정 여왕의 응접실에 앉자 엘 피라네는 두 잔의 차를 내왔다.
“요정 여왕이 직접 내주는 차라니···. 호강이로군.”
“자,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서, 두 분 께서는 오늘은 무슨 용무로 찾아 왔나요?”
“음. 일단 이브. 그걸 먼저 보여줘라.”
“아.”
이브는 준비해온 궤짝을 열어 엘 피라네 앞으로 내밀었고, 그 안에는···.
“이건···.”
“황실 직영지에서 키운 포도로 만든 제국력 110년산 와인 두 병입니다. 이름은 ···이름이 뭐더라···.”
“이터널 프로미스.”
“네.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요.”
“···어머. 어머···. 어머나! 엄청 귀한 술이네요! 이걸 저에게 주려는 건가요?”
“음.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뭐든 말씀하세요.”
엘피라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브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귀여운 요정 오백의 생명과 와인 두 병을 바꾸는게 옳을까?’ ‘내가 걸으려고 했던 길은 이게 맞나?’ ‘아냐···. 나는 피로 물든 길을 걷고 싶지 않아···.’ 같은 중얼거림이 내 귀에 들렸다. 방금 전 부터 뭐라는 거야 대체.
“우선 첫 번째 조건은 【몽환지】를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거기를요?”
“음. 겸사겸사 그 내부에 있는 것들을 처리하고 싶군.”
“어머···.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나요? 당신은 힘들텐데요?”
“물론이다. 이브라면 ···그 내부를 탐사하고 처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지.”
“마법에 조예가 깊은 후예님이면···. 그렇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리가 있겠나.
“자 이브. 일어서라.”
“···역시 저는 안 되겠어요. 울프람. 제 길은 이런 피로 물든 길이 아니에요.”
“걱정하지 말도록. 피는 안 묻을거다. 내가 약속하마.”
“···정말인가요?”
“거짓말이 아니다. 믿어라.”
“······뭐. 믿음은 안 가지만 믿어볼게요.”
이브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몽환지.
간단하게 말하면.
자연이 풍족할수록 요정들은 강해진다.
하지만 이 좁은 요정의 낙원에서 강해져서 뭐하겠는가.
결국 일정 수치 이상 강해진 요정들은 자신의 기운을 대충 짬 처리하기 시작했다.
요정들은 그 힘을 전부 수거해, 공용 쓰레기장···. 이 아니라 폐기장을 만들었고, 그 곳이 몽환지다.
요정들 입장에서는 훌륭한 쓰레기 매립지지만, 그 안의 자연에는 또 기묘한 영양제가 잔뜩 들어온 셈이라. 내부에 자라는 수풀이나 미물들이 기묘하게 크고 또 성장했다.
그 옛날 작은 TV로 옹기종기 모여서 봤던 【내 친구 보거스】라는 만화에서 먼지 한 톨이 커져서 덤벼드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 뭐 그런 느낌이다.
저 안에는 먼지도 크고, 식물도 크고, 살아 움직이고 일곱빛 프리즘 색의 꽃이 잎날을 던져대고 ······뭐 아무튼 기묘하고 기분 나쁜 곳이다.
허나 동시에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하나는 ‘속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다채롭게 나올것’
또 하나는 ‘그 숫자가 무진장 많을 것.’
애당초 마력이 높아서 저항력도 미쳐 날뛰는 이브가 몸풀고 싸우기에는 훌륭한 장소 아닌가.
‘울프람!! 이런 곳에 사람을 던져놓다니!!’
‘저는 지금 배신당했어요! 제 믿음은 또 배신당했어요! 구역질나는 배신에 몸서리가 쳐져요!!’
‘다가오지 마! 히꺄아아아!! 성광창! 난무!’
오.
성광창 난무까지 익혔나.
저거 까다로운 기술인데.
“하르크의 후예···. 아니 이제 울프람이라고 부르기로 했죠?”
“편할대로 부르도록.”
“좋아요. 울프람. 후후. 고마워요. 몽환지도 청소해주고 ···이런 좋은 술도 가져다주고.”
“아. 그 술은 아직 따지 말도록. 부탁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가요? 그럼 이번 부탁이 진짜겠군요.”
“음. 그 전에···. 저 내부 상황은 어떻지?”
“어머···. 후후. 동생분 생각이 지극하시네요. 어디 보자. 잘 싸우고 있어요. 말만 힘들어 하지 마력 방패와 성창의 밸런스가 무척이나 좋아요. 열심히 단련했겠죠. 가끔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합격이네요.”
“네가 합격이라면 300년 전 전장에서도 그 위세를 떨쳤을거란 이야기군.”
“글쎄요?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서. 술이 제 기억을 같이 씻어갔을지도 모르죠.”
