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248)
247. 다시 일상으로 2
요리학부 중간고사 난입 이후.
고기 요리를 비롯해 요리 스킬이 슬슬 세분화 되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숙련도를 올려뒀기 때문에 세분화가 되었어도 그럭저럭 적응하기 쉽다.
그러고보니, 이번 중간고사는 나 울프람에게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누구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정체를 물어보지 않았고 궁금해 하지 않았다.
요리 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에밀리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 그거 말이군요. 저희 요리학부는 기본적으로 다른 학생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습니다.’
‘이유요? 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요리학부에 들어와 있다는게 수치스럽다고 하네요.’
‘제프린에는 기사학부와 마법학부가 중심 아닙니까. 요리학부에 들어와 있다는 거 자체가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된다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타인의 정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와중에 교수들은 어떻게든 부를 키워보겠다고 멋있는 연출을 공부하고 중간고사가 그렇게 화려했던것도 일종의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학부인지 광대인지···.’
‘아마 그래서 황자님이 누구인지도 몰랐을거고 안다고 해서 어떻게 황자님을 대해야 할지 몰랐을 겁니다.’
오호.
요컨데 학생들은 이 제프린에서 요리학부에 속한걸 부끄러워 하니까 타인의 정체에 대해 별 흥미를 안 가진다.
교수들은 어떻게든 부를 부활시키려고 중간고사를 비롯 수 없이 많은 행사를 띄우려고 하고 있다. 라는 건가.
그럼 어둠의 요리계는 뭐지?
‘걔네는 극단적 과격론자들입니다. 요리에 진심이지만 그 발현이 틀렸어요.’
그럼 전설의 조리도구는?
‘그런게 실존하긴 합니까?’
이렇게 말하면 좀 얼기설기 하긴 해도 앞뒤가 맞긴 하다. 는 개뿔 수습이 안되잖아.
여러모로 더 뒤틀린 거 같다.
참고로 원작에는 이런 설정이 전혀 없었다.
앞으로 요리학부 쪽으로는 발길도 돌리지 않으리라.
어차피 요리학부 트리거는 전부 회수했기도 했고···.
진짜. 이제 다시 거긴 안 간다. 차라리 보스레이드를 뛰고 말지.
“음.”
생각을 다른곳에 던져두고, 손을 끝없이 놀린 결과 어느새인가 하나 둘 요리들이 쌓여나갔다.
치아바타를 필두로 4종의 샌드위치. 볼로네제를 시작으로 3종의 파스타.
포크 커틀릿과 소 안심 스테이크. 다섯 종류의 과일 음료와 청량음료 하나. 연어 샐러드에. 후식으로 먹을 한 입 크기 케이크와 쿠키. 말 그대로 쌓아올린 요리들.
【면 요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고기 요리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고기 요리의 숙련도가 일정치에 달했습니다】
【요리 스킬에 합산됩니다】
“꽤 잘 오르는군.”
요리 스킬의 티어 업이 목표기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요리들을 만든 이유는 당연히 하나 뿐이다.
“울프람! 저희 왔어요!”
“음.”
나의 파티원들과 함께 할 중간고사 쫑파티를 위해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 외에 따로 있겠는가.
***
진수성찬 ···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과하긴 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 심성이 고와서 그런지 내 요리를 보며 하나 둘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울프람 이거 전부 혼자서 만든건가요?”
“음. 그랬지.”
“선배님 ···저한테 말씀을 하시지.”
“아니 괜찮다.”
아일라와 밀푀유가 감탄과 함께 걱정을 하는가 하면.
“와···. 이, 이 요리의 이름은 뭡니까?”
“치아바타 샌드위치다.”
“치아바타! 잘 모르겠지만 대단합니다 선배님!”
“울프람. 매운 요리는!? 루디카를 위한 매운 요리는!?”
“저쪽에 있다. 따로 특별히 준비해뒀지.”
“역시 울프람!”
네프티와 루디카는 요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중에 조리법을 알려줄 수 있겠나?”
“어렵지 않지.”
“고맙다. 그리고 울프람 이번 중간고사는···.”
“말하지 마라. 수고했다.”
“······고맙다.”
실피아는 내 격려에 어깨를 으쓱했다.
듣자하니 이번 중간고사. 실피아는 이졸데와 무승부였다고 한다.
이것만 들으면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다.
검은 깃발의 습격에 당해서 고꾸라진 뒤 요양에만 반 년 이상 걸려서 졸업 퇴장한 실피아와 대학원에 진학했음에도 끝끝내 박사학위를 따느냐 마느냐 인생승부존에 들어가 해피엔딩에는 교수가 되는 이졸데가 서로 비빈다? 대단한거다 이거.
다만 이졸데는 실피아와의 승부에 어떤 집착도, 투기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타임오버. 팽팽한 무승부가 아니라 시간제한에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상심하고 있었고···. 뭐 그럴 수 있지.
