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44)
243. 각자의 중간고사 3
그 요리만화에서도 흔히 말하지 않는가.
요리는 마음이다.
주인공은 그저 맛만 챙긴 악역을 쓰러트리면서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요리! 그게 내 승리의 이유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는 그거 보고,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군. 내가 하고 있는게 마음을 담은 요리다.
나도 심사위원의 취향을 다 외우고 배려했을 뿐이다.
아무튼 심사위원의 패턴을 다 외우고 거기에 조합법을 때려 박았어도, 그게 마음이지.
자 그럼.
다음 승부다.
이 중간고사는 요리 스킬 레벨에 따라 난이도가 맞춤형으로 나온다.
에밀리는 아무래도 천혜의 고도에서 홀로 수련을 열심히 한 듯. 첫 상대로 8등급 암흑 요리계가 나왔다면 그 뒤로는 더 강한 놈이 나올거고, 마지막 선수는 분명 훨씬 더 어려운 놈이다.
그 증거로···.
“다음은 암흑 요리계 6등급 선수. 마리네이드!”
“···자. 제 향에 따라올 수 있겠나요?!”
해설자의 소개에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여성이 저쪽 대열에서 걸어 나오며 당당하게 선언 하는 것이 보였다.
······.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내가 황손이라는 것도 못 알아보는걸까.
중간고사에 왜 해설자가 필요한걸까.
왜 해설자는 대놓고 암흑 요리계라고 선언하는걸까.
그 와중에 왜 다들 암흑 요리계라는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지 않는걸까.
경비병은 어디가고 학생회는 뭐하는 걸까···.
“스, 스승님 저 자는···. 향신료의 달인이에요.”
“그렇군.”
웃기는게 또 이거다.
에밀리는 어느 순간부터 암흑 요리계 요리사들의 정보를 어느정도 꿰고 있다.
그 근거는 나중에 설정집에서 ‘정통 제프린 요리사를 지망하는 에밀리 앞에 나타나 충격적 패배를 선사한 암흑 요리 오천황’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라는 문구가 붙었다.
···누가 봐도 나중에 추가한 설정이다.
“마리네이드는 ···강해요.”
“음.”
네가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저 ‘마리네이드’ 라는 암흑요리사가 누군지 알고 있다.
헌데 묘하군.
원작이었으면 저 여자가 나오는 순간 수천의 향이 퍼지면서 심사위원들이 상태이상 【매료】가 걸린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향에 매로되어 해롱되는걸 【마음을 치료하는 스프】로 치료한 뒤 【너의 더러운 요리에는 굴복하지 않아!】 같은 대사를 에밀리가 하고···. 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아무튼 그녀가 매료 없이 그냥 걸어나오는 걸 보니, 암흑 요리계도 어느정도 하향을 먹은 듯 하다.
그렇다면···.
“에밀리 하이멜로디. 우선 사과하마.”
“···괜찮아요. 스승님. 이번의 패배를 반추하여 다음번에는 반드시 승리할게요.”
“무슨 소리지? 나는 이 뒤로 네 차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네?”
“이 뒤의 2연전 전부 내가 출전하도록 하지. 실력을 피로하고 싶었을텐데 미안하게 됐구나.”
“와아···. 아, 으흠. 네. 이 제자. 스승님을 믿고 있을게요!”
좋아.
에밀리도 이해해 줬겠다.
드디어 비장의 재료를 공개할 때가 되었다.
***
셀레이나 셀레스티얼은 자신 몫으로 준비된 해먹에 몸을 뉘이고 과일을 먹으면서 저 앞에서 낚시를 하고있는 네프티를 멍하니 바라봤다.
“뭐죠. 이거.”
지고 있는 석양.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시냇물소리. 따스한 모닥불.
시냇물로 씻어 말끔해진 몸. 본디 흙이 그렇게까지 질척하게 묻으면 물로 씻어내는 것 정도로는 말끔해질리가 없지만, 네프티는 어디선가 ‘자연산 세정제 같은 겁니다!’ 라면서 나무 열매를 가져와 그 껍질로 거품을 냈고, 다른 향초와 섞어 즉석에서 자연산 세정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씻으니 몸도 마음도 말끔. 오히려 자신이 쓰는 세정제보다 훨씬 그 품질이 좋았다.
옷과 속옷도 비슷한걸로 빠르게 세탁을 하더니 모닥불 근처에 널어서 말리고 있다. 지금 자신은 망토 한 벌을 입고 있는 위험한 사람이다.
셀레스티얼 가문의 여식이 수치심을 느껴야 정상이지만 그 뒤로 벌어진 일에 이제 그런건 정말, 그래 정말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다.
네프티는 즉석에서 해먹을 설치하더니 자신을 그 위에 대충 던졌고 처음에는 둥실 떠있는 감각에 적응할 수 없었지만, 이내 그 흔들거림에 적응했다. 그 뒤의 갈증은 과일을 갈아서 만든 쥬스로 해결했다.