엘피라네는 뜻모를 미소를 지었지만, 그 속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당장은 많이 부족하지만 키우면 키울수록 빛나는 원석. 정도의 평가겠지.
‘살아남는 것은 오직 강자 뿐.’
‘그러니 심판하는 것은 나의 성광창이다!’
‘약한 ···약한 네가 잘못한거야. 나는 강해. 강하니까 살아남아야 해!’
‘죽어어어!!’
우리 둘 다 몽환지 내부에서 들려오는 이브의 기합성에 귀를 기울였다.
“티타임에 듣기에는 조금 과격한 오케스트라네요.”
“그런가? 나에게는 최고의 연주다만.”
“···동생을 아끼시는 것 치고는 악취미군요. 울프람.”
“멋대로 오해하지 말도록.”
약 한 시간정도 그렇게 엘피라네와 잡담을 나누고 있자니, 몽환지 내부가 조용해지고 이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울프람? 이 일대는 대충 청소했는데 나가도 되겠죠?’
음.
여기서 말해봐야 들릴리도 없고, 큰 소리를 내봐야 목만 아프다.
“엘 피라네. 내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나?”
“예에. 어렵지 않지요.”
내 부탁에 엘피라네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이 땅 전체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요정 여왕 답다. 저런 요정력의 난무 속에서도 내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다니, 얼마나 마력을 잘 쓰는거야?
“【선조님의 과제는 전부 처리했나?】”
‘잠시만요···. 광창. 네. 전부 다 처리했어요. 방금 저걸로 오백마리.’
“【그 다음 과제는 뭐지?】”
‘···그 다음은 ···강해보이는 몬스터 속성별로 3마리 잡기?’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그 안에서 정령력이 뭉쳐질거다. 그리고 강한 몬스터가 되어 나타날테니 그걸 세 번 쓰러트려라】”
‘얼마나 강하죠?’
글쎄. 얼마나 강하려나.
그러니까···.
“【레지나 시엘라보다는 어렵다.】”
‘별 거 아니네.’
“【루디카 핫산 샤도우보단 조금 쉬울거다.】”
‘······그 정도를 세 마리나···?’
대체 레지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니 너에 비하면 약하긴 한데···.
“【맞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
“【허나 그게 끝나면 마지막 시련 하나만 남았다. 알고 있나.】”
‘···흥. 누구한테 하는 말이죠? 아무리 어렵다 한들 포기할 거 같아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몬스터가 나왔네요. 그럼 전투에 집중하러 가 볼게요.’
“【아 이브. 그 안에 있는 풀이나 몬스터의 잔해. 그리고 지금 쓰러트리는 괴물의 핵은 모아서 가져와라. 나중에 쓸 일이 있다. 파티 리더 명령이다.】”
내가 지시했지만, 이브는 듣지 않았다.
아니 들렸지만 대답하지 않은 거겠지. 하여간 요새 애들은···.
“어머···. 동생을 정말 강하게 키우는군요. 울프람?”
“여전히 허튼 소리를 하는군. 그나저나, 내 두 번째 부탁 말이다만···.”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답니다.”
“그렇겠지. 전승에 기록된 너는 현명하고 똑똑하니 말이다.”
이브의 승급 조건,.
첫 째. 오 백 마리의 몬스터.
둘 째. 천 마리의 몬스터.
셋 째. 백 마리의 속성별 몬스터 다섯 종
넷 째. 세 마리의 강대한 힘을 가진 몬스터.
그리고 마지막 하나.
【한 마리의 보스에 준하는 몬스터】
“즉. 마지막으로 제가 저 아이와 싸워주었으면 하는군요?”
“뭐···. 그렇다. 너도 오랜 시간 무료하지 않았나. 전에 말했지. 너를 해방시킬 사람이 있다면 ···저 녀석 뿐이라고.”
요정은 진지하게 내기해서 패배하면, 승자의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엘피라네는 전력을 다한 싸움만이 내기로서 성립된다.
“지금은 아닌 거 같은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 지금은 아니지. 허나···. 엘 피라네. 이렇게 생각해봐라 저 아이가 너를 쓰러트릴 수 있을 때 까지. 너와 싸우는 것이다.”
“저보고 제 목줄을 쥘 아이를 키우라고요? 흥미롭긴 한데, 그러다 저 이브라는 아이가 포기라도 하면 어떡하죠? 마음이 파삭! 하고 깨지면요?”
“하.”
것 참 쓸모없는 걱정을.
내가 알던 이브 폰 로엔그린은, 게임을 넘어서서 실제로 만나본 이브 폰 로엔그린은 상상 이상으로 멍청하고 어리석고 사리분별 못하며 어른의 말에 바락바락 대들고 볼 때 마다 중지를 치켜 올리고 싶지만.
그래도.
“내가 보증하지. 저 녀석은 언젠가 너를 꺾을 창이 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멍청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