그리고 상심이라고 하면 저 녀석이 최고 아니겠나.
“···나는 장구벌레.”
“······.”
“뭐에요. 저는 장구벌레 폰 로엔그린이에요. 저를 비웃을 셈이에요? 비웃으세요. 저는 장구벌레니까요.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죠? 저는 이 제프린의 학생회장 장구벌레에요.”
“······.”
예전 네프티가 아일라에게 근접전으로 깨졌을 때 정확하게 이런 일이 있었다.
구석에 틀어박혀서 무릎을 끌어안고 중얼거리는 그 모습.
“엘피라네에게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박살이 났나?”
“······엉망진창까지는 ···아니긴 한데.”
흥. 하고 이브는 고개를 돌렸다.
뻔하구만, 단 한 번도 승산을 못 잡았을 거다.
“어느정도의 힘을 끌어냈지?”
“······”
“네가 엘피라네를 이길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엘피라네가 얼마나 힘을 더 썼는지. 그런 정보들을 추합해야 다음 수를 생각하지 않겠나.”
“···제가 이기게 도와준다고요? 당신이?”
“그럼. 이대로 패배하고 장구벌레인 채로 살 것인가?”
“······누가. 누가 그렇게 산다고 했어요?”
거 참 귀찮은 녀석이로세.
이브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짧게 읊조렸다.
“본인 말로는 5 퍼센트를 추가로 더 끌어냈다고 해요.”
“5 퍼센트를 더 끌어냈다. ···더?”
“네. 엘피라네님이 말하길 ‘제 일 할 오 푼을 끌어내다니 그럭저럭 훌륭한걸요?’ 라고 했어요.”
“···흠.”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말하면 역시 나는 대단했어요. 삼류 울프람과는 급이 다르죠. 저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니까요! 하면서 부활할게 뻔하니까 말하지 말아야지.
“패배에서 뭘 느꼈지?”
“···엘피라네님은 저보다 마력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같은 마법을 펼쳐도 한 번도 뚫지 못 했어요.”
이 깨달음 또한 나쁘지 않다.
“이브. 너의 전술에는 끔찍한 문제가 있다. 이제 알겠나?”
“끔찍한 문제? ···뭐죠 그게?”
“흠 그건···.”
“울프람! 어서 개회사를 해야죠! 음식이 다 식어요!”
저 멀리서 아일라가 이쪽을 향해 손짓했다.
그럴 수는 없지. 식은 파스타는 음식이 아니라 죄악에 가깝다.
“나중에 말해주겠다.”
“······.”
이브는 나에게 중지를 치켜들었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선 먹고 생각해라. 이브 폰 로엔그린. 그렇게 풀죽어있으면 보는게 혐오스럽고 기분이 나쁘다.”
“누가 풀 죽어 있었다고 그래요? 제가? 이 이브 폰 로엔그린이? 하! 그리고 저는 배 안고프거든요!?”
“연유를 듬뿍 바른 바게트도 있다.”
“이번만 참아드리죠!”
씩씩거리는 이브는 이내 음식이 놓여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 참.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로세.
***
개회사.
개회사라.
쫑파티에 대체 개회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다들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하기 전에 식사를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장유유서 정신 투철한 제프린이야 아주.
뭐 아무튼, 그냥 먹고 마시면서 즐겁게 보내면 될 것을, 한마디를 바라길래 한마디 해 줬다.
“다들 중간고사 고생 많았다. 다들 호성적을 올렸다고 들었다. 학년 수석을 지켜낸 아일라. 네프티. 밀푀유는 특히 강한 압박감을 느꼈을텐데 말이지.”
“그럼요!”
“그냥 캠핑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아하하···.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삼인 삼색의 개성이 드러나는 대답.
그 뒤로는 ···중간고사를 대충 치고도 상위권을 유지한 루디카와 아무튼 공동 수석의 자리를 차지한 실피아를 칭찬하고, 마지막으로 이브를 바라봤다.
“···뭐요.”
여기서 뭐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또 장구벌레 놀이를 할까봐 그냥 내버려 뒀다. 한 번만 참아준다 진짜.
“다들 고생 많았다. 그럼 들도록 하지.”
그 뒤로는 뭐, 나이 또래 아이들 답게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처음에는 어두워보이던 이브도 한입 케이크 몇개를 먹으니 기분이 풀렸는지 이것저것 맛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사십 이분.
뷔페에 들어가기 전 ‘아 개조진다 진짜’ 라고 선언한 이십대 청년도 먹다보면 ‘좀 질리네’싶은 타임.
내 뇌피셜에 근거한 그 시간에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하여. 이번 중간고사의 성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대단한 건 아니고 ···자신의 앞길. 혹은 걸어야 하는 길에 대한 예지가 온 이가 있나?”
“···울프람 그건.”