‘배고프면 이거라도 드시면 됩니다! 조리는 조금 걸립니다!’ 그리 말한 네프티는 과일 몇 개와 돌소금을 건네줬다. 과일에 소금? 뭐야 이게 싶었지만 ···먹어보니 기존의 과일보다 더 맛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생선 손질을 끝낸 후 칼집을 내서 사이사이에 소금을 바르고 굽는다던가···. 특히 저 피를 뺀 멧돼지 고기. 두툼한 두께로 썰어 저 향신료를 잔뜩 발라 맛이 배어들게 만든 뒤 잎사귀로 감싸 나무줄기로 단단하게 고정해 불 속에서 은은하게 쪄내듯 굽는 조리법을 보고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기. 네프티 양.”
“네. 셀레이나 양.”
“···그건 로열가드의 소양인가요? 그런 조리법이나 ···생존력 같은거?”
“아닐걸요? 적어도 저는 로열 가드 훈련에서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네프티 양의 소양이군요.”
대단하다. 존경할만하다. 그리 생각하며 셀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네프티는 묘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전부 울프람 선배님의 소양이에요. 저는 그냥 흉내만 내는거죠.”
“······네?”
“선배님과 가끔 원정을 나가면요. 말도 안 될 정도의 고급 요리를 피로해주세요. 그 뿐만이 아니라 즉석에서 과자나 케이크까지 만들어주시죠.”
“···그게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건가요?”
과자나 케이크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는데?
그걸 즉석에서? 보통 사람은 아니다 싶었지만 그게 된다고?
“그러니 저는 엄청 부족한겁니다. 음···. 선배님이시라면 지금 여기에 목조 저택을 짓고 최고급 스테이크와 17년 된 와인을 준비해서 디너 쇼를 펼치셨을거에요.”
“···그게 된다고요?”
“예. 선배님은 되세요. ···얼마든지 가능하시죠. 그렇지 라니안?”
멍!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한 네프티의 말에 셀레이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라고 해서 쫓겨나면 오늘 밤은 갈 곳이 없다.
“그, 그렇군요. 울프람 황자님께서는 그만큼 요리에 조예가 깊으셨군요.”
“네. 아, 고기가 다 구워졌네요. 드시죠.”
“···아. 네! 그런데 그릇이···.”
“아. 여기 있어요.”
“어라. 그릇이 있었나요?”
“고기가 익는 동안 나무를 깎아서 만든거에요. 나이프는 가지고 계시죠?”
“아, 네.”
세상에 이런 미친 준비성이라니.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돌소금을 찍어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셀레이나는 자신이 지금 먹은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거 정말, 야생동물의 고기가 맞나요?”
“네. 방금 잡은 멧돼지입니다만?”
“···말도 안 돼. 잡내가 전혀 안 나요. 거기에 육즙이 살아있고, 소금 하나만으로도 제국 스테이크 가게에 필적할 정도에요!”
“네. 맛있네요. 정말 맛있어요. 제가 만들었지만 잘 만들어졌네요.”
그리 말하는 네프티의 표정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뭔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뇨 역시 울프람 선배님이 만든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싶어서요. 역시 그 향신료와 조미료가 없어서 그런가···?”
네프티는 거짓 없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쯤 되니 셀레이나 쪽이 당황했다. 그저 동경심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고?
“울프람 황자님의 요리가 그리도 대단하신가요?”
“네! 저는 도저히 못 따라잡을 정도인걸요?”
“대, 대체 어떻게 대단하죠? 이것 이상 맛있을 수 있다고요?”
“음. 일단 향신료. 그리고 조미료가 달라요.”
“···제국의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도 수 없이 많은 향신료를 들고 다녀요. 그런데 저는 이 요리에서 그정도의 만족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아뇨. 달라요. 입에 달라붙는 그 맛이 달라요. 선배님이 말씀하시길 그때. 흘리듯이 말씀하셨는데 그러니까. ···식품. 공학?”
“공학? 공학이라니···. 그게 뭐죠?”
“글쎄요? 아무튼 선배님의 요리는 코 끝에서 시작해서, 혀 끝으로 끝나요. 그 분이 만든 샌드위치가 이거보다 맛있을걸요?”
그래.
샌드위치 하나마저도, 이 잎사귀 스테이크보다 아득하게 높다.
***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 한 그 순간부터 자취했다.
숙소 막노동도 하긴 했지만 거의 모든 기간 나는 스스로의 의식주를 책임져야 했다.
자취라는 것은, 자신의 의식주를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취할 때 좁은 원룸을 효율 좋게 쓰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물건을 세로로 높게 정리할 수 있게. 공간을 세로로 쓰는 법이나, 최대한 작은 삶을 사는법.
그리고 배달앱을 쓰지 않는 것.
배달앱을 한달에 10번만 시켜도 배달비만 3만원이 나온다. 그리고 햅쌀 10KG는 약 3만원쯤 한다. 그리고 10KG면 대충 쌀밥만 한달 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맛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취에는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조미료가 존재한다.
우선 맛의 총체라 불리는 라면스프. 다시다. 치킨스톡 굴소스
그 다음으로 쌈장. 고추장. 된장. 간장. 마늘. 깨. 후추. 소금.
그러다 깨닫게 된다.
결국 요리는 조미료 빨이다. 조미료가 모든것을 지배한다.
MSG는 자취의 신이고, 라면스프는 모든 요리를 합격점으로 만들어주는 신의 양념이다.
쌈장은 한식의 황제고 다시다는 인류의 빛이며 치킨스톡은 모든 국물요리의 구세주고 굴소스는 나를 고급으로 이끌어주는 킹 메이커와도 같은 존재다.
제일 싼 뒷다리살을 사다가 제육을 만들어먹어도 소스만 잘 만들면 밥이 술술 넘어간다!
허나 이 세계에는 그런 소스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당연하지. 식재도 구린데 양념을 어떻게 신경쓰겠어.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미료를 하나 둘 재현하기 시작했다. 처음 루디카에게 만들어준 홍초를 넣은 닭칼국수에서 뼈만 발라내 끓인 국물을 졸여내 만들어낸 치킨스톡 짭부터 시작해서···.
언제나 성공할 수 있는 과자의 뒤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던 연구.
식품공학의 정수.
MSG를 만들어 내는 것.
아직 정점에는 달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 ‘라면스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허나.
그럼에도.
“으오, 오오오오! 이, 이 맛은 대체!”
“입에 달라붙는 깊은 맛. 먹을수록 국물이 감칠맛을 더하고 있어요. 이 국물은 ···새에요. 새고기를 스튜에 담았어요. 하지만, 하지만 씹히는 고기는 틀림없는 소에요. 대체, 대체 어떻게!?”
“스튜? 이건 스튜인가? 이게 스튜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먹었던 것은 대체 뭐지?”
그럼에도 하나는 닿을 수 있었다.
치킨 스톡.
모든 국물 요리의 구세주.
내가 처음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옛 친구.
식품 공학의 정점. 석학들이 수십억을 들여 만든 현대 기술의 정점중 하나.
완전히 따라할 수 있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끝자락에 걸치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 첫 시연을 이 곳에서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도록.”
“···말 도 안돼. 나, 나의 요리에 매료되지 않는다고?! 내 향신료에?!”
“먹어보면 알지 않겠나. 마침 한 그릇이 남는군.”
내 말에 마리네이드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스푼을 놀려 잽싸게 입에 밀어넣었다.
“흐, 흥. 이 정도 맛. 이 정도···. 이······.”
“격의 차이를 느꼈나?”
“···어, 어떻게. 이 정도의 맛을···. 이 깊은 맛은 대체···.”
켈터스는.
여기서 뭐라고 했더라.
아. 그래.
“···내 스프는 너와는 다르다. 나는 ···마음까지 치유하지. 봐라. 저 심사위원들을.”
나는 심사위원을 가리키고 마리네이드는 심사위원석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안에는 영혼까지 치유된 심사위원들이 요리를 갈구하고 있었다.
“흐, 흐하.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어! 더! 더 주시오!”
“예에. 끝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맛이라면, 으하 으하하!!”
“제 모든 미식의 긍지를 파괴당한 기분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기준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맛이에요! 예!”
······.
“치유?”
“시끄럽다. 패자는 꺼지도록.”
“흥···. 저는 물러나겠어요. 하지만, 국물 요리. 고기 요리를 잘 한다고 다음 상대도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시길.”
그리 말하며 마리네이드는 물러났고 그 즉시 시스템 창이 보수를 건넸다.
【품격 있는 요리 시합에서 한 세트를 완승했습니다.】
【요리 스킬의 파생 스킬이 태어납니다.】
【스튜 조리】 【조미료 강화】 【고기 구이】
【세 개의 스킬이 파생됩니다!】
음.
괜찮다.
아니 이건 괜찮은걸 넘어서서 진짜 좋다.
과자랑 다르게 요리도 슬슬 스킬업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자. 그럼 이제 다음 상대다.
8급다음 6급.
이렇게 왔으면 다음은 4급이 될 확률이 높고.
거기서부터는 랜덤하게 암흑요리오천황이 매칭에 잡힐 가능성이 있다.
“승부는 2:2 다음은 암흑 요리계의 마지막 선수. 무려 암흑 요리 오천황 중 한 명!”
진짜 나오네.
“스, 스승님. 오천황이라니···. 설마···.”
“나도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다. 제프린에서 이명에 황(皇)을 붙여도 되는 건가?”
“······아. 그건 그렇네요. 왜 반역죄에 안 걸린 걸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정말 강해요. 조심하세요!”
걱정하는 에밀리와 다르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밀런을 수천번 했지만, 이 중간고사에서 오천황이 걸리면 무조건 최하급이다.
그리고 그 놈과 경합을 붙는 종목은 무조건 단 하나. 변수는 없다.
“자 그럼 마지막 승부가 될 수 있는 이 시합!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진저 브레드의 싸움 종목은 ···【스위츠!】 모든 종류의 간식입니다!”
그래.
오직 단 하나.
자.
샤이닝 파티시엘을 최종 진화시킬 시간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