과자와 쿠키와 케이크와 사탕과 젤리만 탐하던 이브가 처음으로 반응했다. 그래. 그거 맞아.
나는 이 안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1차 승급 퀘스트를 연 이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저요. 저요! 레지나 시엘라를 때려 눕히면서 무언가를 깨달았어요!”
“아일라? 그 내용을 말해줄 수 있겠나? 어떤 상황에서 깨달았지?”
“정말 화가 많이 나서 8소절의 흑수정과 더블 스펠로 5소절의 근접전을 펼쳤는데 말이죠.”
“호오. 그래서?”
“머릿속에서 몬스터를 각각 오백마리씩 근접과 마법으로 쓰러트리라고 말하는 ···그런 반역적 운명을 느꼈어요!”
···틀림없다.
저 퀘스트는 ‘배틀 메이지’로 가는 길이다.
이로서 아일라는 근접과 원거리를 전부 평정할 수 있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군. 그럼 아일라. 비서를 쓰겠나?”
“곰곰히 생각했지만 필요 없어요. 저는 이 시련마저 즐기고 싶은걸요? 이걸 이루어낸 반역은 최고의 맛일거에요!”
“네 의견을 존중하마. 다른 이들은 없나?”
“으음. 루디카는 그런 거 없었다.”
“나도 없었다만?”
“···흥.”
실피아와 루디카. 그리고 이브는 각자 없다고 했다. 아. 물론 이브는 그냥 벽에 막혔을 뿐이다.
그리고···.
“저···. 저요.”
정말 예상외의 인물이 손을 들었다.
“밀푀유. 어떻게 됐지?”
“자, 잘은 모르겠는데요. 선배님. 그 비슷한게 느껴졌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으, 음 ···임무라기 보다는 머릿속에서 ‘고급 장비를 착용해라.’ 같은 말이 들려요. 그, 그리고 건틀릿을 차고 있으면 기력이 마구마구 솟아나거든요···? 뭔가 잘못 된 걸까요?”
“그런가. ···틀림 없겠지?”
“네, 네!”
밀푀유가.
그 밀푀유가 드디어 전직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것도 엄청난 사기 직업이다.
‘높은 티어의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이 ‘강함’과 직결되는 아이템 귀족.
템빨 그 자체. ‘노블레스’의 길이 열린 것이다.
“나중에 다시 너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도록 하지. 시간을 내도록.”“네엣!”
밀푀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에게 하나의 비서가 있다.”
“···비서?”
“그래. 지금 너희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 속삭임을 ‘강제로 완수’하여 한계의 벽을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일라는 거절했으니 나는 이브와 밀푀유를 바라봤다.
자.
빛의 학생회장. 노블레스. 둘 다 비전서로 승급해도 나쁘지 않은 직업이다.
밀푀유는 조곤조곤 속삭였다.
“저, 저는 필요 없어요. 선배님. 저는···. 좀 더 스스로 걸어보고 싶어요.”
끝으로 이브에 가서는
“저를 모욕할 생각인가요?”
라고 말하며 중지를 치켜들었다.
“허. 나 참. 강해진다고 해도 거절하는 녀석들이라니. ···알겠다 그럼 이건 내가 보관하도록 하지.”
“그것보다. 울프람이 쓰는건 어때요?”
“······음?”
“아, 그렇네요. 선배님은 너무 저희만 챙겨주시니까요. 이참에 선배님이 쓰세요!”
“······.”
“흥. 그런 쓰레기. 당신이 쓰건 말건 상관하지 않을거에요.”
음.
이걸 내가 쓴다라.
아직 나의 직업 자체도 안 정해졌지만···.
가장 빠르게 1차 승급을 달성할 수 있다. 숙련도 걱정은 할 필요도 없고.
“알겠다. 그럼 이는 내가 쓰도록 하지.”
“네. 그렇게 하세요”
“양보해준 모두에게 감사한다. 자. 그럼 일단락 된 듯 하니 다시 식사를···.”
“어머 울프람. 그거보다 더 중요한게 있답니다?”
“더 중요한 것?”
“예에. 정말 중요한거죠.”
“······?”
“중간고사 전에 그랬죠?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은, 울프람과 함께 할 하루를 얻을 수 있다고!”
“·········그랬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중간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잖아요? 이는 울프람도 인정하죠?”
“인정하마. 그래서.”
“네 그런데 너무 많네요. 이 안에서 울프람은, 가장 처음 누구와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음.
으음···.
아 그래.
“···모두.”
”아. 참고로 모두가 함께 같은 소리는 안 돼요? 무조건 한 사람당 하루에요?”
“······.”
아일라는 웃으며 반 바퀴 돌아 모두를 돌아보고, 몸을 돌려 다시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양 팔을 벌렸다.
어중간한 타협 따위는 허락하지 않으시는 철벽같은 미소셨다.
오